브금 재생해두고 읽어주기! ‘연애란 게 말이야, 생각보다 훨씬 쉬운 거란 말이지. 세상에 널린 게 남자고, 어? 내가 말했지, 세상에 널린 게 남자고 이 세상 어딘가에 분명히 내 남자친구가 되어줄 사람은 존재할 거다! 라고. 기다리고 기다리다보면, 언젠간 내 짝이 나타난다니까.’ 저게 무슨 멍멍이 소리야... 별 개소리를 다 듣네. 어제 퇴근하자마자 피곤해서 기절잠 자느라 놓쳐버린 드라마를 정시 퇴근 기념 보겠다며 티비를 튼 게 화근이었다. 아니, 어째서 어제까지 남자 다 필요없어! 꺼즈어! 외치던 당당한 솔로 여성이던 여주가! 어? 하루만에 카페 알바하던 남자한테 꽂혀서 눈알에서 하트가 뿅뿅 나올 수 있어? 그럼 뭐하겠어, 내가 암만 천날 이건 모욕이지, 이 미친 드라마야. 를 외쳐도 저 작가한테 닿지도 않을 외침인데. 더이상 볼 필요 없어, 배신감 쩌는 감정을 뒤로 하고 몸을 일으켜 안방으로 곧장 향했다. 뭔 드라마 한 편 봤다고 벌써 열두 시래? 암, 얼른 자야지. 난 성실한 월급타는 노예니까... 싫어도 출근해야지 성이름. 퇴사할 땐 누구던 대가리 깨고 퇴사한다! 퇴사하는 그날까지 내 인생 빠숑!
전남친과 직장에서 재회할 확률은? (100점) #01 w. 보로 “...뭐야?” “뭐긴 뭐야, 오늘 팀장님 새로 오신다고 했잖아. 그새 까먹었어?” “아니, 그건 아는데. 뭐야? 뭐냐고.” 뭐긴 뭐야, 난 지금 소위 말하는 ‘현실부정’ 중이였다. 얼마 전 본사에서 새로운 팀장님이 발령 오신다는 말은 들었는데...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요즘 인기 많다는 트로트 가수가 주구장창 티비에서 불러대던 그 노래가 머리에 자동재생 되기 시작했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이름씨 와서 빨리 인사 안 드리고 뭐 해?” “네? 네, 아 인사... 네!” 물이 증발해버리는 것 마냥 날아가던 정신을 겨우 붙잡게 만든 건 앙칼진 목소리로 불린 이름 덕분. 총총 걸음으로 달려가던 와중에도 머릿속은 바쁘게 굴러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일수도 있잖아? 엄청나게 닮은 도플갱어일, 아니 이럴 리는 없지만. 아니 정말 닮은 사람일수도 있잖아. “영업 3팀 성이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팀장님.” 어색한 영업용 미소 장착하고 고개 꾸뻑 숙여 인사드린 새 팀장님이 곧이어 입을 떼셨고,
“김선홉니다, 잘 부탁해요 이름씨.”
그대로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네는 ‘김선호 팀장님’에 난 그대로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장장 6년을 사귀다 헤어진 사람이 왜 여기서 나오냐고. 엄마, 불효자는 먼저 가요... 나 이 회사 관둘래. ~ 나혼자, 눈칠 보고... 나혼자, 의식 하고... 나혼자 신경 쓰고... 이렇게 나 울고웃고,,, 마음 같아선 씨스타 언니들을 불러다가 나혼자를 내 상황에 맞게 개사해서 불러달라고 하고 싶었다. 왜냐고? 저 사람은, 아니 김 팀장은 죽어도 나한테 관심을 안 줬으니까. 아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직장에서 구남친 만나면 서로 신경 쓰고 난리나던데 저 오빠는 왜 저래? 까놓고 말해서 우리가 나쁘게 헤어진 것도 아닌... 나쁠 뻔은 했지만. 이렇게 쌩깔 일인가? 언제는 머리 까는 거 불편하다고 맨날 내리고 다니더니, 아까 살짝 스칠 때 나던 향수 냄새는 또 뭐야? 언제는 인위적인 냄새 싫다고 아무것도 안 뿌리고 다니더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 혼자 빈정이 팍 상하기 시작해 애꿎은 마우스만 푹푹 찍어누르고 있으니 역시나, 눈치빠른 문지영이 옆에서 쿡쿡 찔러오기 시작했다. “왜, 무슨 일 있어? 하루종일 난리네 아주. 정신 사납다, 정신 사나워. 야 근데, 팀장님... 진짜 멋있으시지 않아?” “몰라 그런 거.” “뭘 몰라, 멋있으시지 않냐고.” “아니 모른다고오. 묻지 말라고. 팀장의 팀, 자도 꺼내지 마. 완전 재수탱이니까.” “언제 봤다고 재수탱이래, 누가 보면 뭐 니 구남친인 줄 알겠다. 야, 슬슬 퇴근 준비해.” 나 또 정곡 찔렸어요. 아무리 본인은 모른다지만, 팩트로 쿡쿡 찔러오는 문지영이 괜히 얄미워 옆구리를 푹 찔러버리곤 시계를 바라봤다. 틱톡, 틱톡. 어느새 퇴근시간이 다가온 빠르게 달려가는 분침을 보며 퇴근하고 술이나 마셔야지, 하는 생각만 주구장창 하고 있었을까 저 옆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제발저려선 고개만 파드득 들어냈다. “저 먼저 퇴근합니다. 아, 그리고 이름씨는 내일까지 차트 정리해서 올려주세요.” “네?” “차트요, 정리해서 올려달라고요.” 손끝으로 바인더를 툭툭.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굳은 표정으로 말을 하곤 짐을 챙겨 먼저 사무실을 나서는 팀장, 아니 김선호에 그대로 표정이 구겨졌다. 나도 참 표정 관리 못 해. 아무리 헤어졌다지만, 아까 보니까 문지영한테도 그렇고 생글생글 웃어주던데. 나한테만 아주 뭐, 앙심이라도 품었지. 대놓고 차별하겠다 이거지. “나 오늘 먼저 들어간다? 내일 봅시당.” “어어, 조심해서 들어가.” ~ 팍 상한 기분으로 툭 튀어나온 입술을 넣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아씨, 오늘따라 사람은 또 왜이렇게 많은 거야. 지하철 또 사람 열라 많을 텐데. 누가 봐도 상관 없다는 듯 나 짜증났어요, 를 온몸으로 분출하며 회사를 나와 씩씩대는 표정으로 김선호 개시끼, 개시끼. 읊조리며 지하철역으로 향하고 있었을까,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옆을 돌아보니. “어쩐지 귀가 간지럽다 싶더라니.” 호랑이도 제말하면 찾아온다더니. “원래 그렇게 뒤에서 욕 즐겨하는 타입인가봐요?” “네? 아뇨, 그런 게 아니라.” “맞는 것 같은데, 방금도 욕하던데요 뭘.” “아니, 그건 팀장님이. 아니 오빠가.” “내가 뭘.” 오빠라고 부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놓아오는 XX놈에 꿍얼거리고 있었을까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고, 제발 그대로 가라... 더 말하지 말고 가라. 하며 눈을 꾹 감고 빌고 있었는데. “내일 봅시다 이름씨.”“아, 그리고 나 번호 그대로야.” 이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거지? - ...이 남자가 전남친이라면 난 진작에 바짓가랑이 잡으며 매달렸어요. 분량 미아내요. 담엔 더 길게 쓰께욥. 암호닉은 신청하실 분 있으실지도 모르겠지만 늘상 받어요 (=´∀`)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