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루루루- 뚜루루루-
울리는 내 전화벨 소리에 겨우 눈을 떠 확인하려 했지만
팔이 뭔가 답답하게 쌓여서 쉽지가 않았다.
아, 뭐야..
이불이 나를 삼킨 것처럼 마치 김밥 말이를 한 듯 이불로 돌돌 쌓여져있었고 나는 겨우 팔을 하나 빼내어 휴대폰으로 손을 뻗어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오..
- 어디야? 목소리도 맛이 갔는데?
- 나 집...인데, 집이긴 한데...
그게 내 집이 아닐 뿐.
놀란 나는 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이불이 가로막아 일어날 수가 없었다. 하는 수없이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 겨우 이불에서 탈출을 했다.
- 다은아? 강의 시작 10분 전이야
" 아 망했네... "
- 뭐야 오늘 자체 휴강이야? 무슨 일 있어?
- 어? 어, 아니! 늦잠 잤어! 나 준비해야겠다 끊어!
급히 전화를 끊어버리자 눈앞에 있는 이 상황이 더욱 믿기지가 않았다.
분명 티셔츠를 입고 있긴 한데.. 내 위에 속옷은 멀리 벗어던져져 있고.. 심지어 바지도 안 입고 있는데?!
나... 사고 쳤나 봐.
급하게 벗어놓았던 옷들을 더듬더듬 주워 입고 주변을 멍하니 바라봤다.
어젯밤 마셨던 술들은 다 치웠는지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꿈인가. 다시 누워서 일어나면 꿈에서 깨려나..
아, 선배는 학교 갔나..?
나를 둘둘 말고 있던 이불을 개어놓고는 잠시 앉아서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어제.. 술을 마시고, 내가 리모컨을 뺐어서 티비 끈 거는 기억나는데...
아아아아 기억이 안 나 ㅠㅠㅠㅠㅠ
" 미쳐버리겠네 진짜.. "
이걸 누구한테 물어보냐고오...
아 근데 뭐가 이렇게 잘 안 보이냐...아, 내 안경! 이건 또 어디있는거야..ㅠㅠㅠ
결국 안경이 어디에 있는지는 못 찾고 책상 의자에 걸려있던 내 패딩만 대충 걸치고는 휴대폰만 챙겨 슬리퍼를 신고 집을 나섰다.
" 어? 일어났네? "
나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김선호가 양손에 바리바리 무언가를 사들고는 나를 맞이하며 들어왔다.
어? 아니 저 나가려구 그랬는데요?
나 혹시..... 선배랑 사고 안 쳤나..?
저 목소리 봐봐. 그렇다기엔 너무 해맑잖아!
" 잘 잤어? "
" 네? 아- 네, 덕분에.. "
" 아 배고프다! 너도 해장할 거지? "
저기 혹시 여기 선호네 민박집인가요?
아니 후배가! 그것도 여자가!! 자기 집에서 잤는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은 거 아니야?
안경이 없으니 정확한 표정도 잘 모르겠고..
부스럭거리며 장을 봐왔는지 재료들을 꺼내고 있는 선배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 저기 선배 "
" 응! "
" 제 안경은.."
안경부터 낀 다음에 제대로 대화해야지, 이거 뭔 눈에 뵈질 않으니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가 없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안경을 찾자 김선호의 작은 웃음소리가 들리며 탁자 안에 들어있던 내 안경을 가져다주었다.
" 아! 내가 어제 벗겼어 "
" 아.. 선배가 대신 벗겨주셨구나 "
" 응, 불편해 보이길래 내가 대신 벗겼어 "
" 감사합니다.. "
이 대화가 나만 이상한가?
벗겨줘서 감사하다니..? 아 나도 모지리가 되어가는것 같아ㅠㅠ
안경을 다시 고쳐 쓰고는 똑바로 김선호를 바라보았고 선배는 그런 나를 보더니 한쪽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 뭐 할 말 있어? "
" 할 말은 많은데요... "
" 뭘까, 할 말이? "
" 그러면 제 옷도 선배가..? "
김선호의 능글맞게 웃던 얼굴이 확 바뀌며, 이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는 날 바라봤다.
" 너 기억 안 나? "
" 안 나요.. "
" 하나도?? "
" 그건 아니구.. 영화 끄고 난 뒤부터..? "
내 말이 끝나자마자 선배는 자기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아니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 반응이냐구요
선호는 다짜고짜 자신의 팔을 걷어붙이더니 나에게 들이밀었다.
" 우리 개싸움했는데 이래도 기억 안 난다고?! "
선배의 팔에는 누가 봐도 사람이 물었다 싶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에이.. 설마, 그거 제 이는 아니겠죠..?
*
*
*
김선호의 말에 따르면 내가 갑자기 고양이로 변신해 자길 공격했고
그에 참을 수 없어 본인은 강아지로 변해서 맞서 싸웠다고 했다.
그러다 제풀에 지친 내가 누워 항복하자 그 대가로 이불 멍석말이를 당했다는 거...
여기까지가 밤 동안의 일이라는데...
무슨 판타지 액션 이야기도 아니고...
고양이로 변신하고 강아지로 변신을 해?
거기다 이불 멍석말이까지.. 참 다이나믹 하다, 다이나믹 해..
" 죄송해요 선배.. "
" 다은이 너, 내가 이겨서 봐주는 줄 알아- "
" 아 그럼요, 그럼요!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에요! "
선배가 그새 차려 준 북엇국에 함께 숟가락을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이 또 있으면 저는 선배 옆에 평생 있으면서 마음에 드실 때까지 봉사하겠습니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 저기 혹시.. 필름 자주 끊기고 그런 건 아니지? "
" 아니요! 저 진짜 살면서 이번에 처음 끊겼어요! "
" 음, 그렇구나 "
" 아니 평소에는 딱 1캔만 먹고 안 마시는데.. 저 영화 때문에..! "
" ...? "
" 아니에요. 그런 게 있어요. "
뭔진 모르겠지만 그래- 하면서 선호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날 봤다.
그래요, 평생 모르시는 게 나을 거에요. 하아... 한숨이 절로 나는구나.
" 혹시 술 마실 일 생기면 나한테 전화해 "
" 네? 선배한테 왜요? "
" 웅, 그래야 술주정 구경 가징 "
어쩌다 저 모지리 선배한테 내가 이렇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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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뒤에 선호씌가 밤에 있었던 일들 회상하는 장면을 넣을려고 했는데
불맠을 안 하기에는 수위가 애매해서
다음편에 불맠으로 해서 글 넣도록 하겠습니다!
직접적인 내용은 없어서
기대하시는 글은 없을것 같은데.. 그저 좀 묘사가 애매하다는 것?
비회원 분들은 메일 남겨주시면 내일 댓글 확인 되는대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님들 댓글 달아주시는거 읽는 행복때문에
더 글 빨리 써오는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