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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구게기궈 전체글ll조회 712l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불금이라는 말을 만든 사람이 누굴까.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대체 이딴건 왜 만들어서 착실한 알바생들을 금요일마다 숨도 못 쉴 정도로 바쁘게 만드는건지.



"메뉴 나왔다!"
"네!"



"여기요"
"네 잠시만요!"



"5번 테이블 셋팅있다"
"네!"



"계산해주세요~"
"네! 2만 천원입니다."



정말 쉴 틈도 없다. 쉴 틈이 뭐냐 아주 그냥 잠시 숨 돌릴 틈도 안준다.
이렇게 바쁠 땐 알바를 한명 더 쓰셨으면 참 좋으련만, 이 쫌생이 사장님은 그럴 생각이 없어보인다.
덕분에 금토만 되면 나만 죽어나는거지 뭐.



"아, 사장님. 금 토 알바 구하자니까요?!"
"니가 두명 세명분 다 하는데 내가 뭐하러?"
"와..진짜 배려없다.."
"꼬우면 알바 니가 사장하십셔"



1시가 넘어서야 겨우 널널해진 매장을 둘러보다 사장님한테 따지듯 말했지만 눈하나 깜짝 안하신다.
그래, 자기는 바(bar)에서 메뉴만 만든다 이거지. 치사해서 진짜.



딸랑- 


"어서오세요!"



알바를 한명 더 구하네 마네 사장님과 실랑이를 하고있을 즈음
문에 달린 종이 딸랑거리며 낯익은 얼굴들이 들어왔다.




유치원은 물론 초, 중,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까지 동네에서 가까운 곳에 다니고있다.
알바마저 동네에서 하는거라 그런지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들 보이곤 한다.
하지만 하나같이 나를 못알아본다, 이거다.

그럴만도 한게 솔직히 내가 초,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보다야 많이 용되긴 했다.
얼굴의 반을 가리던 잠자리안경, 이마를 덮고있던 덥수룩한 앞머리, 제멋대로 겹쳐진 덧니들까지.
안경을 벗고 교정을 한건 정말 신의 한수였다. 나 참 사람됐지(뿌듯)

겉모습이 변하기도 많이 변했지만 학교를 다닐때도 그리 존재감있는 캐릭터는 아니었어서 그런지 나를 알아보는 동네 동창 친구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엑소] 첫사랑 vs 남사친 | 인스티즈 



"어, 도경수다"
"뭐야. 아는애야?"
"아, 저 초등학교 동창이요"
"맞다, 너 이 동네 지박령이랬지"
"아 사장님은 무슨 말을 해도 꼭!"
"뭐, 내가 뭐 틀린말했냐?"



입술을 삐죽이며 사장님을 무시한채 메뉴판을 들고 도경수네 무리로 향했다.
도경수, 박찬열, 변백현. 쟤넨 아직도 붙어다니네.
니네가 진정 불알친구구나.


솔직히 지금까지 오랜만에 봐왔던 초,중,고 동창들에겐 딱히 아는척을 하고싶은 마음이 별로 없었다.
그럴만한 이유도 없고, 나를 기억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왜인지 도경수한테는 뭐랄까, 그냥..인사라도 해보고싶은 그런..이,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은 뭐죠?
아, 씨. 모르겠다. 무슨 인사냐.



"메뉴 결정하시면 옆쪽에 벨 눌러주세요"
"네"



도경수는 그랬다. 초등학생 때 인기가 굉장히 많았다. 멀끔하고 깔끔하고 청초하고 수려한..
아 뭔가 빠순이 같으니까 다시.
도경수는 초등학생 주제에 여학생 꾀나 홀리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 이게 정확하고 확실하다.
햇빛이라곤 안보고 살아온듯한 하얀 피부와 오밀조밀 조화로운 눈,코,입.
딱 봐도 나 가정교육 잘 받았어요-하는듯한 몸가짐과, 행동들.
몸에 베어있는 습관적 매너들까지. 게다가 공부도 잘했지 우리 경수가 아니라 도경수.




"짜식. 여전히 잘생겼네"
"알바. 너 쟤 좋아하지"
"좋아했즈아니요!!!"



순간적으로 너무 크게 뱉어진 목소리에 나까지 깜짝 놀라 주둥이를 급하게 막았다.
하여튼 사장님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도움이 안돼요. 어휴, 쪽팔려
나에게로 집중된 손님들의 시선은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꾸벅거리는 나를 보곤 하나 둘 제자리로 돌아갔다.


 

 

 


 

[엑소] 첫사랑 vs 남사친 | 인스티즈 


 

 

 

"아예 손님들 다 내 쫓지그러냐?"
"아, 그러게 왜..! 죄송함돠"



난 진짜 가끔 사장님이 저런 표정을 지을 때 마다 무섭다.
뭔가..저승사자 같달까.



"노닥거리지 말고 가서 주문이나 받아와"
"뉘예"


도경수네 무리가 메뉴를 정했나보다.
모르는척 할꺼니까 신분증 검사하면서 민증 사진 구경해야지. 룰루.




"주문 도와드릴게요."
"넹, 세트 2번에 맥주 한잔 추가요"
"실례지만 신분증 확인 먼저 할게요"

[엑소] 첫사랑 vs 남사친 | 인스티즈 


"헐, 안가져왔는데"
"야, 뭐하냐. 박찬열. 야, 야, 야"
"아니. 나 저번에 왔을 때 검사 안했단말이야!!"


그땐 니가 면도도 안하고 머리도 안감고 혼자와서 진짜 개 아저씨같았어 찬열아..


"검사 꼭 해야되요?"
"네."
"헐, 개단호해. 야, 집에 갔다와라"

[엑소] 첫사랑 vs 남사친 | 인스티즈 


"아 미친..누나 그냥 봐주면 안되여?"
"저 누나 아닌데요. 동갑인데요"
"..."



순간 도경수네 무리들이 조용해졌다. 내가 뭐 실수했..군.
병신아 그냥 내가 니네 동창이다 아주 이마에 써붙이고 주문받지 그러냐. 어휴.




"메뉴확인해드릴게요셋트2번에맥주추가맞으시죠"
"..어..네"
"잠시만여"



속사포로 다다다 메뉴확인을 끝낸 뒤 우사인볼트 빙의해서 카운터까지 뛰어왔다.

넌 이제부터 개병신, 아니 상병신이다 나년아.
오늘 하루 쪽이란 쪽은 다 파는구나 이런 모지란년.
도경수 무리쪽을 힐끗보니 넷이서 뭐라뭐라 재잘거린다.
중간중간 나 몰래 내 눈치를 살피는걸 보니 내 얘기를 하는가보다. 염병할.



"이번생은 망했어.."
"내가 보기에도 그런듯"
"..."
"야, 미안"



대꾸없이 멍한 눈으로 사장님을 올려다보니 바로 사과를 해온다.
그래도 양심은 있다보다 우리 사장님.



"그만둔다는 말만 하지마"



그럼 그렇지. 우리 사장님은 무슨 사장새끼!!



"저 화장실점.."
"그래. 모든걸 내려놓고 오려무나"




끝까지 나를 놀려먹는 사장님을 몰래 한껏 째려보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오늘은 왠지 집에가서 이불과 맞짱을 떠아할것만 같다.
이불아 넌 가만히 있어, 내가 다 할게.



역시 불금은 끝나지 않는가보다.
좀 한산해졌다 싶었는데 화장실을 다녀오니 또 매장안이 꽉 차있다.
아니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기어들어오는거지?
이 사람들은 도대체 집에 언제가는거지?
이 사람들은 도대체 왜 불금에 맥주만 마시는거지?
아, 이건 넣어두고.

쪽팔림을 꼽씹을 틈도 없이 시간은 쭉쭉 흘러갔다.
역시 알바는 일이 많아야 시간이 빨리가지.
내일은 손님이 없었으면 좋겠다.



도경수네 무리는 주문한 음식을 모두 클리어하고는 바로 자리를 떳다.

[엑소] 첫사랑 vs 남사친 | 인스티즈 


계산하는 도경수를 힐끗 바라볼 때 갑자기 눈이 마주친것 빼고는 별다른 일도 없었다.
뭐, 따귀..무슨일이 있길 바란건 아니얏..!




"알바, 강수가 번호 안물어보디?"
"강수가 누구세여"
"왜, 니 첫사랑"
"아! 뭔 첫사랑이에여! 그런거 아니거든요!! 그리고 강수가 아니라 경.수거든요!!"
"강수건, 경수건 번호 안물어봤냐고"
"걔가 제 번호를 왜요"
"내가 너 화장실 갔을 때 서비스 줬거든"
"사장님이 서비스 준거랑 제 번호 따는거랑 무슨 상관인데여"

[엑소] 첫사랑 vs 남사친 | 인스티즈 

"내가 니 첫사랑이 강수라고 말하면서 줬거든^^"



염병


"사장님 저 그만 둘게요.."
"야, 미안. 시급 올려줄게"
"감사합니다."
"?"


우리 젊은 사장님. 참 괜한 친절을 배푸셨네여. 감사하여라 시밣ㅎㅎ
역시 이번생은 망했어. 제발 도경수가 두번 다시는 우리 매장에 발을 들이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은 108배를 하고 자야하나 깊게 고민해본다.




-






녀러분 오랭만이에옇ㅎㅎ..
요즘 일하느라 밤 낮이 바뀌고 그러다 보니까 깨있는 시간에는 일 아니면 잠이더라구요..
사실 어제 굉장히 매우 오랜만에 인티에 로그인을 해봤는데
쪽지가 와있더라구욧! 제 글을 읽어주시는 구독자분들이 생각보다 많이서 감덩..
그리하야 잠잘시간을 쪼개어 이렇게 새 글을 가져왔습니다핫!
제가 좀더 능력이 된다면 데일리시리즈도 빠른시일 내에 만들어서 가져오도록 하겠슴다욧!


[엑소] 첫사랑 vs 남사친 | 인스티즈 


사실 문 딸랑하고 들어오는 백디찬 이미지에 이것을 쓰려다가 경수가 너무..너무나도..첫사랑과 거리가 먼 이미지로 나와서 포기..ㅎ






 
독자1
헐 도경수 도키도키도ㅣ해ㅠㅠㅠㅠㅠ사랑해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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