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야, 인간적으로 오늘 수업받을 기분 아니다" "어쩔" 학교에 도착한지 10분도 채 되지않은 시점에서 찬열이 입을 열었고 이런적이 한두번이 아니라는듯 무시하는 백현과 여주였다. "야, 경수랑 김종대는?" "지금 걔네가 중요한게 아니라고! 오늘 땡땡이 고" 경수와 종대를 찾는 백현의 말에 찬열은 땡땡이보다 중요한것은 없다는듯 자신의 의사를 강려크하게 표현했다. "변백! 니 이거 놓고갔다" 어디서 나타난건지 무리의 뒷쪽에서 들려오는 종대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주머니에 손을 넣고 무기력하게 걸어오는 경수와 팔랑팔랑 걸어오는 종대가 있었다. 종대의 한 손에는 백현이 어젯밤 밤을 꼴딱 세워가며 겨우겨우 완성해낸 레포트가 들려있었다. "오, 땡큐. 잣될뻔했네" "면이형이 전해주더라 거실 테이블에 두고 나갔다고." 백현에게 레포트를 쥐어준 종대가 뒤에서 자신이 기다리라고 그렇게 불러댔는데 개무시하고 잘도 가더라 라며 더럽게 찡찡대는것도 잊지않았다. 그런 종대의 옆에서 그래서 내가 기다려줬잖아 조용히해 라며 종대의 입을 막는 경수였다. "야 니네 수업 뭐냐?" "우리 공강임" "지랄 그럼 학교 왜 왔는데" "몰라, 교수 미친놈이 수업시간 10분 남기고 휴강때림" 찬열은 경수의 팔을 툭툭 치며 무슨 수업을 듣는지 물었다. 경수와 종대는 교수님이 휴강을 때렸다는 조교의 갑작스런 공지에 학교에 온 이유를 잃었다며 교수를 욕했다. "진짜 너무해. 휴강 공지를 할거면 어제 저녁에 좀 하던가!! 기껏 학교까지 나왔더니 이게 뭐야아!!" 종대는 경수의 말을 거들며 어김없이 찡찡댔다. 여주는 그런 종대를 향해 일찍 일어난김에 생산적인 일을 하라며 종대의 입을 다물게했고 백현은 그러거나 말거나 종대가 전해준 레포트를 들고는 강의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리 곧 수업 시작이다" "같이가, 현아" 먼저 걸음을 옮긴 백현의 뒤를 여주가 졸졸 따라 들어갔다. "아 진짜 오늘 수업들을 기분 아닌데.." "이 수업 과제 있는거 아니야?" "맞긴 한데. 솔직히 오늘 낮술 개삘" "가서 수업이나 들어라." "그래, 끝나고 합류해. 우리 먼저 마시고 있을 테니까" 찬열은 오늘따라 수업을 듣고싶지 않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이런적이 몇 번 있긴 했지만 땡땡이를 즐기지 않는 여주와 백현에 번번히 좌절하고 말았던 찬열이었다. 종대는 오늘 아침 자신이 챙겨온 백현의 레포트를 생각하며 이 수업의 과제가 아니냐 물었고 경수는 단호하게 찬열을 강의실로 들이려 했다. "아씨..존나 꼬셔서 출첵하고 과제 제출하고 튀어야겠다." "과연." "야, 쟤네가 수업을 째겠냐? 째면 내가 1차 쏜다" 종대는 코웃음을 쳤다. 백현과 여주가 수업을 쨋다는건 들어본적이 없는 일이라 절대로 그럴일은 없을것임을 확신하며 만에하나 그 두사람이 수업을 째고 찬열의 땡땡이에 합류를 한다면 1차를 본인이 쿨하게 쏘겠다고 말했다. 찬열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경수에게 "들었지? 니가 증인이다?" 라고 말하며 가벼운 걸음으로 강의실로 들어갔다. "야, 설마 진짜 나오진 않겠지..?" 확신에 차있던 아까와는 달리 불안한 목소리로 묻는 종대에 경수는 겨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2 뒤에서 두번째 줄에 나란히 앉은 백현과 여주 뒷자리에 착석한 찬열은 크흠 하며 헛기침으로 두 사람에게 뒤를 돌아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놀라울만큼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마음이 상한 찬열은 주먹을 부들부들하며 두 사람의 뒷통수를 번갈아 째렸다. "야! 아, 오늘 진짜 낮술 개삘이라고!" "닥쳐라 제발.." 안그래도 목소리가 큰 찬열이 강의실을 날려버릴듯 쩌렁쩌렁하게 저딴 철없는 말을 해대는데, 어째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하고 생각하는 두사람 중 조금 더 부끄러움을 느낀 여주가 뒤를돌아 조용히 읊조렸다. "야, 출첵하고! 과제 제출하고! 나가자. 깔끔하게" "그게 어째서 깔끔한건지 설명좀" "닥치고 수업 듣자. 깔끔하게" 찬열의 땡깡에 여주가 먼저 반기를 들었고 이어지는 백현의 말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찬열은 속으로 생각했다. 여기에 내 편은 나밖에 없구나. 인생은 좆또 혼자구나. "니네가 내 땡땡이에 동참하면" 이번엔 또 무슨 개소릴하려는지 의미심장하게 뒷말을 질질 끄는 찬열이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뒤돌아 앉은 두 사람은 미동조차 없었다. "김종대가 1차 쏜다" 이어지는 찬열의 말에 백현이 먼저 움찔했다. 저번 주말 종대와 백현 두 사람이 함께 술을 마시다가 종대가 먼저 개꽐라가 되어버린 탓에 술값도 백현이 종대의 술주정도 백현이 다 받아줬었다. 참고로 종대의 술주정은 주변 사람의 신경을 살살 거슬릴 정도로 전기를 오르게하는것이다. 당연히 몸도 못가누는 종대를 백현이 등에 업었고 고마워 하지는 못할망정 열걸음에 한번씩 따끔따끔 전기를 쏴대는 김종대에 이새끼를 버리고 갈까 말까 천번은 고민했던 백현이었다. "그리고 2차는 내가" 이번엔 여주의 어깨가 들썩였다. 2주 전 센터 옥상에서 다같이 고기파티를 했었을 때의 이야기다. 명색이 고기'파티'인데 술이 빠질수야 없지 하며 술도 왕창 사다놨던 참이었다. 센터에서 의외로 술이 가장 약한 종인과 지철은 밥 배불리 먹고 둘이서 소주 한병을 마시곤 잠와 죽겠다며 먼저 내려가 잠에 들었다. 평소에도 지들끼리 술마시러 자주 나다니는 주당 김민석 김준면 김종대 변백현은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술잔을 기울였고 오세훈과 도경수는 급 진지한 대화를 시작해 어쩔 수 없이 찬열과 둘이 독대를 했던 여주였다. "야, 다이다이고?" 여주는 저보다 주량이 약한걸 뻔히 아는데도 먼저 도발을 해오는 찬열에 한번은 뭔 다이다이냐고 됐다며 거절했지만 깐족깐족 신경을 거슬리기에 그의 도전을 받아줬다. "안주는 없다. 정 필요하면 물이나 마시던가" 여주의 말에 찬열이 우렁차게 오케이를 외치며 두사람의 다이다이가 시작됐다. 결과는 당연히 찬열의 패였고 여주는 취해서 헤롱거리는 찬열을 비웃으며 제 앞에 채워진 잔을 비워냈다. 여기서 일이 끝났다면 말도 안했을 여주였다. "야..나 뒤질거같아.." 라며 몸을 일으킨 찬열이 비틀비틀 걸음을 옮기는가 싶더니 여주의 다리에 걸려 넘어졌고 그에 놀란 여주가 찬열을 부축해 일으켜세우니 그대로 여주의 어깨에 속을 개워내는 찬열이었다. 여주는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부들부들 떨리고 닥치는대로 찬열을 잡아 족지고싶은 심정이었다. "콜?" "콜" 찬열의 마지막 말에 백현과 여주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콜을 외첬다. 백현은 오늘 1차에서 김종개의 지갑을 탈탈 털어낼 생각이었다. 마찬가지로 여주는 박찬열을 탈탈 털어버릴 생각이었다. 지갑 말고 박찬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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