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 사는 학교 선배 김선호와
거의 우리 집에 살다시피하는 불알 친구 우도환
이 둘이 번갈아가며 내 마음을 쥐고 마구 흔드는 썰
05
"김여주, 너 선호 오빠랑 만나?"
"뭐? 무슨 소리야, 전혀 아닌데?"
"진짜 아니야? 너 어제 밤에 선호 오빠랑 같이 집 들어가는거 솔이가 봤다던데. 그럼 그건 뭔데?"
그냥 우연히 아파트가 같았고, 우연히 그 시간에 만났고, 우연히 맥주만 한 캔 했을 뿐이었는데
또 이런 구설수에 오르게 될 줄이야 상상도 못한 일이기에 당황스러운 마음에 어버버 거리며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나였다.
"아니라는데 왜 이래. 우르르 몰려와서는, 초딩이냐 너네?"
"다 본게 있으니까 이러는거 아냐. 저번에 신생회 했던 날에도 솔이가 봤대. 너 나가고 둘이 ...,"
"둘이 뭐. 증거도 없이 함부로 나불대는거면 그 입, 다무는게 좋을 것 같은데."
"듣는 귀가 이렇게나 많은데 확실하지 않은건 나중에 둘이 따로 얘기하든지 이게 무슨 민폐야. 상당히 시끄러운데다, 교수님도 곧 오시잖아."
도환이가 나서주지 않았다면 난 또 바보같이 변명도 못하고 있었을까.
사실 이런 것들이 싫었다. 늘 고마우면서도 얘 없이는 멍청한 사람이 되버리는 내가 짜증났다.
"어제 잘 들어갔어? ...괜찮으면 오늘 마치고,"
"저기요 김선호 씨."
"김선호 씨? 나랑 친해지기 싫은줄 알았더니, 호칭은 되게 편해졌네."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앞으로 계획이 뭐에요? 얘랑 사귈거에요?"
"내가 대답해야하나. 당사자 앞에서 딱히 매너 있는 행동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여유부릴 때가 아니라는 충고를 해주는건데 말귀를 잘 못알아먹는 편인가.
얘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거라면 신물 난 사람이거든요. 이젠 제대로 대처도 할 줄 몰라요 그런거에 하도 당해서."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모르겠다고 하실건 아니죠 양심도 없이. 이랬다저랬다 사람 마음 가지고 놀지 말고 노선 똑바로 정하라고."
순식간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날 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오는 선배를 막아선 것은.
우도환은 원래가 모든 일에 거리낌이 없고 제 눈에 거슬리는 거라면 봐주는 법이 없다.
가난, 고아, 남자 문제. 여러가지 꼬리표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던 그 시절의 나를 잘 알고 있는 만큼 화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는 걸 안다.
"우도환, 그만. 선배가 잘못한거 아니잖아. 그만해. 가자."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렇게까지 화내는지 모르겠는데. 네가 뭔데."
"선배도 그만해요.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죄송해요."
"내꺼라고 떠들고 싶은거 겨우 참고 있는거야. 나한테 그런 자격이 있는건지, 내가 그래도 되는건지 모르겠어서."
"상처받았다면 미안해. 그럴려고 그런 건 아냐. 나중에 따로 얘기하자. ...그래줄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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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에 치여서 너무 오랜만에 왔네요
졔송함미다 ..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