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선시대 배다른 오빠 이석민
칠봉이는 꽤나 유명한 가문의 딸이야. 아버지는 항상 세자와 결혼 하라고 너에게 말하지만 넌, 오빠인 석민이가 좋았지.
맨날 무심한 듯 자신을 챙겨주고 공부를 하다가도 자신이 심심하다면 아버지 몰래 뒤로 나와 너와 놀아줬지. 하지만 가족이기에 너는 티를 내지 못했어.
그러다 아버지가 오늘 기분 좋게 술에 취해 집에 들어 와 나에게 드디어 세자와 혼인을 할 수 있다고 말했지.
그 말에 너는 울면서 싫다고 한 뒤 석민의 방에 뛰어 들어 갔어.
" 어쩐 일로 우는게냐, 누가 널 못 살게 굴었느냐? "
아닙니다. 그저, 저는... 말 하지 못했어.
그냥 품에 안겨 울기만 했지. 그저 석민은 널 안아주기만 했고, 그렇게 말도 못하고 시간이 꽤나 지났어.
넌 곧 혼인을 하러 궁에 들어 가야했어. 마지막 밤, 동그란 보름달이 뜨던 그 날, 너는 석민에게 갔어. 촛불을 키고 책을 보고 있던 석민은 널 빤히 쳐다 봐.
어쩐 일이냐. 오라버니... 같이 자고 싶사옵니다. 제 말에 석민은 그럴 수 없다며 나가라고 했고 너는 무릎을 꿇고 울었어.
" 마지막으로 오라버니와 함께 있고 싶습니다. 소녀, 오라버니와 같이 있고 싶습니다. 제발... "
" ... "
" 흑, 오라버니... 제발, 오늘 밤만, 딱 오늘만이라도 같이 있고 싶습니다. "
" 여기로 오거라. "
자신을 빤히 쳐다 본 석민은 결국 졌다는 듯 석민이 침상에 눞더니 옆을 툭툭 치고 제가 눞자 촛불을 입으로 후, 하고 끈다.
너는 이게 마지막 기회다 싶어 자신의 옆에 누운 석민을 껴 안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는 석민에 너는 오히려 편하게 속마음을 말했어.
" 저는 세자와 결혼 하기 싫사옵니다. 저는... 오라버니가 좋습니다. "
석민은 그 말에 듣는 척도 안하고 그냥 눈을 감고만 있어, 아직 잠이 들지 않는 걸 아는데, 무시하고 있는 석민의 태도에 울음이 나왔지만, 이 세상에 이룰 수 없는 사랑이 란 걸, 넌 알아. 빤히 석민만 쳐다보다 용기 내 석민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곤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라도 들어, 석민과 마지막으로 보내는 밤이였으니까.
자꾸 눈물이 나와도 넌, 또 참고 참아 잠에 들려고 노력했지만 잠이 들지 않았지. 그 때, 제 어깨를 토닥이는 석민의 손길에 잠이 들었어
" 소녀, 이제 가옵니다. 아버지. "
" 잘 다녀와라. "
고개를 숙이고 가마를 타는 순간까지도 석민은 보이지 않았지. 집을 뒤로 한 체 가마를 타고 궁으로 가던 중,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지더니 가마가 급격히 흔들렸고, 내려지는 듯한 움직임에 살짝 문을 열어 보니 자신의 앞에 피가 있었어 놀란 넌 가마로 나와 앞으로 뛰어 나가는데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 중심에, 피를 흘리며 서 있는 석민이 보였어
" 오라버니! "
" 내, 너를 갖기 위해. 이렇게 무모한 짓을 했다. "
" 그게 무슨 말 입니까? "
윽, 한 손으로 피가 나오는 팔을 붙 잡으며 아픈지 미간을 찌푸리다가 표정을 풀곤 너에게 걸어 와 앞으로 쓰러지는 석민을 받아
칼에 베인 석민의 팔을 제 옷 고름을 풀어 감싸, 오라버니! 괜찮으십니까? 석민을 보니 눈물이 났어, 피 묻은 손으로 제 눈물을 닦아주던 석민은 희미한 정신으로 힙겹게 말해
" 나, 너에게 숨긴 사실이 있다. 윽, 넌 나와 같은 혈연이 아니다. 그러니, 나와 혼례를 치려다오. "
언제 소식을 들었는 지, 뒤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고. 너는 잘 걷지 못하는 석민을 데리고 깊은 산속으로 도망쳤어.
소박하고 작은 오두막집에서 서로 둘만의 혼례를 치르고 행복하게 지내던 중 아버지에게 들켜 석민은 옥으로 잡혀 들어가고 넌 궁으로 들어 와 세자의 후궁이 돼
세자는 석민을 죽일려고 했지만 너의 부탁으로 살려는 둬. 그뒤로 너는 가끔 밤에 석민이 있는 옥으로 몰래 들어 가 만날 순 있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동안이야.
" 마마, 지금 나가야 합니다! "
" 오라버니 아니, 서방님... "
" 난 여기에 잘 지내고 있소. 그리고 난 여전히 널 사랑하오. 오늘 밤도 무사히 잘자길 매일 기도하옵니다. 마마, "
손을 뻗어 제 손을 잡은 석민은 그대로 입을 맞췄어. 그리고 제 볼에 흐르는 눈물이 닦아줬어.
고문을 받는 너의 손은 아주 투박하고 거칠었지만, 그 누구보다 따듯한 손길이였지.
" 저도 사랑하옵니다. 오라버니... "
2. 이상한 나라의 우지
넌 잠이 들어, 근데 꿈 속에서 붕 떨어지는 느낌이 아니! 진짜 너의 몸이 붕 떨어지는 느낌을 받아.
눈을 떴을 땐 이상한 구덩이 안으로 너가 빨려 들어 가고 있었지. 너무 놀란 너가 소리를 쳐도 메아리만 들릴 뿐, 아무도 없었어.
그렇게 깊고 깊은 구덩이에 푹 빠지다가 환한 빛이 보이고 그 밑으로 떨어지니 푹신한 잔디가 있었어.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귀여운 남자애가 있었지.
안녕, 칠봉아. 헐, 제 이름을 알다니. 너는 놀라서 누구냐고 묻는데 어깨를 으쓱이더니 자리에서 일어 나 앞으로 걸어 가.
토끼 머리띠에 아장아장 걷는 모습에 귀여워서 혼자 풋 웃는데 자신을 보더니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짓곤 빠르게 걸어 가는데 저 토끼 소년을 따라 가지 않으면 혼자가 될까봐 너도 역시 빠르게 따라가는데 금방 사라져버렸어.
큰 나무들과 맑은 시냇물 앞에 주저 앉아 손으로 물장구를 치는데 옆에서 누가 톡톡 어깨를 쳤고,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이 너의 얼굴을 푹 찔렀어.
" 바보! "
막 비웃는 꼴이 아니꼬와 너가 고개를 돌리자 미안하다며 손바닥을 탁 치니 장미가 나왔고 너에게 보여줘, 너는 퉁명스럽게 뭐냐고 물어,
씨익 웃으며 제 손에 쥐어주곤 박수를 두번 치니 화관이 나왔고 자기 머리에 하나, 내 머리에 하나를 씌우더니 저를 잡아 일으킨다.
" 삐지지마, 내가 좋은 거 구경 시켜줄게. "
한 손에는 장미꽃을, 한 손에는 토끼 소년, 아니 분홍머리의 소년의 손을 잡고 걸어가던 중. 조그만한 카드 게임 방이 있다. 그 자리에 앉아 자신을 보며 분홍 소년이 말해,
내기 할래? 지는 사람이 비밀 알려주기 어때?
너는 이길 자신이 있다며 게임을 시작 했어. 한참을 하던 중, 너가 이길려고 할 때! 분홍머리 소년이 손으로 딱! 하더니 펑하고 사라지는 카드였어.
아 뭐야! 너가 째려보자 다시 이쁘게 베시시 웃는다.
" 어쩔 수 없네. 카드가 갑자기 사라지냐, 신기한 일이네. "
요망한 분홍머리의 행동에 너는 장미를 책상에 올리곤 소리쳐 이거 안해! 뒤로 휙 도니까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너의 머리 위에서 슝 고개를 내 밀곤 사뿐히 제 앞으로 넘어 오는 분홍머리에 놀라. 뭐야? 공중부양도 하는 분홍머리에 너는 정말 궁금하단 표정을 짓곤 누구냐고 물어.
그러자 개구쟁이 표정을 짓곤 저에게 말했지.
" 나? 모자장수 우지. "
그러곤 장미와 너의 손을 잡고 어디로 뛰어가는 우지의 행동에 너는 얼떨떨하게 따라 가, 우지는 해가 저무는 노을이 잘 보이는 언덕에 앉곤 너를 옆에 앉혔어.
그리곤 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선 그저 가만히 노을 지는 걸 보는데, 자꾸 너는 눈이 살살 감겨 잠이 오는 것 같아.
그런 자신을 쳐다 보던 우지는 고개를 푹 숙이며 한참 생각에 잠기는 듯 해. 넌 스르르 감기는 눈에 힘을 주며 우지를 쳐다 봤어
" 아까 게임에서 내가 졌으니까 알려줄게. 내 이름, 우지가 아니야. 이지훈이고,
넌 김칠봉. 나이는 나랑 비슷한 또래고, 현재 그 세계의 고등학생이지. 그리고 너가 이 꿈을 깨면 난 니 기억속에서 사라져. "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 듣겠다는 표정을 짓는 넌데 코가 찡하고 가슴이 아파 오면서 눈에선 눈물이 나
내가 왜 우는지 모르겠는데, 멈추질 않는 눈물에 우지가 닦아주며 너에게 환하게 웃어줘
" 울지말고, 내 말 들어. 니가 매번 기억을 못해도 난 여기서 기다릴게, 좋아해 칠봉아. 오늘도 잘자. "
너는 뭐에 홀린 듯 눈이 스르르 감겨, 눈을 떴을 땐, 아무것도 기억 안나는데 제 손에 장미만 있었어.
오늘도 또 이 꿈이구나 싶은 넌, 오늘 받은 장미를 화분에 꽂아. 그리곤 화분을 보곤 중얼거려.
" 벌써 100송이나 모았네. "
뭐야. 또 이렇게 보내는거야? 우지는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푹 숙였어.
" 나 하나도 안 슬퍼. 그냥 조금 아플 뿐이야. "
" 내일도 그 자리에서 기다릴거야? "
" 당연하지, 날 기억할 때까지, 기다려야지. "
" 너도 참 미련하다. "
3. 독립군 전원우
칠봉이가 5살 때쯤 부모님이 사고로 죽게 되고 아이가 없는 한 재벌집으로 입양 됐어. 그때 일본은 한국을 침략했고, 제 아버지는 모국을 버리고 친일파가 되기로 했는지, 마구잡이로 한국 사람을 때리고 죽이며 일본인들에게 잘 보일려고 노력했어. 너는 그런 아버지 몰래 한국 사람들을 도와줬어.
그리고 오늘도 역시 누군가 잡혀 왔어. 얼굴을 보니 나랑 동갑 정도 돼 보이는 남자였지 아버지는 그에게 무릎을 꿇게 하곤 말해
" 이름 전원우. 나이 20, 그 나이에 이런 거 들고 일본인들 테러하고 다니면 안돼. 얼굴은 반반하게 생겨 가지고, 죽고 싶지 않으면 너한테 이거 시킨 사람이 누군지 말해. "
" 더러운 놈들한테 제가 그걸 왜 말합니까. 차라리 죽이세요. "
그리곤 아버지의 얼굴에 침을 뱉은 너를 아버지는 사람을 불러 미친듯이 때렸고 넌 아무런 반항도 없이 그냥 맞고만 있었어.
한참을 맞았을까, 쓰러진 너를 데리고 몰래 창고로 들어 와. 누워 있는 너의 얼굴에 손수건으로 피를 닦고 약을 바르던 중, 눈을 뜨던 너는 기분 나쁘다는 듯, 제 손을 쳐내.
괜찮아? 우리 아버지 때문에... 미안해.
아버지 대신 사과 하는 제 말을 무시한 체 퉁퉁 부은 몸을 이끌고 일어나는 널 봐.
너 역시도 자리에서 일어 나 까치발로 상처 난 눈가에 손수건으로 닦아 줬어.
자신을 내려다 보는 모습과 가까운 숨결에 숨이 막혔어. 하지만 너의 시선을 무시하고 뒤로 돌아서 나갈려고 하는 그를 너는 붙잡았지.
" 지금은 나가면 넌 또 맞을거야. 여기서 조금만 기다렸다가 가. "
" ... "
그렇게 같은 공간에서 너와 원우는 같이 있었어.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때 멀리서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이대로 들키면 원우가 죽을까봐 주위를 둘러보다 제가 먼저 나갔다.
" 아가씨! 여기서 뭐 하세요! "
" 아 유모... 나 뭐 찾을 게 있어서.. 헤 "
" また、韓国人に助けてくれるんしゃないでしょう? (또, 한국인들 도와준 건 아니죠?) "
" 違うよ。 先に行って。(아냐. 먼저 가 )"
휴. 한숨 돌리고 다시 창고로 들어오니 너를 보고 웃고 있는 원우를 발견 해. 응? 갑자기 올라오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팍 숙이니, 저에게 이제 그만 가보겠다며 자리를 뜨는 행동에 붙잡지도 못하고 그저 보내버렸어. 못된 생각이지만 다시 붙잡아 와서 자신이 치료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어. 하지만 그 뒤로 원우는 다신 찾아오지도 않았고, 우리 아버지는 점점 미쳐갔었지.
그리고 오늘, 방송이 울렸어.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아버지는 짐을 싸기 시작했어.
정확하게 말하자면 현금과 금들이였지.
" 여기 이 차는, 짐을 포함해서 3명 밖에 탈 수 없어요! "
아버지, 저,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를 지켜 줄, 총잡이 한 분 중, 한 명은 타지 못했고, 제 아버지는 잔인했어. 자신을 가차없이 버리고 차에 올라탔지.
아무도 없는 빈 집안에 혼자 방안에 앉아 있었고, 제 집으로 쳐 들어 온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를 찾기 시작했고 결국 너의 방 문 앞까지 왔어.
죽었구나. 모든 걸 포기한 너의 머리체를 잡고 밖으로 막 끌기 시작했어. 아버지가 있는 곳을 말하라고 했어도 너는 모른다고 대답 할 수 밖에 없었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까지 끌려와 욕을 먹고 저를 때릴려고 할 때 누군가가 자신의 손목을 잡았고 고개를 들어보니, 그때의 너였다.
가자. 원우의 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웅성 거렸고, 그런 너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제 손을 잡고 일으켜 앞으로 걸어 갔어
너는 눈물이 났지만 참고 원우의 손을 더 꽉 잡았어. 이 손을 놓으면 안될 것 같아서, 더 꽉 잡았지. 부모님한테 버려져 이젠 정말 혼자 남아서 사람들한테 맞아 죽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찾아와줘서 구해줘서 너무 고맙고 제 처지가 너무 슬퍼 울었어
계속, 소리내면 욕 먹을까봐 울음을 막으면서 혼자 훌쩍 거렸지. 제 앞을 걸어 가고 있던 원우가 어느 작은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어. 마루에 앉히곤 저에게 무심한 듯,
" 다친 데는 없어? "
" (끄덕) "
" ... "
" 고마워, 우리 아버지는 너한테 못됐게 했는데, 미안해. "
너의 말에 원우가 앞에 주저 앉아 너를 올려다 봐
" 왜 울고 그래, 넌 잘못한 게 없는데. 울지마, 못난 얼굴 망가져. "
제 눈물을 닦아주는 다정한 손에 더 크게 펑펑 울었어. 자신을 안아주는 모습에 그저 까만 옷깃을 잡고 울었지
울다가 지쳐 잠 들었는지 눈을 떴을 땐, 까만 방에 저 혼자 누워 있었지, 조그만한 달빛에 비친 방안에서 널 찾을려는데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문을 열려는데 문이 안 열려, 누가 밖에서 문을 잡고 있는 것 같아서 너는 문에 귀를 대고 대화 내용은 엿들었어.
" 어쩔 생각이야, 전원우. "
" 쟤는 나 다쳤을 때 살려 준 애라고, 그래서 나도 그랬던거고, "
" 그럼 여기다 숨겨 두겠다고? 미쳤어?! 너도 알잖아. 사람들 지금 너랑 저 여자만 찾는 거! "
" 조용히 해, 다 듣겠다. 내가 알아서 할... "
" 저기 있다! "
한 순간이였어, 갑자기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문 밖에서 원우와 싸우는 목소리가 들려,
그러자 원우는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고 하며 방안으로 들어왔고, 칼을 손에 쥔 원우의 모습에 너는 자리에 주저 앉아.
너에게 다가와 칼을 넘겨주곤 맞잡은 두 손으로 원우는 자신의 배를 가차없이 찔렀어, 제 손에 묻은 피에 너는 더 크게 울어, 그리곤 피가 나오는 원우의 배에 손으로 막아
" 이건,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야. "
" 윽... "
" 안돼. 안돼, 이건 아니잖아! 안돼... "
" 미안해. 차마 내 손으로 널 죽일 순 없었어. 그때 한번이라도 찾아 가지 못해서 미안해.
사실 그 뒤로 계속 보고 싶더라. 칠봉아. 사랑해. 지켜 주지 못해서. 먼저 가서 미안해, 너무 빠르게 오지는 마. 그곳에서 기다릴게. "
저 대신 죽은 원우에, 아니 저를 죽이지 못해 자살을 한 원우를 껴 안고 계속 울다가 너도 따라 자살을 해
" 괜찮아요? 정신 좀 차려봐요! 야, 전원우 이 미친새끼! "
" 이것 좀 옮겨봐요! 뭘 그렇게 봐요! 사람이 죽어가잖아!!! "
아까 원우와 이야기를 하던 친구에게 발견 된 나와, 원우였고 치료를 해 너는 살았지만, 원우는 살지 못했어
그렇게 너는 충격에 말을 하지 못했어
" 칠봉씨 어디가요? "
" ... "
" 원우 보러 가구나. 잘 다녀와요. "
그렇게 너는, 매일 원우가 묻혀 있는 그곳에 가서 기도를 하며 하루를 보냈어.
최대한 빠르게 만나자고, 최대한 빠르게 당신에게 가겠다고.
4. 뷰티인사이드 이수가 아닌 지수
너는 20살 이후로 자꾸 얼굴이 바뀌는 병에 걸렸어. 인터넷에 쳐봐도 나오지 않는 병이였고 병원에 가기도 무서워 그냥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지.
유일한 친구 한명을 빼고, 친구는 제 얼굴이 변하는 걸 싫어 하지 않았고 자신을 위로해줬어, 그런 친구가 또 있을까, 다시 혼자가 되지 않을까 무서운 너는 더 외로워 했고, 밖으로 나가기 싫었지.
작가가 직업인 너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번이라도 써 볼까 했지만 요즘 세상에 로맨스도 없는 이야기를 누가 재밌게 보냐는 생각으로, 가상의 인물로 대리 만족하고 그랬지.
어느 날, 친구가 밖에 나가지 않는 나를 탓하며 밖에 좀 나가라고 쓰레기를 버리러 가라고 했고 너는 아무 말도 못하고 거울을 봤어. 없던 앞머리가 있는 소녀같은 얼굴이였지.
나름 만족하며 쓰레기를 들고 엘베를 타고 내려 가 분리수거를 하고 1층에서 엘베를 타고 문을 닫을려는데 누군가 급하게 뛰어 와 제 옆에 서. 키가 엄청 큰 남자였어.
안 타요? 예? 타야죠! 타야죠... 잘생기고 달달한 목소리에 너는 잠깐 정신을 놓을 뻔 했지. 여기 살아요? 이름이? 라며 말을 거는 그에게 김칠봉이요 라고 하곤 웃어주었어.
여기에 산다고 말해도 이 얼굴은 내일이면 없어 질 거니까. 근데 왜 안 내리지? 이런 생각으로 제 층수만 보고 있는데 같이 내린다.
그리곤 자기 집 쪽으로 가다 저를 획 돌아보며 혼자 무슨 생각을 하다가 저를 보며 씨익 웃곤 브이를 한다.
" 자. 찍어. "
??? 뭔 소리래?? 너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지나쳐 집 앞에서 서서 비번을 치고 들어가기 전 어깨를 으쓱이며 그 남자를 쳐다보니 민망한 듯 자기 집으로 들어 가,
아 근데 저렇게 잘생긴 사람이 옆집이구나... 친구에게 말하니 몰랐냐며 아이돌 조슈아가 옆 집에 산다고 말해줬어. 방에 들어가 인터넷을 쳐보니 꽤나 팬도 많았고 상도 많이 받은 인지도가 높은 그룹의 멤버였어. 숙소에서 독립하고 혼자 여기 살며 최근에 사생 때문에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 나를 사생으로 알았구나...
어차피 내일이면 얼굴도 모르는데 라고 생각하고 또 제 얼굴의 사진을 찍고 잠에 들었다. 아침이 되자마자 거울을 보니 어제와 완전히 다른 쭉쭉빵빵한 몸매에 긴머리의 청순한 얼굴을 가진 여자가 되서 이정도면 엄청나게 기분 좋으니 거리를 좀 걸어 볼까 싶어, 옷을 갈아입고 준비를 하고 나가는데 앞 집에서 누가 나온다.
????? 남자는 너를 지나치면서도 계속 쳐다본다. 시선을 무시한체 앞만 보는데 문을 한번 나를 한번 보다가 여기 사세요? 라고 묻는 너에게 나는 웃으며 네 라고 하니 손으로 어제 작은 꼬맹이는 어디갔냐고 물어보는 너에 당황한 나는 동생이라며 웃었다.
고개를 가우뚱 하더니 다시 폰을 만지며 우리 사이엔 정적이 일어났다. 웬만한 남자들은 다 저를 보며 힐끗 거리는데 그 남자는 고개를 그저 푹 숙이며 자기 할 일만한다. 특이하네,
그 뒤로도 자주 마주 치는데 하루마다 얼굴이 바뀌는 자신을 보며 정말 모르겠다고 쳐다본다.
" 저기 죄송한데,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요. "
" 네? "
" 저 작은 집에 몇분이서 사는 거에요? 아니 그리고 나머지 분들은 왜 안보이고 나올때마다 다른 분인지... "
" 그게 무슨 말이죠? "
" 혹시... 화장을 진짜 잘 하시는 건가요? "
이건 뭐 엉뚱한 소리야? 정말 모르겠단 얼굴로 쳐다보는 나와, 더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쳐다보는 너의 모습에 그냥 푸스스 웃고 집에 들어 가.
그리고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기다리고 있던 그 남자는 애기가 나왔다가, 어른이 됐다가 다시 할머니가 나오고 그러는 모습에 모르겠다는 얼굴로 얼굴이 바뀐 20대 후반정도로 도도하게 생긴 너만 쳐다 보다 저에게 걸어왔어.
" 저기 사실, 그 이만한 꼬맹이 있잖아요. 어디 갔어요? "
" 네? "
사실은 그게, 구구절절 그냥 그 꼬맹이가 좋았다고 해. 어차피 그게 나니까. 너는 그런 지수가 귀여워 푸스스 웃었고, 넥타이만 만지며 우물쭈물하는 지수에게 말해
제가, 그 앤데요?
네?
놀란 지수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 자신의 병을 말했고, 무서워 할 것 같던 지수는 오히려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더니 씨익 웃으며 진짜냐고 물었고 너는 진짜라며 보여주겠다며 집으로 이끌었어. 집에 들어 와 자신이 매일 찍었던 앨범을 들어 보여주니 지수는 그냥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 그 동안 고생 많았겠어요. "
빤히 쳐다보는 얼굴에 그냥 너는 눈물이 났어, 이해하는 사람은 유일하게 한명뿐이였는데... 이 외롭고 깊은 웅덩이에 큰 파동이 일어났어.
울고 있는 저를 달래주는 지수는 저에게 은인 같았지. 언제나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 친구가 배신 하면 어쩌지라는 불안을 한 순간에 날리게 해 준 지수였거든.
제 아픔을 치료해주던 지수와 나는 사귀게 되었어. 연예인 신분으로 이제 활동기로 접어들어 바빠 만나지 못했지만 너가 팬싸도 가고 공방도 뛰고 밤에 가끔 몰래 만나기도 하면서 즐거운 한달을 보냈지.
하지만 제 얼굴이 바껴 매번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지수에 알아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지만 참고 참아서 너가 먼저 그의 차에, 또는 그의 집 앞에 가고 그랬지.
그런데 이런 행복도 얼마 가지 못했어. 바쁜 스케줄로 못 만난지도 어느세 3주가 넘었고 연락도 잘 되지 않았어, 연락이 되도 짧은 답에 신경이 쓰였지.
어쩌다 가끔은 어린애나 할머니로 변하는 모습에 찾아가지 못할 땐 인터넷으로 지수의 영상이나 사진을 볼 수 밖에 없었어. 그게 되게 비참했었거든, 제 애인인데. 영상으로 볼 수 밖에 없어서 더 비참했거든.
그리고 오늘 집 앞에서 한 없이 기다리다가 만난 지수는 피곤해 보였고 자신에게 한 없이 차가웠지.
" 안자고 여기서 뭐해 "
" 너 기다렸잖아. "
" 누가 기다리라고 했는데? 또..! 아니다... 집에 가라. 하아- "
" 왜그래? 진짜! 피곤한 건 알겠는데 심한 거 아니야? 나 여기서 너 1시간 넘게 기다렸어. "
" 그러니까 누가 기다리라고 했냐고! "
소리치는 모습에 충격받아 쳐다보니 지수는 울고 있었어. 지수가 자신 때문에 울고 있었고, 너는 마음 아팠지만 그 눈물에 어이가 없었어.
내가 울고 싶은데, 울어야 하는 건 난데, 니가 왜 울어... 나쁜새끼, 그래 헤어지자.
지수를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 가, 그 뒤로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왔고 지수는 이사를 갔어. 너는 이제 마음의 문을 닫고 더 깊은 웅덩이로 빠졌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좋아하던 소설도 쓰지 않았지.
그렇게 하루 하루를 힘들게 살던 중, 친구가 급하게 집에 들어와서 노트북을 들이 밀었어. 뭔가 싶어서 인터넷을 보니, 세상은 너의 이야기로 떠들석 했어.
-조.슈아 알고보니 바람둥이?
-조.슈아 열애설. 하지만 상대는 여러명?
- 조.슈아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야. 팬들도 등 돌린 조.슈아의 여자사랑?
- 열애설에서 결별설까지, 여론 반응 '싸늘'
- 조.슈아 입장 밝힐까? 소속사측 '당사자에게 알아 보겠다.'
-조.슈아 모르쇠 귀 닫고 눈 닫아. 팬들만 오빠 믿어요!
수 많은 기사를 클릭하고 들어가보니 온통 자신과 함께 있는 지수였고 나 때문에 지수의 이미지는 바닥을 쳤어. 다 자신 때문이였어.
너는 이제서야 생각이 났어, 그때 지수가 왜 울었는지. 넌 죄책감에 울었고, 지금이라도 지수에게 연락 할려고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어.
친구는 자신이 증인으로 나온다고 유포자를 잡자고 했지만 이미 크게 벌려진 판이였고 수습을 할 방법은 제가 나서는 것 밖에 없었다.
소속사에게 너가 먼저 연락을 했고, 우선은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는 소속사에 알겠다고 말하고 하루 하루 바뀌는 제 앨범을 들고 문 앞을 나오는데
저를 보며 환하게 웃는 지수가 보였어. 그 누구보다 다정한 얼굴로 제 머리르 쓰다 듬으며 쳐다 봐.
" 사람들은,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이 나타나면, 누군가 끝을 볼때까지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고 나와.
그런 세상에, 넌 너무 약하고 여려. 내가 다 막을게, 내가 다 견딜게... 그러니까. 칠봉아 그런 결정 안해도 돼. "
그리고 예전에 우리가 사랑했던 그 순간처럼 꽉 안아줬어, 따듯했어, 너무 따듯하고, 그리웠어 너가, 그 품에 안겨서 난 다시 울었고 지수는 가기 전, 너에게 귓속말을 하고 돌아섰어. 너는 그 말을 듣고 다시 집으로 들어 가 소설을 쓰기로 마음 먹었지.
넌 너의 이야기를 쓴 소설로 큰 히트를 쳤고, 지수는 소속사의 힘으로 기사는 묻혔고 좋은 노래로 컴백해서 다시 열심히 활동을 했어.
여전히 난 얼굴 없는 작가고, 그는 유명한 아이돌로 우리 사랑은 소나기처럼 빠르게 지나갔어
귓속말로 한 이야기는 책에서도 아직 안 나왔고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했었지.
하지만 너는 말 하지 않았어. 그저 아름다운 첫 사랑이였으니까.
" 칠봉작가님! 그 남자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모든 독자들이 궁금해해요! "
" 그게 알려지면 제 소설이 재밌을까요? "
" 아 그렇네요! 열린 결말을 일부러 노리신거구나! 아. 그럼 다른 질문, 작가님은 현재 얼굴 없는 작가잖아요. 언제쯤 얼굴을 보여 주실 거에요? "
" 그것 역시도, 제가 알려지면 이 소설이 재밌을까요? "
" 아, 작가님 센스쟁이시네요.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해주세요. "
"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전화나, 소포를 보내요. 사실이냐고. 글쎄요. 그저 한 판타지일 뿐일까요? 하하. 제 소설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그리고, 마이 J. 넌 내 최고의 사랑이였어. 여전히 넌 내게 최고야. 잘 지내. "
" 야, 지수야. 이 작가! 드디어, 인터뷰 했다는데? "
" 무슨 작가요? "
" 그 얼굴 없는 작가 있잖아! 매일 얼굴 바뀌는 걸로 대박 친 얼굴 없는 작가. "
' 그리고, 마이 J. 넌 내 최고의 사랑이였어. 여전히 넌 내게 최고야. 잘 지내.'
뭐야. 이거 완전 사실 아니야? 인터뷰를 듣고 있던 지수는 씨익 웃었어.
" 그러게요. 사실인 거 같네요. "
5. 같은 병실 순영
넌 어렸을 때부터 심장이 안좋아서 학교도 한번도 가본적 없었어. 어릴 때 추억이라곤, 같은 병실이였던 할머니와 고스톱을 치던 것 뿐이였지.
최근에 유독 혼자라는 우울함이 큰 넌, 한번의 자살시도를 했었어 그러나 금방 간호사 언니에게 들켜 치료를 받고, 1인 병실로 옮겨졌지.
멍하니 창문만 보며 뛰어 내릴까라는 생각을 하던 중에, 저에게 다가 온 남자가 이마에 손을 댔어. 놀란 너가 쳐다보니 사복을 입고 있는 남자였지.
" 새로 오신 환자분? "
" 아, 네. "
" 어디가 안 좋으신데요? "
" 심장이요. "
" 아 그렇구나, 혈액형이? "
" B형이요. 근데 누구세요? "
제 말에 그저 웃는데, 간호사 언니가 급하게 뛰쳐 들어 와 소리쳤어! 권순영! 또 너 환자복 안 입고 죽을래?
간호사 언니의 말에 놀라 너를 쳐다보니, 씨익 웃어.
" 들켰구만. 하핫. "
응? 뭔 소리지? 제가 인상을 쓰고 빤히 쳐다보니 손을 내 밀어. 그 손만 빤히 쳐다보니 제 손을 억지로 잡고 흔들어.
반갑다 친구야! 난 권순영이고 넌 김칠봉 맞지?
어, 근데 넌 왜 입원했어?
어? 어, 그냥 잠깐 입원한거야.
부럽네...
그 뒤로도 자주 내 병실에 놀러 와 학교에 있었던 일, 자기가 겪었던 사회생활을 이야기를 해주며 점점 순영은 저에게 커져갔어.
이제는 제 시간에 맞춰서 순영이 안오면 투정도 부리고, 순영이 제가 먹으면 안되는 기름진 음식을 들고 와 몰래 먹다 들켜서 혼나도 재밌었어.
권순영은, 병원에서의 나의 유일한 오아시스였어.
" 으, 추워! 넌 추운데 옥상에 왜 올라오냐? "
" 그나마 제일 세상이랑 가깝잖아. 갑갑한 병원이 아닌 다른 세상이랑 "
" 으이구, 병신. 바다 좋아해? "
" 바다를 누가 안 좋아하냐? 본 적 없지만 좋아해. "
" 가자. 바다. "
그렇게 순영의 발언에 우리는 간호사와 의사 몰래 우리끼리만의 여행을 준비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새벽에 눈을 떠, 오랜만에 사복으로 갈아 입고 병실을 나와 순영의 병실로 들어갔어.
가만히 자리에 서서 뭘 보던 순영은 저의 인기척에 놀라 쳐다보다 급하게 그 종이를 숨겼어.
" 뭐야 그거? "
" 어? 아무것도 아닌데? "
" 근데 뭘 그렇게, 숨겨? "
" 아니. 그냥. 학교 숙제! 나 입원한 동안에 쌤이 준 숙제야. "
" 아 뭐야, 빨리 가자 언니들이 눈치 채겠어! "
" 가자. 칠봉아. "
사복을 입은 순영은 병실의 순영과 다른 느낌이라 조금 새로웠다. 제 손을 잡고 몰래 병원을 나와 자신이 잘 가는 김밥천국으로 데리고 가 간단하게 김밥을 챙겨 나왔다.
기차를 타고 안에서 계란도 까먹고 게임도 하고, 이어폰으로 서로 노래를 들으면서 가는 길은 제 아픔을 잊고 마치 평범한 학생이 된 듯한 기분에 너무 행복했다.
바다다! 바다가 보이자마자 바로 뛰었어,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 아픔이 아니라 벅참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음에 행복했어.
" 권순영 뭐해? "
" 야 너 완전 화보다, 진짜 이쁘게 나온다아! "
빨리 와! 카메라를 들고 나를 찍는 너에게 물을 뿌렸고, 순영은 옆에 카메라를 내려 놓은 체 제 옆으로 뛰어왔다. 서로 빠트릴려고 장난도 치고 미역을 던지고 가는 순영을 따라 가다 심장이 아파 고꾸라져도 행복해서 이 평범함이 너무 좋아서 웃었어.
해가 중천에 떳을 쯤, 우린 바다 앞 편의점에서 핫초코를 사고 벤치에 앉았어. 따듯한 핫초코가 차가운 내 몸을 녹여줬어.
" 저기, 칠봉아. "
" 응? 야 권순영, 우리 또 오자! "
" 어? 어. 좋아. "
" 그래서 내 이름 왜 불렀어? "
" 어... 그냥, 같이 살자고. "
어? 갑자기 훅 들어오는 너의 고백에 어색해져서 자리에서 일어났어. 나 조금만 더 놀다 올게! 나에게 손을 흔들고 카메라를 만지는 순영을 지나쳐 바다로 가, 발도 담궈보고 모래에 글도 써보고, 바다 사진도 찍던 중, 간호사 언니한테 전화가 왔어. 헉 우린 죽었다. 핸드폰을 들고 순영에게 뛰어가는데, 벤치에 축 늘어진 순영이 보였어.
" 야 권순영... 자? 야... 장난 치지말고 일어나봐. "
" ..... "
" 야... 저기요, 저기요!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 누가 도와주세요!!! "
너는 얼음장 같이 차가운 순영의 몸을 흔들었어. 툭 떨어지는 순영의 손에, 너무 놀라 간호사 언니한테 전화를 하니, 언니가 119를 부르라고 했어. 119를 부르고 순영이 들것에 실려 갈 때까지 옆을 지키고 있다가, 갑자기 온 쇼크에 넌 쓰러졌어. 눈을 떴을 땐, 제 앞에 있는 건. 순영도 아닌 제 부모님이였어.
엄마 순영이는?
칠봉아. 없어, 순영이는 이제 여기 없어. 순영이는 여기 있어.
엄마가 가르킨 곳은 제 심장이였고, 나는 놀라서 쳐다 봤어. 설마 싶었어. 놀라서 쳐다보니 엄마가 종이를 내밀었어. 그건, 순영이 어제 보고 있던 종이였어.
장기기증? 심장이식자... 권순영... 김칠봉... 아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야. 이렇게는 안되는 거잖아. 너는 그 종이를 껴 안고 울었어.
제가 쓰러진 사이에 순영은 숨이 끊겼고, 멈춘 심장을, 저에게 넘겨주고 순영은 죽은 거 였어.
" 엄마는 아니라고 했어야지. 엄마가 말렸어야지!! "
" 칠봉아 잠시만, 잠시만 이야기를 들어봐! "
" 흐읍, 흐... 아아... 엄마!!! 난 왜, 난 왜 살아 있는데!!! 난 살리면 안됐잖아. 나만 이렇게 살면 안되잖아... "
엄마가 저를 껴 안았어. 너는 멈추지 않는 눈물에 따끔한 심장에, 그냥 펑펑 울기만 했어.
엄마는 저를 껴 안고 같이 울어줬어. 미안하다고 엄마가 미안하다고 같이 울었어.
"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
" 나 그냥 죽였어야지! 나 그냥 이렇게 죽게 나두지!! 같이 죽게 나두지!! "
결국 탈수증세로 쓰러진 나는 눈을 떴을 땐, 또 다시 혼자가 되었어.
순영과 같이 놀던 병실은 허전했고, 조용했다.
서랍을 열었다. 순영이 저에게 준 과자를 볼려고 했는데 안엔 카메라가 있었다. 순영이껀데, 전원을 키니 딱 켜지는 화면에 놀라 쳐다봐
" 큼. 안녕. 칠봉아. 니가 이걸 봤을 땐, 너랑 나랑 하나 되서 같이 있겠다. 어쨌든! 내가 좋은 소식 하나 나쁜 소식 하나 이렇게 있는데, 뭐부터 들을래?
야 니 심장이 그러는데, 좋은 소식부터 듣는데, 좋은 소식은... 이제 너가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거야.
자. 다음 나쁜 소식... 음... 내가 이제 옆에 없다는 거야. 또, 나쁜 생각 하지말고. 이제 니 심장엔 내가 사는 거니까, 함부러 멈추게 하지마. 잘 지내 칠봉아"
넌 그 영상을 다 보고 그대로 카메라를 안고 울었어. 진짜 죽지 않을 만큼만 딱 펑펑 울었지.
같이 살자는 말이 이런 뜻이였다면, 그 앞에서 거절할 걸, 다른 의미로 심장이 아파 와
6. 전 애인 승철이
넌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어. 엄마가 홀로 나를 부족함 없이 키웠지만 넌, 아버지의 빈자리가 컸어.
어릴 땐, 몰랐는데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족이란 구성원이 사회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어.
" 내가, 너의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니 남자친구 빈자리도 채워 주면 안돼? "
그때 너를 위로 해 준 건, 엄마도 아닌 남자친구인 승철이였지. 저를 항상 챙겨주고 제 사소한 신경 변화에도 알아 봐주는 아빠 같은 남자친구였지.
그렇게 우린 꽤 오래 사겼어. 권태기도 아무 탈 없이 잘 넘겼고, 항상 서로를 먼저 생각하고 여전히 처음처럼 사랑해주는 사이였지.
요 근래에, 승철이 변했어.
자신의 연락도 잘 안 받고, 만날려고 하지도 않고 만나면 그냥 폰만 보고, 뒤 늦게 온 권태기인가 싶지만 저와 풀려고 하지 않는 태도에 미칠 것 같았어.
답답한 마음에 혼자 멍하게 재미 없는 티비를 보고 있는데 조심스럽게 제 옆에 앉는 엄마의 행동에 웃었어.
" 우리 엄마 뭘 그렇게 비밀이기에, 이렇게 조심히 내 옆에 앉았을까? "
" 그게 아니라, 칠봉이는 새 아빠 생기면 어떨 거 같아? "
" 진짜? 와! 나야 좋지! 남자 친구야? "
" 얘는, 엄마나이에 남자친구가 뭐야, 그냥 좀 만나는 사람... "
" 대박! 축하해 엄마! 좋은 사람이야? "
그럼, 하고 웃는 엄마의 얼굴에 수줍음이 비쳤고, 그런 엄마의 모습에 저도 웃음이 나왔어. 좋은 사람, 승철도 제게 좋은 사람인데.
딸, 이 늦은 시간에 어디가?
아. 잠깐 나갔다 올게! 금방 올거야.
빨리 들어 와야 해.
고개를 끄덕이곤 지갑을 챙겨 밖으로 나가 택시를 탔어. 너의 집 앞에서 내린 뒤 벨을 눌렀어. 집에도 없으면 어쩌지? 제 걱정과 다르게 누구세요. 라는 승철이의 목소리가 들렸어. 반가움에 저는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어. 하지만 문을 연 승철의 표정은 그게 아니였어.
" 추운데 왜 왔어? "
" 그게... 너랑 연락이 안되니... "
" 하아. 그냥 헤어지자. 그게 너랑 나를 위한 것 같다. 빨리 집 들어 가. "
승철의 표정을 차가웠고, 승철의 말은 날카로운 창이 되서 저를 쿡쿡 찔렀다. 쾅! 닫히는 문만 빤히 보다 그대로 주저 앉아서 울었어.
회색의 두꺼운 문보다 제 얼굴을 감싸쥐는 얼음장 같이 차가운 제 손보다 너의 말이, 너의 표정이 더 아파서 그냥 엉엉 울었어
혹시나 니가 들을까봐, 내 울음소리를 듣고 나에게 와서 다시 미안하다며 안아줄까봐, 그러나 한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없는 집처럼 조용했어.
-딸, 어디야?
" 나... 지금 갈거야. "
- 목소리가 왜 그래? 울어?
" 아니, 그냥... 추워서. "
- 빨리 들어와. 엄마가 맛있는 된장찌개 해놨어.
" 응. "
전화를 끊고 차가운 바닥에 한 시간동안 앉아 있어서 얼어 있는 몸이 무겁다. 무거운 몸을 이끌어 집으로 갔을 땐, 엄마는 누군가와 통화 중이였어.
그 모습은 마치 우리 연애 초기의 모습 같아서, 너무 행복해보여서, 그냥 현관에 가만히 서 있었어.
딸! 언제 왔었어? 라는 엄마의 말에 그냥 웃어보였지. 새 아빠 만나러 갈래? 설레보이는 엄마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어.
그래, 내 사랑 끝났다고. 엄마의 사랑까지 끝낼 순 없잖아...
" 안녕하세요. 최승철 입니다. 이제 어머니라고 불러야 하나요? "
이게 뭔 일인지, 왜 내 새아빠란 사람 옆에 니가 앉아 있는지, 그리고 왜 나 빼고 다 아무렇지도 않은지, 왜 나만 아픈건지...
이해 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였어, 우리 엄마에게 어머니라고 부르며 웃는 너의 얼굴과, 아들은 처음이라며 수줍어 하는 모습에 고개를 떨어트렸어.
현실이구나. 허벅지를 꼬집고, 입술을 피가 나오도록 꽉 물었는데 잠에서 깨지 않아. 이건 현실이구나...
칠봉아. 아빠한테 너 소개 해야지.
아, 김칠봉입니다. 아...아버지.
너무 잔인한 현실에 저도 모르게 나온 눈물에 그저 입술을 물고 눈물만 흘렸어.
내 눈물에 당황한 엄마가 왜 우냐며 달래주는데, 제 앞에 앉아 있는 승철의 표정이 너무 아파서 제 입에서 나온 아버지라는 말이 아파서 울었어
왜 울어 우리 딸, 이라는 엄마의 말에 그냥 너무 행복해서 운다고 둘러대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어.
" 야. 김칠봉. 그만 울어... "
" 알고 있었지? 그래서 나한테 그랬던거지? "
" 응. "
" 넌 왜 덤덤한데? 넌 왜 혼자 정리 하는데? 나한테 조금이라도 알려 줄 수 있었잖아. "
" 그럼, 너희 엄마가 행복 할 수 없잖아. "
" 뭐? "
" 니 소원이, 너희 엄마가 행복 하게 사는 거라며, "
이것 마저 나를 위한 선택인건가 싶어 더 눈물이 났어. 승철은 다정히 저를 안아줬어. 하지만 멈추지 않는 눈물에 승철의 어깨를 때렸어.
이렇게 니 품이 난 좋은데, 지금 날 보고 이렇게 뛰는 심장인데, 넌 왜 부정하는데, 왜 그러는데?
" 나 사랑해? "
" 아니. "
" 나 안 사랑해? 이렇게 심장이 뛰는데? "
" 이제, 우리 사랑 못해. 가족이잖아. "
승철은 제 등을 토닥였어. 이것 또한, 그냥 지나 갈 일인거라며. 달래주는 승철이 입이 미웠어.
그 뒤로 나를 뺀 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결혼식까지 준비를 마쳤어.
새 햐안 드레스를 입은 우리 엄마는 너무 아름다웠고, 승철의 아버지는 멋있었어.
행복한 결혼식에 모순되게 저 혼자만 슬펐지.
" 우리 엄마 이쁘다. "
" 응. "
" 두 분, 진짜 행복해 보인다 그치? "
" 그러게, 우리가 설 수 있는 자리였는데. "
제 시선을 피하는 너는 너무 미웠고, 현실이 더 미웠다.
우리에겐, 현실이란 벽이 너무 커서 아프다.
7. 남자친구 최한솔
넌 남자친구도 있었어. 너에 대해서 무조건 관대하고 너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해주는 남자친구였지.
너 역시도 그런 남자친구를 사랑했지만, 제가 하는 투정을 다 받아줘서 너무 편해서 막 대하기 시작했어.
어제는 놀이공원을 가기로 했는데, 하필이면 비가 와서 실내만 운영을 했었지. 그때 넌 짜증 났어, 기대하던 놀이공원인데..
" 아 진짜! 왜 하필 이런 날짜에 잡은거야! "
" 그러게, 내가 오늘 비온다고 했잖아. 짜증 그만내고 실내꺼라도 타자. "
" 아 몰라! 아 기분 나쁘다고! "
" 나보고 어떡하라고? "
" 몰라. 불만이면 나랑 헤어지던지! "
" 내가 그 말 하지말랬지? "
정색하는 너에게 메롱 하며 뒤로 돌아 벤치에 앉았어. 한숨을 쉬던 너는 내 옆자리로 와 최대한 밝은 얼굴로 제 손을 꽉 잡아.
그래도, 돈 내고 왔으니까 여기서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
됐어 안 놀래.
응? 사람도 별로 없어서 많이 탈 수 있겠다.
여전히 난 너에게 화를 냈고, 넌 당연하다는 듯이 나를 달래줬어. 제가 쳐낸 손을 더 꽉 잡으며 웃었어. 그런 너를 보며 나도 따라 웃었지.
그게 우리는 편했으니까, 아니 난 그게 편했고 당연하다고 생각 했으니까
" 맛있어? "
" 응. 넌 안 먹어? "
제 말에 그냥 웃으며 안 먹어 돼, 라는 너에게 다시 웃어 보였어. 우리는 이런 게 평범한 데이트라고 생각했어.
오늘도 역시 밤에 불꽃놀이 하러 바다로 놀러 가기로 한 뒤, 넌 한 껏 꾸미고 한솔이가 당연히 데리러 온다고 생각했지.
머리에 고데기를 하며 틴트를 바르고 있는데,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에 보니 한솔이였어.
미안해, 나 감기에 걸려서 못 갈 거 같아. 그게 무슨 말이야? 날이 선 제 말투에, 화내지 말고 라며 달래는 말투도 짜증나고 아무것도 듣기가 싫었다.
너가 아픈 것 보단, 그저 제 짜증에 눈이 멀어서 너에게 더 날이 선 말투로 대답해.
" 나 준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지금 전화 와서 뭐라고? "
- 미안해, 진짜 너무 아파서 그래..콜럭, 큼. 아...
" 아픈데, 나한테 이렇게 전화 할 힘은 있고? 진짜 어이 없다 최한솔. "
- 하아.
" 뭔 말이라도 해봐. 짜증나게 진짜. "
- 아냐, 가자. 나 지금 준비할게.
" 됐어. 너도 나랑 사귀는 거 질려서 이러는 거잖아. 우리 헤어지자. "
- 김칠봉, 너 내가 사랑하는 거 왜 그런 말을 해...
" 됐어. 끊자. "
최한솔의 마지막 말이 제 맘에 걸렸지만, 다시 나에게 올 걸 알기에, 다시 나한테 달려 올 걸 알기에 그냥 무시하고 전화를 끊었어.
다시 오겠지? 나머지 고데기를 하고 쇼파에 앉아서 너가 올때까지 기다렸어. 폰을 손에 쥐고 너의 연락만을 기다리던 중, 너에게 전화가 왔어.
" 여보세요? 지금 나... "
- 최한솔씨 보호자 되시나요?
" 네, 여자친군데 누구세요? "
- 여기 느루 병원인데요. 교통사고를 당해서, 입원수속ㅇ...
넌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어. 교통사고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지? 장난이지? 그러나 현실은 잔인 했고, 저를 찾는 의사에 저는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았어.
병원에 들어가 응급 수술실 앞에 서서 굳게 닫힌 문 앞에 주저 앉았어. 나 때문이야? 나한테 오다가 그런거야? 왜 그랬어, 천천히 와도 되는데, 나 기다리는 거 잘하는데 왜...
간호사 언니가 울고 있는 나를 일으켰어. 의자에 앉히곤, 사거리 교차로에서 갑자기 뛰어 들어서 사고가 났다고 그러는데 사거리는 우리 짚 앞이였어.
입을 막고 펑펑 울었지. 그냥, 차라리 오지 말지. 내가 찾아가게 하지. 나 때문이잖아, 다 나 때문이야.
옆에서 간호사와 하는 이야기는 제 귀에 들어 오지도 않았어 그냥 닫힌 수술실 안에 힘겹게 수술하는 한솔만 생각 나 눈물이 났지.
의사가 저에게 다가 왔어. 넌 일어나서 의사 선생님께 달려갔지만 일어나봐야 안다며 무심히 저를 지나쳤지.
그 뒤에 나오는 한솔의 손을 잡고 더 울었어.
" 미안해.. 내가 미안해. 눈 좀 떠봐, 제발... 한솔아. 눈 뜨고 나 용서해줘... "
그 뒤로 매일 한솔의 병실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 죄값을 치르듯 그렇게 하루 종일 한솔이 일어 나길 기다렸어.
병실에서 나와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끝내고 병실로 들어가는데, 자리에 앉아 있는 한솔의 모습에 넌 달려가서 안겼어.
일어났구나. 일어나줘서 고마워 라며 우는 널 따듯하게 토닥이는 손길은 더 이상 없었지.
" 누구? "
" 나 칠봉이, 기억 안나? "
" 칠봉? 그게 누군데. "
" 나잖아... 나 니 여자친구잖아... "
" 여자친구? "
너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사 선생님을 불렀고, 한솔은 몇가지 검사를 했어. 검사 결과는 부분 기억 상실증이였지.
난 그대로 눈을 감았어. 기억 상실증이라니, 다른 건 다 잊어도, 난 잊으면 안되는 거잖아. 나랑 했던 추억은 잊으면 안되는 거잖아...
병실로 돌아가니, 자신을 낯설어 하는 한솔에게 웃어보였어. 한솔아... 제 말에 기분 나쁘다는 듯, 무시하는 너의 행동에 더 눈물이 났지.
내가 너를 많이 힘들게 했구나. 나한테는 하나 하나 소중한 추억이, 너에게 그저 짐이였구나. 그래서 나를 지운거구나.
병실에 서서 혼자 울어도, 저를 다정히 안아주고 달래 줄 한솔은 없었다. 그냥 저를 차갑게 쳐다보는 한솔만 있었어.
뒤로 돌아 병실을 나가, 미안해. 행복했어 한솔아.
" 저기! 김칠봉씨! "
" 내가 기억은 하지 못했지만, 내 여자친구라면 좋은 사람이였나봐요. 감사합니다. 잘 지내세요. "
잘 지내란 말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너의 입이 너무 싫었어.
넌 끝까지 착하지? 난 끝까지 못 됐고, 너 역시도 고개를 푹 숙이며 인사를 했어.
그런 저에게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들어가는 한솔의 뒷모습에 한참을 서서 혼자 울었어.
' 이거 내꺼다? '
' 아닌데? 이거 내껀데? '
' 죽고 싶냐? 내놔라. 그게 왜 니꺼야. 내꺼야 줘 '
' 니가 내꺼니까. 이건 내꺼야. '
제 추억 속에만 있는 최한솔이 싫다.
8. 자살 중독자 준
넌 대학생이고, 현재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동아리 활동을 하던 중. 엄청난 봉사시간이 걸려 있는 정신병원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어.
저와 친한 언니는 급식 배분조로 넘어가고 저는 제 또래의 친구를 붙여준다고 했지.
그리고 제일 끝 방, 어두운 그 곳으로 맛있는 음식을 사 들고 들어갔어.
" 저기... 혹시 너가 문준휘? "
저와 같은 또래에 보기엔 아주 어리게 생긴, 남자 아이였어. 제 말에 고개를 돌려 저를 힐끔 보다 대답 없이 시선을 내리까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지.
준휘의 앞으로 다가가 앉는데 여전히 미동도 없이 바닥만 쳐다보는 준휘를 봤어. 괜찮아. 다 괜찮, 두 손을 잡는데 놀라며 떨어지는 널 봐.
" 그럼 됐어요. "
" 바보에요. 바보. 糊弄 ! "
" 꼭 다시 와. "
넌 이제 봉사활동이 끝이 났어, 준휘를 따로 만나러 오겠다고 약속했지만, 학교 일이 바빠서 자주 찾아 가지 못했지.
그리고 저에게 연락이 들어왔어, 준휘의 병원에서의 전화였어. 준휘가 없어졌단 말에 너는 수업 중, 자리에서 일어나 그 병원으로 갔어.
어디갔어? 어디 있는거야. 병실에 들어가도 텅 비여 있는 자리에, 불안감이 제 몸을 덮쳤어.
온 병실과 복도를 다 뒤져도 나오지 않는 준휘의 모습에 불안했어. 혹시나 나쁜 생각을 했을까? 끔찍한 생각에 더 너를 찾기에 바빴지.
나중엔 눈물만 나왔어, 찾으러 오기로 했는데. 만나러 오기로 약속했는데 제가 지키지 못해서 너무 미안했어.
그때, 머리 속에, 준휘랑 마지막으로 갔던 옥상이 생각 나 빠르게 뛰어 올라갔어.
그리고 그 곳엔 너가 있었어.
" 문준휘!!! 너 진짜 죽을래? "
옥상 난간에 편안하게 앉아 기대고 있는 준휘를 보자 눈물이 펑펑 났지. 하지만 준휘는 달랐어.약간 몽롱 해보인다고 해야하나? 입가에 미소만 담은 체 눈을 감고 있었지.
야... 문준휘... 너에게 한 걸음씩, 또 한 걸음씩 다가갔지만 넌 여전히 반응 없이 앉아 있었지. 준휘야? 너의 손을 잡고 흔드는데, 눈을 뜨는 준휘는 저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어
고개를 드는 너의 얼굴을 창백해보였고, 그제서야 옷에 묻은 빨간 피와, 목 옆에서 빨간 피가 내 눈에 들어왔어, 준휘야 너... 또, 그런 짓을 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