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시 **동 123-17 전원우 앞. |
원우에게.
안녕, 전원우. 너한테 할 말이 정말 많다. 우선 난 잘 지내고 있어, 여기는 네가 없이도 징그럽게 잘 돌아가. 가끔은 아무도 너를 기억 못 하는 것 같아. 꼭 나만 네가 잊어지지 않는 것 같아. 아무튼 여기 너의 소중한 사람들은 정말로 잘 지낸다 그 말이야. 그러니까 네 성격에 괜히 애꿎은 걱정말고 잘 지내라고. 너 원래 남 걱정은 혼자 다하잖아, 네가 제일 힘들었으면서. 괜한 얘기다. 그치?
아 그리고 또 할 말은 난 네가 진짜 밉다는 거야. 넌 진짜 이상한 놈이야. 그렇게 자기 생각은 안하고 내 걱정만 하던 자식이 나 혼자 여기 두고 가버리는게 웬말이냐, 나쁜 놈. 너는 솔직히 내 걱정 할 자격도 없다. 내가 이렇게 못된 말 하면 또 너는 내가 못되게 군 건 생각도 안하고, 미안하다고,미안하다고 어쩔 줄 몰라하겠지. 나도 그런 너를 닮아가나봐, 너 정말 미운데 이런 말 하니까 또 미안하고 그래. 사실, 네 잘못 한 개도 없어. 세상이 너무 독한데, 네가 너무 여려서,네가 제일 힘들었겠지. 곁에서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원우야, 결론은 미안해 원우야.
원우야, 그리고 내가 진작에 이런 말을 해주었다면 좋았을까? 내가 너의 편이었다는 걸 네가 알았을까? 나한테 네가 정말로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았을까? 이제 와서 이런 말하는게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원우야 정말 사랑해, 네가 너무 보고싶다. 미리 말해주지 못 한게 아직도 후회가 돼. 내가 말해주지 않아서 화가 난건지, 꿈속에 너는 한번을 안 나와. 그래서 부탁할 건 제발 내 꿈에 한번만이라도 나와 달라는거야. 제발, 내가 못한말이 너무 많단 말이야. 그리고 혹시 내가 잘못한게 있다면, 꼭 말해줬으면 좋겠어.
조만간 또 편지할게,
오늘 밤 꿈속에서 만나기를 기도하며.
-봉봉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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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편지를 부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진눈깨비가 내렸다.
하얗게내린눈은 어깨위에서 비처럼 녹았다.
우산을 쓰지않아도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했다.
목놓아 울기에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