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별모양곰돌이
1.
시원이 호들갑스럽게 윤제의 등을 두드렸다.
"니 준희랑 둘 다 서울대 가나?"
"과는 다르다."
"그캐도 서울대다 아이가! 니는 법대고 준희는 어덴데?"
"의대."
"와- 의대가? 근데 와 야는 내한테 연락이 없노."
"엠티갔다."
"엠티? 니는 안 가나?"
"과가 달라서 날짜가 다르다. 됐고, 좀 떨어지라! 가시나야!"
시원이 계속해서 윤제의 손에서 젓가락을 뺏으려 안간힘이다.
"내도 라면 좀 도!"
"니가 끓여 무라! 안 그래도 뚱뚱한 게 더 살 찔라 카나!"
"이 개새가! 이익-"
시원이 최후의 방법으로 윤제의 팔뚝을 깨물었다. 아프다고 버둥거린 윤제가 의자와 함께 넘어지고 시원은 그제야 라면그릇을 가지고 넘어진 윤제의 손에서 젓가락을 뺐었다.
"잘 먹을게~ 개새야~"
시원이 마무리로 윤제의 배를 가볍게 밟고 지나 제 방으로 쏙 들어간다. 그런 시원을 보다 윤제가 인상을 구긴다. 차마 다시 반항은 못 하겠고 윤제는 옷을 털고 일어나 다시 물을 끓인다. 힘없는 자가 라면을 두 번 끓이는 법이다.
**
엠티가기 싫었는데 엠티 안 가면 친구 없다고 해서 겨우겨우 간다. 준희는 어색하게 교실에 앉아 눈치를 살폈다. 다들 서울 애들인가... 괜히 어색해서 헛기침만 하다 가방도 뒤적인다. 다른 몇몇 애들은 친해져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성격이 내성적인 준희는 누구에게 말을 걸지도 못 하고 혼자만 어색한 시간만을 보내고 있었다. 책이나 볼까 싶어 가방에서 책을 꺼내는 순간 준희의 옆으로 요란한 색의 옷을 입은 남자 하나가 왔다.
"안녕?"
지나치게 발랄하게 인사를 하는 남자를 보며 준희가 손만 들어 눈인사를 한다.
"난 장동우야. 반가워. 2학년."
"아, 안녕하세요. 저는 강준희라고 합니다."
"오? 지방에서 왔어?"
준희의 사투리억양을 들은 동우가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말 표정이 다양한 사람이다. 그 짧은 순간에도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다니 말이다.
"부산..."
준희의 대답에 동우가 그대로 "부산-" 하고 따라한다. 그러더니 혼자 박수를 치면서 준희의 옆에 나란히 앉는다. 당황한 준희가 동우에게서 살짝 멀어졌다.
"나 사투리 좀 가르쳐 줘."
"... 네?"
"멋있잖아~ 가르쳐줘. 장동우는 뭐라고 해?"
"장동우를 장동우라 카지..."
"장동우를 장동우라 카지... 어때? 비슷해? 나 사투리 잘 해?"
"뭐..."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건지 동우가 또 막 혼자 큰 소리로 웃다가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언뜻 봐도 엄청 무거워 보이는 가방에 물건들이 마구 쑤셔져있다. 필통도 겨우 찾은 동우가 수첩을 펼치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준희를 바라본다.
"번호 가르쳐 줘. 우리 계속 친하게 지내자."
"네..."
**
엠티가는 그 버스 안에서도 동우는 준희의 옆에 앉았다. 준희도 별다른 것 없이 동우가 자신의 옆에 앉게 만들었다. 동우는 웃음소리만 크고 명랑했을 뿐이지 말이 많거나 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단지... 굉장히 산만했다. 계속 가방을 뒤적이는 동우를 보던 준희가 읽던 책을 접고 동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뭐 찾고 있는데요?"
"응... 씨디 플레이어..."
"가방에 뭐가 그렇게 많아요?"
"하핳- 뭐 여러 가지 많아. 그나저나... 어딨지..."
"제꺼 같이 들을래요?"
"오- 좋아."
준희가 책을 덮고 가방에 넣더니 손쉽게 가방 속에서 씨디 플레이어를 꺼냈다. 이어폰을 동우의 오른쪽 귀에 꽂아주니 동우가 쑥스러운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너 되게... 뭐랄까... 섬세하다."
동우의 말에 준희가 그냥 가볍게 웃고 넘겼다. 플레이버튼을 누르니 뭔가 강려한 비트가 나온다 싶더니...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래다.
"너... HOT 팬이야?"
"아... 친한 친구가 팬인데. 대신 줄도 서 주고 티켓도 사 주고 카다 보니까..."
"그래도 다른 가수들 꺼 살 수도 있잖아."
"그카면 가가 내보고 억수로 뭐라 캐서."
"아... 음... 그러니까... 무슨 말이야?"
"응? 아... 다른 가수들 꺼 사면... 시원이가 뭐라 칸다고."
사투리를 잘 알아듣지 못 한 동우가 갸우뚱 거리니 준희가 다시 천천히 말 해 준다. 그러니 동우가 이해해고 '아-' 한다.
"나도 누나때문에 HOT 다 알아. 노래랑. 어째 너나 나나 처지가 비슷하다, 그치?"
"네."
말을 마친 준희를 보면 동우가 피식 웃었다. 그 시선을 느낀 준희가 고개를 돌려 동우를 보니 동우가 다시 웃었다. 왜 웃냐는 듯 동우를 본 준희가 계속 동우를 보니 동우가 민망한 듯 살짝 얼굴을 붉혔다.
"아까는 몰랐는데... 너 되게 잘 생겼다."
"..."
"헤헹-"
동우가 조금 쑥스러운 모양. 의자를 뒤로 살짝 눕혔다. 눈을 감고 눕는 모양새에 준희가 가만히 보기만 한다.
"자는 거 보지 마. 나 자는 거 추해."
"네."
자는 거 추하다며 얼굴을 손등으로 가리는 동우에게 준희는 가방에서 남방 하나를 꺼내 덮어주었다.
"자는 데 불편하면 이걸로 얼굴 가리고 주무세요."
"오, 땡큐~"
밝게 웃으며 준희의 남방을 받은 동우가 얼굴을 가렸다. 남자 남방이라 냄새가 날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준희의 옷에서는 상큼한 향이 났다.
**
엠티에 와서 처음으로 술을 마신 준희는 어지러움을 느끼다 옆으로 쓱- 넘어졌다.
"어어- 얘 왜 이래? 취했나? 너 괜찮니?"
"아... 괜찮아요..."
"얘 취했나보다. 방에 재워라."
자존심 상하게... 뒤풀이 시작한 지 이제 겨우 한 시간인데 준희는 어질어질한 정신에 자존심이 상했다. 이렇게 처음으로 넉다운 되는 건 윤제나 시원이한테 최소 육개월 놀림감인데... 준희는 선배의 부축에 몸을 완전히 맡기고 방에 눕혀졌다. 어... 안 누우려고 하는데 누워지고 이불 안 덮으려고 하는데 이불을 덮어준다. 더 마시고 더 놀고 더... 같이 있어야 하는 데... 어으어으어으...... 나가는 선배들을 아련하게 보며 준희는 베개에 머리를 박았다.
"아... 어지럽다..."
준희는 가물가물 감기는 눈을 그대로 감았다. 어지러운데 잠 온다. 그것도 엄청... 자고 일어나면... 밥 먹어야지. 내가 이렇게 술이 약할 줄이야... 준희는 서서히 몰려오는 잠을 굳이 밀어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던 순간...
"억-!"
무언가가 준희의 복부에 다리를 올렸다. 바로... 동우의 다리였다. 어디서 굴러왔는 지 동우가 더욱 준희를 껴안았다. 동우도 여기서 자고 있었나... 준희는 답답함에 동우의 다리를 자신의 배에서 내렸다. 동우를 등지고 자려 몸을 돌렸다. 하지만...
"우웅- 곰이다앙- 커어어어어어다라안 고옴~"
준희를 뒤에서 끌어안으면서 등 뒤에 얼굴을 부비는 동우. 준희는 술이 확 깨는 기운을 느끼며 등에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 이 인간 뭐지?
"곰이다앙- 백곰이다아아앙~ 이히힝~"
취했구나. 준희는 동우를 떼어 놓기도 귀찮을 정도로 잠이 몰려와 그대로 눈을 감고 말았다. 그냥 잠을 자야겠다. 준희는 잠을 드는 바로 그 상태에서도 어렴풋이 동우의 목소리를 들었다.
"고오오옴~ 내 고오오오옴~ 하얀 고오오옴~"
**
삐삐가 온 시원이 쪼르르 전화기 앞으로 뛰어 갔다. 전화기 앞에서 삐삐를 보며 열심히 번호를 누르는 시원. 몇 번의 수화음에 준희가 전화를 받는다.
"준희가?"
-응, 잘 지냈나.
"이거 무슨 전환데?"
-... 애인 전화. 지금... 애인네 집이다.
"... 애인?"
-응. 애인... 생깄다. 니한테 제일 먼저 말 해 줄라고.
"야, 잘 했다. 윤윤제 그 거지깽깽이같은 거 좋아하디만 잘 됐네! 그놈 새끼는 좋아할 만한 가치가 없는 놈이다. 그래, 애인은 누군데?"
-같은 과. 선배.
"진짜가? 이야- 선배한테 까대기 쳤나. 역시 강준희. 능력 좋데이~"
-그래. 담에 같이 밥이나 한 끼 묵자.
"밥 말고 술. 물론 애인 생긴 준희가 쏘는 걸로~"
-알았다. 잘 지내고 있어라.
"알았다잉~"
준희가 애인이 생겼다는 말에 왜 자신이 더 마음이 편안한 지. 시원은 뿌듯하게 웃으며 전화기를 두어번 두드렸다. 준희의 짝사랑을 옆에서 봤던 그녀여서 그런지 이제 안정이 될 준희가 마음이 놓이면서 뭔가 잘 키운 자식새끼 하나 장가보내는 느낌이다.
**
임신했다고 술도 못 마시게 하고. 시원은 뾰루퉁 한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
"쉬싸러 간다."
"어이그- 저건 서른 넘어서도 입이 참... 태교에 안 좋다!"
"흥."
도도하게 자리를 나온 시원이 화장실로 향했다. 아까 전에는 몰랐는데 준희가 가게 앞에서 전화를 하고 있었다. 시원이 슬금슬금 준희의 뒤로 가니 누구랑 통화를 하는 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아직 1차. 친구 커플 결혼발표도 하고. 선생님 대선 나가는 거 이야기도 하고. 옛날이야기도 하고. 형 밥은? 아... 수술 때문에 이제 집이가? 냉장고에 형 먹을 만큼 반찬 다 따로 담아서 랩 씌워 놨으니까 그거 꺼내 먹어라. 오늘 안에는 들어갈게. 아니다. 오늘 들어갈게."
다정하게 몇 마디를 더 하더니 준희가 전화를 끊는다. 그 옆으로 어느새 다가온 시원이 "애인?" 하고 묻는다. 깜짝 놀란 준희가 시원을 보며 피식 웃었다.
"와- 진짜 오래 사귀네... 우리 대학 들어간지 13년 됐으니까 13년 사겼나?"
"중간에 비 왔던 거 빼면... 12년 360일 정도?"
준희의 농담에 시원이 준희의 옆구리를 쿡, 하고 찔렀다.
"좋나?"
"좋아 죽겠다."
"어째 느그 커플은 그래 사이가 좋노. 내는 결혼 하고도 몇 번을 후회하는지 모른다. 아아- 아무튼 내 화장실 간데이-"
"기다려 줄까?"
"됐다. 니가 내 애인이가? 먼저 드가라."
"알았다."
시원을 향해 살짝 손을 흔든 준희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도중 동우에게서 문자가 왔다. 사진과 함께. 준희가 준비해 놓은 반찬들을 식탁에 예쁘게 차려 놓고 입에 숟가락을 물고 있는 셀카. 그 밑에는 '우리 준희 반찬 맛나게 먹고 있지요~.~ 나 디라인 되면 책임 지셔!!!' 라며 애교 있는 문자도 있다. 준희는 빠르게 답한 뒤 자리에 앉았다.
준희 X 동우 에피소드 - 2
학생식당에 나란히 앉은 준회와 윤제.
"지가 에이치오티가? 머리는 노-라이 해 가지고... 옷 봐라 저거저거... 뭐 저래 정신 없노?"
윤제가 밥 먹다 말고 어딘가를 젓가락으로 가리킨다. 그 말에 준희가 고개를 돌려 윤제가 가리키고 있는 곳을 본다.
"점마 저거 분명히 부모 백으로 들어왔지 싶다. 딱 봐도 공부 몬하게 생깄다 아이가?"
"그런가?"
식당 안에 '으캬캬캬-' 하고 웃음소리가 크게 울린다. 그 웃음의 근원지는 동우. 뭐가 그렇게 즐거운 지 양 팔을 팔랑거리면서 밥을 먹고 있는 데 꼭 공룡이 다른 공룡을 잡아먹는 것 같다. 동우를 다시 한 번 보던 준희가 그냥 웃었다. 윤제는 뭐가 그렇게 동우가 마음에 안 드는 지 동우를 보며 못 마땅하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열심히 디스를 한다.
"니 모르는 사람 그래 욕 하면 나중에 벌 받는다."
"됐다. 벌주든 말든... 엄마야... 점마 와 일로 오노."
윤제가 자신 쪽을 보며 다가오고 있는 동우를 보며 준희를 발로 툭- 쳤다.
"내 목소리 컸나?"
"좀 컸다."
하지만 동우의 걸음이 향한 건 준희였다.
"준희!"
"안녕하세요."
"이따 세시부터 스터디 알지?"
"네. 이따 뵐게요."
발랄하게 준희의 어깨를 콩콩 친 동우가 같이 있던 친구들과 떠들면서 요란하게 학생식당을 빠져 나갔다. 동우가 나가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 한 윤제가 준희를 본다.
"뭔데, 니. 아는 사람이가?"
"우리과 선배다."
"의과대? 저 삐리한 놈이?"
"삐리하긴... 수석입학에 4년 전액 장학생이라 카던데."
"장학생?"
"응. 한 살 많은데... 나름 귀엽다."
"귀엽기는... 개코다! 니 점마랑 친해지지 마래이. 니 에이치오티처럼 머리 노랗게 하면 내가 니 머리카락 확 다 뽑아뿐다!"
"니가 와 카는데."
"염색하기만 해 봐라. 느그 누나들한테 일러뿐다."
"알았다. 안 할게."
**
"안녕하세요~"
시원이 반갑게 동우를 향해 웃으며 진료실로 들어왔다. 그 옆에는 윤제가 함께다.
"남편분이세요?"
"네. 준희랑 다 동창이에요."
"아... 그 윤제... 씨..."
동우가 어설프게 웃으며 인사하자 윤제도 같이 가볍게 인사를 한다. 윤제가 자신을 알고 있냐는 듯 표정으로 물으니 동우가 살짝 웃었다.
"준희가 많이 말하더라구요. 아, 그리고 시원씨도 많이 말 하셨고... 물론 그리 좋은 말은 아니였지만요."
"아잉~ 오빠. 그런 말은 애 아빠 없을 때."
"하하... 애기 한 번 볼까요?"
"네."
진료실 옆에 있는 간이침대에 누운 시원이 자연스럽게 옷을 들어 아랫배를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며 윤제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 순간을 넘어갈 리 없는 시원이 윤제의 복부를 주먹으로 퍽- 소리 나게 친다.
"억- 커헉!"
"쌤한테 괜히 눈 찌푸리지 마라."
"사이가 좋으시네요. 하하."
초음파를 보던 동우가 화면의 한 곳을 가리킨다.
"태아가 건강하네요. 잘 보이세요?"
화면을 뚫어져라 보던 윤제의 표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못 알아보고 있는 거다. 윤제를 빼고 동우와 시원은 '아기가 골격이 좋네요.', '아기가 웃고 있네요.' 라는 둥 자기들 끼리 이야기 하지만 윤제는 하나도 모르겠다. 어디가 태아인지 구별을 못 하겠는 지 눈을 찌푸리고 화면만 본다. 시원의 아랫배에 묻은 젤을 닦아주면서 동우가 친절하게 웃었다.
"태아 아주 건강해요. 시원씨도 물로 건강하시구요. 입덧은 안 하세요?"
"입덧 안하고 먹기만 진짜 잘 먹어요."
"하하... 그렇다고 너무 드시지 마시구. 컨디션 조절 잘 하시고요. 다음 진료 때 시간 맞춰서 오세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발랄하게 웃으며 나가는 시원을 보며 윤제가 동우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동우가 윤제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한다. 윤제는 정장 안주머니의 명함 케이스에서 명함을 한 장 꺼내 동우에게 건넸다. 동우도 책상에 있던 명함 한 장을 윤제에게 주며 다시 한 번 인사를 한다. 그들이 나가자마자 동우는 준희에게 호출을 날렸다. 준희의 책상에 있던 전화가 울리고 준희가 전화를 받는다.
"외과 강준희입니다."
"나야."
"어? 형... 무슨 일이야?"
준희가 반갑게 말 하지만 돌아오는 건...
"눈은 쫙 찢어져가지고."
"... 응?"
"인상도 별로고 표정도 영 우중충하고 센스도 없어 보이고 무뚝뚝하고 배려도 없고 다정다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런 놈이 뭐가 좋았냐? 이 호구자식아. 으이구..."
이제야 알았다는 듯 준희가 하. 하. 하. 하고 웃는다. 그 웃음소리에 동우도 같이 웃어버린다.
"아~ 더 화내려고 했는데 준희 웃음소리 들으니까 화 못 내겠다."
"형이 와 화를 내는데."
"그딴 놈 때문에 맘 고생했을 테니까 그렇다. 뭐."
"그래도 윤제 괜찮은 놈이다."
"됐어. 너 빼고 괜찮은 놈 있어 봤자 필요 없어. 트럭 가득 줘도 트럭만 가질 거야."
동우의 귀여운 투정에 준희가 또 그냥 웃고 넘긴다.
"아직도 걔 보면 그렇게 가슴이 두근두근 하니?"
"응. 그래도 첫사랑인데."
"헐..."
"장난이다. 형 있는데 금마 열 트럭 줘도 트럭 열 개만 가질게."
"당연하지. 암튼 난 아직 진료 안 끝났어. 저녁 식당에서 같이 먹자. 오늘 수술 없지?"
"응."
"그럼 저녁 시간에 봐용~"
"화이팅."
"화이팅!"
전화기를 내려놓은 준희가 열심히 진료하고 있을 동우를 생각하며 웃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첫 사랑. 동우형 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그래도 그 기억은 가지고 있을 거다.
준희 X 동우 에피소드 - 3
"내가 니 좋아했었다고."
갑작스러운 준희의 고백에 윤제는 얼음. 캐러멜 마끼야또에 휘핑크림 대빵 많이. 가 다 토해서 올라올 지경이었다.
"지랄하지 마라 미친놈아!"
웃는 얼굴로 그냥 넘기려 했지만 준희가 그저 농담으로 넘길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더 잘 알기에 윤제는 그냥 농담으로만 할 수가 없었다. 윤제의 말에 준희는 그저 피식 웃을 뿐.
"진짜다. 내 니 진심으로 좋아했다. 우정... 이상으로."
빈만은 절대 하지 않는 녀석임을 윤제는 너무나도 잘 알았다. 준희의 그 고백에 윤제는 한 동안 말이 없었다. 이 말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만 하는 걸까. 대답 없이 커피만 쪽쪽 빨아 먹고 있는 윤제를 보며 준희는 고개를 숙이며 살짝 웃었을 뿐이다. 잔뜩 긴장한 듯한 윤제의 목소리가 준희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니... 내 좋아했다고? 내가... 성시원이 좋아했던 것 맹키로?"
"... 응."
고개를 끄덕이며 말 하는 준희를 보며 윤제는 침을 꼴깍 삼켰다. 자신도 잘 안다. 시원을 짝사랑 하면서 마음고생 했던 것을. 자신의 형 태웅과 연애를 하는 시원을 보며 마음 졸였던 자신을. 그런 자신과 같이 준희도 마음 고생을 했던 걸까. 함께 짝을 하고 대학생활을 하면서 함께 살았던 것 만큼... 그렇게 아팠던 것일까. 힘들었던 것일까. 준희가 결코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님을 알기에 윤제는 더 이상 농담으로 준희의 말을 받아칠 수 없었다. 그저 입만 다물고 있을 뿐.
"니... 내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는 기가?"
"아니."
응. 이라는 말을 기대한 것도 아닌데. 의외의 답에 윤제가 고개를 들고 준희를 본다. 준희는 태연한 표정이다. 마음 편하다는 듯. 누구는 지금 머릿속이 복잡한데.
"그러면..."
"내 애인있다. 니도 아는 사람인데."
"설마... 성시원이?"
"아이다... 동우형. 내 동우형하고... 연애한다."
"뭐라꼬? 그 삐리한 놈? 안 된다! 그 놈은 내가 눈에 흙이 드가도 안 된다!!!"
뭔 말도 안 되는 역정이냐. 준희는 윤제를 보며 갸우뚱. 윤제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준희의 연애를 극구 말렸다. 마치 시어머니 마냥...
"절대로 안 된다. 그런 놈한테 강준희 니를 주라는 기가! 니 금마랑 연애하면서 머리 노라이 할라 카나!!"
"머리 노랗게 안 한다. 그리고 우리 사귄지 칠 년 넘었다."
"뭐?"
"니 고시 붙고 내 병원 들어오면서. 형이랑 같이 살았잖아."
"그럼... 그때부터 사귄거가?"
"아니, 그 전부터."
"엉?"
"내 일학년 때부터 연애 했는데."
"뭐라꼬?"
연속으로 밝혀지는 진실에 윤제는 거의 실신할 상태. 이럴수가.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이런 일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윤제는 그 달디 단 캐러멜 마끼야또에 휘핑크림 대빵 많이를 단숨에 들이켰다.
"니 그카다 가한테 물든다!"
"뭐 어떻노. 귀엽기만 한데."
"뭐라꼬? 안 된다, 준희야. 내가 니를 그리 보낼 수는 없다."
"뭔 헛소린데. 우리 연애한 지 십 년이 다 돼간다. 니캉 뭐라 얘기할 건 없고, 그냥... 말 하고 싶었다. 그래도... 내 진심이었으니까."
"..."
"그래서 말 했잖아. 좋아했었다고. 과거형으로."
진심어린 말. 엄청난 고민 후에 뱉었을 말. 윤제는 잘 알았다. 어쩌면 마냥 유약하고 내성적이기만 해 보였던 준희가 오히려 자신보다 더 강하고 뚝심있는 사내였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가만히 커피잔만 만지작거리던 윤제가 준희를 보았다. 참 편해 보인다.
"그래서... 내 버리고 간 놈은... 잘 해 주나?"
"치... 버리기는. 니캉 사겼으면 말도 안 한다."
"아무튼 잘 해주나?"
"잘... 해주기보다는... 내가 좀 더 잘 해주지. 은근히 형이 좀... 챙길게 많은 사람이라."
"맞나. 그래도... 니가 괜찮으면 됐다."
"아까는 니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된다며."
"됐다. 니 좋으면 됐지."
"... 술이나 한 잔 할까?"
"그럴까?"
"잠시만 형한테 술 먹고 드간다고 전화 한 통만."
팔불출... 저런 팔불출도 없을 것이다. 준희는 전화를 걸더니 완전 낮춘 자세로 통화를 한다.
"형, 나 술 먹고 들어갈게. 윤제랑. 형도 알지? 동창... 아니야, 오늘 안에는 꼭 들어갈게... 응, 졸리면 먼저 자..."
잠시 윤제의 눈치를 보더니 입을 살짝 가린다. 안 봐도 다 안다.
"응, 나도 사랑해."
전화를 끊은 준희가 멋쩍게 웃었다.
"다 들리거든. 뭐? 나도 사랑해? 아이고... 그놈 시키가 진짜 우리 준희 다 직있네."
"자꾸 새끼라 카지 마라. 아끼기만 해도 아까운 사람인데."
"와... 강준희... 니가 내한테 그라면 안 된다!"
**
그래도 열두시 넘기 전에 집으로 들어온 준희는 현관 바로 앞에서부터 무슨 허물 벗듯이 있는 옷을 보았다. 샤워실까지 이어진 이 허물들을 하나 하나 주으며 준희는 한 숨을 쉰다. 오늘에야 말로 꼭 혼내야지.
"어? 왔어? 준희 왔당. 헤헤..."
샤워실 앞에 있는 마지막 옷을 집어 올리면서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동우와 마주쳤다. 실없이 웃으면서 샤워코롱 향기를 풍기는 동우가 준희의 뺨에 뽀뽀를 쪽- 한다.
"늦게 올 줄 알았는데..."
"열두시 전에는 와야지."
"우와- 역시 우리 준희~"
준희의 엉덩이를 토닥거리다 옷을 갈아입겠다며 방으로 쏙 들어간다. 물론 머리에 얹어져 있던 수건은 바닥에 던져버리면서 말이다. 동우가 금방 버린(?) 물기 어린 수건을 주워 올리면서 준희는 체념의 한 숨을 쉬었다. 내일... 말 해야지.
빨래통에 옷들을 다 넣고 물 한잔 하려 부엌으로 오니 싱크대가 엉망이다. 어떻게 밥은 알아서 먹은 것 같은데 뒤처리가 영 엉망이다... 그렇게 먹고 바로 설거지하고 치우라고 해도 안 한다. 꼭 말 해야겠다.
"동우형!"
준희가 부르자 방에서 쪼르르 나오는 동우.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면서 '왜에~?' 하면서 대답을 한다. 준희가 특히 좋아하는 눈웃음을 지으면서.
"아니... 과일... 좀 깎을까?"
"응! 좋아!"
아무래도 내일 말 해야겠다... 내일은 꼭 말 해야지;;
준희 X 동우 에피소드 - 마지막
"준희야~ 조심해서 들어가~"
시원이 윤제의 품에서 빠져 나와 준희의 넥타이를 잡아 당겼다. 어쩌다 허리를 숙이게 된 준희의 귀에 시원이 속삭인다.
"데이트 잘 해!"
한 커플, 두 커플 떠났다. 마지막까지 함께 있던 윤제와 시원 그리고 태웅까지 떠나자 준희는 혼자 남았다. 데리러 오기로 한 사람이 있다는 말에 시원은 알겠다는 미소를 지었고 윤제는 그래도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떠났다. 안녕- 하고 손을 흔들고 조금 기다리니 저기서 빨간 차가 온다. 호원이 차에 타니 차가 부드럽게 출발한다. 손수건을 건네며 웃는 동우를 보며 준희가 따라 웃었다.
"비 많이 온다..."
"운전 조심해."
"내가 운전은 잘 하잖아."
손수건으로 얼굴과 옷에 묻은 빗방울을 턴 호원이 의자를 뒤로 살짝 눕혔다.
"아... 피곤하다."
"술 많이 마셨어?"
"그냥 적당히. 쉬고 있었을 텐데 불러서 미안해. 갑자기 비가 와서."
"괜찮아. 덕분에 얼굴도 보고 좋지. 사실 내 얼굴 보고 싶어서 부른 거지?"
정곡을 찌르는 말에 준희가 부정을 하지 않고 그저 웃었다.
"내 앞에서 커플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있는데... 나도 형이 엄청 보고 싶더라고."
"헤헹- 그냥 이대로 집에 가고 싶다."
"그러게..."
"일정은 어떻게 돼?"
"오늘은 그냥 병원에서 자고 내일 오전부터 또 수술 있어. 아마 내일은 저녁 늦게 들어갈 것 같은데..."
"하긴. 나도 내일은 시원씨 오기로 했어. 옛날 기억난다. 나 산부인과 레지던트일 때 시원씨 첫째 봤잖아. 크하하!"
그 때 생각이 나는 지 동우가 운전하다 말고 와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주체가 되지 않는 웃음에 운전이 비틀비틀. 준희가 재빨리 운전대를 잡고 길 옆에 잠시 세웠다. 동우가 웃음이 터졌을 때는 절대로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 저번에 한 번 교통사고 나서 나란히 병원에 누워 한 달을 보냈으니까.
"그때 시원씨가 내 얼굴보기 부끄럽다고 나가달라고 해서 중간에 나갔는데 그 전까지 과정이 장난이 아니였지."
"시원이한테 들었어. 형한테 무슨 말 했는지도 모르겠다던데."
"난 분명히 기억나지."
"뭐라고 했는데?"
또 무슨 생각이 났는지 동우가 혼자 키득키득 거리기 시작했다. 배를 잡고 한참을 웃던 동우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는다.
"빨리 강준희한테 연락해서 윤윤제 불러라! 처다만 보지 말고! 이 나사 빠진 새끼야! 닌 뭐가 좋다고 웃고만 있는데! 아아아아아악!!!"
"하하하. 정말? 난 왜 처음 듣지?"
"말 안 했었구나? 그때 교수님이 나를 내보냈지. 잘 못 하다가 머리채 잡히면 골치 아프다고."
"아... 그래서 형이 나한테 전화 했던 거구나."
"응."
"다 웃었어? 이제 출발해도 돼? 그냥 내가 할까?"
"안 돼. 음주운전."
동우가 단호한 표정으로 준희에게 안 된다고 하더니 차를 다시 출발시킨다. 생각해보니 어이없게도 이 빨간 차를 사는 데 처음으로 둘이 싸웠었다. 함께 살 집을 구하고 병원까지 다니려면 차가 필요할 것 같아서 사기로 했었다. 그저 인터넷으로 보고 있는 데 거기서 예상치 못 한 의견차가 생긴 것이다.
"난 이 차가 더 좋은데..."
"차는 많이 안 튀는 게 좋아. 무난하게 은색으로 하자."
"난 빨간색이 예쁜데..."
"예쁜건 한 순간이고 은색으로 사."
"빨간색."
"은색."
"빨간색!"
"은색!"
"빨!"
"은!"
"씨... 몰라! 알아서 해!"
"알아서 하라고 했지? 그렇게 한다! 뒷말 하지 않기!"
남들이 보면 이게 싸운 거냐고 하겠지만 잘 툴툴거리는 동우와 그것을 모두 받아주는 섬세한 준희에게는 아주 큰 싸움이었다. 준희도 괜히 오기가 나서 그날로 바로 병원 일을 다른 사람과 하루 바꾸고 그날 바로 차를 사버렸다. 은색으로.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차를 사고 병원에서 이틀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준희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유독 이상하게 빨간색으로 번쩍거리는 차를 보았다. 분명히 번호판은 자신과 동우의 차가 맞는데 색이 빨간색이다?
집으로 올라간 준희는 동우를 찾았다. 항상 신생아와 산모를 다뤄야하는 동우는 거실에 앉아 티비를 보며 깔끔하게 손톱을 다듬고 있었다.
"형, 밑에 차 뭐야?"
"내가 빨간색으로 칠했어. 너 병원에서 이틀 동안 일 열심히 하시는 동안."
"뭐?"
"뭐!"
황당해서 말도 안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준희는 그 자리에서 화를 낼 수도 없었다. 화를 내기에는 그냥 동우가 너무 귀여웠으니까. 반면에 동우는 은근히 긴장을 했다. 준희가 화를 내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 무섭기도 하고. 원래 저렇게 얌전한 사람이 화를 내면 더 무서운 법이니까. 천천히 자신의 쪽으로 오는 준희의 발걸음을 애써 무시하며 동우는 계속 손톱을 손질하고 있었다. 동우의 옆에 앉은 준희가 동우의 손에서 손톱을 다듬는 도구를 뺏어 동우의 손톱을 직접 손질하기 시작한다. 한 번도 준희가 해 준 적이 없었는데 동우는 그저 준희를 의심의 눈으로 보고만 있기 시작한다.
"화... 났어?"
"내가 화 낼 일이 뭐가 있어."
"... 화낼려면 내... 내가 잘못 했어..."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리고 나 절대로 화 안 났어. 그때 형한테 소리친 것도 미안했었어. 꼭 사과하고 싶었어."
"소리쳤다고? 언제?"
"은색 사자고 소리 질렀잖아. 기억 안나?"
"야, 그게 소리 지른 거니? 아무튼 강준희. 소심하기는."
"나는 형이 엄청 소중해서 소리 지르는 것도 미안하고 이렇게 손톱 다듬는 것도 혹시나 다칠까 싶어서 불안하고 그래."
"..."
"형은... 아끼기만 해도 아까운 사람이라고 내가 몇 번을 말 해?"
준희의 표정은 편안하다. 반면에 동우는 준희의 진심어린 말에 온 몸이 붉게 달아오를 듯 화끈 거렸다. 손톱을 다 다듬은 준희가 미리 준비해 둔 물에 적신 수건으로 동우의 손을 닦아 주었다.
"자, 끝!"
준희가 다듬어 준 손톱을 보며 동우가 만족한 듯 웃었다. 동우는 고맙다는 뜻으로 호원의 입술에 짧게 뽀뽀를 했다. 동우의 뽀뽀에 놀란 준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동우를 본다.
"헤헹. 고마워, 우리 준희."
뭐...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섬세한 성격들의 커플이라 서로를 아껴준다는 명목 하에 지금까지 연애를 하면서 스킨십이라곤 손잡고 껴안는 것 밖에 하지 않았었다. 준희는 순식간에 붉어진 얼굴로 멍 하게 있었고 동우는 괜히 쑥스러움에 과일이나 먹자며 부엌으로 쏙- 하고 사라졌다.
**
병원에 도착한 동우가 차를 병원 앞에 세웠다. 늦은 저녁이라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준희와 동우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살짝 입을 맞춘다. 그러다 다시 주변을 확인하고는 다시 한 번.
"몸조심하고. 피곤하면 틈틈이 꼭 자."
"알았어. 형도 조심해서 운전하고."
"우리 언제 같이 잘 수 있을라나?"
"일단... 다음 주 주말에 별 일 없으면 나 휴가야."
"나도 그 때 맞춰야겠다. 같이 가까운 데라도 놀러가서 1박 2일로 쉬다 오자."
"응. 일단 나도 빨리 들어가야겠다. 집에 도착하면 전화 해."
"넵!"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입을 맞춘 준희가 차에서 내렸다. 차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 까지 그 자리에서 보던 준희가 가벼운 걸음으로 병원으로 들어갔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시원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우리 준희. 이제 다 컸네~]
참나. 누가 누구보고 컸다고 하는 지. 간단하게 답을 하니 또 핸드폰이 울린다. 이번에는 성재다.
[널 데리러 온다던 그 자가 널 잘 데려다 줬느냐. 그래 너도 연애한다 이거지. 그래 잘 살아라. 이놈아!]
준희는 그냥 핸드폰을 집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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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희는 호야니까 이건 야동팬픽이에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추석선물이니 저는 추석연휴가 끝나는 날 까지 안뇽~ 뿅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