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세훈] 어린 양 구원하기 02 | 인스티즈](//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e/c/c/eccda83c1cc0f3bb49dd2ba502f9614d.png)
셋째 날. 4교시다. 점심 생각에 공부는 뒷전이고 모범생이고 뭐고 시도때도 없이 시계만 올려다본다. 귀여운 자식들... 그 사이에서 세훈이는 또 쿨쿨 잠만 자고 있다. 겨울 잠 자는 거? 깨어있는 꼴을 못 봤어. 깨우고 싶지만 귀찮다는 소리 들은 뒤로 뭔가 조금은 조심스러워지는 기분이다. 점심시간 종이 울리고, 아이들이 문 밖으로 우르르 쏟아져 나가니 금방 텅 비어버렸다. 역시나 세훈이는 아직도 엎드려 자고 있고. 그냥 차라리 교실에 놔두는 게 좋으려나. 밥은 먹이고 싶은데... 고민하고 있는 사이 세훈이가 스멀스멀 일어났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채로 기지개를 켜는데 귀... 귀여워! 성격과는 딴판인 저 천사같은 모습 좀 유지해 주면 좋으련만. 나랑 눈이 마주치니 표정을 풀고 다시 정색을 하는 것이다. 제발 날 열린 마음으로 봐 주면 안되겠니? " 세훈아 " " 교생은 학교에서 밥도 안 주나. " " 어? " " 전 제가 알아서 먹으러 갈 테니까. " " 그...래... " 귀찮음이 잔뜩 묻어나는 표정으로 그러면 내가 뭐라 대답해야 되나... 멍청하게 그러겠다 하고 교실을 나와버렸다. 망할 오지랖으로 평생 당할 수모 여기서 당할 듯 싶다. 근데 포기하는게 더 쪽팔려... 저 어린 양을 지도해보겠다 제대로 결심한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이런 생각하는 내가 참 웃기다. 착한 선생님이랑 같이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옆으로 세훈이와 검은 무리들이 지나갔다. 악의 축이에요. 착한 선생님의 말에 어떻길래 그 정도냐고 물었더니 충격적인 말을 하신다. " 오세훈이라는 학생을 주 축으로 돌아가는데 패싸움은 기본이고... 선량한 학생들이랑 선생님들 골탕먹이는 낙으로 살아가는 애들이에요. 오세훈이 중심인데도 오세훈은 그나마 그냥 싸움질만 하는 것 같던데. " " ...그래요? " " 네. 게다가 저 오세훈이라는 애 집에 돈이 많아서 뭔 일 생기면 다 돈으로 해결하니까 뭐 제대로 된 훈계도 못 하고. 걔네 부모님이 교장 선생님이랑도 아는 사이셔서 적당히 혼내고 교장선생님 귀에 안 들어가게 노력하죠. 걔네 부모님한테 잘 보이려고 그냥 덮으셔서 만약 교장선생님 귀에 들어가면 걔가 무슨 잘못을 해도 우린 입도 뻥긋 못 해요. " " 아, 돈... " 돈이 많았구나 세훈아... 역시 돈 많은 애들은 싸가지가 남다른 건가. 그래서 무서울 게 없었구나. 세훈이 부모님은 왜 그렇게 막장으로 치닫는 아이를 두고 보시는 걸까. 경찰서 간 거면 부모님도 오셔야 할 텐데. 세훈이가 성적까지 그리 막장은 아니랬다. 중위권 맴돌 정도랬나. 수업시간에 그렇게 엎어져 자면서 성적이 그렇게 나올 정도의 머리를 갖고 있으면서 왜 쓰질 못하니! 역시나 야자를 안 하고 나오는 세훈이의 손목을 붙잡았다. " 뭐요. " " 집 가? " " 네. 그리고 저 야자 안 할 건데. " " 야자 뭐 그거... 그냥 나 지금 집에 가야 되니까 데려다 줄게. " " 선생님이 날? " " 나 이제부터 너 수호할거야. " " 참나, " " 왜, 왜! " " 그 키로 뭘 수호해. " 키가 뭐! 내 머리에서 손을 가져다 세훈이의 키랑 비교하자 어... 세훈아 너 많이 크구나? 절대 내가 작은 게 아냐. 는 무슨, 패기있게 단화를 신은 내 발이 창피해지는 순간이다. 씨... 내일부터 힐 신을 거야. 잡 생각을 하다 이미 저만치 가 있는 세훈이한테 뛰어갔다. 집이 어디냐는 물음에 세훈이가 손으로 어떤 건물을 가리켰다. 저 건물이 그 타, 타, 타워팰리스...? 말도 안돼. 돈이 많다는 게 저 정돈줄은 몰랐다. 세훈이가 점점 더 멀게 느껴진다. 저긴 나에게 있어서 궁궐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키가 커서 그런지 걸음 보폭이 나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잠시만 천천히 걸어도 금방 한참 앞서는 세훈이 때문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조금만 천천히 걷자 세훈아... 내 말에 세훈이가 뒤돌았다. " ... " " 귀, 귀찮더라도 익숙해져! " " 알긴 아네요. " " 안가고 뭐 해... " " 며칠 남았어요? " " 어... 이십 빼기 삼 하고 토요일 두번 하면 십구일 남았다. " " 금방 지나겠네. " 그래... 고오맙다 아주. 너랑 친해지기만 해도 부족할 시간 같다 아가야. 이후로 말없이 걷던 어느 새 건물 앞에 도착했다. 집이 아니라 건물. 하... 어깨가 쪼그라드는 기분... 말도 없이 슥 들어가는 세훈이 뒤에서 혼자 손을 확 치켜들자 뒤돌아서 날 노려본다. 봤니? 하하. 얼른 들어가라며 손을 흔들자 그제야 들어가는 세훈이다. 여기서 집 가려면 어떻게 하지. 넷째 날 굽 높은 구두를 신어 본 지 얼마나 됐더라. 신발장에 놓인 힐을 보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걸 신으면 맑은 윗 공기를 마실 수 있나? 새삼 세훈이가 부러워진다. 너는 감기도 안 걸리겠구나... 난 툭하면 걸리는게 감기몸살이란다. 꽤 화창한 날씨에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일이 진짜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다. 교문에 들어서서 학생들 인사 받고! 선생님들께 인사 드리고! 마침 세훈이를 만나서 안녕! 하고 손을 흔들었는데 대충 고개만 끄덕 하더니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넣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저 정도가 어디야... 언젠간 제대로 인사 해 주겠지. 너 나한테 고마워할 날 올 거야! 점심시간이었다. 착한 선생님께서 오늘 출장을 가시는 바람에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 대충 커피나 사 먹으려고 학교를 나섰다. 근데 저거 세훈이? 익숙한 실루엣이다. 힐 때문에 빨리 걷지는 못하고 뒤에서 세훈아!! 하고 크게 부르자 바로 뒤돌아본다. " 어디 가? " " 내기 하다가 져서 밥버거 사러요. " " 난 그냥 커피 먹으려고. 같이 가자! " " ... "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 걷기 시작하는 세훈이다. 그래도 오늘은 덜 빨리 걷네... 조, 조금 고맙군. 세훈이 옆에 따라붙어서 혼자 이것저것 말 하기 시작했다. 오늘 날씨 되게 좋지? 공부하기 좋은 날 같아 세훈아. 이런 날 싸우면 기분 진짜 더럽겠다. 앞으로 이런 날 계속될텐데! 비오는 날은 비 묻어서 짜증나고 여름엔 더워서 짜증나고 가을엔 건조해서 짜증나고 겨울엔 추워서 짜증나니까 싸울 날 없겠다 그치? " 말 하기 짜증나는 날은 언제예요? " " 어? " " 더럽게 시끄럽네. " 말 하기 짜증나는 날은 없거든! - 마지막 교시가 끝났다. 이제 내일만 가면 또 이틀 쉬네... 다행이도 내가 온 주가 5월 둘째주였다. 선생님들께 인사 드리고 심호흡을 한 다음 세훈이네 반 앞으로 가서 잠시 있으니 역시나 몇몇 학생들이 나오고 그 사이에 세훈이도 있었다. 바로 부르려다가 나 없을 때 반응이 어떤가 좀 궁금해져서 기둥 뒤에 숨어 보니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거였다. 귀여워...! 저게 날 찾는 거였으면 좋겠는데. 기다리는 것 까진 안 바랬다. 그냥 뒤돌아서 가면 뒤에서 짜잔 하고 나타날 생각이었는데 벽에 탁 기대서는게 아닌가!! 날 기다리려고? 3일만에 장족의 발전이다. 세훈아 누구 기다려? 하고 나가니까 잠시 당황한 기색을 내비추더니 내일 덜 귀찮으려고요, 한다. 흐흐. 드디어 내가 좀 기다려졌니? 우리 어린 양은 사납지만 귀여운 걸로. 세훈이가 목 디스크라도 있는 양 난 옆에서 막 얘기하는데 한번 봐 주지도 않고 넌 떠들어라, 난 내 길을 가겠다, 앞만 보고 걸어간다. 나 좀 민망하려고 해. 그 순간 발목이 삐끗, 하더니 그대로 하수구에 굽이 꼈다. 오늘은 잘 풀리는가 싶었는데! 하늘이 내가 잘 되는 꼴을 그렇게 보기 싫으셨나 보다. 작게 으악 하는 내 소리를 들은 세훈이가 날 보다가 끼인 내 굽을 봤다. 하하, 하면서 발을 들었는데... 너 왜 안 빠지니? 무지하게 당황스러웠다. 등으로 식은땀이 한 줄기 떨어지는 느낌이다. 어거지로 힘을 줘 발을 당기자... 굽과 구두가 분리되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안돼! 이거 진짜 비싼거란 말이야... " 세훈아, 이거 내가 눈물을 머금고 할부로 질렀던 거다? " " ... " " 이게 다 내가 못나서 그래... " " 가지가지 한다 진짜. " " 야 그래도! " " 집 어딘데요. " 집? 집 가려면 지하철 타야 돼... 내 말에 미간을 팍 찌푸리던 세훈이가 하수구에 끼인 굽을 뽑아들고는 내 앞에 쭈그린다. 뭐니, 설마 업히라는 건 아니겠지. 네가 나한테 그런 선의를 베풀 리가 없잖아...? 그 순간 세훈이가 업혀요. 한다. 헐, 너 좀 멋있다? 마음 바뀔 세라 냉큼 업히니 집 반대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택시 잡아줄게요. 하는 세훈이의 말에 식겁해서는 세훈아, 내가 가난한 서민이라 택시는 무리고 그냥 반대쪽 굽도 부러트려서 걸어갈게... 하니까 또 옆길로 새는 세훈이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강력접착제를 하나 집더니 계산을 한다. 학생한테 학생 아닌 사람이 업혀있으니까 좀 이상했는지 계산을 하면서 힐끔힐끔 우리 둘을 번갈아 본다.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이니 죄 지었어요? 하는데... 야, 더 쪽팔리거든... 편의점에서 나와 벤치에 날 앉히고는 쪼그려 앉아 굽과 구두를 붙여준다. 이런 내가 수호는 무슨... 내가 한심해서 한숨을 푹 쉬다가 세훈이랑 눈이 마주쳤다. 좀 너무 가까운 것 같은데... 당황해서 눈만 굴리자 다 됐다며 일어난다. " 내일부턴 낮은거 신고 다녀요. " " 그래야지... 나 주제에 무슨 힐. " " 또 높은거 신었다가 오늘처럼 귀찮은 일 만들지 말고. " " 응... 아 접착제 값 줄게. " " 됐고, 수혼지 뭔지 그거 하는 수고비로 퉁칠테니까 그 운 나한테 옮기기 전에 얼른 집이나 가요. " 그, 그래. 하니까 또 주머니에 손을 푹 찌르고 걸어간다. 그냥 그 운이 너한테 붙을까봐 그런 거구나. 응... 내가 너한테 뭘 바라겠니. 세훈이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일어나서 지하철역으로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좋게 생각하자. 이틀 전만 해도 선생질 운운하며 날 무시하던 아이 아니었던가. 지금도 무시당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 암호닉 유자닌자님 뚜근뚜근님 쥬스님 오미자님 지호를워더한다님 백현됴아하세훈님 디노님 호두님 멍멍님 둑둑님 핸드크림님 꽃반지님 민덕님 스윙칩님 박꽃님님 자나자나님 이든님 이땡땡님 용용이님 알로에님 고기님 사과님 둘리님 정주행님 망고님 비야님 탄산님 정은지님 플랑크톤회장님 수박바님 비글비글님 푸우곰님 당근님 타오님 슈퍼님 쁘티첼님 날다람쥐님 쫄보님 팅커벨님 징징이님 둡뚜비님 후라보노님 빨대님 빨강큥님 됴아하디오님 하트님 됴륵님 자일리톨님 오후님 메가톤님 숟가락님 첸첸님 제이너님 헬리코박터균님 메론바님 렌즈님 이과생님 민트초코님 씽씽이님 히짱님 주황님 똥백현님 종구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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