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카디] 7년째 연애중 -야 너 7년동안 걔만 만나면 안질리냐? 질려? 누가? 김종인이? 하긴... 고등학생 과외한답시고 설치다 만난 고삐리랑 눈맞은 나도 답없다. 처음 만났을 때 종인이 귀여웠는데... 요즘은 머리좀 컸다고 말이나 까고 개새끼. -안질리냐고. -별로. 무슨대답을 원하는건지 계속 추궁하는 변백현에 난 왜냐고 물었고, 변백현은 기다렸다는듯 `여소받을래?`라고 물었다. -안돼. 종인이가 화내. -솔직히 7년만났는데 아직도 풋풋하고 설레는 감정으로 연애하는거 아니잖아. 정때문에 만나는거 아니야? -...... 솔직히 연애초창기 풋풋하고 설레는 마음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만날때 더 잘 보이고싶어 거울앞에서 옷을 이리저리 대보는 시절은 이미 먼 옛날이고 요즘은 그냥 만나도 집에서 만나서 영화 한 편 보는정도? 대화도 일상생활 물어보는 대화? 아무래도 둘 다 직장인이다보니 감정이 메말라가는건 똑같은 것 같다. -없지? 없잖아. -아 몰라. -받을거지? 걔보고 약속시간 정하라고 연락한다? -마음대로 하던가. 오랜만에 풋풋한 연애감정 느끼고 싶던 28살 나 도경수. 애인이 있는 몸 그것도 남자애인이 있는 몸으로 여자와 소개팅을 잡았다. -나 왔어. -주말에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냐? -형이라고 하라 했지. -세살차이가지고 형소리 듣고싶냐? 집에 들어서자 쇼파에 누워 바지속에 손을 넣고있는 김종인이 제일 먼저 보였다. 나도 몰래 인상을 찌푸리다 폈다. 김종인은 전혀 개의치 않는듯 TV채널을 무감각하게 돌리고있었고, 나는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확실히 7년을 만나니 달달하고 풋풋한 애인느낌이 나지 않는다. 아마 김종인과 나는 서로에게 질려있는 듯 하다. [야. 너 회사다닌다고 하니까 회사주변 카페에서 만나재. -변백현] 집에오면서 괜히잡았나 싶었는데 집에서 김종인의 모습을 보니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도 생각해봐야하는 나이. 언제까지나 이렇게 있을 수 없다. *** -경수씨? -아. 안녕하세요. 첫인상 좋고. 늘씬하게 쭉 뻗은 다리와 볼륨감있는 몸매. 시원스러운 성격이 인기가 꽤나 많을 것 같다. -전 애인이랑 연애기간이 길다고 들었어요. -네? 아...네. -연애기간이 얼마나 되길래 백현오빠가 그래요? 분위기는 꽤나 좋게 흘러갔다. 우리에게 공통분모는 변백현뿐이니 자연스럽게 변백현이야기가 나왔다. 변백현은 내 얘기를 많이 했는지 나의 오랜연애도 알려준 것 같다. -7년이요. -어머. 7년동안 연애하면 기념일도 안챙기죠? 맞는말. 마지막 기념일을 챙기던 날이 언젠지 곰곰히 생각하다 포기했다. 김종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별로 서운하지도 않아하니까. -네. -우와...나이도 결혼적정기인데 생각 안해보셨어요? -뭐... 못했죠. 남자랑 남자가 결혼한다고 한다면 아마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될 것 이다. 누가 웨딩드레스입어. 김종인이? 아 난 자존심 상해서 못입어. 나도 모르게 큭큭대고있자 상대방은 뭐 웃긴일 있냐고 물었고 별 것 아니에요. 라고 했다. -저는 애는 1명 낳고싶어요. 가사분담도 잘 나눠서 서로 피곤하지 않게 하고싶어요. 아 그리구 일주일에 한 번은 여행을 가고싶어요. 이 여자 결혼할 남자 구하러 마음 단단히 먹고 왔네... 아까부터 계속 결혼얘기다. 아 부담스러워. 김종인이랑 있을 땐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이다. 김종인이랑 카페오면 김종인은 내 입맛을 모두 꿰고있으니 주문도 알아서 척척. 큰 강아지같다. 이 여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줘야 한다. 피곤해. -저기요. -네? -저 아홉시 뉴스 봐야되는데 집에 가도 되나요? 여자는 말이 잘려 무안한지 멋쩍게 웃다가 나의 말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게 변하더니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자신의 아이스커피를 나에게 뿌렸다. 순간 조용해진 카페안. 여자는 기가찬건지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난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계산대에 갔다. -얼마에요? *** 집에 들어서자 나를 바라보던 김종인은 나의 꼴을 보고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뭐야? -종인아. -왜. -나 사랑해? 기나긴 장수연애에 지친 연인들은 서로에게 뭍는다. 나 사랑해? 김종인은 뭐라고 대답할까? 아...대답을 안할수도 있겠네. -오늘 무슨일 있었어? 나의 생각과 달리 김종인은 나를 꼬옥 끌어안았다. 김종인의 품속에서 난 끊임없이 생각했다. 얘가 날 사랑할까. 정때문에 하는거 아니야? -경수야. -왜. -나 오늘 너네 회사 앞에있는 카페갔어. -...... -어떤 여자 소개팅 받았더라. 근데 널 데리고 나오진 못하겠더라고. 너 나이도 나이인만큼 결혼걱정도 이만저만 아니겠구나 싶고... -솔직히 우리 권태기 온 것 같지? -경수야. -대답이나해. -넌 어떻게 느끼는데. 나? 그냥... 오늘 여자 만나기전까진 권태기가 와서 너랑 헤어질 생각도 했었어. 근데 여자만나니까 다 피곤하고 귀찮더라. 난 7년동안 너가 다 챙겨줬는데 이제와서 누굴 챙겨준다고 하니까 불편하기도 하고... 이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곰곰히 생각해도 딱히 표현 할 방법은 없었다. -난 잘 모르겠어. -그럼 나도 잘 모르겠어. 김종인은 날 꼬옥 끌어안고 좌우로 부둥부둥거렸다. 김종인 너는 알고 있었지? -사랑해. -내가 더 사랑해. 김종인은 내가 이럴 줄 알고 있었나보네... 나 혼자 삽질 한거지 뭐. 7년동안 연애 하면서 설레고 풋풋한 느낌은 가도 편안한 느낌이 왔고, 웃음이 나는건 여전하니까... 김종인과 나는 서로를 끌어안고 푸스스 웃었다. -김종인. -왜 -종인아. -뭐야. -넌 좀 천재인듯. 내 말에 키득거리는 김종인. 아니 종인이의 웃음소리에 내 주머니속에서 울리는 처절한 변백현의 울음소리는 안들리는 척 무시했다. 생각해보니까... 달달한건 없어진게 아니라 익숙해서 내가 못느낀거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