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으...머리아파... ㅡ루한! 일어났어? 뭐야. 루한이 당황스런 눈빛으로 민석을 바라봤다. 민석은 생글생글 웃으며 루한의 앞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ㅡ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면 어떡해... ㅡ민석아. ㅡ아까 니한테 앵기던 년 반항 너무 심하더라. 나 볼봐... 누군가에게 맞은 듯 볼이 새빨갛게 부어있었다. 근데 앵기던 년이라니...? 자신이 정신을 차리기 전을 생각하려 애쓰던 루한은 이내 그 여자가 자신의 현 애인이라는것을 인지했다. ㅡ야. 너 걔 어쨌냐. 씨발 어디있어. ㅡ누구? 아 앵기던 년? ㅡ어디있어. 건들기만 해 가만안둬. ㅡ죽였어. ㅡ...뭐? ㅡ죽였다고. 그리고 너가 가만안둘거면 어쩔건데... 너 지금 나한테 살려달라고 빌어도 모자를텐데? 민석은 마치 오늘아침에 밥을 먹었어 라고 말하는 투로 자신이 그 여자를 살인했다고 말했다. 루한은 민석이 장난을 치는건지 진심인건지 알 수 없었다. ㅡ장난이지...? ㅡ루한. ㅡ...... ㅡ내가 그딴걸로 장난칠 생각이었다면 널 납치했을까? ㅡ하... ㅡ루한... 사태파악을 해. 난 널 죽일 수 있어. 아 죽이진 않겠구나 ㅡ...... ㅡ난 널 아주 많이 사랑하거든. *** 시간이 얼마나 지난지 잘 모르겠다. 아마 밖에선 루한을 찾고있을거란 소박한 바램이 있지만 루한의 갑작스런 부재는 이미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그렇기에 루한에겐 희망이 점점 사라지는 듯 빛을 잃어갔다. 민석은 처음부터 자신에게 집착을 하지 않았다. 루한과 민석도 처음엔 남들 다 하는 연애를 했다. 다만 남자와 남자라는 차이점이 있었지만. 때문에 민석는 루한과 있는 시간에도 항상 불안해했다. 루한이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한다면 그 날은 루한과 민석이 싸우는 날이었다. ㅡ너 아까 걔랑 무슨 말 했어? ㅡ하...민석아 사회생활 하는데... ㅡ그놈의 사회생활 사회생활!!! 너 사회생활 그거 다 구라고 바람피는거지? 그치? 너 나 질렸잖아. 다른년 만나는거지? ㅡ민석아. ㅡ너가 어떻게 나한테!!! 루한 너가 어떻게 나한테...루한...내가 질려...? 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 왜그래... 잠자리때문이야? 내가 더 잘 할게... 미안해... ㅡ...... ㅡ제발 나 버리지마 루한... 품에 안기듯 루한의 가슴에 고개를 뭍은 민석은 이내 자신의 등을 감싸오는 루한의 팔에 아무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루한에게 향한 민석의 집착은 나날히 더해갔다. 이제 집 밖으로 나간다고 해도 민석은 다른여자를 만나러 간다며 눈에 독기를 품고 소리질렀다. 루한은 점점 지쳐갔다. 더이상 민석은 예전의 사랑스러운 민석이 아니라 독기를 품고 사랑스럽기보단 두려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ㅡ민석아. ㅡ루한... 가지마. 응? 제발... 민석은 닭똥같은 눈물로 두 볼을 흠뻑 적시며 울고있었다. 루한은 한숨을 쉬며 민석에게 다가갔다. 민석은 루한에게 안아달라는 듯 손을 벌렸다. 루한은 민석의 손목을 잡아 아래로 내렸다. 민석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는게 느껴졌다. 루한과 마주한 민석의 두 눈엔 불안함이 가득했다. ㅡ민석아. ㅡ루한. 하지마. ㅡ우리. ㅡ제발... ㅡ헤어지자. ㅡ...뭐? 루한의 말에 민석의 두 눈에 담긴 단 하나의 감정인 불안감은 사라졌다. 더이상 아무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민석의 두 눈은 황폐화된 벌판처럼 공허했고, 민석은 뒤돌아 문 밖으로 나가는 루한에게 달려가 안겼다. ㅡ루한 미안해. ㅡ...... ㅡ내가 다 잘못했어. 미안해. ㅡ민석아. ㅡ다시는 안그럴게. 내가 다 잘못했어. 루한은 민석의 팔을 풀어내려해도 단단하게 감긴 민석의 팔은 풀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민석은 중얼거리며 루한에게 말했고, 루한은 그런 민석에게 또다시 두려움을 느껴 힘껏 팔을 풀렀다. 그러자 민석은 갑작스런 힘에 밀려 바닥에 넘어졌고, 루한은 민석을 당황스런 눈빛으로 바라봤다. ㅡ...나 밀었네. ㅡ...민석아 그게... ㅡ날 밀어냈구나? 실성한 사람처럼 낄낄거리며 웃던 민석은 웃음을 거두고 루한을 바라봤다. 루한은 죽은사람처럼 탁한 민석의 두 눈을 피하며 황급히 집 밖으로 나가려고 현관문 손잡이를 잡았다. ㅡ너가 날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니? ㅡ...... ㅡ절대로. 넌 날 벗어날 수 없어. 민석의 말이 끝나기전에 루한은 집 밖으로 나갔다. 집 안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그날 이후로 루한은 민석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세달. 민석을 차츰차츰 잊어갈 때 쯤 루한은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났다. 예전의 민석처럼 자신의 행동에 수줍어하는 그런 여자를. 그리고 그 여자와 지인들끼리 술자리를 가졌고, 정신을 잃고 깨어나보니 민석이 루한의 눈 앞에 있었다. ㅡ루한. 무슨생각해? 설마 탈출 뭐 이딴거? 맞다 우리 예전에 본 영화보면 막 주인공이 아슬아슬하게 탈출하잖아. ㅡ...... ㅡ그거 다 개구라야. 못도망가. 여기서 굶어죽든 썩어죽든... ㅡ...... ㅡ그냥 난 너가 내 옆에만 있으면 돼. 민석이 새초롬한 표정으로 루한에게 말했다. 루한은 어두컴컴한 곳에서 먼지눅은냄새만 맡다보니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았다. ㅡ민석아. ㅡ왜? 루한 왜그래? ㅡ제발...날 내버려둬. 루한이 먼저 말을 걸자 신이나서 대답하던 민석은 루한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생글생글 웃으며 주머니에서 커터칼을 꺼냈다. 드르르륵.드르르륵. ㅡ한 번 만 그딴 개소리 내뱉어봐. ㅡ...... ㅡ가만 안둬. 민석은 이내 기분이 나빠졌는지 자리를 떠났다. 루한은 뒤로 묶인 손목이 까끌거리는 노끈에 쓸려 까진건지 따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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