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니까.
Witty/재치있는
탁.탁.
애꿎은 책상만 손톱으로 탁.탁.탁...
머리가 지끈지끈 아려온다. 아직도 그 갑작스런 뽀뽀가 눈앞에 생생한데.
쪽, 하고 부딪혀온 입술을 떼자마자 박찬열이 한말은.
우리 기분도 안좋은데 빵이나 먹을까.
빵이나 먹자고? 빵이나?
더 어이가 없는건 그런 박찬열의 말에 아무말없이 쫄쫄쫄 매점으로 따라간 내 태도다.
미쳤지, 장난치냐고 싸대기를 날려줘도 모자랐을걸.
"어후우으으 미쳤어!!!!"
"누가."
"내가!!!!!"
헐.
낮은 목소리에 확 고개를 돌려보니. 박찬열이 빵을 씹으며 나를 내려다본다.
기분이 좋은지 몸까지 살랑 흔들어대면서.
내가 더욱 이해가 안가는건, 박찬열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다는 건데.
그 뽀뽀 이후로 3일이나 지났건만 이 녀석은 늘 똑같이, 단 하나의 변화도 없이, 나를 평소대로 대하고 있다.
정작 당한 내 입장은 끙끙대면서 걱정이란 걱정은 다 하고있는데, 지금!!!
"박찬열!!!!!"
"응?"
"....아오오오..."
절로 몸에 힘이 풀리고 털썩 엎드려버렸다.
처음으로 뽀뽀해보는거였단 말이야! 그것도 모르면서..
쑥쑥 튀어나오는 말들을 눌러참고 꾹 눈을 감았다. 잠이나 자자. 잠이나.
"..."
"..."
"야."
"응?! 나 불렀어?"
"뭐야, 자는거 아니었어?"
잠이 안온다고, 너때문에.
박찬열 너 이.. 이.. 나쁜새끼 너.. 너때문에 잠이 안온다고...
*
"OOO, 추워? 체육복 벗어줄까?"
"응응으응응응 벗어줘.."
"아무튼 양심이라곤 코털도 없는년... 튕길줄도 몰라요.."
"두유헤브 불만?"
툴툴 대가면서도 체육복을 벗어주는 변백현. 백현아 넌 이 누나의 종이란다.
변백현의 체육복을 덮어쓰고도 느껴지는 한기에 몸을 달달 떨면서 수업을 듣는데, 옆에 가만히 앉은 아이의 시선이 순간 내게 닿는다.
뭐, 뭐야... 차마 옆으로 고개를 돌리지는 못하고 모르는척 필기를 시작하는데.
내 왼손을 스윽 쓸어내는가 싶더니 꼭 깍지를 끼고 선생님이 볼 수 없도록 책상밑으로 내려버린다.
그럼 박찬열 필기는? 슬쩍 옆을 쳐다보자 왼손으로 쓱쓱. 잘도 써내려간다.
아 그래.. 쟤 양손잡이지..
-그래도 추워?
박찬열이 끄적끄적 무언가 쓰는 듯 하더니 조금 불편해 보이는 자세로 쪽지를 넘겨준다.
안 추워. 대답 대신 씩 웃어주었더니 쥐고있던 샤프를 놓고 내 머리를 쓰담쓰담.
아무래도 뽀뽀얘기는 쉽게 꺼낼 수 없을 것 같다.
아무감정 없이, 그냥 내가 슬퍼보여서, 충동적으로 한거라고 대답하면 어떡해.
<박찬열시점>
전학생이 왔다.
알게 모르게 오기전부터 끌리는 속이 이상했다. 분명 강전온 여자애임을 알면서도.
담임선생님을 조르고 또 졸라서 전학생을 내 옆자리에 앉혀달라고, 그렇게 허락을 받아냈다.
물론 그 첫날, 나는 지각을 했지만.
그 아이는 하얗고 예뻤다. 키가 작고 볼이 통통한게 꼭 중학교 입학생 같았다. 호감을 넘어서, 그 이상의 감정도 벌써 가지고 있었는지 모른다.
너랑 친해지고 싶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친해졌다. 밥도 같이먹고 매점도 같이가고 같이 벌도서보고.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일인지, 나는 그제서야 알았다.
그리고. 내 속 깊은곳에 있는말을 꺼낸것은 그 아이가 처음이었다.
항상 사람들을 대할때마다 나는 다른세계에 사는것 같았다. 나 스스로 나를 차별시켰고 거리를 두었다. 심지어 가장 가깝게 지내던 변백현에게도.
특히 부모님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할 수 없었던 내가, 그 아이에게만은.
"그냥 편하게 앉아도 되는데..."
"여기 뽀뽀한다."
"뭐라..."
지각을 했다. 아이가 교무실에서 나쁜 말을 들었고 나는 화가 났다.
겉으론 울지않아도 속으로 울고있는것 같아서 속이 상했다. 내가 할수있는건 다 해주고싶은데, 학생이라는 벽이 있었다.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시간이 지나야 해결되는 벽이었기에.
입술이 닿는 그때서야, 번뜩 정신이 들었다.
그냥 위로해주고 싶었는데 방법이 조금 틀어진 것 같았다. 꼭 안아서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는것만으로도 그 아이에게는 큰 위로였을텐데.
알면서도, 깨달았으면서도 입술을 금방 떼지 않았던 이유는.
좋아하니까. OO이를 좋아해서.
사랑한다는 말보다 좋아한다는 말이 더 맘에 드니까.
*
"야 박찬열, 저기 여자애가 니 불러."
"나를? 왜?"
"몰라..."
내 말에 잠시 어깨를 으쓱,하던 박찬열이 이내 의자를 끌고 일어나 교실 앞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인기많아서 짜증나...
털썩 책상위로 엎드려버리자 그런 나를 보면서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변백현.
"...뭐하냐?"
"힘내.... 세상에 남자가 박찬열만 있는건 아니잖아..."
"너 오늘 아침 뭐 잘못먹은거 아니야?"
"쟤보다 잘생긴애도 넘쳐. 예를들자면 나같은애."
"..맞는다."
"죄송해여."
꽤 오래 걸릴줄 알았던 박찬열은 금방 돌아왔다. 과자를 품에 가득 끌어안고.
이게뭐야? 내 질문에 받은거라면서 환하게 웃더니 섞여있는 빵만 쏙쏙 가져가버린다. 나머지는 너먹어, 하면서 내 손에 쥐어주는것도 잊지않고.
"나도 빵먹고싶어.."
"넌 그거먹어."
"근데 너 고백받은거야?"
끄덕. 박찬열이 살짝 고개를 주억거리는 듯 하더니 주머니에서 꾸깃한 편지를 꺼내 내려둔다.
와, 연애편지구나. 신기하다.
분홍빛을 띠는 봉투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다시 예쁘게 접었다. 아무래도 펼쳐보는건 실례가 되겠지.
...근데 그 고백 받아준건가. 이 커다란 선물을 가져온걸 보면...
"안받아줬어."
"응?"
"안받아줬다고.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그랬어."
질문도 하지않았는데 내 마음을 읽는다는 듯.
W.멜리
4 END |
으휴ㅡ유흐 오늘 천둥번개가 쩌네여.. 그덕분에 빨리일어나서 쓰고있슴당! 아이 찬뇨리 설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