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오빠, 왜 전, 화했…으, 했어?” “지금 어디야? 목소리가 왜 그래?” “어 그게, 그…감기걸려서!” “아, 그래? 어디야? 오빠가 데리러 가…” “아니야! 오, 오빠! 끊어! 나 데리러 안 와도 돼! 으아,” 뚝…. 어라… 끊겼다…. 중얼거린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차를 집으로 몰았다. 말을 걸어줄 그녀가 없어서 심심해 빨간 불이 들어와 초록불이 들어올 때까지 핸드폰을 켜서 뉴스를 봤다.
‘서울서 고등학교 여학생 집단 성폭행 한 10대 5명 구속’ 갑자기 이 기사를 봤을때, 그녀가 생각이났다. 혹시 그녀가… 아니다, 그럴리가. 또 걱정도 되었다.야자해서 밤인데 괜찮을까? …뭐, 알아서 오겠지?
… 그날 밤, 그녀는 밤늦게,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
학교가기 싫어, 오빠도 회사 안가고 나랑 놀면안되? 오빤 회사 안가도 되자나, 그녀가 칭얼거렸다. 늘상 아침마다 하는 말이라 그저 그냥 가, 하며 넘어갔다. 나는 아침밥을 다 먹고 넥타이를 묶고 있었다. 다 묶고 난 뒤 머리손질을 하고 있을 때, 그녀의 핸드폰에 모르는 전화번호로 문자가 떴었다. 나는 그저 자연스럽게 확인했다.
오늘 6시 학교 옥상.
이건 또 무슨 뜻이야. 요즘 고딩들 사이에선 단답으로 이러나. 하고 가볍게 넘어갔었던것이 화근이었다. 왜, 그때 눈치채지못했을까. 그때 눈치를 챘었어라도 그녀를 살릴 수 있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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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녀와 맞춘 커플링을 찾아왔다. 그녀가 이 반지를 보면 얼마나 기뻐할까, 덩달아 나도 기뻐했다. 내일, 아침에 그녀의 손에 끼워줘야지. ‘()야, 나 오늘 야근해. 먼저 밥먹고 자고있어.’
혹시나 날 기다릴까봐 걱정이 되어 문자를 보낸 뒤 일을 다시 시작했다. 또 몇분이 지난뒤에서야 그녀에게 문자가 왔다.
‘오빠, 나 먼저 갈게.’
그 문자를 받고 난 빙그레 웃었다. 나는 한번이라도 애교있게 문자좀 보내주지. 하고 그저 넘어가고. 지금이 되어서야 후회가 된다. 내가 왜 그때 그 문자를 이해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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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장례식 날이었다. 그녀는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하였다고 연락이 왔다. 그녀의 부모님은 오시지 않았다. 그녀와 내가 동거를 하면서 그녀는 부모님과 아예 연락을 끊었었다. 지금 그녀의 부모님도 모르시고 있을테지.
그녀의 죽음에 난 의문이 들었다. 왜 자살을 한 걸까, 내가 모르는 일이 있는걸까? … 그 해답은 얼마 안가 찾았다.
그녀가 학교에서 왕따였다는 것, 그녀의 몸 속에서 정액이 발견 되었다는 것, 그녀가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 그 소식을 듣고 당황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였다. 그것이 점점 분노로 바뀌며 슬픔으로, 이젠 자책감까지 느꼈다. 난 그녀를 지키지 못했어….
너를 지켜주지 못 해서 미안해.
*
그녀의 장례식 후 한달 하고 반이 지았다. 그동안, 나는 죽은 듯이 살았었다. 정말 조용하게. 또 성폭행을 한 소년 4명을 구속시켰다. 그러다 이제 회사에 자주 출근하지 않아 아버지께 깨지고 처음으로 그녀가 차려준 밥상도 그녀가 묶어주는 넥타이도 나 혼자 하고 그녀가 죽고 난 뒤 처음으로 집밖으로 나왔다.
그 때가 아마 딱 두달이 지났을때 였을것이다. 나는, 정말 숨이 멎는 줄 알았다. … 내 앞에, 그녀가 나타났다.
“()아….” “오빠!”
그녀는 늘 그렇듯이 나에게 안겼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오빠, 왜이렇게 늦게 나왔어?” 그녀가 정말 살아있는 걸 까. 의문이 들어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그러자 손에서 부드러운 그녀의 피부가 느껴졌다. 아아… 정말, 살아있구나. 죽은게 아니었어,
“오빠, 우리 뭐 할까?” “네가 하고 싶은거, 다 하자.” “정말?정말이지?! 우와, 그럼그럼, 우리 놀이공원 가자!”
그녀는 신나하며 내 손을 꼬옥, 잡고 뛰어갔다. 어린애 같아, 라고 말하자 볼을 부풀리며 애 취급하지마아, 하며 말꼬리를 늘렸다.
“오빠, 우리 롤러코스터 타자!” “유령의 집 들어갈래? 응? 가자아~” “오빠 이번엔 후룸라이드!” “오빠 또 뭐탈까?”
저녘이 되고 마지막으로 그녀와 난 관람차를 탔다. 역시 마지막은 관람차지.
그리고, 이 관람차가 맨 끝에 닿는 순간, 난 그녀에게 반지를 줄것이다.
3 2 1…
나는, 이 관람차가 맨 꼭대기에 닿은 순간 그녀에게 반지케이스를 내밀었다. “…오…빠, 이게 뭐야?” “…반지, 네거야. 전 부터 주고 싶었던거.”
아…, 그녀가 짧게 탄식하며 나를 바라봤다.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것인가?
“…오빠, 정말 고마워…. 정말, 정말…뭐라 표현해야 될 지 모르겠어, 정말 고마워….”
다행이다, 속으로 생각했다.
“공주님, 받으세요.”
그리고 난 그녀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그녀는 울었고, 나는 웃었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진짜, 마지막이 되었지.
*
“()야, 어디있어?”
그녀와 놀이공원에 갔다와 집으로 왔을 땐 그녀는 상당히 지쳐보였다. 그리고 그대로 침대에 둘이 영켜붙어 잤었는데…
왜, 너는 보이질 않는거니.
“()야…….”
그리고 나는 침대 옆 탁상에있는 내가 어제 그녀에게 준 빛나느 우리의 반지를 보았다. 아아, 환영이었구나… 그녀는 정말 떠나간 것이야. 멀리 하늘로….
그런데, 그거 아니?
난 말이야, 네가 없는 세상에선 살 의지가 없어.
나도 곧, 따라 갈게. 그곳에서, 같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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