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Love w.클레오파리스크 |
성열의 전공관 앞에 밴을 세운 호원이 헛웃음을 지었다. 명수의 매니저로 있으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소위 보모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소소한 것까지 챙겼지만, 이렇게 연애 문제까지 자신이 개입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았을 지도. 온갖 걱정을 다하고 있을 명수 생각에 투덜거리면서도 성열의 번호를 찾는 손놀림은 거침없었다. 성열의 연락처를 찾아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누른 호원의 얼굴에 긴장한 색이 역력했다. 명수가 전화를 걸었던 것처럼 휴대폰이 꺼져있을까 하는 마음에.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다르게 귓가에 들리는 잔잔한 컬러링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 여보세요? 」 “ 성열씨? 혹시 저 기억하세요? 카페에서…. ”
다행히도 저를 잊지 않은 모양인지, 대화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조심스럽게 전공관 앞으로 나와 줄 수 있겠냐는 물음에 당연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는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성열의 말을 끝으로 전화통화가 끝이 났다. 통화를 끝낸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휘파람을 불며 밴에서 내려섰다. 다들 연예인 차로 보이는 밴이 신기한 모양인지, 저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가는 시선 때문에 온몸이 따가웠다.
오. 되게 넓네. 며칠 전, 학교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던 호원이 탄성을 뱉었다. 한 과만 사용하기에는 터무니없이 큰 전공관에 혀를 내둘렀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성열이 나오기 전 뻐근한 몸을 풀려던 찰나였다. 보지 않고 듣기만 해도 급한 발자국 소리에 예상했다. 성열이 내려왔구나 하고. 아니나 다를까. 제 앞에 서서 숨을 고르며,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어색하게 웃는 모습에 어깨를 으쓱였다.
“ 뭘 그렇게 뛰어왔어요? ” “ 오래 기다리셨죠. 죄송해요. ” “ 나도 조금 전에 도착했는데? ”
전혀 아니라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성열을 안심시켰다. 그런 호원의 말이 믿기지 않는 것인지, 의심의 눈초리로 호원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성열이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양손에 든 캔커피 하나를 호원에게 건네며 말했다.
“ 급하게 내려오느라 이것 밖에…. ” “ 캔커피 잘 마실게요. ”
손에 받자마자 바로 캔커피를 따서 마시는 모습을 보던 성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나저나 이 분이 저를 왜 찾아왔을까 하고. 자신과 호원의 사이에서 공통점이라고는 명수를 알고 있는 것 밖에 없었기에. 잠시 동안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며 생각하는 성열의 팔을 잡았다. 그에 정신을 차린 성열이 호원을 바라보자 밴을 가리키며 말했다.
“ 차 안으로 가서 이야기 좀 할까요? ” “ 네. 그러죠, 뭐. ”
카페에서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르게 경계 없는 모습으로 차안에 몸을 싣는 성열을 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제 손에 들린 캔커피를 명수에게 보여주며 자랑을 하면 뭐라고 말을 할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그 생각은 잠시에 불과했다. 제 배우님을 놀릴 만큼 배짱이 두둑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꼬투리를 잡아서 늘어질지, 예상할 수 없는 탱탱볼 같은 배우님이 김명수이기 때문에.
운전석에 탈까 하다,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뒷좌석에 탄 호원이 성열을 가만히 바라봤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오밀조밀하게 생긴 것 같다고. 성열이 머쓱해 하는 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빤히 바라보던 호원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입을 뗐다.
“ 이제야 정식으로 제 소개를 하네요. 성열군 반가워요. 전 김명수 매니저 이호원이에요. ” “ 네. 김명수씨한테 많이 들었어요. ” “ 김명수씨? ” “ 아. ”
짧은 탄성과 함께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가린 성열이 호원을 응시했다. 성열이 왜 그러는 것인지, 알지 못하는 호원은 그저 성열이 그러했듯 놀란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누가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기라도 한 것 마냥, 굳은 체 가만히 있는 모습에 성열의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 왜 그래요? ” “ 딱딱하게 부르지 말고,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거 알고 계신 것 같아서…. ”
근데 그 형이라는 호칭이 입에 안 붙어서요.
이어지는 성열의 대답에 이해를 한 호원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명수 성격에 여태까지 존대를 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도 못 하고 있었지만, 남에게 제 생각을 강요하고 있을 줄이야. 정말 알다가도 모를 김명수였다. 그 호칭이 얼마나 곤욕스러운 것인지, 딱하단 표정을 지어 보이니 제 편을 만난 것처럼 울상인 모습에 혀를 끌끌 찼다. 딱딱하게 부르면 계속 해서 정정했을 명수의 말들이 뇌리를 스쳤기에.
“ 근데 난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난 김명수 매니저지만 성열씨 편이니까. ” “ 네? ” “ 그러니까 내 말은 김명수라고 부르든, 씨를 붙이든 상관없단 말이죠. ” “ 아…. ”
감사합니다. 고개까지 숙여 인사하는 모습에 헛웃음이 지어졌다. 이런 천사를 김명수가 데려가겠다고 작업하고 있다니. 당치도 않았다. 이 말을 명수의 면전에 대놓고 이야기를 했다간 제 목숨 줄이 위태롭겠지. 언젠가는 꼭 터트리고 말겠다고 다짐하면 마음 속 깊은 곳에 꾹꾹 눌러 담았다.
호원이 그런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제 앞에서 호탕하게 웃고 있는 호원이 그저 신기했다. 친하지 않은 사람 앞에서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도 있는 건가. 사람을 꿰뚫어 보는 눈은 명수와 다를 바 없었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달라서인지 말을 시작한 지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경계를 푼 제 자신이 신기하고 호원이 신기했다. 며칠 명수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들었던 생각은 하나였다. 매니저가 엄청 고생하겠다고. 그도 그럴 것이 하나부터 열까지, 맞춰줘야 할 것이 많아 보였기 때문이랄까.
“ 형, 이라고 불러도 돼요? ” “ 그럼요. 편하게 불러요. ” “ 그럼 형도 말 놓으시면 안 돼요? ”
정중하게 물어오는 성열의 말을 거절하기도 그렇고. 딱히 거절하고 싶지도 않은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자 강아지처럼 시익 웃었다. 차 안이 익숙해진 것인지, 좌석 끝부분에 걸터앉아 있던 성열이 엉덩이를 뒤로 바짝 붙여 앉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형, 저 김명수씨 이야기 좀 해도 돼요? 그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이어지는 푸념에 성열과 같은 의미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못 말려.
“ 혹시 김명수씨, 어렸을 때부터 세뇌 교육 받으면서 자랐어요? 엄청 심하게. ” “ 왜? 네가 집에서 받았을 정도의 주입식 교육은 받았겠지. ” “ 아…. 그럼 혹시 김치찌…. ”
저기. 성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자른 호원이 성열을 조용히 불렀다. 그에 놀란 눈을 한 성열을 호원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성열의 입에서 무슨 물음이 나올지 알았기에. 하지만 성열의 말을 잘랐던 것과는 다르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호원이 미안하다는 듯, 웃어 보이며 성열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 김치찌개에 한 맺힌 거라도 있어요? ”
다음에 만날 땐 김치찌개 먹자는 게 뭐예요.
레스토랑에 데리고 갔던 첫 날과는 다르게 소소한 음식을 좋아하는 것을 보며 솔직히 놀랍기도 했다. 이 사람이 이런 것도 먹을 줄 아는 구나, 하고. 하지만 그 놀람으로 끝났으면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밥을 뭐 먹었는지 물어봐달라고 해서 항상 물어보면 김치찌개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른 메뉴가 있어도 김치찌개는 빠지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김치찌개에 맺힌 한이라도 있나 싶어 물었지만, 역시나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잠시 이상한 생각을 한 제 자신을 탓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근래 들어 먹지도 않았던 김치찌개를 1년 내내 먹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끔 했다.
“ 명수가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파서 그래. ” “ 한 번 꽂히면 얼마나 가는데요? ” “ 음…내가 명수 매니저하면서 질려하는 거 본 적이 없네. ”
그런 호원의 말에 놀란 성열의 입이 다물어 질 줄을 몰랐다. 그리고는 이어지는 요즘 집착하는 것이 있느냐는 조심스러운 물음에 어깨를 으쓱이며 모른다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집착의 대상이 제 앞에 있는 성열이었으니까. 너라고. 네가 요즘 집착의 대상이라고 하면 지레 겁먹고 도망갈 지도 모르니까. 성열의 편이라고 했으면서도, 제 연예인이 힘든 꼴은 못 보니 전형적인 팔불출 매니저의 꼼수였다.
“ 형이 되게 힘드시겠어요. ” “ 내가 뭘. ”
네가 더 힘들 것 같은데. 이 말을 쏙 뺀 호원이 어색하게 웃으며, 걸려오는 휴대폰을 힐끔 쳐다봤다. 역시나 김명수가 양반이 되는 건 무리인가.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찌 알았는지, 지겹도록 울리는 전화에 혀를 찼다.
* * *
얼른 돌아오지 않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말에 촬영장으로 돌아오자, 언제 죽어있었냐는 듯 방방 뛰어다니고 있는 명수를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명수의 옆으로 다가가 손에 쥐고 있는 휴대폰을 힐끔 쳐다보자, 보란 듯이 떠있는 성열의 이름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새를 못 참고 또 다시 연락을 해본 건가. 어찌 되었건 간에 다시 제 컨디션을 찾은 명수를 보며 다행이란 생각을 가득 했다.
“ 촬영장이랑 성열이 학교랑 몇 분 거리지? ” “ 음. 차로 20분 안 걸릴 걸. 왜? ” “ 아. ”
그렇군. 오케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인 명수는 그 뒤로 힘들다고 징징거리지도 않고 제 분량을 찍어 나갔다. 무슨 바람이라도 분 것인지, 항상 쉬어가자며 감독님을 살살 꼬드길 때는 언제고, 쉬자고 하는 감독님의 말에 정색을 하며 다이렉트로 가자는 말뿐이었다. 그에 죽어나는 것은 스태프들이었고. 오죽했으면 스태프 중 한 명이 울상을 지으며 호원을 바라봤을까.
“ 명수씨. 저녁 먹고 하자. ” “ 그렇죠. 저녁은 먹고 해야죠. 아니면 저 쓰러집니다. ”
다이렉트로 찍자던 사람이 누구더라. 스태프들이 웅성거리며 명수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한 시간 뒤에 다시 촬영을 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다들 뿔뿔이 흩어졌다. 그런 스태프들을 바라보던 명수가 도시락이 있는 곳에서 제 분량의 밥을 챙기고 있는 호원을 향해 손짓했다. 역시 매니저 생활을 꽤 해본 탓인지, 눈빛 하나만으로도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내려놓으며 터덜터덜 명수의 앞으로 다가왔다. 대체 또 무슨 일을 시키려고.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지 오래였기에 무슨 말을 하든 무덤덤했다. 명수가 그 말을 뱉기 전까지는.
“ 가자. ” “ 어딜? ” “ 성열이 학교로. ” “ 뭐? ” “ 오늘 저녁도 제대로 못 먹고 학술제 준비한대. 그러니까 사서 가자. ”
하하하. 자신이 지금 잘못 들은 것은 아닌 가하고 의심의 눈초리로 명수를 바라봤지만, 무얼 하냐는 듯 앞장 서기 바빴다. 앞장서서 걷는 명수의 옆으로 급하게 따라붙으며 호원이 물었다.
“ 진짜 가냐? ” “ 그럼 가짜로 가냐. 내가 김명순데. 내가 거짓말 하는 것 봤어? ” “ 아니. ”
그러니까 그냥 가. 그런 막무가내적인 성향에 혀를 내둘렀다. 멀어져 가는 명수의 뒷모습을 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급하게 따라붙었다. 저녁 메뉴는 어떤 것으로 준비해야 하나부터 시작해서 몇 인분을 준비해야하는 지까지 온갖 걱정뿐인 호원과는 다르게 당사자는 평온해보였다. 그에 심술을 부리겠답시고 운전석에 앉으며 투덜거렸다. 그 인원 먹거리는 언제다 준비해. 그 물음에는 재깍 답을 하는 명수로 인해 호원이 입을 꾹 다물었다.
“ 촬영 전에 주문해뒀어. 찾으러 가기만 하면 돼. ”
이 주소로 가자.
그리고는 주소가 적힌 종이를 건네며 또 다시 평온한 표정으로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그런 명수의 행동에 속이 터지는 건, 전부 호원의 몫. 나쁜 놈. 룸미러로 명수를 힐끔 바라 본 호원이 다짐했다. 돈 많이 벌어서 매니저 생활을 꼭 청산해야겠다고.
* * *
“ 누구랑 자꾸 카톡하냐?! ” “ 넌 모르는 사람. ”
좀 보여줘. 성열의 옆에 붙어서 카톡 내용을 보려고 했지만, 우현과 다르게 긴 팔로 허공 위로 들어 올리자 포기한 우현이 자리에 힘없이 앉았다.
“ 아. 배고파 죽겠네! ”
그 말을 끝으로 책상 위에 철푸덕 엎어지는 우현을 보며 다들 혀를 찼다. 성열만 제외하고. 성열은 어떻게든 끝을 볼 생각인지, 엎어지는 우현을 일으켜 앉히며 닦달하기 바빴다. 얼른 끝마치지 않으면 밥 따윈 상상도 하지 못하게끔 해주겠다는 협박을 일삼으며. 어린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며 늘어지는 우현의 행동에 동우와 성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자기가 뭘 했다고. 자신들이 보기에는 주제부터 시작해서 자료 수집까지 전부 성열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우현은 성열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은 것 같다고나 할까.
“ 남우현. 네가 뭐 했다고 그러냐. ” “ 우와. 장동우가 내 노고를 몰라주네. ” “ 노고는 무슨. ”
제 편이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성규마저 제게서 등을 돌리는 것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꿋꿋이 제 의사를 표현하며, 책상에 얼굴을 대고 시원함을 느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노트북에 혼을 다 갖다 바칠 것처럼 멍해있던 두 눈에 생기가 도는 느낌이었다. 아, 시원해. 얼굴을 책상에 댄 채로 노트북 속 자료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성열을 보며 혀를 찼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할까. 학술제까지 석 달 정도의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열을 올리는 성열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하지만 그건 예전부터 봐왔던 성열의 성격이었으니 그러려니 했다. 함께 하는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점심도 일찍 먹은 지라 세차게 울고 있는 배를 움켜쥐고 눈을 꼭 감으려고 할 때였다.
“ 성열아. 밥 좀 먹고 하자. 나도 배고픈데? ” “ 그래. 시간도 벌써 저녁 시간이고. 간단하게 시켜먹는 걸로. ”
좀비처럼 죽어가는 우현을 보다 못한 성규와 동우가 지원사격을 나섰지만,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만 들릴 뿐 성열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 반응에 우현을 힐끔 쳐다보자, 한 번만 더 말해보라는 소리 없는 입모양에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너네는 뭐 먹고 싶은데? ”
저장을 마친 성열이 노트북을 덮으며 고개를 들었다. 성열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로 인해 좀비처럼 죽어가던 우현이 몸을 일으켜 앉았다. 이 말이 그렇게나 반가운가. 고개를 갸웃하던 성열이 지잉 울리는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그 진동으로 인해 저녁 메뉴를 생각하던 우현의 두 눈이 요상하게 빛났다. 마치 뭘 캐내려는 것처럼 불순한 눈빛으로.
“ 밥 먹기 싫어? ” “ 아니. 나 치맥 먹고 싶은데? 근데 너 누구랑 연락하냐니까? 우리 문자랑 카톡은 귀찮다고…. ” “ 그냥 밥이면 되지 않을까? ”
우현의 입을 잽싸게 막으며 성규가 답했다. 입이 막힌 우현이 할 말이 있는 것인지, 어버버거렸지만 가뿐히 무시한 성규가 작은 눈을 굴리며 메뉴를 생각했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호흡곤란이 올 정도가 되자, 놀란 성열이 성규의 손을 떼어내며 우현의 입가에 물을 갖다 댔다. 마치 물 먹고 정신 차리라는 것처럼.
“ 난 김치찌개! ”
숨을 고른 우현이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제 의사를 밝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렇게 하자는 긍정의 대답이 아닌 단호박처럼 단칼에 거절하는 성열의 대답이었다. 안 돼. 그에 울상을 짓던 우현이 성열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투닥거리며, 서로를 못살게 굴고 있던 찰나 강의실 문이 열렸다. 그것도 무척이나 요란하게. 자신들을 제외하고는 딱히 들어올 만한 사람이 없었기에, 놀란 눈을 한 네 사람의 시선이 강의실 앞문으로 향했다.
“ 어…. ” “ 음? ” “ 허,헐! ”
너무 놀라 말을 잃은 성열을 제외한 세 명이 제 눈앞에 보이는 사람으로 인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믿기지 않는다는 감탄사와 함께. 정확히 말해서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의 성규와 놀란 우현과 동우였지만.
“ 뭘 그렇게 놀라. 나 여기까지 왔는데 인사도 안 해줄 거야? ”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네는 명수로 인해 정신이 든 성열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여기까진 또 왜. 아직도 멍하니 있는 제 친구들을 보며 고개를 젓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과 사람들이 전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지독한 김명수 남팬인 우현이 호들갑을 떨며,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을 생각만 해도 머리가 띵해졌다. 집 나간 정신이 명수가 돌아가기 전까지 계속해서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명수에게 다가갔다. 명수의 뒤로 보이는 호원과 눈인사를 하며, 각자의 손에 들린 쇼핑백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 이게 다 뭐예요? ” “ 뭐긴 뭐야. 너랑 친구 분들 저녁이지. 아, 그리고 우리도. ” “ 그래서 아까 몇 명 있는 지 물었던 거예요? 촬영 있다고 했잖아요. ”
조잘조잘. 발걸음을 옮기는 제 옆에 붙어서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제 궁금한 것만 계속 해서 묻는 성열로 인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웃었다. 그렇게도 궁금한 게 많은 가. 양 손에 들었던 쇼핑백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강의실을 쭉 훑었다. 촬영을 할 때만 와봤던 대학교 강의실이 마냥 신기했기에.
“ 너랑 친구 분들 밥 챙겨주려고 물었던 것도 맞고. 촬영이 있고, 아직도 찍고 있는데 저녁 시간이라서 같이 밥 먹을 겸 해서 나왔어. 더 궁금한 건? ” “ 이렇게 나와도 돼요? ” “ 되니까 나왔지. 배고프지. 앉아봐. 내가 맛있는 것들로 다 사왔어. ”
제 팔을 잡아끌어 의자에 앉히는 명수의 행동에 다시 한 번 한숨이 내쉬어졌다. 고개를 살짝 틀어 반대편 끝에 앉아있는 호원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아까 봤을 때 말했던 것처럼 명수의 매니저로 사는 것은 되게 힘들 것 같았다.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나이차가 느껴지는 것부터가 그 증거였다. 그리고 앞서 예상을 했듯, 저번에도 한 번 봤지만 이렇게 코앞에서 마주보는 제 배우님이 신기했던 것인지 우현의 입은 한시도 쉬지 않았다. 귀찮을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귀찮은 기색 하나 보이지 않고 웃으며 답해주는 명수가 대단해보였다.
“ 친구 분들도 얼른 드세요. ”
여기. 손수 수저까지 챙겨주는 명수에게 고맙다 인사를 하고는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우와. 텔레비전에서나 봤던 것 같은 연예인 조공 도시락과 맞먹는 비주얼의 도시락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감탄사 없이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함에 놀란 눈으로 명수와 도시락을 번갈아 쳐다봤다. 진짜 어디로 튈지 모르겠네. 처음 봤을 때는 비싸서 엄두도 못 낼 것 같던 레스토랑에 들어가질 않나. 계속 해서 연락할 때는 소박한 김치찌개를 들먹이다, 경계를 풀어가고 있을 때 또 다시 치고 들어오는 새로움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 왜 안 먹어? ”
수저를 들지도 않고, 성열만 바라보고 있던 명수가 물었다. 그에 무슨 할 말이 있는 것인지, 입술을 달싹이다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 대체 왜 이러지. 성열이 왜 이러는 지, 전혀 알지 못해 성열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던 호원을 성열의 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성열은 이런 명수의 호의를 부담스러워한다는 것. 그 깊이가 어느 정도 되는 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얼굴 가득 보이는 ‘나 지금 좀 부담스러움’이란 말에 한숨이 내쉬어질 정도였다.
“ 명수야. 너 지금 그 속도로 밥 먹다가는 입도 못 대보고 가야되니까 얼른 먹어. 성열이도 얼른 먹고. ”
제 딴에는 명수와 성열 모두를 위한다고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것이 명수에게는 불을 지핀 격이 된 듯 했다.
“ 성열…이? 두 사람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어? ”
어딘가 모르게 뚱한 명수의 물음에 두 사람 모두 도시락에 코를 박듯, 고개를 숙여 밥만 먹기 바빴다. 호원은 그렇다 쳐도 자신은 왜 명수의 눈을 마주할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은 풀리지 않았지만 계속 해서 추궁 당하는 것보단 낫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지 않고 묵묵히 밥만 입에 넣을 뿐이었다. 두 사람의 대답을 듣기 위해 수저도 들지 않고 가만히 보기만 하다, 밥을 꾸역꾸역 넣고 있는 성열의 모습에 혀를 찼다. 이러다 체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성열과 언제 이렇게 친해진 것인지 캐는 것은 촬영장 가는 길에 해도 되었기에, 궁금증은 한 곳으로 밀어두고 성열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그에 양볼 가득히 음식을 넣은 성열이 씹지도 않은 채로 고개를 들었다.
“ 체하려…. ” “ 이성열. 자, 얼른 물 마셔. ”
너 아프면 골 아파져. 제가 할 말을 쏙 뺏어간 성열의 맞은편에 앉은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성규라고 했던 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려는 성열에게 다시 한 번 다그치자, 하는 수 없이 물을 받은 성열이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 성열과 성규를 번갈아 보던 명수가 젓가락을 고쳐 쥐며 생각했다. 경계의 대상이 생겨난 것인가. 경계를 해야 하나 하고. |
반가워요 여러분!
흡. 어제 올리려고 했는데 한 장면을 덜 완성해서 오늘 이렇게
학교 다녀와서 완성을 뚱!!!!! 다음편도 빨리 올 예정이라카더라^.^
토끼할 거라고 했으니까요! 핫핫.
암호닉은 담편에 꼭 갖고 오겠씁니다S2
댓글도 담편 갖고 오기전에 다 달아드릴 거지롱요.
제게 있어서 수열은 항상 옳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