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팬텀/직경/해효] 우리를 뜻 하는 글자 順粹 02
Written . 짘짘경
영포남자예술학교 .
근 동네 중 유일한 예술학교이기도 하고 , 유일한 남자 학교이기도 한 나의학교 . 첫 입학식이 있는 오늘이지만 , 교문 앞에는 갖가지 꽃다발들을 팔고있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많이 보인다. 흠 안재효 오라고 할걸 그랬나 ? 괜스리 씁쓸한 느낌이 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 가방끈을 꽉 쥐었다.
*
"이상으로 입학식을 마치겠습니다."
다들 입학 축하해요. 인자한 미소로 프린터물을 정리하는 교장선생님 뒤로, 여러 선생님들을 보며 중학생때처럼 선생님들의 외모를 보며 누군 어떨거 같고 , 누군 예쁘고 뭐 그런 시덥지 않은 생각을 하며 입학식을 마쳤다. 안녕 ? 살포시 어깨를 툭치는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안경을 쓴 조그마한 학생이 교복을 입고 서있었다. 중학생 ? 이상한 생각이 드는 찰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아까 임시 학생회장. 내신 1등으로 학교를 들어왔다는 그 학생이다.
"어 ‥. 안녕 ?"
"너 여기반이니 ?"
내신 1등이라 그런지 목소리가 조곤조곤하다. 살금살금 말하는 입속에는 교정기가 채워져있는걸보니 , 교정때문에 말을 조곤조곤 하는거 같았다. 응. 짤막한 대답을 하니, 조금 민망했는지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저기 있는 저 애는 내 친구인데, 친해지고 싶어서‥. 조그마한 손가락을 따라 본 곳엔, 키가 엄청 큰 아이가 서있었다. 저 아인 뭘 먹고 저렇게 컸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훈 이리와! 그러자, 멀대같이 큰 애가 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나는 이태일. 얘는 표지훈이야. 반가워."
"…아. 나는 박경."
"이태일 오지랖은…."
내가 마음에 안드는건지 , 아님 쑥스러운지 모르겠는 표정으로 나를 흘끔쳐다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표지훈이야. 손을 보니 키처럼 마냥 크기만 했다. 다시금 뭘먹고 큰건가 싶은 생각이 머리속에 빙빙 맴돌았다. 안잡을거냐는 식으로 손을 방방 흔들길래 덥썩 잡았다. 반가워‥. 말꼬리를 흘리는 나를 쑥스러워하는 것 처럼 보였는지 , 내 어깨를 한번 툭 치곤 하얀이빨을 내보였다. 새끼 쑥스럼 타기는. 잘해보자. 표지훈의 말에 옆에 있던 이태일도 나에게 웃어보였다. 첫 날 부터 좋은 친구를 만난 거 같아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안재효가 알면 좋아라 할 것 같은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물론 안재효한테 안보여줄거지만.
*
"자리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내가 배정받은 반은 왠지 모를 3학년 교실들과 붙어있는 '1-11'. 3학년 선배들 보고 쫄으라는 거야 뭐야? 뭐 이번에 1학년 학생들이 입학을 많이 하는 바람에 3학년 반을 줄여버리고 어쩔 수 없이 이 곳에 1학년 11반을 만들었다고는 하는데, 아이들 표정을 보니 하나같이 겁을 먹은 표정이다. 바로 3학년 선배들이 복도 창문에 다닥다닥 붙어있기 때문이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스리 무언가 잘못을 한 것 같다는 기분이 드는건 정말 기분탓일거다. 아니지 기분탓이다.
1학년 임시 학생회장이자, 우리반에서도 강제, 뭐 본인도 원하는 바가 없지 않아있었다. 회장인 이태일이 교탁에 슨다. 반을 배정 받은 후에 한 교실에 모여 한꺼번에 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모두 제각각이다. 워낙 예술학교라 터치가 심하지않은 건 맞지만, 입학 첫날부터 머리색깔이 연예인해도 될만한 애들과 조용히 이태일을 쳐다보는 애들, 가만히 멍때리는 애들까지 모두 다 다르다. 제비뽑기해. 표지훈이 우렁찬 목소리로 조용한 교실에서 입을 열었고, 덕분에 표지훈은 시선집중되었다. 그래.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공책을 표지훈에게 건네주었고 조그마한 키로 열심히 칠판에 숫자를 써내려갔다.
"번호는 무작위로 할게?"
"그러던가."
학교가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는 표정을 한 많은 아이들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표지훈은 인상까지 써가며 열심히 종이를 만들었다. 이렇게 까지 열심히 할일인가‥. 신기하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표지훈을 뒤로하고 복도 창문을 쳐다보니, 선배들이 무지하게 무섭긴 무섭다. 여자들이 있는 공학인 고등학교도 아니고, 남자고등학교인데 뭐 저리까지 1학년이 궁금할까. 뭐, 3학년 교실이랑 붙어있어서 그런건가‥. 선배들을 흘긋흘긋 쳐다보는중에 회색머리를 한 정말 무섭게 생긴 사람이랑 눈이 마주쳤다.
흠칫. 놀라서 바로 고개를 돌리니까 기분탓이 아닌 정말로 내가 무언가를 잘못한 기분이 매우 심각하게 많이들었다. 근데 왠지모르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기도 한 얼굴이다. 얼굴을 다시 한번 보기위해 고개를 다시 돌렸더니, 먼저 아니 계속 눈이 마주친 이후로 부터 날 계속 쳐다보고 있었는지, 눈이 또 떡하니 마주쳐버렸다. 눈을 피하기도 전에 그 사람이 눈썹을 한번 씰룩거렸다. 아씨, 괜히 쳐다봤어. 이상한 기분이 든 나는 괴상한 얼굴을 지으며 고개를 책상으로 박았다.
그사이 표지훈은 종이를 다 만들었는지, 의자를 밀어 책상을 벗어났고 덩치 큰 표지훈으로 인해 가려졌던 복도 쪽 시야가 트여져버렸다. 자꾸 쳐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머리를 두어번 툭툭치고 견눈질로 복도를 쳐다보니 이번엔 그 선배가 보이지 않았다. 휴‥. 쪼그라들어버린 심장을 움켜지고, 고개를 드니 그 선배가 이번에 뒷문에 떡하니 서서 날 쳐다보고 있는거 아니겠는가! 진짜 귀신이라도 본것 마냥 자리에서 몸이 화들짝 놀라니 그 선배가 지켜본다는 식으로 자기 두눈을 가르키고, 다음 내쪽으로 손가락을 뻗었다.
이름도 모르는 , 아니 방금 전 처음보는 선배에게 나는 왜 저런 손모양을 선물로 받아야하는가‥. 떼굴떼굴 초점을 찾지 못하고 굴러가는 눈을 감으려는 찰나 복도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3학년 선배들을 교실로 돌려보내는 선생님의 고함소리였다. 우르르. 몰려서 반으로 돌아가는 반면 그 선배는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나와도 눈을 계속 마주치고 있을 뿐더러. 무서워죽겠다. 매우 무섭다. 당장이라도 나를 잡아먹을것 같은 표정이다.
"박경. 뽑아."
커다란 손안에 가득한 종이를 들고 표지훈이 내게 말을 건넸다. 멍하니 있으니 짜증이 좀났는지 그르렁 거린다. 재빠르게 종이를 뽑고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표지훈이 건너편 분단으로 넘어가고, 표지훈 등을 방어막으로 고개를 살짝 젖혀 앞문을 보니 아직도 있다. 윽, 무지 저승사자 같다. 이번엔 피하지않고 계속해서 쳐다보니 주먹을 내밀었다. 놀래서 입을 가리니, 선생님이 동시에 그 선배의 귀를 잡아 끌고 갔다. 휴‥.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 선배를 쳐다보니 찢어죽일듯한 표정으로 여전히 나를 쳐다보며 끌려가고있다.
고등학교 첫 날, 그것도 입학식에. 제대로 못된 선배한테 잘 못 걸린 것 같다. 그것도 생각보다 엄청많이!
안녕하세요. 짘짘경입니다. |
안녕하세요. 근 2년만이죠? 아 3년인가.. 글잡담에서 글을 썼던게 고2였던거 같은데, 제가 벌써 21살이에요. 3년만에 인티를 다시 접속하게 되었는데, 마무리 짓지 않은 글들이 많아서 똥손으로 조금 끄적여보고 갑니당. 제 글을 봐주시는 모든분들께 감사하구요. 늦게와서 죄송해요! 독자님들 새해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