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내 귀에 캔디 01

내 귀에 캔디 01

내가 집에 가면 넌 평소에 뭐 해?

다시 네가 올 때까지 기다려.

"부장님 지금 이거, 설명 들어야겠습니다.”

"그게, 그렇게 됐어..."

"아니, 그걸 지금 설명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 팀 이동 왜 하냐구요!"

"박작가, 진정 좀 해봐... 돌피디 옮기는 조건으로 무조건 박작가 데려간다는데, 내가 무슨 힘이 있어.”

"그러니까 돌피디는 왜 데려와요, 왜!”

"그래도 돌피디 실력 좋고, 성격 좋고... 유명하잖아. 우리 방송사에 도움되니까 국장님도 기를 쓰고 데려온 거고... 박작가도 외로운 싸움 그만 해야지. 언제까지 제작진들 머리채 잡고 끌고 다닐 거야... 날개 펴야지."

"하... 난 몰라요. 전 팀 이동 안 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렸어요. 돌피디랑 같이 일 하느니, 저 사표 내요."

박작가!!

"진짜 미친 거 아니냐..."

애절한 부장님 소리 뒤로 하고 자리로 내려와 앉으니 긴 한숨이 쏟아졌다. 라디오국은 죽는 거 아니면 퇴사 없다면서요… 나 이제 6년차인데 퇴사각 나오는 거면 나더러 죽으라는 건가 싶어 헛웃음만 나온다. 팀 이동이야 비일비재한 일이니까 그렇다치고, 돌피디는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어서 돌아오겠다는 건지. 

돌피디로 말하자면 말그대로 ‘닉값’하는 사람. 라디오 피디계의 돌아이, 줄여서 돌피디. 입사 1년차에 메인 피디 각종 비리 고발은 물론, 팀내 각종 부조리 고발 총대까지. 그덕에 메인 피디 정직에 타부서로 이동은 당연한 결과. 돌피디 활활 타오르는 눈빛 어떻게든 잠재워 보려던 국장이 한 자리 내어 준(청취율 폭망의 개편 대상 1순위)  <새벽3시, 나에게 와요>를 동시간대 청취율 1위로 만들어버린 실력자. 

지금은 타 방송사로 이직했지만(곧 돌아오겠지만) 메인 피디 2년차에 국장, 편성부도 두 손, 두 발 모두 들게 만든 미친놈, 돌아이로 유명하다. 돌아이면 싸가지 밥 말아먹은 거 아니냐고? 그건 또 아니다. 만인의 남자친구, 다정의 의인화. 인턴부터 타국 국장들에게까지 소문난 돌피디의 (얼굴에서부터 나오는) 곧은 인성은 말로 할 것도 없다. 

그러니까, 제 사람 건들지만 않으면 실력은 말 할 것도 없거니와 성격 좋고, 얼굴은 더 좋은 사람이 바로 돌피디란 말이다. 그런 돌피디랑 같은 팀이 됐는데 왜 이렇게 싫어하느냐, 하면 돌피디와 나 사이 얽힌 서사가 좀 있다. 

“박작가님, 돌피디님이랑 들어가는 거, 배우 김도영 컨택했대요. 들으셨어요?”

“뭐?!”

빈 종이가 돌피디 이름으로 가득 찰 무렵, 옆자리 막내 제노가 말을 걸어온다. 

“작가님 이번에 돌피디님이랑, 김도영씨랑 같이 들어간다구요. 대박 예감.”

“미친…”

사람 좋은 미소 띄고 말하는 제노 얼굴에 침 뱉을 수도 없고. 돌작가랑 내 사이 모르는 건 어쩔 수 없으니 그렇다 치고, 김도영이랑 같이 한다는데 어떻게 저렇게 웃을 수 있지?

배우 김도영. 나이 29세. 대한민국 명실상부 탑 배우. 

과거 논란 없음, 스캔들 없음, 팬바보에 완벽주의 성격까지. 덕후몰이상 얼굴은 말 할 것도 없으며 티비 속에서 눈물 흘리는 김도영 따라서 눈물 흘리지 않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탄탄한 연기력, 아역 출신이라는 더 탄탄한 필모까지. 대중들에게, 그리고 방송계에 알려진 김도영은 대단한 사람이다. 라디오 메인으로 나온다는 게 황송할 정도로. 

그러니 제노가 싫어할 이유는 없다. 이미 라디오 덕후들 사이에서 인정 받은 돌피디와 팬층 탄탄한 김도영의 합은 청취율 1위야 뭐, 따 놓은 거나 다름 없으니까. 

사실 내가 싫어할 이유도 없다. 안 그래도 돌피디때문에 아픈 머리, 완벽주의 성격으로 유명한 김도영까지 합세한다니 걱정이 앞서는 게 이유라면 가장 큰 이유지. 같이 일을 한 적은 없지만 주변 선배들 얘기 들어보면 거의 물음표 살인마라고. 대본이 온전히 이해가 될 때까지, 본인이 구상한 캐릭터에 자신이 딱 들어 맞을 때까지 낮이고 밤이고 질문한단다. 벌써 김도영 앞에서 굽신거리며 진땀 빼고 있을 내가 그려지는 것도 같고… 진짜 일진이 왜 이렇게 사납니…

“제노야… 나 올해 아홉수라 그런가?”

“작가님 왜요? 아홉수는 안 좋은 거 아닌가?”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 아홉수 맞나봐…”

아홉수를 중얼거리는 내가 영 이상한지 작가님, 힘내세용 하고 제노가 자리로 돌아가자 그제서야 내 몰골이 눈에 들어온다. 아 맞다, 나 밤샜지. 돌피디 컴백에 집 가는 것도 잊다니. 부랴부랴 짐 챙기고 제노야 새벽에 봐. 하니 푹 쉬다 아침에 오세요 한다. 대충 고개 끄덕이며 처참한 모습으로 일어서는데 제노가 다급하게 말한다.

“깜빡하고 말씀 못 드렸는데 오늘 돌피디님이랑 김도영씨 오신대요.”

“그래…? 난 얼른 가볼게.”

“거의 다 도착했을…”

“안녕하세요. 박여주 작가님. 김도영입니다.”

진짜 숨막힌다. 갑자기 들이닥친 김도영씨와 마주보고 앉아서 침묵대결이나 하는 꼴이라니. 돌피디가 아닌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되는 건가. 그나저나, 배우는 배우다. 저 작은 얼굴에 눈코입 다 들어가는 게 신기하다. 이래서 사람들이 김도영, 김도영 노래를 부르는 건가? 잘생긴 얼굴 하나하나 보고 있으니 시간이 금방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작가님?”

“네?”

“혹시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김도영씨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혼자 생각에 빠져서 너무 대놓고 쳐다보고 있었나보다. 박여주, 진짜 정신차리자. 손사레치며 아니라고 말하자 그렇구나, 제 얼굴 뚫어지겠어요 하며 씨익 웃는다. 아 쪽팔려. 그나저나 돌피디는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속으로 생각하며 제노를 바라보자 그게 또 티가 났는지 피디님 5분 뒤에 도착하신대용 하며 제노가 눈웃음 친다.

“다들 계셨네요. 제가 많이 늦었죠?”

본인이 주인공이라도 되는듯, 매번 마지막에 등장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나보다. 굳은 얼굴 펴지 못하고 얼굴 들어 인사하니 돌피디는 당황하지도 않은 건지 사람 좋은 웃음 띄며 인사 건낸다.

“박작가님, 우리 오랜만이죠? 보고싶었어요.”

“아, 예…”

“우리 도영씨도, 저번 미팅 이후로 처음이네. 잘 지냈어요?”

“그럼요, 피디님도 잘 지내셨어요?”

늘 웃는 상인 제노, 둘이 코드가 잘 맞는 건지 칭찬 배틀을 하며 웃고있는 돌피디와 김도영씨까지. 이 공간에서 불편함에 억지 웃음 짓는 건 나 하나인 것 같아 괜한 소외감이 든다. 그러고 보니 나 퇴근중이었지.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하니 서운해 하는, 아니 서운한 척을 하는 돌피디의 목소리가 들린다. 

“박작가님 오랜만에 봤는데, 그리고 우리 이제 앞으로 매일 볼 건데 밥이라도 같이 먹고 가요.”

“아… 제가 작업실에 돌아가서 마무리해야 할 게 있어서…”

“그래도 밥은 먹고 일해야죠, 같이 가요.”

“아니요, 죄송해요. 곧 매일 볼 거니까 오늘은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변한 게 없으시네요, 박작가님은.”

“네? 절 얼마나 잘 아신다고,”

“피디님, 우리 작가님이 며칠 밤을 새셔서 지금 눈도 제대로 못 뜨세요. 오늘은 저희끼리 먹고 다음에 회식 거하게 하는 건 어떠세요?”

매번 눈치없던 제노도 돌작가와 나 사이의 싸늘한 기운을 느꼈는지 있는 눈치, 없는 눈치 다 끌어다 날 옹호해준다.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도영씨 다음 회의 때 봬요.”

아, 벌써 머리 아프다. 

“작가님, 여기 제 번호요. 자주 연락하게 될 것 같아서요.”

멍하니 바뀌는 엘레베이터 숫자 바라보고 있는데 김도영씨가 작가님 아직 계시네요, 다행이다 하며 작게 접은 쪽지를 준다. 자주 연락이라니? 낮이고 밤이고 전화해서 내 스크립트에 대해 토론하겠다는 선전포고인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그런지 사소한 말도 좋게 들리지 않는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된다고 했는데. 

“네, 작업실 가서 문자 남겨 놓을게요. 도영씨, 근데…”

“말씀하세요!”

“저는 제 스크립트 남이 터치하는 거 안 좋아해요. 그 점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 제가 스크립트 터치나 하자고 제 번호 드렸을까요?”

“아…도영씨, 제 말은, 내가 하라는대로 해라 그런 말이 아니구요, 그러니까,”

“제가 악명이 조금 높죠? 그래도 작가님들, 피디님들 자부심 가지고 계신 작품 함부로 건들 정도는 아니에요.”

기분 상했겠지. 나라도 기분 상했을 거야. 내 프로 메인될 사람한테 이렇게 실수해도 되는 건가. 박여주 진짜 망했다. 김도영씨의 얼굴에 나타나는 서운함에 아, 그, 저만 내뱉고 있자니 저한테 엄청 미안하시죠? 하고 이내 표정을 푼다.

“미안해요. 도영씨 무례하다 이런 의미로 꺼낸 말은 아니었어요.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퇴근하고 업무 전화 받는 거 도무지 견디기가 힘들어서요. 적정선만 지켜주세요. 미안해요.”

“그럼 업무 전화는 한 번만 할게요. 하루에 딱 한 번. 그정도는 괜찮죠?”

조금 풀린 김도영씨 표정에 어휴, 도영씨는 세 번 해도 돼요. 제가 그정돈 견뎌볼게요 하니 업무 연락 한 번 이상 하는 건 저도 싫어서요 하며 사람 좋은 웃음 날려준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벽이 없는 사람 같아 덩달아 표정 풀고 웃게 된다. 

“업무 연락 말고, 사적인 연락은 몇 번까지 괜찮아요?”

“네?”

사적인 연락이라니…? 김도영씨의 질문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아서 토끼눈 뜨고 바라보니 이게 그렇게 어려운 질문인가요? 하며 웃는다. 

“제가 감히 작가님 개인적인 시간 터치하고 싶어서요. 하루에 몇 번까지 괜찮은지 생각해 보시고 연락 주세요.”

엄마 딸, 곧 퇴사 당할 것 같아. 

안녕하세요 '내가사랑했던이름'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글 써보는 것 같아요.

'내 귀에 캔디'는 예전에 잠깐 업로드 했던 글인데(그래봤자 3화까지였지만) 

캐릭터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업로드 미루고 미루다 수정해서 재업로드 해요!

천천히 업로드할 계획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