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을거 같지않아?"
손이 떨려온다. 저 여자애가 하는 이야기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알수없는 분노에 차오른다. 내가 생각한것보다 엄청 별로인 저 여자에게 구준회라는 이름 석자가 나오는것 조차 내겐 너무 버겁다. 화가나서,
"..미친년"
"뭐?"
"내가 또라이였지 너같은년한테 뭘바라자고 그런 호의를 배풀었는지"
"..."
"이제 알겠어 내가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거"
"..."
"구준회가 어떤앤데 너같은 근본도없는 년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을까"
"..야 너 말이.."
"구준회한테 미안하다고 할 정도야"
"..허"
"니가 뭔데 아니 우리가 뭔데 구준회를 걸고 그런 내기를해"
"..."
"넌 자격이나 갖고 그런 이야기하는거니?"
"존나 내가 봐온 사람중 최악이야 넌"
정말 그랬다. 구준회는 저런얘를 좋아할리없어. 어떤 가면을 쓰고 저여자애가 구준회를 만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가면인지 아닌지 구분정도는 할줄알테니까. 구준회는 분명히.
"이 씨발년이"
순식간이였다.
여자애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순간은,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나보다 키가 10cm는 큰 여자애는 상당히 짜쯩난 표정으로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있었다.
"야"
"놔라"
"내가 좆같아서라도 너랑 구준회사이 때놓지"
"아!! 미친년..!!"
벗어날려고 여자애의 머리를 찾으려 발버둥을 쳐도 그거하나가 어찌나 그렇게 힘들던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더 쌔게 잡아오는 여자애다
"아!!!!"
"그러니까 병신같은게 어딜기어올라"
"놔라 놓으라고했다"
놓으라는 내 말에 진짜 놓을줄 몰랐는데 확 놓아버리는 여자애 때문에 나는 힘없이 떨어져버렸고, 그 반동에 옆에있던 소화기에 퍽하고 어깨를 맞아버렸다.
"진심으로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
"게임은 공평하게 하는거야"
"..."
"알지? 페어플레이?"
그러고선 내 어깨를 퍽 치곤 계단 밑으로 내려가는 여자애를 바라봤다. 저 썅년이 진짜 마지막까지.. 그래, 내잘못이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저여자에게 기회를 줬던걸까. 생각보다 대단한 쌍년이였던 저년에게, 복잡해질대로 복잡해진 이상황에 머리만 산발이되어 혼자 멍하니 몇분동안 서있자 결국 얻은 결론은 하나 였다. 존나 억울했다. 왜! 나만 저년한테 머리를 뜯긴거지?! 나는 여자애에게 호의를 줬고 먼저 구준회한테 말할 기회까지 줬는데 내가 되로 받은건 뜯긴 내 머리와 욕으로 썩어갔던 내 귀였다. 억울함에 씩씩되며 여자애가 내려간 계단을 따라 내려가 교실로 들어왔다.
"히익"
한참 쉬는시간이였는지 핸드폰을 만지던 내 친구는 산발이된 내 머리를보고 놀라 이상한 소리를 냈고 내가 씩씩되며 친구를 쳐다보자
"ㅁ..뭐냐..?"
"...좆까"
"..어??"
"페어플레이는 좆까!!!!"
*
"구준회!!"
"구준회없어"
"어디갔는데!!!"
"구준회.."
"얘는 맨날 어딜 싸돌아다닌거야!"
그래 이제부터 나한테는 페어플레이는 없는거야 공평하게는 좆까 그딴거 누릴려다가 내가 무슨 꼴을 당했는데, 결국 나는 구준회에게 모든것을 말해주려 구준회의 반으로 찾아왔지만 구준회는 없고 김지원만 덩그러니 앉아있다.
"야 근데 너되게 흉측해"
"어쩌라고 씨발"
"야 얘 왜이래?"
"아..그게.."
흥분한 내가 말이 안 통하겠다 싶었는지 김지원은 옆에 서 있던 친구에게 내 상태가 왜 이 모양인지 물었고 친구는 나를 몇 번 쳐다보더니 김지원에게 말을 해주었다.
"워.. 가만보면 여자애들이 더해"
"너네는 화나지도 않냐? 친구가 이렇게 쳐 맞고왔는데!"
"화나는데?"
"근데 뭘계속 웃어!"
"니 꼴을 봐"
이 썅놈들을.. 친구라고 같이 다니는 내가 병신이겠지? 아마 그럴거야.
"내 꼴이 어..ㄹ"
"참 걔도 대단하다 대단해"
한쪽에서 김지원이 다가와 내 어깨를 두번 툭툭 두드려주고는 내게 빗하나를 건내주었다. 정말 김지원 말대로 내 모습은 흉측했다. 무식하게 힘만쎈년이 진짜 어떻게 뜯었길래 내 꼴이 이 꼴인건지, 건내준 빗으로 머리를 빗어보려고했는데 안 그래도 긴 머리가 한껏 엉켜있으니 잘 빗겨지지 않는다. 뚝뚝 머리카락이 뽑혀지는 느낌도 나고 중간에 머리카락들이 끊어지는 느낌도 났다. 진짜 그 썅년을....
"근데 구준회는 왜 이렇게 안 와? 이러다가 종 치겠어"
김지원 맞은편에 앉아 시계를 보던 친구가 교실에 들어오지 않는 구준회를 기다리기가 답답했던 모양인지 이제서야 의문을 토하자, 김지원은.
"구준회 아파서 집 갔는데"
대답했다
*
"왜?! 걔가 갑자기 왜 아파?!"
"내가 어떻게 알아'
"걔 어제 밤까지만해도 멀쩡했는데?"
"밤사이에 아팠나보지"
"어디가 어떻게 아팠는데?!"
"열나는거 같던데"
"감기라고?"
"뭐 그렇겠지"
"근데 갑자기 걔가 왜 아프냐고?!"
"아 모른다고!"
"글쎄 어제 밤까지만해도 멀쩡했다니까?"
"밤새 아팠나보지!!"
"그러니까 밤새 왜 아팠는데?!"
"꺼져라 미친년아"
"야 김여주 작작좀!"
달달달 또다시 달달 떨고있는 내 다리를 콱하고 잡으며 나에게 그만 다리 좀 떨라고 말하는 친구, 아니 어떻게 안 떨고 내가 가만히 있을수가 있겠냐고. 분명 어제 구준회 헤어지기전까지만해도 어디 아픈구석 없어보였는데, 갑자기 무슨 감기래 거기다 조퇴까지 할 감기면 조금 심각한 수준일까봐 걱정된다.
"야 많이 아픈가?"
"내가 어떻게 알아"
"너나 김지원이나"
"집에 갔다잖아"
"그러니까 집에 갈 정도면 많이 아픈거 아니냐고"'
"아프니까 집에가서 쉬고있겠지"
"됐다 됐어"
무관심한 친구의 말에 됐다며 말을 말자며 대화를 끝맺었다. 한창 수업은 시작 중이였고, 앞에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오직 김지원의 구준회가 아파서 조퇴했다는 말과 온통 아픈 구준회의 모습뿐이였다. 구준회를 오랫동안 봐왔지만 아픈적이 몇 없던 녀석이였다. 아프다 해봤자 그냥 가벼운 감기였던가 아니면 친구들과 놀다가 생긴 상처들 뿐 그 뿐이였는데, 갑자기 조퇴까지 했다는 말은 꽤나 나를 걱정하게 만들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마무리 짓는 선생님의 나는 떨던 다리를 멈추고 벌떡일어났다. 그 모습을 보고 옆에 앉아있던 친구는 놀란 표정으로 어디가냐고 나에게 물었고
"교무실!"
짧게 답했다.
*
"구준회?"
"네!"
"구준회? 아파서갔는데?"
"그건 아는데요 걔 언제갔어요?"
"3시인가4시인가.. 아 4시에 갔네"
"썜쌤 준회 많이 아파보였어요?"
"맨날 둘이 싸우더만 걱정은 되나보지?"
"아 쌤 뭔 걱정이에요.."
"미운정이라도 들었냐? 그러다 결혼한다~"
"그런거 아니거든요!"
"그럼 들어가서 공부나해 임마"
종이 울리자마자 교무실에 달려와 구준회 담임선생님께 이것저것 물어보자 돌아오는건 공부나하라는 말씀과 종이를 돌돌말아 얻어맞은 머리 한대였다. 4시에 갔으면 두시간 전에 갔었네, 터벅터벅 걸어 교실로 걸어가자 야자를 하는 친구들은 석식을 먹으러 간 모양인지 복도가 하염없이 조용했다.
"야 왔어?"
"어? 너 아직 안 갔어?"
"이제 갈려했지"
"야!!!!! 김여주!!!!!"
"뭐야?"
"밥 먹으러 안 가냐?"
*
"4시에갔데? 그랬었나?"
"응 너네 담임한테 물어봤어"
"너도 참 대단 그걸 담임한테까지 가서 물어보니?"
"너도 참 대단 친구가 언제 조퇴한지도 모르니?"
"원래 다 그런거야"
그런거긴 뭐가 그런거야, 밥을 먹고 나서 나와 김지원은 야자를 시작하러 열람실을 향했다. 그 이후로 구준회생각으로 수업은 어떻게 들었는지 밥은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다. 끊임없는 구준회 걱정을 하는거 보니 나도 참 답없이 구준회를 좋아하긴 하나보다. 사실 야자하지말고 구준회한테 가볼까라는 고민이 수없이 된다. 얼마나 아픈지 궁금도 했고 내 눈으로 구준회를 보고싶기도했다. 하지만 내가 찾아가서 뭐라고해. 아프다며? 걱정되서 찾아와봤어. 너와 내 사이에 너무나 어색한 문장이였다. 서로에게 응원하고 칭찬하는 한마디도 어색해하던 우리사이에,
"그래도 아프다는데.."
괜찮지않을까? 그래, 이건 응원과 칭찬의 개념과는 다른거지, 그래 친구가 친구걱정한다는데! 어색할거 하나도없어! 책을 펴놓고 팬만 휙휙돌렸다. 맞은편에 앉아 집중하고 있는 김지원을 바라보고, 나도 이제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숙여 책을 바라보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문장 한문장 해석하고 집중하기 시작했을때, 나는 한참을 한 문장을 바라보다 결국, 필기도구를 필통안에 집어넣고 급하게 가방을 싸기시작했다. 내 모습을 본 맞은편에 앉은 김지원이.
'뭐야 지금 가게?'
라며 속삭이며 나에게 말했고,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야감오면 어쩔려고'
'나 허락받고 나갔다고 말해줘'
'니가 싸 지른똥을 나보고 치우라고?'
'아 좀 부탁해'
'이럴줄 알았지. 작심삼일'
뭐 어때 나는 너를 좋아하는데.
*
"오번가..."
감기약 해열제 비타민 에너지음료 등등 여러가지 약들이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보니 내가 오버하나 싶다. 젠장 그냥 감기약만 살걸.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결국 이렇게 가득 담아버렸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 순간 알수없이 긴장이 됬다. 뭐라고하지? 그냥 약만 두고 나올까? 하긴 자고있을거야. 조용히 약만두고 구준회 얼굴 한번 나오자라는 생각으로 다시 걸음을 옮기기시작했다. 우리 동 입구에 다다랐을때,
"고마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반사적으로 걸음을 숨겼다. 그리고 앞으로 바라보자 깜박거리는 아파트 입구 등 아래에
마스크사이로 가려진 살짝 힘들어보이는 구준회가 서있었고, 그 앞에 걱정스러운 표정의 여자아이가 자신보다 큰 키의 구준회에게 목도리를 해주고있었다. 구준회가 힘든 표정사이에 살짝 미소짓는 모습까지 내 눈에 다 담겨져버렸다. 이미 구준회 손에는 여자아이가 준 것으로 보이는 약봉투가 들려있었다. 구준회는 여자아이를 보며 웃었고, 여자아이는 구준회를 바라보며 웃었다. 나는 둘 사이를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버렸다. 이제 깨달았다. 여자아이가 어떤 성격을 가진다고하더라고. 구준회 입장에서는 자신의 연극에 여자아이는 예쁜 여주인공이였고 나는 그저 연극을 바라보며 내 연극을 또 다시 그리는 하나의 관객일 뿐이였다. 나는 늘 느리고 늦었다. 내가 먼저 시작했다는 자부심에 너무 천천히 왔던건 아닐까, 시작은 내가 빨랐을지라도 나는 천천히 걸으며 주의 모든것을 신경썼고, 여자아이는 시작이 조금 늦었더라고, 전속력으로 달렸던거다.
시작이 빨라봤자 뭐하겠는가,
결승선에서 웃는 사람은 내가 아닌데.
시간을 바라보자. 10시30분을 가르키고있는 시간에 자리에 일어나 아파트 입구를 바라보았다. 여자아이는 언제 간것인지, 입구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도 이제 집에 들어갈까싶어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엘레베이터 앞에섰다. 엘레베이터를 바라보자 10층을 가르키고 있는 숫자가 방금 구준회가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수있었다.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서 내가 들고있는 약봉투들을 바라보았다. 그래, 돈도 아깝고 기껏샀는데 이거라도 줘야지.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우리집 바로 앞에 있는 구준회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차마 들어가 구준회 얼굴을 보며 줄 자신이 없어져 나는 손잡이에 약봉투들이 담겨있는 비닐봉지를 걸어두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10시30분에 야자가 끝나는데 왜 벌써왔냐는 엄마의 말에 그냥 빨리왔어요. 라고 대답하고 나는 방안으로 들어섰다. 핸드폰을 열어 구준회와의 대화창에 들어갔다.
'아프다며. 너네집 현관에 약 두고 간다'
한문장으로 내용을 끝마치고 나는 핸드폰을 책상위에 올려뒀다. 캄캄한 방안 커튼사이로 밝은 달빛들이 들어와 은은하게 방안을 비출때 갑자기 알수없는 울컥함이 몰려와 눈물이 났다. 나는 억울해할 자격도 속상해할 자격도 없었다. 모든게 두려워 최선을 다하지 못한 내 책임이였고 잘못이였다.
Be the best version of you. Do the best you can.
야자때 읽어온 한 문장에 힘을 받았지만, 나는 지금껏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음소리가 밖으로 나가지않게 숨죽이고 있을 무렵 띵동이라며 크게 울리는 핸드폰이 울렸다. 나는 손바닥에서 얼굴을 띄어내곤 슥슥 얼굴을 몇번 닦아냈다. 그리곤 책상위에 있는 핸드폰을 열어 문자메세지를 확인하자.
'집이지'
'밑으로 내려와'
'기다린다'
3통의 구준회의 문자였다.
꽃에물을주네 / 쥬녜 / 기묭 / 뿌요 / 콘순이 / 구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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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전 할말없어요. 그냥 너무너무너무너무 죄송합니다.
2주나 넘게.. 늘 기다리는 분 있다고 생각한다는 마음으로 빠르게 온다면서..
이렇게나 늦게 올줄은.. 그냥 다 제 탓입니다.
너무 늦게 와서 독자님들이 잊어버리실까 걱정이에요.
저 늙은재주꾼 잊지마세요!
다음편에는 진짜 빠르게 올게요. (단호)
암호닉은 늘 소중하게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