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동생인 징어가 모델인 썰
아, 잠깐만ㅎㅎ 이게 뭔 소리여 시방ㅎㅎㅎ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래, 좋아, 잘하고 있어라고 외쳐주시던 익숙한 포토그래퍼 언니의 음성에 내 머리속은 텅텅 비다 못해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김종인의 댄☆싱이라니. 1분 49초가 유연하게 흘러가는 동안 나는 휴대폰을 잡고 멍때릴 수 밖에 없었다. OO야? 여보세요? 애타게 저를 부르는 목소리와 함께 티저 동영상이 끝나자 OO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오 마이 갓.
ㅡ “ 네가 생각하기에 네 실력이 전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
“ ……. ”
ㅡ “ 내가 보기에는 너 제대로 배우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거 같거든. ”
“ 아…. ”
ㅡ “ 아, 그리고 내가 말한건 일반 피팅모델이 아니야. ”
…예?
ㅡ “ 런웨이 서는거야. 런웨이. 모델 장윤주 알지? 그런 모델. ”
자, 잠깐만요. 내가 뭘한다고? 이 언니가 한소리 할때마다 내 수명이 슬슬 짧아지는게 느껴진다. 급히 컴퓨터를 끄던 OO가 휴대폰을 귀에서 살짝 떼어내고 침대에 엎어졌다. 야, 김종인…. 네가 있었더라면 이 상황에…. 시발 뭘 기대해. 바로 하이킥 날라오겠지. 전화를 스피커 모드로 바꾸고 엎어져있던 몸을 일으켜 양반다리로 앉았다. 도저히 예상못한 레퍼토리에 머리가 아찔아찔 아파왔다. 아니 근데, 내가 모델한다고 하면 뭐하냐고…. 이여사가 존나 후드러지게 팰텐데.
ㅡ “ 솔직히 말하면, 생각할 시간 같은 거 필요없이 너 당장 기획사에 데려가고 싶은데. ”
“ …아, 저. ”
ㅡ “ 근데 네가 학생이기도 하고, 부모님 허락도 받아야 할테니까 생각할 시간을 좀 줄게. ”
나는 네가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OO야.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멍한 표정으로 끊긴 휴대폰 액정만 쳐다보고 있는데 방문이 열렸다. 눈동자만 또르륵 굴리자 말끔하게 개어진 옷을 들고오던 이여사가 침대 맡에 올려두었다. 자라니까 아직도 교복 차림이야? 아, 엄마아. 쭉 늘어지는 말투로 침대에서 일어나자 왜 이러냐며 나를 쳐다보던 이여사께서 방금전까지 내가 앉아있었던 의자에 앉으셨다. 뭔데, 왜 또 그런 표정이야.
“ 아니이. ”
“ 너 오늘 공부하고 왔다는거 거짓말이지? ”
“ …응? ”
“ 실실 웃는거 봐. 엄마가 네 거짓말에 한두번 속니. 무슨 일인데? ”
역시 우리 이여사님. 더러워진 책상위를 쓱 보고 인상을 찌푸리시던 이여사님께서 나를 노려보셨다. 허허, 치울게요. 아니, 일단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이여사님께 오늘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더불어 아까 방금 전화 온 포토그래퍼 언니 일까지 전하자 점점 무표정으로 바뀌어가던 이여사님이 최종적으로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계셨다. …나 어떡해야 돼? 맞을 걸 예상하고 침대 끝으로 슬금슬금 물러나던 OO가 이여사의 눈치를 봤다. 어헝, 때릴꼬얏ㅎㅎ?
“ 때리긴 뭘때려, 누가 보면 너네 엄마는 맨날 매질만 하는 사람인 줄 알겠다. ”
“ …헣, 어떻게 생각해? ”
“ 네가 좋으면 하는거고, 싫으면 안 하는거고. ”
“ 이여사 요즘 왜 이렇게 쿨해? ”
야, 너는 엄마가 너네 오빠 가수인지 아이돌인지 그거 한다고 했을때 말리는 거 봤니? 다 저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내버려둔거지. 쿨한 미소를 날리시던 이여사님께서 그건 그렇고 제발 좀 치우고 살아 기집애야. 여자애 방이 이게 뭐야? 하시고는 문을 닫고 나가셨다. 왜 김종인이 이여사님을 존경하는지 알것같다. 존나 쿨ㅋ내ㅋ. 침대 맡에 놓여진 옷들을 서랍장에 넣고 다시 발라당 엎어졌다. 수정에게 포토그래퍼 언니 전화왔다는 카톡을 남기고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눈을 감았다.
“ 눈 팅팅 부은거 봐. 울었냐? ”
“ 아, 몰라…. ”
“ 언니 전화 왔다며? 뭐라던데? ”
야 듣고 놀리지나 마라. 큼큼하고 목을 가다듬는 OO를 보던 수정이 별 지랄을 다한다며 위아래로 훑어봤다. 야, 사실은 그게. 어, 왜. 어제 그 언니 전화와서 나한테 모델 해 볼 생각 없냐고 그랬음. 순간 정적이 흘렀다. 마치 네가? 라는 듯한 표정을 짓던 수정이 그, 그래.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존나 마지못해 반응 하는 듯 한데. 넙적한 눈으로 쳐다보자 시선을 피하던 수정이 절뚝이는 걸음으로 먼저 앞서갔다. 수정아, 안녕. 어? 근데 너 왜 웃어? …뭐? 저 시바로미. 지나가던 여자애가 정수정한테 손을 흔들었다. 큭큭하고 떨리는 수정의 어깨가 눈에 보였다. 야!
“ 너 지금 비웃냐? 어? ”
“ 비웃긴 뭘 비웃어, 흐흫. ”
“ 나쁜년. ”
아니, 흫, 축하해, 흐흫. 웃음을 멈추지 못하던 수정이 잔뜩 심통이 나있는 OO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가 잘 됐으면 좋겠다. 얼씨구? 병주고 약주네. OO의 팔짱을 끼던 수정이 그런 섭한 소리 하지말라며 교실안으로 들어섰다. 야!!!!!! 아 쉬발 깜짝이야!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들리는 여자아이들의 짐승같은 소리에 깜짝 놀란 수정이 목발을 떨어뜨렸다.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리고 의자가 엎어졌다. 뭐하는 짓들이야, 저게.
“ 봤냐? 봤냐고!!! ”
“ 시이발! 에셈은 우릴 죽이려는게 분명해! ”
“ 카, 카, 카, 카, 카, 카, 카이이. ”
미친듯이 소리질러대며 돌아다니는 여자애들을 보던 수정이 쯔쯧하고 혀를 차며 떨어진 목발을 주웠다. 왜들 저래? 카, 카, 카, 카, 카, 카이는 또 뭐고. 아무래도 어제 10시에 뜬 김종인의 티저가 이 고성방가의 원인인 듯 싶었다. 내가 봤을땐 그냥 오징어가 꿀럭거리는 것 같더만, 뭐가 멋있어서 저 난리야. 스아실 여자애들이 환장하는 거 보니까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 괜히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앉던 OO가 수정을 쳐다봤다. 뭐야, 왜 그렇게 쳐다봐.
“ 어제 피팅할 때 나한테 온 문자 있잖아. ”
“ 아, 그 10시? ”
“ 엉. ”
근데 그게 뭐? 소근거리는 목소리로 수정의 귓가에 입을 갖다대던 OO가 알고보니까 그 카톡 보낸거 김종인같음. 10시는 어제 김종인 티저 뜬 시간이고. 하고는 다시 몸을 원상태로 돌렸다. 뭐? 진짜? 깜짝 놀란 수정이 OO를 쳐다봤다. 그래서 봤어? 엉, 보긴 봤는데 존나 뭐하는건지 모르겠다만 하여튼 춤이란 건 추고 있더라. 왜 나한테 전화 안했음? 야, 10시에 딱 맞춰서 포토그래퍼 언니도 같이 전화왔어. 난 둘이 짠 줄 알았다니까.
“ 아, 맞다. 그래서 너 어떡할건데? ”
“ 뭘? ”
“ 언니가 생각해보고 전화 해달라고 했다며. ”
아차. 잠시 잊고 있었다는 듯 멍한 눈으로 교실 창문을 쳐다보던 OO가 저를 툭툭치는 수정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해봐. 야, 그 언니가 너한테 그럴 정도면 네가 그런쪽으로 나가는데 있어서 충분히 가능성 있다는거야. 수정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바디조건도 괜찮다니까? 야, 자꾸 찌르지마. 존나 넘어갈 것 같으니까. 자꾸만 해보라고 권하는 수정의 말에 반반이였던 마음이 확고히 굳혀질랑말랑 했다. 질러보는거야. 그, 그래도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문자를 보낼까 말까 안절부절 못 하자 OO를 한심스레 쳐다보던 수정이 휴대폰을 획하고 빼앗아들었다. 야, 야! 손을 쭉 뻗어 수정의 손에 들린 제 폰을 뺏으려고 하던 OO를 가볍게 무시하던 수정이 [언니, 저 OO인데요. 모델일 할게요.] 하고는 문자를 보냈다. 전송중이라는 창이 전송완료가 되자 수정은 뿌듯한 웃음을 지니며 휴대폰을 넘겨줬다.
“ 아, 아, 이 미친. ”
“ 인생은 한방이야. 일단 배워보고 잘맞으면 하는거고, 정 안맞으면 안한다고 하면 되잖아. ”
정말 정수정은 어떤식으로도 사람 꼬시는데 일가견있다. 아직도 한참 그 1분 49초짜리 티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여자애들이 이젠 거의 눈물을 흘릴 수준으로 날뛰어댔다. 난리다, 난리. 도대체 뭐 어떻길래. 턱을 괴고 여자애들을 쳐다보던 수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문자를 보내자마자 바로 날라오는 답장에 급하셨나보다 하고 큭큭대던 수정이 나 에스팀 어딘지 알아. 라며 휴대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OO의 이마를 콩하고 쳤다. 학교 마치고 같이 가자. 데려다줄게. 진심? ㅇㅇ개진심. 저가 한일에 대해 굉장한 뿌듯함을 갖고 있던 수정이 대뜸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는 모델이고, 친구오빠는 아이돌이라니. 되게 느낌 이상할 것 같다. 야, 말은 똑바로 해야지. 친구는 친구에 의한 반강제적인 모델이잖아. “ 나댄다, 또. ” “ 이게 잘하는 짓일지 아닐지 모르겠다. ” “ 백퍼 잘하는 짓일거다. 아마. ” 제 마음을 쥐어잡는 수정의 말에 고개를 바짝 들고 미운 눈으로 쳐다보던 OO가 종치겠다며 자리에 앉았다. 매일 일찍 끝나길 바랬던 보충 시간이 오늘따라 느리게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업시간 내내 걱정과 설렘으로 가득차있던 OO가 종이치자마자 크게 한숨을 쉬었다. 뭘 그렇게 긴장함?ㅋ 저를 쳐다보며 아마추어 같아ㅋ 하고 뻗은 수정의 손가락도 사시나무 떨리듯이 떠는게 보였다. 존나 내가 오디션보는데 지가 더 긴장하고 지랄이네. 저를 향해있는 수정의 검지손가락을 툭하고 내쳐낸 OO가 가방에서 수저를 꺼냈다. 석식 먹지마. 미쳤냐?! 이건 진심이였다. 정말 정수정은 미친게 분명해. 어떻게 석식을 포기하라고 그러지? “ 잊었냐? 모델은 몸매가 생명이야, 생명. ” “ 야, 그래도 한끼 먹었다고 몸이 뭐 어떻게 되냐? ” “ 그래, 그럼. 석식 먹고 에스팀가서 쭉쭉빵빵 길쭉길쭉 모델들 사이에서 혼자 뱃살 자랑하던지. ” “ 시발. ” 포기다, 포기. 극단적인 수정의 말에 울상을 짓던 OO가 책상위에 올려둔 뽀로로 수저통을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 쟤네는 밥먹으면서도 난리네. 아직도 김종인의 티저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지 서로에게 밥풀을 튀기면서 열렬한 토의를 하는 친구들을 보다가 급히 신발을 갈아신었다. 가자. 편하게 한쪽만 갈아신은 수정을 보던 OO가 존나 부러운 눈치로 발을 쳐다봤다. 야, 너는 좋겠다. 귀찮게 두 쪽 다 안신어도 되서. 미친, 별걸 다 부러워하네. 또르르 흘러가는 OO의 눈동자를 보던 수정이 OO의 손목을 잡고 끌었다. 허튼 소리 하지말고, 가서 오디션이나 잘 봐. 큰 길에서 택시를 잡은 수정이 그래도 나름 세달 선배라고 포즈는 이렇게 저렇게 하라며 충고해줬다. 근데 뭔 소리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ㅋ “ 알겠냐? ” “ 어, 응. ” “ 모르겠으면서 알아들은 척 하기는. ” 존나 찔리네. 네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OO를 보던 수정이 엄청나게 큰 상가앞에서 내렸다. 우와, 개쩐다. 김종인한테 사진 찍어서 보낼. 아, 맞다. 김종인은 이 건물보다 더 큰 대형 기획사지.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 어플을 찾던 OO가 멍한 표정으로 홀더를 잠궜다. 존나 멍청. 그런 OO를 보며 이년이 과연 험난한 모델의 길을 걸을수나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상가안으로 들어가자 회전문 앞에 서있는 까만 정장을 입은 남자가 무슨일로 찾아왔냐며 눈을 반짝였다. 존나 여기서 말 잘못 더듬으면 이여사한테 만큼이나 두들겨 맞고 쫓겨날 것 같다. 황이연 포토그래퍼님이 오라고 하셔서요. “ 오디션 보시는 겁니까? ” “ 네, 뭐. 대충 비슷해요. ” “ 3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 와, 어디서나 접대 받아 보지 못하던 극존칭이다. 목발을 짚으며 안으로 들어선 수정이 아직도 뒤에서 우와우와 거리고 있는 OO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너때문에 오늘 한숨만 몇 번 쉬는지 모르겠다. 얼른 안오냐? 불호령같은 수정의 말에 내부를 둘러보던 OO가 수정에게 급히 다가갔다. 야, 여기 쩐다. 당연히 쩔어야지, 대한민국 모델 기획사중 탑인데.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는 듯한 수정의 말에 입이 저절로 벌려졌다. 난 그냥 단순히 정수정 피팅 대타로 뛰어줬을뿐인데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된건지. 아찔한 머리를 붙잡던 OO가 정신 차리라는 수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베이터도 존나 좋아. 여긴 무슨 다 황금으로 칠해져 있는가봉가. “ 여기인가보다. ” “ 헐, 저거 박지운 아니야? ”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앞에 보이는 커다란 포스터에 시선을 뺏겼다. 잘생기긴 겁나 잘생겼구나. 턱 빠지겠다. 당연히 수정이 한 말 인줄 알고 옆을 쳐다보던 OO가 수정 또한 저와 같이 넋을 놓고 있는 모습에 어리둥절하며 뒤를 돌아봤다. 어? 황이연 포토그래퍼님이다. 저를 쿡쿡 찌르는 손길에 입을 다물고 옆을 쳐다보던 수정이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앞을 쳐다봤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이런 곳에서 만나는 포토그래퍼 언니란 또 다른 모습이였다. 지하에서 볼때는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이런 삐까번쩍한 곳에서 보니까 확연히 다르다. 역시 주변환경이 사람을 달리 보이게 하는구나. “ 꽤 고민했었을텐데 하겠다고 해줘서 고마워. ” “ 아, 아뇨. 제가 오히려 더 감사하죠…. ” “ 그럼 일단 오디션부터 보자. ” 응? 통설명도 없이 바로 오디션을 본다는 포토그래퍼 언니의 말에 당황한건 수정도 마찬가지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OO를 쳐다봤다. 일단 가자. 포토그래퍼 언니의 뒤를 쫓아가자 문 없는 방이 보였다. 안을 슬쩍 보자 워킹을 할 수 있게끔 길게 자리잡은 판이 보였다. 여긴 주로 신인모델들 뽑을때 쓰는 오디션방인데 지금 있는 모델들이 워킹 연습할때 쓰기도 해. 포토그래퍼 언니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안으로 들어서자 완전히 다른 세계와도 같아 보였다. 지하에서 지상이라니. “ 네 가능성을 보러 온거니까 긴장하지말고 그냥 위에서 즐기면 돼. ” “ 화이팅. ” 즐, 즐겨요? 뭐, 뭐를? 여기를? 수정에게 가방을 맡겨놓고 런웨이를 올라선 OO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우물쭈물 어쩔 줄 몰라했다. 실장님, 안재현 왔어요. 그때 구세주마냥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휙하고 돌리자 훤칠하게 생긴 남자들이 주르륵 서있었다. 아, 잠깐만. 설마 여기 들어오는 건 아니지?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딱 봐도 모델같은 남자들이 안으로 몰려들어왔다. 어? 누구에요? “ 이번에 촬영하다가 발견한 보물. ” “ 오, 역시. 지금 오디션 보는거에요? ” “ 응. 간단히 워킹만 보려고. 야, 안재현. 너 왜 어제 촬영 펑크냈어. 죽을래? ” “ 저 어제 아팠어요…. ” 복잡하고 난해한 이상황이 그저 존나 두렵기만 하다. 어느새 자리잡고 앉은 모델들이 어디 한 번 하려면 해봐. 라는 듯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나, 정수정. 살려줘. 어디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는 시선이 멀뚱멀뚱 서있는 수정에게로 닿았다. 눈치가 없는건지, 쪽팔려서 모르는 척 하는건지 애써 시선을 피하며 다른 곳을 보던 수정이 화이팅 하라며 주먹 쥔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자, OO야. 편안하게 워킹 한 번 해볼까? 아니요, 저 안할래요. 라고 외치고 싶다 존나…. “ 그냥 걷는다는 느낌으로 하면 돼. 시선은 저 앞에 쳐다보고. ” “ 네?, 네. ” 저 앞에 있는거 꼭 우리 학교에 TV처럼 생겼다. 계속 화면만 쳐다보라는 포토그래퍼 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걸었다. 아나,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과 나년=미친년 이라는 정의가 내려졌지만 이미 엎어진 물 주워담을 수도 없을 것 같아 그냥 하라는대로 따랐다. 런웨이 끝에 도착하니 한바퀴 돌아 다시 앞으로 가라는 말에 어색한 턴을 선보이며 내가 워킹을 시작헀던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아, 망할. “ 어때? ” “ 긴장한 것치고는 잘하는데요? ” “ 그렇지? OO야, 수고했어. ” 잘한거야 못한거야. 아리까리한 표정으로 내려와 수정이 건네주는 가방을 멘 OO가 앞에 서있는 포토그래퍼의 눈치를 봤다. 워킹하고 포즈만 더 배우면 될 것 같다. 혹시 야자하니? 아, 아니요. 그럼 다음주부터 학교 끝나고 바로 와. 장소는 여기로 오면 돼. 계약은 일단 배워보고 천천히 하자. 수고했다며 머리를 쓰담듬어주던 포토그래퍼 언니가 다음주에 보자며 손을 흔들었다. 인사를 하고 건물을 빠져나오자 들어갔다 나오는데 10년이 폭삭 늙은 듯한 느낌이였다. “ 못하는 척 하더니 잘하기만 하구만. ” “ 괜찮았냐? ” “ 오냐. 뿌듯하다, 뿌듯해. ” 잘했다며 제 팔을 툭툭치는 수정을 보며 나오지않는 웃음을 억지로 쥐어짜냈다. 존나 못생겼으니까 억지로 웃지마라. 어. 울리는 전화벨에 수신자를 확인하던 수정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정이 통화를 하는동안 머리를 긁적이며 멀뚱멀뚱 서있던 OO가 통화를 끝내자마자 물었다. 이모야? 뭐래? 아, 존나 짜증나. 전화를 끊자마자 인상을 팍 구기던 수정이 정진영 휴가 나왔대, 미친놈. 존나 빨리도 나오네. 하고는 머리를 헝클었다. 발목 이 모양이라서 만끽하지도 못했는데 아, 시발. “ 집에 가라. ” “ 으, 존나 가기싫다. 너네 집 가있으면 안됨? ” “ 꺼져 빨리. ” 존나 매정한 년. 입술을 들썩거리며 OO를 노려보던 수정이 먼저 간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야, 다른 발목마저 부러뜨리지말고 얌전히 가라. OO의 말에 고개를 휙하고 돌리던 수정이 가운데 손가락을 올렸다. 엿보니까 김종인 생각나네. 세상 다 산 사람마냥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던 OO가 치마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지퍼를 내리고 휴대폰을 꺼냈다. 발신번호표시제한. 휴대폰 액정에 둥둥 떠다니는 8글자에 휴대폰을 멍하니 보던 OO가 전화를 받았다. 안받기에는 너무 궁금함ㅋ 나 궁금한거 못 참음ㅋ “ 여보세요. ” ㅡ “ 봤냐? ” “ 누구세. 아, 설마 김종인이냐? ” ㅡ “ 김종인? 뒤질래? ” “ 어제 10시 카톡 보낸것도 너지? ” ㅡ “ 어. 티저 봤냐고. ” 봤어, 이새끼야. 존나 (오징어처럼)잘추던데?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에 왠지 모르게 쭈구리였던 어깨가 쫙 펴지는 듯 했다. 근데 너 왜 발신번호표시제한임? 회사 기밀번호라서 유출 못 해. 기밀번호? 개철저하네. 휴대폰은 어쩌고. 다 뺏겼어. 풉, 존나 불쌍. ㅡ “ 야, 근데 왜 이렇게 시끄러워. 밖이냐? ” “ 어. ” ㅡ “ 학교 보충 끝난지가 언젠데 아직까지도 집에 안 쳐들어가고 있냐. ” “ 너 없이 사는 삶, 만족하며 지내고 있삼. ” ㅡ “ 지랄하지말고 집에 기어들어가라. ” “ 헐, 야. 김종인 여자랑 통화해. ” “ 누구, 누구? ” “ 여동생인가봐, 여동생. ” 아, 좀! 짜증내는 종인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 뒤로 처음듣는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전해졌다. 안녕? 난 잘생긴 찬열오빠야. 아, 꺼져 봐 좀. 혹시 네가 김OO(이)야? 깜종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 네가 그렇게 예쁘. 띠리리릭. 전화가 끊겼다. 와, 존나 마지막 말 뭐지? 김종인 이 흥헤롱새끼. 안그런 척 하면서 나 예쁘다고 하고 다녔구먼. 의심미가 가득한 얼굴로 휴대폰을 쳐다보던 OO가 룰루랄라 발랄한 발걸음으로 버스를 탔다. 삑, 다음 승차시 카드 충전이 필요합니다. 210원 남았네. 카드 잔액을 확인하고 맨 뒷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걸려오는 전화에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 이 미친 츤데레 새끼. 안그런 척 하면서 내 자랑하고 다녔어? 응? 우쭈. ” ㅡ “ …여보세요? ” “ 뭐야 전화 잘못건거 아니야? ” “ 아니야, 아까 종인이가 이 번호로 전화하는거 봤어. ” 뚝. 이번엔 내가 끊었다. 방금 뭐였지 시발? 당연히 김종인 일 줄 알고 온갖 욕설을 섞어가며 말을 했는데 들리는 목소리는 나 존나 개당황 탔음. 라고 하는 것 같은 톤과 함께 김종인의 목소리 뒤로 오버랩되던 목소리였다. 다시 울리는 진동에 시선을 내리기가 무서워졌다. 걍 배터리 빼버릴까. 징징대던 진동이 끊기고 짧은 진동이 느껴졌다. (우리 시간개념은 사뿐히 무시해보아요^^*) 헐, 존나 귀여워
S2 암호닉 S2
똥강아지
수면바지
스노우윙
과일빙수
롱이
카레호빵
치킨팝
푸틴
스윙칩
10cm
흰토끼
암호닉은 계속 받아요!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건데 썰에서 나오는 번호는 다 허위번호인거 알죠ㅎㅎ?
없는 번호이긴 하지만 실제로 전화 걸어보는 이쁜이들은 없을거라고 믿어요!
감탄감탄..
항상 스릉흔드 S2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