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인정하기 싫었다. 너를 좋아한단 사실을.
워낙에 친해서 항상 곁에있으니까. 그래서 계속 생각난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크나큰 착각인 걸 깨닫는데는 별로 걸리지 않았지만.
"야 오세훈!!"
"왜 돼지야"
"맨날 돼지래. 아 그게아니고 오늘 수업 끝나고 요 밑에 새로 생긴 카페가자"
"내가 왜?"
"갈거지?갈거지? 그럼 수업 끝나고 보자~"
1시 수업이라 유유히 사물함에서 책을 꺼내고 있던 나.
복도 끝에서 급히 뛰어와서는 나에게 카페를 가자고 했다.
나는 간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는데도 자기 마음대로 간다고 생각하고는 수업들으러 가버렸다.
뭐, 당연히 갈거긴 한데..
여튼. 너무 귀엽다.
혼자 재잘대다 갑자기 쌩하고 사라지니까 그 순간엔 잘 모르다가 지금에서야 웃음이 나왔다.
수업이 끝나면 만나기로 했던 시계탑 밑.
네 옆에 있는 김종인이 내 앞에서서 가지 않았다.
"종인이도 카페가고 싶데서 내가 데리고 왔어. 가자!"
"어?어.."
"오세훈 가자!"
아무것도 모르는 김종인은 카페가는게 그리도 좋은지 아주 신나셨다.
한걸음 뒤에서 걸어갔다. 김종인을 욕하면서.
"혼자 가던가. 왜 하필.."
"오세훈!!빨리와!!"
카페까지 그리 먼 거리가 분명히 아닌데도 어찌 그렇게 길게 느껴지던지.
김종인 옆에서 내 맘도 모르고 잘도 재잘대고 있구나 또.
오늘은 더 귀엽게 화장을 한 것 같았다. 입술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주황색으로 물들여져있었다.
"오세훈 너 오늘따라 왜이렇게 말이 없냐?"
어휴..내가 이 상황에서 말이 나오겠냐 김종인?
"뭐"
"오세훈 이거 맛없어? 완전 맛있는데 달달하고... 자! 먹어봐 어?"
허니브레드 한 조각을 저가 쓰던 포크로 푹 찍어 내 입으로 억지
로 밀어넣었다.
맛있긴 한데... 김종인은 좀 없었으면 좋겠다.
허니브레드를 먹으면서 계속 김종인을 쳐다봤다. 아니 째려봤다.
너 언제 가냐? 제발 꺼져. 이런 눈빛이었는데 김종인은 먹는데 정신 팔려 내 눈을 당연히 읽지 못했다.
"근데 왜 너 남친 없어?"
"남친?그러니까 말이야"
"너 귀여운데. 그치 오세훈?"
"돼지가 뭐가 귀엽냐. 아까 학식도 먹은 것 같은데 또 먹는거 봐. 볼이 이렇게나 빵빵해가지고는 누가 너랑 사귀겠냐?"
"야 왜그래"
"괜찮아 종인아. 오세훈 맨날 이래. 저렇게 밉게 말하는게 애정표현이랄까?"
네 말에 괜히 찔렸다. 놀랬잖아.
"그럼. 내 친구 소개받아볼래? 도경수라고 엄청 괜찮은 놈 있는데. 어때?"
"어 진짜?"
김종인 이게 미쳤나...
"진짜는 무슨. 절대 안돼"
"어?"
어?는 무슨 이새끼야. 얼른 가라 좀.
"김종인 너 이번주 부터 중국어 학원 다닌다고 하지 않았냐? 안늦었어?"
"아 맞다! 나 먼저 가볼게"
"종인아 잘가~"
정신없이 짐을 챙겨 드디어. 김종인이 나갔다.
"근데 왜 소개받지말래~니가 뭔데 오세훈"
웃긴다는 표정으로 내 팔뚝을 찌르고는 말했다. 왜긴 왜야 바보야
"내가 너 좋아하니까."
"어?"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럴까봐 말 안하려고 햇었는데. 김종인 때문에...
"원래 이렇게 갑자기 고백할 생각은 없었어. 근데 김종인이 자꾸 쓸데없는 말 해서..
따로 대답원하거나 그러지 않을게. 그만 좀 그렇게 봐라 좀."
계속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진짜 의외였나보다.
"야 그거.그냥...너랑 나랑 계속 같이 붙어다니니까 정붙어서 그런거야."
"항상 붙어다니니까 정붙고 정붙다보니까 좋아하게되는거지. 아냐?"
"우리 돼지. 이런 표정도 어떻게 이렇게 귀여워?"
계속 말 못하고 나만 뚫어져라 쳐다보길래 팔을 뻗어 볼은 한번 쓰다듬어줬다.
부들부들 애기피부 우리 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