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속상해 하지마. |
"어제 또 싸웠지? 내가 너 땜에 미치겠다." "아 그만하라고 좀." 상처투성이가 된 세훈의 얼굴을 이곳저곳 보며 세훈을 걱정했다. 이번엔 또 몇명이랑 싸웠어? 내가 싸우지 말라고 했지 진짜. 엄마라도 되는 듯이 세훈에게 잔소리를 했다. 세훈은 귀찮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그만하라고 했지만 제멋대로인지라 절대 세훈의 말을 듣는 법이 없었다. 점심시간. 모든 반 아이들이 급식실로 향해 조용한 반에 어떤 아이가 수저를 놓고 와서 교실로 다시 돌아왔다. 세훈은 발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보았고 세훈의 시선에 그 아이는 뒷문에서 멈칫거리고는 서둘러 돌아갔다. 이렇게 위압감을 주는 세훈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다 피하고 최대한 엮이지 않으려고 하는 세훈이었다. 그런 세훈의 옆엔 항상 ㅇㅇ이 있었다. 처음 같은 반이 되고나서 첫 짝지라는 이유로 ㅇㅇ은 세훈을 챙겨주었다. 그럴 때 마다 세훈은 인상을 찡그리고는 ㅇㅇ의 말을 무시하기 태반이었지만. 먼저 점심을 먹고 온 ㅇㅇ이 세훈의 옆에 앉았다. "너 점심 아직도 안먹었어? 오늘 급식 완전 맛있었는데. 지금이라도 안가면 고기 없을껄?" 세훈은 말을 걸어오는 ㅇㅇ을 무시하고는 핸드폰으로 게임만 했다. 잠시 후 뒷문에서 세훈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고 세훈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일어나며 말했다. "나 같은 애랑 친구 하려고 하지마. 너만 손해니까." "야 오세훈!!" "ㅇㅇ아." "ㅇㅇ아? 너는 지금 그런 태평한 말이 나와? 진짜 내가 너땜에 못살겠어.어?" 한 밤중에 전화가 유난히도 시끄럽게 울려서 받았더니 경찰서였다. 경찰 아저씨께서는 오세훈학생이 사고를 쳤는데 일단 담임선생님께는 연락했고 ㅇㅇㅇ학생한테 연락을 하라고 해서 하는거야.라고 말하셨다. 내가 자기 엄마도 아니고. 생각해보면 중2 처음 만났을 때 부터 고2가 된 지금까지 내가 엄마처럼 행동하긴긴 했었구나...하여튼 이 밤중에 나를 불러놓고 당당한 저 눈빛이 진짜... "싸움하다 신고당했어." "그래..그랬겠지. 일단 담임선생님 오실 때 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세훈이의 모습에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 이럴 때 마다 내가 얼마나 자기 걱정을 하고 있는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저렇게 태평한 모습을 보니 너무 화가났다. 나만 세훈이에게 쩔쩔매는 것 같아서.내가 3년동안이나 그렇게 싸움하지말라고.내가 그렇게 말했었는데 내 말은 귓등으로 듣고는 하루라도 일 없이 가는 법이 없었다. 괜히 눈물이 났다. 오세훈은 진짜 나쁜새끼야.내 말은 절대 안 듣는 나쁜새끼.. 왜 청승맞게 눈물이 나오는지. 멀리서 나를 부르는 선생님을 보고는 급하게 눈물을 닦았다. "ㅇㅇ아!" "선생님 죄송해요..." "아니야 니가 뭘..세훈이는?" 담임선생님의 훈계를 듣고 나서야 경찰서에서 나올 수 있었다. 오세훈은 선생님께 무뚝뚝하게 '죄송합니다' 이 한마디만 했다. 죄송한 줄은 아는거야? "세훈아. 너 언제까지 ㅇㅇ이 괴롭힐래? ㅇㅇ이가 이렇게 너 걱정하는데도 계속 이럴거야?" "..죄송합니다." "주말에는 집에만 있어. 알았지? 책도 좀 보고..다음주에 학교에 오면 반성문 열장쓰라고 할거야." "너. 아까 울었어?" "울긴 왜 울어." 앞만 보고 걷고있는 ㅇㅇ에게 세훈이 물었다. ㅇㅇ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세훈을 쳐다보곤 입을 삐죽거렸다. "이럴 때 마다 울었어?" "이럴 때 뭐." "내가 속상하게 할때." "알긴 아네? 양심은 있었구나 오세훈." 세훈이 그렇게 말을 하니 왠지 모르게 감정이 벅차올라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민망한 마음에 세훈보다 앞서 걸어갔다. 세훈은 앞서 걸어가는 ㅇㅇ의 뒷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고 손목을 잡아 걸음을 멈추게 했다. "우는거 처음 봤어.3년 동안 처음. 내가 이럴 때 마다 몰래 울었을 네 생각하니까 너무 미안해진다. 그냥 다 미안해. 그러길래 내 말 듣지 그랬어. 나랑 친구하면 너만 손해라고 했잖아..."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이 빠졌다. ㅇㅇ은 눈물이 나오지 않게 하려고 두 손을 눈 위로 올려 꾹 눌렀다. 그리곤 뒤를 돌아 세훈을 보고는 화를 내며 말했다. "너 지금 그런 말이 입 밖으로 나와? 나한테 미안하다며. 근데 그런말을 해? 진짜 너무하다 오세훈." 세훈은 ㅇㅇ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피해 다른 곳을 보고 말했다. "사실 너 좋아해서. 그래서 그렇게 말 한거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 때문에 속상해하면 내가 얼마나 슬프겠어.안그래?" 갑작스런 고백에 ㅇㅇ은 놀랐다. 세훈은 그에 반에 무덤덤.그 자체였다. ㅇㅇ은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세훈을 보며 말했다. "내가 왜 너랑 친구 했다고 생각해? 너 같이 맨날 사고쳐서 나 새벽에 경찰서로 나오게 하는 애랑. 왜 그 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있었다고 생각해?" "..어?" 세훈은 그제서야 ㅇㅇ과 시선을 마주쳤다. "너 좋아해서 그런거잖아." 화가 나서 에라모르겠다 하고 사실을 말해버렸다. 사실은 나도 널 좋아한다고. 그래서 네 옆에 있었던 거라고. 부끄럽기도 하고 뭔가 어색하기도 해서 먼저 빨리 걸었다. 오세훈은 얼마나 빠른지 나를 따라잡아 내옆에 서있었다. 내 손가락과 세훈이의 손가락이 맞닿았고 세훈이가 내 손을 꼭 잡았다. "더 이상 나 때문에 속상해 하지 마. 이제부터 절대로 너 속상하게 만드는 일 안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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