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메이크 글입니다.
갖고있는 사진이 몇장 없는 지라 짤과 내용은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다소 어색한 사투리가 많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해 부탁드려요. 쓰니는 경상도 사람이 아니므니다!
쓰니가 컴맹이라 BGM을 못깔아욬ㅋㅋㅋㅋㅋ
쓰니가 추천하는 오늘의 BGM은 나비-I Love you 입니당
기성용
휴일을 맞이하여 해가 중천에 떠있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자고 있는데, 도착한 카톡.
[마트가자! 나 집에 먹을 거 하나도 없다. ㅠㅠ]
알겠다고 답장을 보낸 뒤, 밍기적거리며 일어나 눈꼽을 떼고 그 상태 그대로 후드를 뒤집어쓴다.
뭐 어때. 볼거 못볼거 다 보면서 같이 자란 기성용한테 잘 보여서 뭐할껀데.
나와 똑같은 마음으로 나온건지 나처럼 후드를 뒤집어 쓰고 삼선스레빠를 찍찍 끌고 나온 기성용을 만나 둘이 함께 쓰레빠 찍찍 끌며 마트에 왔다.
카트를 밍기적밍기적 끌어가며 장을 보고 있는데, 보이는 시식코너!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간다고 둘 다 그 자리에 멈춰서서 만두를 흡입하고 있는데, 그런 우리를 아주 흐뭇하게 보고 계시던 마트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온다.
"어머~ 신혼부분가봐?"
라는 멘트에 나는 정색을 하며 아니라고 대답하려 하는데,
저거저거. 장난 좋아하는 기성용 눈이 번쩍인다. 뭔 장난을 또 칠려고 무섭게 저러시나..
옆에서 지 때문에 겁 먹고 있는 나를 한번 슬쩍 보더니, 내 어깨에 팔을 올린다. 무거워, 이 자식아!!
"아ㄴ...."
"네! 우리 마누라 이쁘죠~"
하.. 이 자식 뭐라는 거야.
헛웃음을 치며, 그 광경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둘이 난리도 아니다.
"그럼 언제 결혼한거야? 애는 있고?"
"저희 이제 한달 됐어요! 아직 애는 없는데. 어떻게, 여보. 오늘 좀 만들어볼까?"
우리 성용이... 요즘 외롭구나. 누나 데리고 이런 장난이나 치고. 그래, 누나가 어떻게 다리 좀 놔볼께, 성용아.
근데 내 주위에 이쁘고 늘씬하고 착하고 요리 잘하고 내조 잘하는 연상이 있나 모르겠다.
일단 노력은 해볼께..
라고 내가 다짐을 한 바로 그 날부터 기성용 이 자식이 마트에서 쳤던 장난에 맛이 들린건지
딴 사람들 앞에서 맨날 '여보야' , '마누라' , '내꺼!' 따위의 이딴 호칭들로 나를 불러대는 거다.
첨엔 그냥 장난이 재밌었나보다. 몇번 그러다 말겠지. 하고 내가 가만히 있었더니, 이게 더 오버를 해오는 거다.
어깨를 감싼다던지, 내 볼을 쓰다듬는다던지 하는 스킨쉽까지 감행해온다, 아주.
심지어 지가 뻔히 알고 있는 나랑 한창 썸타는 사이인 선배 앞에서도 이딴 드립을 쳐오는거다.
결국 참다가 참다가 못참고 내가 폭발을 했다.
"야!!!!!!!!!!!!!!! 너때문에 나 평생 연애 못하면 책임져라."
라며 정말 찍찍이 이모티콘이랑 똑같은 표정으로 얘기를 했더니, 특유의 그 능글능글거리는 웃음을 날리면서 대답하기를,
"그래! 책임져줄께, 걱정마라."
란다.
이걸 책임져줘서 고맙다고 해야되. 뭐라고 해야되, 도대체.
구자철
알바비도 들어오고, 그냥 기분전환이나 할까해서 가슴께까지 오던 머리를 싹둑- 잘랐다. 그래봐야 어깨정도까지만 자른거지만.
예쁘게 드라이까지 해준 미용실 언니덕분에 머리 자르고 할 일 없이 집에 가려던 발걸음을 학교 쪽으로 돌려 그냥 무작정 걷고 있다.
이러다 보면 뭔가 약속이 생길꺼야. 라는 부질없는 기대감을 가지고.
그렇게 한참을 걷고있는데 학교 정문 바로 맞은 편에 있는 커피전문점에 보이는 후배 녀석.
반가운 마음에 얼른 들어가 아는 척을 하니, 후배가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해온다.
"뭐하고 있었어?"
"아, 자철오빠랑 학식에서 밥먹고, 커피 마시고 있었어요."
"자철이? 응? 근데 자철이 어디갔어?"
"아, 잠깐 화장실 가셨어요."
"그래? 그럼 자철이 보고가야겠다. 어? 너 머리 바꿨어?"
"네! 어때요, 언니?"
"잘 어울린다! 진작 이렇게 하지!"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자철이 얼굴이나 보고 갈까하며, 후배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긴 생머리를 질끈 묶고 다니던 후배의 바뀐 머리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는데, 나타난 구자철.
"야, 너 아까 어디 갔었어? 내가 아까 너 한참 찾.......너 머리 잘랐어?"
"응? 언니 머리 잘랐어요?"
라며, 바뀐 내 머리를 대번 알아보는 자철이. 하여튼 눈썰미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머리 잘랐냐고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어오는 후배 녀석에게 그렇다고 대답을 해주며, 내 앞에 놓여져 있던 자철이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그러자,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는 구자철.
야, 너 지금 내가 니 커피 마셧다고 이러는거냐? 와.. 우리 사이에 치사하게! 한모금 마신 거 가지고!!
"아, 안먹어. 안먹을께. 됐냐?"
".....야..."
"뭐."
"너는 긴 머리가 이쁘다고 내가 기르랬잖아.."
응? 하며, 정면을 보고 있던 고개를 돌려 자철이 쪽을 바라보자, 자기 손을 올려 내 머리를 쓱쓱 손으로 빗어내린다.
"그래? 그럼 이제부터 기르지, 뭐."
"지금부터 길러서 언제 기르냐.. 아쉽다.."
라며, 툴툴 거리는 자철이. 아니, 내 머리를 왜 니가 난리야.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앞에 앉아있던 후배 녀석이 자기 머리를 쓱쓱 손으로 빗어 단정하게 해보이더니, 자철이를 부른다.
"오빠! 저는 뭐 달라긴 거 없어요?"
"응?"
"저 뭐 달라진 거 없냐구요~"
"....음, 글세... 모르겠다. 너 뭐 했어?"
"헐! 너무해요. 저 오늘 파마했단 말이예요. 어떻게 여태까지 저랑 있었으면서 머리 했냐구 물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언니 머리 자른 건 어떻게 그렇게 단번에 알아요???"
속사포처럼 내뱉는 후배의 귀여운 투정 아닌 투정을 가만히 듣던 자철이가 이내 곧 허허거리더니,
삐져있는 후배 녀석에게 바뀐 머리도 잘어울리네. 라는 식의 멘트들을 뱉어내며 얼렁뚱땅 그 상황을 넘어간다.
근데 진짜 이상하다. 자철이 눈썰미 좋은데.
나 머리 요만큼 자른 건 단번에 알았으면서 후배 녀석이 파마한 건 모를 수가 있지?
김주영
"야, 김주영."
"어."
"너 어제가 무슨 날인지 알아?"
"어제? 어제는 그냥....... 헐!!!!!"
"생각났냐?"
"헐, 아씨. 야, 미안. 겁나 미안. 니가 나 죽여도 내가 할 말이 없음. 유유"
그렇다, 어제는 바로 내 생일.
다른 친구 녀석들은 12시 땡치자마자 문자를 그냥 아주 폭탄으로 파바박 날리던데, 어제 11시 59분 59초까지 연락 한 통 없던 자식.
바로 여기 지금 내 앞에서 빌고 계시는 김주영씨 되시겠다.
아니, 까먹을게 따로있지. 내 생일을 까먹어??? 니가??? 니가 그러고도 나랑 20년지기라고 할 수 있어????????
"됐어."
"아, 진짜 미안."
"됐다고."
"아, 미안. 야! 난 날짜를 착각해가지고 오늘이 니 생일인줄 알았지~"
"뻥치시네."
"하하, 티나냐? 에이, 미안. 대신 오빠가 오늘 맛있는거 쏜다."
".........안 먹어."
"에이~ 밥순이가? 진짜 안 먹어? 야, 근데있잖아. 생각해보니까 너 태어나고나서 내가 없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네?
역시 난 태어날때부터 딱 타고난 니 보디가드인듯"
"........무슨..."
"아, 이뻐. 섹시해. 치명적이야. 너 오늘 왜 이렇게 귀여워?"
라며 자기를 째려보는 내 시선을 보고 흠칫 놀라더니, 아닌척하며 내 볼을 잡아 흔드는 김주영. 이럴때만 칭찬이지?
꼬집힌 볼이 너무 아파서, 내 생일을 까먹은 김주영이 너무 미워서 감정을 좀 많이 실어 주먹으로 가슴팍을 쿵- 치자, 아프다며 악! 소리를 지른다.
다시 한번 치려고 주먹을 쥔 내 손을 피하려 몸을 요리조리 움직인다. 그렇게 투닥투닥 거리다가 주영이가 이내 우뚝 멈춰선다.
이때다 싶어 다시 한 번 가슴팍을 치려고 들어올린 내 두손을 잡아 내리더니, 그대로 내 어깨에 팔을 두른다.
"팔 내려!!"
"에이! 쓰읍! 오빠 아프다."
"오빠는 무슨.."
"자, 가자~ 우리 애기 뭐 먹고 싶냐, 어? 치킨? 피자? 어?"
라며 가만히 서서 자기를 째려보고 있는 나를 다시 한 번 못본 척하더니, 내 어깨 둘러진 팔에 힘을 준다.
별 수 없이 더 자신쪽으로 붙게 된 나를 꼭 안더니, 그 상태로 학교 정문을 빠져나가는 주영이.
홍정호
왜 그런 날 있지않은가. 그냥 아무 이유없이 술이 마시고 싶은 날.
그게 나한테는 바로 오늘인가보다. 아, 술 고프다ㅜㅜ
대충 핸드폰을 뒤적뒤적거려 눈에 보이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다 돌렸는데, 다들 각자 남자친구들과 데이트 약속이 있다고 거절한다.
그래!! 어짜피 인생은 혼자왔다가 혼자 가는거야! 라며 지갑을 챙겨 어김없이 오늘도 포차로 향한다.
"...엉? 내가 아이폰이 두개덩가아.... 아닝데에...."
테이블에 왜 아이폰이 두개나 있는거야아... 난 분명 핸드폰 하나밖에 없다구...
겨우겨우 테이블로 손을 뻗어 핸드폰을..핸드폰을..야씨..너 어딜 도망가...어허!
헤에..잡았다.
그렇게 어렵게 잡은 핸드폰의 홀드를 푼다.
그러고선 이제는 너무 오래되서 머리가 아니라 손가락이 외우는, 아무리 취해서 몸을 못 가눠도 정확하게 누를 수 있다는 녀석의 번호를 찍는다.
곧이어 통화가 연결되고, 녀석의 익숙한 컬러링도 들려온다.
-"여보세요."
"야아!!!!!!!!! 저엉호야아!!!!!!!!!!"
-"너 또 혼자 술먹었냐????"
"으히히히히-."
-"너 내가 여자 혼자서 그렇게 술먹는 거 아니라고 말 했냐, 안했냐. 위험하다고!! 거기 어디ㄴ.... 하아, 너 또 포차 가있지? 끊어. 금방 갈테니까."
라며 뚝- 끊어지는 전화.
응? 나 할 얘기 있었는데에... 왜 지가 먼저 끊구 그런다냐.. 전화도 내가 했는데...이씨....
혼자 속으로 홍정호를 열심히 씹고 있는데, 저 멀리 홍정호가 뛰어온다.
우아....홍정호 달리기 완전 빨라... 정호야.. 니가 있어서... 대한민국 육상의 미래가 밝아...
"야. 정신 좀 차려봐. 어? 얼마나 마신거야."
내 어깨를 툭툭 쳐대며 정신차리라는 정호.
야, 너 왜 내 앞에서 춤추고 그러냐. 너 춤춰도 안 멋있다고 내가 몇 번을 말했ㅈ.....
"아... 머리 아파......"
순간적으로 머리에 느껴지는 깨질듯한 통증에 눈을 번쩍뜨자 보이는 저 익숙한 천장.
아, 우리집이구나.
어제 분명히 혼자 술마시러 간 건 기억나는데, 그 후론 생각해보려 하는데 도무지 생각이 안나는 거다.
그래도 그 정신에 집까지 용케 온 것에 감사하며, 내가 과연 어제 어떻게 온 것인가 다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벌컥하고 열리는 내 방문.
"아, 깜짝이야!!!!!"
"깼냐?"
아... 나 또 정호한테 전화했구나... 정호 등에 업혀서 집에 왔구나... 새삼스레 뭘 어떻게 왔나 고민하고 있었냐...
까지 내 머리가 생각이 미치자, 괜히 또 정호한테 미안한거다.
"헤헤........."
"왜 웃냐?"
"그냥... 헤에....."
"술 그만 먹고 살 좀 빼. 너 업고 오는데 나 진짜 죽을 뻔 했다. 너 한 60키로 정도는 나가냐?"
"야!!!!!!!!!!!!!"
농담인 걸 알면서도 괜히 발끈해서 빽하고 소리를 지르니, 피식-하고 바람빠지는 웃음을 지어보이는 정호.
"농담, 농담."
"이씨..."
"밖에서 기다릴께, 얼른 나와."
"응?"
"해장하러 안 갈꺼냐??"
"아... 정호야."
"왜."
"고마워."
"뭐가."
"맨날 술먹고 전화하고, 꼬장부리고 그러는 거 다 받아주고, 집까지 이렇게 데려다주고 그러는 거."
"알면 앞으론 혼자 술먹지마. 위험하게 왜 여자 혼자서 술을 먹어."
"예썰!"
"풉- 밖에서 기다릴테니까 얼른 씻고 나와라. 너 눈에 눈꼽 왕건이 꼈다. 드러."
"야!!!!!!!!"
오재석
폭풍같던 시험기간과 레포트 제출기간이 끝났다. 이제 더이상 신경을 곤두세워가며 처리해야할 것들이 사라지니, 몸도 마음도 축-하고 늘어져버렸다.
식은땀도 나고, 으슬으슬 춥기도 한게 제대로 몸살났나보다.
힝, 오늘 애들하고 놀기로 시험 전부터 약속해놨는데.
분명 또 만나면 시험도 끝났겠다, 내일도 토요일이겠다 불금이네 뭐네 하며 밤새 술먹고 놀텐데….
아쉽지만 이 컨디션으로는 도저히 그 술파티에 끼는게 불가능이다. 하는 수 없이 재석이한테 전화를 했다.
내 성격상 아파서 못 가겠다고 말은 못하고, 그냥 좀 피곤해서 노는 거 대신 잠을 택하겠다고, 애들한테 말 좀 잘 해달라고, 부탁한다고 했더니,
너무나 쿨하게 다른 말 없이 알겠다며 전화를 끊는 재석이. 내가 안간다고 해서 삐졌나? 그럴 애는 아닌데.
그렇게 재석이이와 전화를 마치고 그대로 다시 침대로 누워 베개에 머리가 닿자마자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얼마 안 지나 뭔가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거다.
뭔가 싶어 일어나기 싫은 몸을 겨우겨우 침대에서 일으키는데 툭- 하고 내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수건.
뭐지, 엄마왔나? 아닌데. 우리 엄만 딸래미 자취방에 이렇게 연락없이 오는 사람이 아닌데.
그대로 땅을 디뎌 거실로 나와보니, 저기 부엌에서 이리저리 부산스럽게 왔다갔다거리는 저 뒷태는 누가봐도 딱 오재석 뒷태일세.
"너 뭐해?"
"어? 일어났냐?"
뭐하냐는 내 질문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 재석이가 일어났냐며 내가 서있는 쪽으로 걸어와 내 이마에 자기 손을 올린다. 아, 시원하다.....
"열은 다 내렸네. 야, 나 깜짝 놀랐다. 너 나 안 와봤으면 어쩔 뻔 했냐. 열이 펄펄 끓더라. 나같은 친구도 없다, 너?"
"아..."
"배고프지? 좀만 기다려. 죽 거의 다 됐어."
라며 몸을 돌려 다시 싱크대쪽으로 걸어가는 재석이.
나 아픈 건 어떻게 알고 왔지.
"재석아."
"왜."
"나 아픈거 어떻게 알았어?"
"야, 10년 세월은 그냥 간 줄 알아? 너 아프면 내 눈에 딱 보인다니까. 내가 예전에 얘기했지?
너 딴사람들 앞에서는 몰라도 내 앞에서는 아픈척, 괜찮은 척 하지 말라고. 다 표 난다고."
"치.. 애들이랑 놀기로 한 건 어쩌고 왔어."
"너 아프면 이렇게 혼자 끙끙거릴꺼 뻔히 아는데 내가 걱정되서 놀 수가 있어야지, 이 아줌마야."
근데 생각해보니까 우리 좀 이상하다.
다른 사람들도 친구 사이에 이렇게 아프다고 하면 집까지 찾아와서 죽끓여주고 간호해주나?
조준호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놀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신나게 놀았다.
밥도 먹고, 아이 쇼핑도 하다가 이내 다들 다리가 아파져서 커피숍에 들어와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 무심결에 커피를 들이키며 돌아본 커피숍 유리벽 바깥엔 비가 말 그대로 누가 양동이로 퍼붓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일기예보에도 없던 갑작스런 비에 어쩌나 하며, 당황해 하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모두 휴대폰을 꺼내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그리고 곧이어 한명씩 친구녀석들의 남자친구가 와서 친구들을 데려간다. 그 중 혼자서 애인이 없는 나는 결국 모두 떠나고 혼자 남겨졌다. 힝ㅠㅠ
혼자 처량하게 커피숍에 앉아있기 뭐해 밖으로 나와 근처 백화점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아.. 이게 더 처량한가. 잘못 생각했네.
다시 커피숍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비 내리는 게 소나기같아 보여 멈출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는데, 시간은 자꾸 가는데 이 놈의 비는 언제 멈출지 도통 기미가 안 보인다.
할것도 없고, 쪼그려앉아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뒤적뒤적거리다가 트위터를 켰다.
키자마자 보이는 타임라인에 남친이 데리러와서 집에가는 도중에 드라이브 간다며 염장지르는 친구의 멘션에
'커플지옥 솔로천국!!'
이라고 멘션을 날려주고는 다시 인터넷 좀 뒤적뒤적거리다가 이내 그것도 재미가 없어져 이젠 가만히 내리는 비만 쳐다보고 있다가 깜빡 졸았나 보다.
툭툭- 하며 누군가 쪼그려앉아있는 내 발을 쳐대길래, 뭐야.. 라며 위를 올려다보니, 우산을 들고 서있는 이 익숙한 기럭지는 조준호인데... 응?
조준호???????? 너 왜 여깄어?
"가자."
'어?"
"가자고. 안 갈끼가?"
"나 여깄는 거 어떻게 알았어?"
"트위터."
"아..."
아.. 라며, 멍청한 소리를 내뱉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오랫동안 쪼그려 앉아 있던터라 휘청거리며 넘어지려는 내 어깨를 잡아주는 준호.
쪼그려 앉아있느라 저린 다리를 몇번 콩콩 주먹으로 내려치고는 준호가 들고있는 우산 안으로 들어왔다.
"더 붙어라."
"어?"
"니 이 비 다 맞을끼가? 또 감기걸려가 누구 고생을 시킬라고."
"아..."
또 한번 아.. 하는 멍청한 소리를 내뱉자, 피식- 하고 웃는 준호.
그러더니, 한 손으로는 우산을 들고, 한 손으로는 잡고 있던 내 어깨를 더 자기쪽으로 끌어당긴다.
그렇게 열심히 걷다가 든 생각인데 근데 준호는 내 동창이랑 모르는 사이일텐데, 팔로우도 안 되어있을텐데, 어떻게 알았지?
아니, 그건 뭐 내 트위터 들어와서 봤다 치자. 근데 내가 백화점 앞에 쪼그려 앉아있던 건 어떻게 알았지?
아니, 그것보다도.. 근데 조준호가 트위터를 했던가?
백성동
고등학교때부터 열렬히 짝사랑해오던 선배가 한명 있었다.
키도 크고, 얼굴도 잴싱기고, 성격도 자상한 사람이었다.
공부 역시 잘하는 편이여서 학교 내에서도 선배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선배는 인기인이었고, 그에 따라 학생들에게 고백도 제법 많이 받았었다.
그때마다 선배는 여자친구가 있는것도 아니면서 단 한번도 고백을 받아준 적이 없었다. 미안하다며 정중하게 모든 고백을 거절했었는데,
난 또 그 모습에 '선배는 어려운 남자야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더 멋있어ㅠㅠㅠㅠㅠㅠ' 라며, 또 한 번 반했었다. 물론 소심한 내 성격탓에 선배에게 말 한마디 못 붙여봤지만.
그렇게 그 선배를 따라서 같은 대학교, 같은 과에 입학을 했고, 같은 고등학교에 나왔단 이유때문인지 선배는 후배들 중에서 유독 나를 더 챙기고, 나에게 잘해주는 편이었다.
그리고, 난 그런 선배의 자상한 모습에 점점 더 빠져들었고 말이다.
그런데 사건은 바로 오늘! 낮에 터졌다.
성동이랑 학식에서 배부르게 밥을 먹고, 서로 배를 통통 두드리며, 과방에 왔다. 둘다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남아서 과방에서 죽치고 있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과방 문 앞에 먼저 도착한 성동이가 문을 반쯤 열었다가 다시 닫는거다.
"왜그래?"
"어? 어..어..그게..우리 ㄸ, 딴데 가자. 내가 커피 쏠께!"
"갑자기 왜?"
"ㄴ, 누구 있어..."
"누구 있으면 어때. 우리과 사람일꺼아냐, 남도 아니고."
"ㅇ, 아니 그게 아니라..."
자꾸 말을 더듬으며 과방 문 앞을 막고 서있는 성동이가 이상해서 낑낑거리며 녀석을 겨우 밀치고 과방문을 열었을때 아...
성동이 말 들을껄 싶었다.
내가 좋아하던 선배가 다른 선배와, 과방에서, 격렬하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근데, 내가 쇼크를 먹은 건 선배가 키스를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선배의 키스 상대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는 거다.
선배와 같은 성을 가진 남.자.
내 옆에 서있는 백성동과 같은 남.자.
XY염색체를 가진
남.자.
멍하니, 그 광경에 충격에 빠진 나를 조용히 질질 끌어 나오더니, 과방 문을 조용히 닫고는 다시 나를 질질 끌어 학교 근처 커피숍으로 데려가는 성동이.
그리고 내가 즐겨마시는 커피를 시켜 테이블에 내려놓고, 안드로메다로 향해가던 내 정신을 붙잡는 녀석의 음성에 상황이 정리가 되었다.
선배는, 게이였다.
그렇게 한참을 펑펑 울었다.
으앙ㅠㅠㅠㅠㅠㅠㅠ 잘생기고 괜찮은 남자는 다 게이라는 말이 맞는 거였나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야..그만 좀 울어.. 누가보면 내가 너 울린 줄 알겠다."
"으아아아아아앙!! 너 같으면... 훌쩍... 눈물 안나오겠어??? 이씨.. 자그마치 5년이야. 5년동안 좋아했는데.. 훌쩍... 알고보니 게이였어.... 이씨... 으아앙.."
"왜 하필 좋아하도 그니까 ㄱ, 게이를..."
"내가 알았냐!!!!!!"
불난집에 기름 붓는 멘트를 날리는 녀석한테 괜히 버럭 화를 내고는 혼자 씩씩거리고 있는데, 그런 내 얼굴에 대롱대롱 매달린 눈물방울들을 닦아주는 성동이.
또 닦아주는 손길이 싫지만은 않아서 가만히 손길을 받아내고 있으니, 풉- 하고 빵터진 성동이.
왜 웃어, 이 자식아.
"우쭈쭈~ 우리애기 슬퍼쪄요~"
"닥쳐."
"풉- 야."
"뭐!"
"그냥 오늘부터 나 좋아하는 건 어떠냐. 오빤 게이 아닌데."
"뭐?"
"뭐, 싫음 말고."
라며 내 얼굴을 닦아주던 손이 이내 자기 뒷머리로 가더니 머리를 긁적긁적거리는 성동이.
☆
암호닉 신청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냥 자야지 싶다가도 점점 늘어나는 암호닉 신청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매일 옵니다!
아롱이님, 이대훈남님, 구슬님, koogle님, 기성용하투뿅님, 참치님,
맺힌(이)님(뭐가 맞는건가요? 맺힌이님이 맞는건가요, 맺힌님이 맞는건가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윤님, 지참치님,
정호여친(저 개인적으로 이 암호닉 반대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두님,
미녕님, 아싸님, 현수님, 홍초님, 에이스님까지!
다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
ㅃ...빠진 분 없겠지..?
★
축구를 제 평생 직업으로 삼고자 한 그 언젠가부터
저는 축구를 가볍게 스포츠로 즐기지 못하고 있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20대 초반의 파릇파릇한 나이에 내가 고혈압을 진단받은건 다 축구 너 때문이야........ㅁ7ㅁ8
그래도 나는 아직 너랑 결혼하겠다는 다짐을 버리진 않았어, 축구야... 나 버리디마......
너가 나 버리면 나 징짜 갈데가 업써........ㅠxㅠ
오늘도 네, 그렇습니다.
할 말은 많으나 입은 다물겠습니다. 말해야 무엇하리요, 이미 지나간 게임입니다.
지금은 그저 고쳐야할 부분에 대해선 따끔히 충고해주고, 잘한 부분에 대해선 격려하여야 할 시점입니다.
욕 그렇게 열심히 주구장창 하신다고 대한민국 브라질만큼 축구 잘하는 거 아닌데 허, 참.
네, 더 말하면 시끄러워질 것만 같으니, 입 다물겠습니다.
그냥 자려고 했는데, 귀가 왜 이렇게 간지럽던지.
저 기다리시는 분들이 이 여자 왜 안오나 하시는 것만 같아 뜨끔하여 또 왔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항상 봐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
대댓글 일일히 다 못써드려도, 제 마음은 다들 아시죵? 사랑합니다.........♥
그럼 쓰니는 이제 숙면 취하러.............ㅁ7ㅁ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