엷여덟, 그 비참함과 아름다움 06
w.라쿤 |
그 후에는 그냥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았다. 저거 재밌더라, 진짜 웃기다.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오가고 난 뒤에 시계를 보니 어느덧 12시를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화장실로 들어가 대충 씻은 뒤 나는 침대에 눕고, 우현은 바닥에 이불을 깔았다. 여전히 내가 걱정되는지 차가운 수건을 내 머리 위에 올려놓은 후에야 우현은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너무 차갑다, 싶은 느낌에 그냥 수건을 떼버리고는 우현 쪽으로 몸을 돌려 뉘었다. 눈을 감고 곤히 자는 우현의 모습에 팔을 뻗어 우현의 볼을 쿡, 찔렀다. 살짝 흠칫한 우현을 보고는 곧 우현에게 말을 걸었다.
"우현아-" "……." "안 자는 거 다 알아."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빨리 자라."
그 말에 입을 삐쭉 내밀었다가 다시 곧 집어넣고는 뻗었던 팔 또한 이불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다시 우현을 불렀다. 한껏 가라앉은 밤처럼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우현아." "……." "……." "왜." "……." "왜 불러."
막상 우현을 부른 나였지만 딱히 할 말은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는 표현이 더 알맞을지도 모른다. 아무 말이 없던 우현은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려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했다. 괜히 땀이 차는 손을 이불에 쓱쓱 문질렀다. 어떻게 말을 하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다시 떠오르기도 전에 입은 제멋대로 말하고 말았다.
"왜 피했어?" "…어?" "아, 아니. 어…" "……." "…왜 나를 피했어."
내가 내뱉은 말임에도 수습 불가능한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딱히 네 대답을 바라고 물어본 질문은 아니었기에 너를 향하던 몸을 돌려 천장을 향하게 몸을 뉘었다. 그렇게 아무 말도 오가지 않는 방 안을 시곗바늘 소리로만 채우다가 네가 작게 입을 열었다. 귀를 기울이지 않았더라면 그 작은 시곗바늘 소리에 묻힐 뻔한 작은 소리였다.
"……미안."
어쩌면 나는 그 말 한마디에 잠에 편히 들 수 없었던 것일 지도 모른다. 한참을 뒤척이고 창문 너머로도 빛이 들어오지 않아 너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때가 돼서야 너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고서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
오늘 아침은 꽤 소란스러웠다. 원래 나 혼자 쓰던 집을 둘이서 쓰려고 해서인지는 몰라도, 내 알람을 우현이 끄고 다시 자 버리는 바람에 10분은 더 늦게 일어났으며, 둘이 화장실을 두고 싸우다 시간이 훌쩍 가버리고, 시간이 없어 밥을 안 먹고 나가려던 것을 우현이 약을 먹어야 한다며 나를 불러세워 밥을 꼭꼭 먹였다. 그 덕에 지금 시각은 어언 8시 5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남우현 때문이야…. 성난 얼굴로 바닥만 내려다보고 걷던 나를 우현이 옆에서 자꾸만 눈치를 보았다.
"…야, 야." "뭐." "삐쳤냐?"
안 그래도 짜증 나 죽겠으니까 말 걸지 마. 라는 느낌을 한껏 담아 우현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우현이 바로 시선을 피하며 '지각 한 번 하는 게 그렇게 짜증 낼 일이냐…….' 라고 중얼거렸다. 다시 한 번 한소리를 해주려고 우현을 쳐다보자 잔뜩 튀어나온 입이 눈에 띄어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 "아냐, 아무것도."
터지는 웃음을 겨우 참아내고는 다시 걸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학교 교문 앞이었다. 수업이 이미 시작했는지 운동장에는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이 운동장을 돌고 있었다. 그제야 학교에 많이 늦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우현과 학교로 뛰어들어갔다. 계단을 수십 칸을 오르고 반 앞에 도착해서야 가득 차오른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문 안 열어?"
아. 우현의 말을 듣고 문 앞을 보자 손잡이를 꼭 쥔 내 손을 볼 수 있었다. 힘은 세게 주고 있었지만, 문을 옆으로 열 자신은 없었다. 이 문을 열면 어떨까, 자신을 보고는 욕하지 않을까. 따라 들어오는 우현에게 더 심한 욕을 하면 어떡하지. 자신을 버리고 다른 아이들에게 가버린 우현이었지만, 우현이도 나와 같은 욕을 듣고, 나와 같은 수치심을 느끼고, 나와 같은 취급을 당한다는 것은 생각하기조차 싫었다.
"뭐해?" "…너 먼저 들어갈래?"
우현이 먼저 들어가면 나는 그 후 조금 길다 싶은 틈을 두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마치 우현이 늦은 것과 나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문에서 떼려던 내 손 위로 따스한 손이 겹쳐졌다.
"걱정 마."
뭘 걱정하지 말라는 걸까, 너는. 내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걸까. 괜히 떨리는 손에 고개를 더 푹 숙였다.
"걱정하지 마라니까." "……." "내가 옆에 있잖아."
평소 같았더라면 그냥 웃고 넘겼을 말이 듬직하고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숙였던 고개를 들고 옆을 바라보았다. 너는 나를 향해서 웃고 있고, 손은 서로 꽉 잡고 있었다. 그 순간만은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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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앙 우리 여보들 일주일 못 본 건데 보고싶어서 듀금X-D
...네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 부려서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보고싶었다그영! 오늘 하루종일 침대에서 뒹굴뒹굴ㄹ거리다가 삼겹살먹고 와서 올리는 글에는 삼겹살 냄새가 나나요?
아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거죠. ㄴㅔ 아무튼 이 글을 재미지게 보고있다는 사랑스러운 분을 독방에서 보고는 급하게 내용을 늘여놨습니다;; 이제 이 뒤에 무슨 스펙타클한 이야기가 이어질ㄹ지 몰라요! 는 무슨. 그냥 달달하게 사랑하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조금 길게 늘여봤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 10화까지로 예상해두고 있습니다 (^0^)/
무슨 남은 주말 재미지게 보내시고 제 사랑도 듬뿍듬뿍 드세요. 사랑합니다♥♥ (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