엷여덟, 그 비참함과 아름다움 07
w.라쿤 |
"…안녕하세요."
두 손을 꼭 맞잡고 반으로 들어섰다. 어쩌면 그게 가장 큰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뒤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반 아이들은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고, 내 얼굴과 우현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시선을 내려 맞잡은 두 손을 보았다. 야, 저거 뭐냐. 사방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말소리가 귀를 쿡쿡, 찔러왔다. 결국, 반에 들어와서는 단 한 발자국도 걸음을 뗄 수가 없이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어찌할 도리를 못 찾고 자리에 가만 서서 날아오는 화살을 맞고 있었을 때, 우현이 내 곁을 지키고 내 손을 더욱 세게 잡았다. 우현이 고개를 푹 숙인 나를 보더니 손을 잡아 이끌었다. 중앙에 위치한 자리까지 걸어가서야 겨우 책상에 앉았다. 그때까지 우리에게서 떨어지는 시선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얘들아? 앞에 보자. 수업해야지."
그제야 겨우 떨어져 나가는 시선들에 한숨을 돌렸다. 나는 고개를 숙이지도, 그렇다고 들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책상 위를 바라보았다. 그때, 옆에서 나를 부르는 우현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김성규. 피곤하면 그냥 자."
우현이 의자에 걸쳐있던 자신의 체육복을 건넸다. '어떡하지'이라는 생각에 내가 그 체육복을 가만히 보고 있자, 우현이 체육복을 내 책상 위에 평평하게 깔아놓더니만 내 뒷목을 조심히 잡아 체육복 위로 내 얼굴을 내려놓았다. 아마도 그것 역시 나를 위한 배려였을 것이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시선들을 하나하나 신경 쓰는 나를, 그 시선을 받고 어찌 해야 할지 모르는 나를 우현은 배려해주고 있었다. 나는 그 상태로 한참을 누워있다가 고개를 돌려서 우현을 보았다. 우현아. 눈이 마주친 우현에게 입 모양을 벙긋거렸다. 알아듣지 못한 우현이 뭐? 라며 작게 물었다. 그 모습에 나는 실없는 웃음을 지은 후에 다시 입을 벙긋거렸다. 고마워. 우현에게 전하고 싶은 내 따스한 진심이었다.
***
그렇게 잠이 들어 푹 자고 일어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었다. 아무도 없이 텅 빈 교실을 둘러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체육복에 눌려 얼굴에는 자국이 생겨버렸고, 어쩐지 옆에 있어야 할 우현은 없었다. 가만히 우현의 자리만을 쳐다보다가 발걸음을 떼고 반을 나섰다. 그리고 급식실로 가려던 발걸음을 입맛이 없다는 핑계로 매점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매점에 바글바글 모여있는 사람들을 뚫고 앞으로 가서는 손가락으로 이것저것을 가리키며 이거랑, 이거랑 이거 주세요. 라고 말하고 물건을 받고는 뒤를 돌아 매점을 나갔다. 매점을 나가자마자 과자 봉투를 뜯어 매점 앞의 휴지통에 쓰레기를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반으로 가려던 찰나였다.
"……현!"
제법 화가 난 듯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무슨 소리지, 호기심에 뒤를 돌아보았다.
"…우현!"
남우현? 내가 아는 남우현인가. 소리가 나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남우현!"
아차. 싶은 목소리에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멀리서 우현이 맞는 소리도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이제 생각해보니 나는 참 어리석었다. 나와 함께 다니는 우현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나는 참으로 바보 같았다. 반 아이들에게 욕먹고 맞는 것은 나만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너까지 이 더러운 구덩이로 끌어들일 필요가 없었다. 나 때문이다. 네가 망가진다면, 그것은 나 때문이다. 나는 네 인생을 망치려 들 것이다.
"남우현, 고개 들어. 아직 덜 맞았잖아?" "……." "너는 김성규가 좋냐? 그 더러운 게이 새끼가?" "……." "아, 너도 더러운 게이 새끼지."
헐레벌떡 뛰어 겨우 소리 나는 곳으로 도착했다. 안쪽에서 나는 퍽, 퍽,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그 소리에 나는 얇은 벽 뒤로 몸을 숨기고야 말았다. 아아, 나는 여기까지 왔음에도 더는 앞으로 다가갈 수가 없었다. 네가 맞는 게 선명하게 귓가에 맴도는데, 너의 아픈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데, 나는 내가 다칠까 싶어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너는 나를 위해 이 구덩이로 들어왔는데, 나는 너를 위해 한 걸음조차 걸어갈 수가 없다. 나는 결국 이런 사람이었다.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받기만 하면서 내가 상처받는다는 것을 핑계로 삼고 남에게는 아무것도 내주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어쩌면 정말 네 곁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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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번 편부터는 달달한 로맨스가 이어질 거라고 했었나요? 'u'?
.......거짓말입니다! 하하하! 하핳하하ㅏ헿하하하ㅎ! 여러분 사랑해요!
그렇다고 때리지는 마세요! 하핳하하ㅏ하! 원래 스토리를 이렇게 짜놨으니까요! 하핳ㅎ하ㅏ핳!
7화까지 왔는데 표지가 없는게 이상해서 9분만에 만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표지가 좀 똥같아요! 이런!
아무튼 네...사랑해요♥3♥ 항상 제 글을 봐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계속 글을 쓰네요♥u♥
항상 고맙고 항상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