엷여덟, 그 비참함과 아름다움 08
w.라쿤 |
"어디서 이렇게 맞았어." "그냥 계단에서 조금 굴렀어."
거짓말. 거짓말을 그렇게 티 나게 해버리면 어쩌자는 걸까, 너는. 약 가지고 올게. 가만히 우현의 얼굴을 뜯어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점심시간, 한낱 얇은 벽을 등지고 몸을 숨기던 나는 결국 그 얇은 벽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를 도망치듯 빠져나오고 말았다. 그렇게 계속 달리다 점점 가빠지는 숨에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는 정말 왜 이럴까. 온갖 생각들은 모두 떠올랐다. 그리고 머리를 잔뜩 어지럽히고 나간 생각들의 자리를 너로 채웠다. 너는 아직도 맞고 있을까, 많이 아플 텐데. 너를 구하러 가주지도 못할 거면서 괜히 하는 부질없는 걱정들이었다. 나는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너를 앞장세우고 뒤로 숨었을까. 뭐가 그렇게 두려워서 맞고 있는 너를 뒤로 한 채 도망쳤을까. 그게 뭐든 간에 나는 이미 나쁜 사람이었다.
"선생님, 대일 밴드랑 후시딘 좀 가져갈게요."
양손에 대일 밴드와 후시딘을 가지고 텅 빈 복도를 걸었다. 복도를 울리는 내 발소리와 간간이 수업하다 성이 난 선생님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두세 개의 반을 지나치고 텅 빈 교실로 발을 들였다. 내 자리에 앉아 있는 우현을 보고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텅 빈 교실에 한숨 소리가 이리저리로 울렸다. 모두 운동장을 나가고 우현이 아프다는 핑계로 우리 둘은 교실에 남았다. 여기저기 성한 곳 하나 없는 우현의 모습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우현아." "어?" "정말 계단에서 구른 거야?" "그건 왜." "네 상처가 그래 보이지 않아서." "……계단에서 구른 거야, 그냥."
가슴이 답답했다. 네가 사실을 말해주면 좋을 텐데. 그래야 내가 조금이라도 덜 죄책감을 가질 텐데. 끝까지 나 때문에 맞았다는 말을 조금이라도 꺼내지 않는 우현의 모습에 더 미안했다. 너는 어떻게든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려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너를 떠날 궁리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또다시 짧은 한숨을 내쉬고 나서야 후시딘을 집었다. 손가락 끝에 조그마하게 짜서는 우현의 얼굴에 난 상처에 조심히 문질렀다. 우현이 얼굴을 살짝 찡그리자 상처 위로 약을 문지르던 손가락을 뗐다. 아파?
"아니, 안 아파."
다시 손가락으로 몇 번 더 문지른 후에 다시 약을 짜려고 했을 때, 우현의 휴대폰 액정에 조그마하게 불이 들어왔다. 아마도 카톡 메시지인 것 같았다. 약을 짜려던 손을 멈추고 시선은 우현의 휴대폰으로 향했다. 매점 뒤로 나와. 누가 보낸 지는 모르겠지만, 내용은 확실했다. 내가 약을 들고 가만히 있자, 나를 본 우현이 휴대폰을 보고는 급히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닫혀있던 입을 조심스레 열어 말했다.
"안 가면 안 돼?" "……." "가지마." "갔다 올게." "가면 또 맞을 거잖아."
결국은 말해버렸다. 아득해지는 정신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검은색이 펼쳐진 눈앞으로 자꾸만 당황했을 우현의 얼굴이 그려졌다. 괜히 말했나. 바싹 마른 입술을 잘근잘근 뜯었다. 그러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우현의 손이 내 머리를 덮었다. 그렇게 손을 머리 위에 두더니 머리카락을 잔뜩 헤집어 놓았다.
"걱정도 많네." "우현……" "이번에는 내가 때려주고 올게."
우현이 주먹을 꽉 쥐어 제 눈앞으로 내보였다. 흙먼지가 잔뜩 묻고 상처가 잔뜩 난 얼굴로 한 말이라고는, 겨우 '때려주고 올게.'라니. 모순적이었다. 거짓말이라는 게 너무 명백히 드러나는 말이었다. 그런데도 우현이 너무 해맑게 말한 탓에 바람 빠진 웃음이 입술 사이로 픽, 하고는 나왔다. 몇 대 때려줄 건데? 내 질문에 우현이 망설이는 것 같았다. 잠시 골똘히 생각하는 듯 보이더니 우현이 아, 라며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보장을 못 하겠고, 그냥 안 맞고 올게. 이것 역시 해맑게 말한 탓에 짧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금방 올게."
이번에도 사실 그다지 믿음이 가는 말은 아니었다. 단지 교실 한가운데에 서서 발걸음이 떨어지는 내 다리를 원망하면서 너에게 손을 흔들어줬을 뿐이었다. 제발 다치지만 말기를. 하지만 이것 역시 믿음이 가지 않는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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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하후하 벌써 8화입니다 여러분!!!!
분명 스토리는 다 짜여있건만 자꾸 산으로 가는 기분이에요!!!!
그것보다 ㅏㅁ어;서붜라ㅣ;ㅁㄴ;ㅓㅅ배ㅔ더ㅏㄹㄴ뭣 ㅁ;나어 대채ㅔ 성규네 반은 어떻게 되어있길래 애들이 다 저러죠? 왜죠?
후하후하 심호흡 좀 할게요 후하후하 무슨 애들이 수업시간에 뭐하는 짓이야 이…! 하...
아무튼 여러분 사랑합니다♥ 여러분밖에 없어요>.ㅇ (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