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ty/재치있는
"..."
"..."
"야 변백현 매점가자"
"OO이랑 가~ 나 바빠~"
나 시간 많이 비는데... 샤프를 꼭 쥔 손가락을 살짝 꿈틀대다가 박찬열과 눈이 마주쳤다. 생긋 웃어봐도 매정하게 고개를 돌려버리는 박찬열.
말은 해야되는데... 절로 떨리는 손에 힘을주었다. 아 뭐라고 말해야돼? 도움요청의 뜻으로 뒤에앉은 변백현을 쳐다보았지만
아침부터 공부를 하겠다면서 수학문제집만 끙끙 붙잡고 앉아있다. 니가 공부를 한다니... 백현아...제바알...
"차, 찬열아 나랑 물마시러 갈.."
"나 공부한다."
이것들이 쌍으로...
*
박찬열은 계속 나를 피하기만 했다. 이럴거면 친구 사겨둘걸...
쉬는시간만 되면 매점가자고 쪼르르 달려오던 박찬열이 언제 그랬냐는듯 180도 변해버렸다. 급식도 깨작깨작 먹더니
먼저 가보겠다면서 일어나버리고..
수업시간만 되면 샤프로 내 볼을 콕콕찌르면서 장난치던 박찬열이 의도라도 한듯 학구열에 불타오르고.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내가 말이라도 걸려고하면 어떻게 안건지 나를 피하니까.
이쯤되자 점점 화가 차올랐다. 처음엔 속상하고 눈치보이고 미안하고...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심해도 정말 너무심하잖아.
그래도 우린 친구아닌가, 나랑 박찬열이랑 서로 감정차이가 나긴 해도...
그래도 박찬열한테 적어도 난 친구아니었나...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렇게 화가나있는지, 나에게 무슨 불만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계속 끌려다녀야 하는거야?
"나 오늘 야자할거야. 먼저 집가 못데려다주니까"
"...뭐?.."
심지어 박찬열이 평소에 빼먹지 못해 안달내던 야자까지 한다고 했을때. 생전 느껴볼수없던것이 끓어올랐다.
"...박찬열 너 나와"
"나 바빠. 집 먼저가라니까?"
"집 안가, 안가!! 안간다고!!!!"
내 발악에 놀란듯 눈이 커지는 박찬열을 확 붙들어 교실밖으로 끌어냈다.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른채 그 큰 체구를 끌어끌어.
매점을 지나 운동장을 지나 강당까지 다다랐을때.
"너 어디가는데, 나 야자해야한다니까?"
"진짜 내가싫으면 여기서 말해."
"...뭔소리야."
"니가 적어도 나를 친구로 생각했으면!!! 이럴수는 없는거 아니야?"
"알아듣게 천천히말해봐 화내지말고."
화내지말라고? 이제 헛웃음까지 삐죽 튀어나온다. 지금 화 안나게 생겼어?
"너도 나 좋아하잖아. 아니야?"
"..."
"내가 담임한테 혼나니까 갑자기 이렇게!!!이렇게!!!"
쪽.
"뽀뽀하고!!! 내가 그 이유도모르고 계속 너한테 끌려다니고!!!"
"..."
"어제만해도 그래. 내가 뭘잘못했어 너한테! 내가 서울가고싶어서 가? 내가 전화 안걸고싶어서 안걸었냐고!!"
"..."
"나도 가기싫어. 여기서 너랑, 계속 여기서 살고싶다고."
"..."
"내가 너 좋아하니까..."
어깨에 쭉 힘이빠졌다.
화가 덜풀려 씩씩대다가 울음이 터질것같아 걸음을 옮기려 발을떼는데 그런 나를 옭아매는 목소리가 가슴에 콕 박혀온다.
"내가, 왜 화가나냐면."
"..."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어떤말을 해야 니 마음이 편해질지,
나 또한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
"나 언제부터 좋아했어?"
"..묻지마."
"왜~ 말해줘, 응? 언제부터 좋아했어?"
"아 몰라! 나 집에갈거야."
"너 야자한다며."
"내가언제?"
그래..얘가 박찬열이지. 아까 야자한다고 했을때 정말 머리에 이상이 있는게 아닐까 걱정도 했었다.
신발을 갈아신고 쫑쫑쫑 교실을 나서는 박찬열을 따라나가려다 우뚝 멈춰 서 가만히 놔두었던 눈길을 변백현 쪽으로 끌어올렸다.
날 보면서 씩, 웃는게 아마 잘했다고 말해주는것 같아서.
봐도봐도 귀엽단말이야. 서울가서 친구사귀면 꼭 소개시켜줘야지.
...아, 나 서울가는구나.
이제 아무렇지않게 머릿속에 남아있는 그 생각을 지워보려고 휘휘 고개를 저었다.
"근데 왜 고백 니가먼저해?"
"그럼 어떡해, 니가 자꾸 나 피하는데"
"눈치를 줬어야지..먼저하라고."
"그럼 여기서 또 하던가!"
"뭐, 고백을?"
싫어, 어떻게 여기서해! 귀가 불긋해진 박찬열이 난리를 치며 나를 내려다본다. 저거 키만 멀대같이 컸지 생각하는건 애라니까...
비어있는 거리를 손깍지를 꼭 낀채 둘이서만 걷다가 갑작스런 아까의 기억이 화악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
"어...맞다..OOO 너 아까 나한테 뽀뽀했지."
내 생각은 또 어떻게 읽은건지 내가 쪽팔리는 부분만 쏙쏙 골라내서 놀리는 박찬열.
아..내가 왜그랬지..
"와 너 쩔더라~ 어떻게 멀쩡한 남자애한테 지금 뽀뽀를.."
"그럼 넌?! 니가 그때 먼저했어!!"
"내가언제 내가언제?"
"박찬열 존나싫어 진짜!!!"
"우쭈쭈 그랬어~?"
얄밉게도 놀려대는 박찬열을 한번 휙 노려봤다가 잡고있던 손을 빼버리자 눈썹이 축 쳐진다. 손놓지마, 다시 꼭 움켜쥐는 모습이 애기같다.
우리 이렇게 사귀면, 나중에는 어떻게해...
슬금 찾아드는 걱정이 머릿속을 헤집어놓는다.
이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 낚아챈 내 손을 가지고 놀다가 빤-히 나를 내려다보는 박찬열.
"너 되게 하얘."
"나 하얗다는소리 너한테서 처음듣는다, 나 하나도 안하얗거든?"
"아니야 피부하얘. 동글동글하고 예뻐."
"...나 진지하게 물어보는건데, 너 원래 여자 사귀면 다 이래?"
"아니. 너한테만."
너한테만.
"뭔가 뽀뽀하고 싶게 생겼어."
"진짜 미친거같아..."
"뽀뽀하고싶소!"
쪽, 짧게 닿았다 떨어지는 입술에 잠시 멍해졌다.
W.멜리
8 END |
드...드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