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 훈련에 바쁘기만 한 사랑하는 남자친구.
오랜만에 하는 즐거운 데이트라
머리도 예쁘게 꾸미고 어울리지 않게 화장도 하고 치마도 입고 새로 산 굽 있는 구두도 신고 데이트를 간 나.
살랑살랑 선선한 가을 바람에 조금씩 흩날리던 머리결도 좋고
옆에서 제 손을 잡고 있는 남자친구도, 저를 바라보며 웃어주는 남자친구도 모두 다 좋은데 문제가 생겨벼렸다.
구두 탓인지 아프고 땡기기 시작하는 발과 다리를 참으며 애써 계속 걸어나갔지만 더이상은 무리였다.
-기성용-
"오..오빠...나 다리 아파.."
"다리? 다리가 왜?"
"구두..높은 거 신어서 그런가봐.*
"그러게 어울리지도 않게 그런걸 왜 신냐? 으이구."
핀잔하면서 머리를 한대 콱 쥐어박는다.
아씨! 오빠 딴에는 살살 친거라도 난 아프다구 몇 번 말해!
괜히 삐져서 볼에 빵빵하게 바람을 넣고 툴툴거리는 입모양을 하자 피식 웃고는 볼에 손을 대고 만지작 거리며 묻는다.
"이씨! 손대지 말라니까! 오빠 싫어!"
"얼씨구? 남자친구한테 대드네 우리 마누라?"
"남자친구는 무슨 남자친구! 애인 걱정도 안해주고! 오빠 미워!"
"많이 아파? 진짜 못 걷겠어?"
그제서야 애인 걱정하는 남자친구 같아 어리광을 섞어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이자 씨익 개구진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불안하다 저 미소..뭘 꾸미고 있는거야?!!
"우리 공주님 내가 업고 가야지 뭐."
"어? 오빠! 나 내려줘! 무거워!"
"짧은 치마 입고 어디서 다리를 버둥거려. 하나도 안 무거우니까 우리 공주님 가만히 있자?"
개구진 미소는 버리지 않은 채 저를 들쳐업고는 씩씩하게 걸어나간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흩날리는 그의 머맅칼이 좋다. 그와 섞여나오는 땀냄새도 기분이 좋다.
-구자철-
"오빠..다리 아파."
"어? 평소보다 많이 안 걸었는데?"
의아한듯 안그래도 동그랗게 큰 눈으로 저를 바라봐온다.
오랜만에 휴가인 피곤한 남자친구한테 징징거려 애써서 할 수 있었던 데이트에
먼저 가자고 조른 제가 다리가 아프다고 말하긴 뭔가 미안한 마음에 우물쭈물 거렸다.
"아...구두 때문에 그래?"
말 없는 저를 보다 시선이 발 쪽으로 떨어졌는지 눈치 빠르게 물어봐준다.
가만히 고개만 주억거리자 큰 손이 머리를 폭 덮는다.
"어..?"
"데이트 한다고 예쁜 거 신고 나왔는데 다리 아파서 어쩌냐? 우리 **이 아쉽겠네."
"내가 먼저 가자고 조른건데...미안해."
"에고, 뭐가 미안해. 우리 **이 아프다는데 그게 더 걱정이지."
"그래도 오빠 피곤하잖아. 괜히 내가 떼써서.."
"같이 있으면 좋은거지 뭘. 가까운데 앉을 곳 있는지 찾아보자."
그래도 여전히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제 얼굴을
부드럽게 손으로 감싸쥐더니 눈을 마주하고는 비시시 미소짓는다.
입에 살짝 부딪혔다가 떨어지는 달큰한 향내가 풍겨오는 입술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자 푸흐흐 웃으며 손을 꽉 잡아온다.
"자꾸 그러면 오빠가 업고 간다?
공원같은 거 찾게 그냥 천천히 걷자. 계속 아프면 말해야 된다?
그래야 우리 애인 고생 안시키지."
-박주영-
"와 그라노?"
"어..어어? 아니..."
"뭐가 아이고. 와 자꾸 옆으로 안오고 꿈지럭 거리는데?"
"그게에...오빠 너무 빨리 걸어. 나 다리 아파서 따라가기 힘든데."
주저주저하며 내뱉은 말에
멀뚱멀뚱 특유의 표정으로 바라봐오는 눈빛을 슬그머니 피했다.
"와 또 눈을 피하노. 아프면 아프다고 진작 말하지 와 그라고 미련하게 쫓아오노."
"내가 괜히 높은 거 신고 나와서 그런건데 어떻게 아프다고 해."
"뭐가 괜히 높은 거 신은 거고. 내한테 잘 보일라고 신은 거 아이가?"
"오빠는 그걸 그렇다고 또 대놓고 말하냐..."
"맞다 아이가. 생전 안그러던 애가 내한테 잘 보일라고 그래갖고 왔다는데 내가 뭐라하긋나."
"그냥 미안해서 그러지이...며칠만에 만난건데 분위기도 깨지고."
"내 니한테는 뭐라 못하는거 알면서 또 그러나.
아프모 아프다고 재깍재깍 말해야 업고 가든 안고 가든 할 거 아이가."
"더..더 걸을 수 있어! 그렇게 심하게 아픈 거 아냐!"
"자꾸 거짓말 하면 혼난다. 쓰읍-"
눈을 슬쩍 작게 뜨고 입으로 쓰읍- 소리를 내더니
입술을 아프지 않을 정도로 톡 친다.
"자꾸 이상한 말 하면서 울라카면 내가 뭐가 되노. 난 내 여자 좋아서 같이 걸은 죄 밖에 없다. 울지 마라."
"아..안 울어!"
"또, 또 거짓말 할라 카네. 가만 있어봐라."
제 팔을 잡고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이리저리 휙휙 돌리더니
앉을 의자를 찾았다고 팔을 잡아끈다.
"저 쪽에 의자 보이제. 아파도 조금만 더 걷자. 천천히 온나.*"
아까와는 다르게 그 긴다리로
조금씩 조금씩 제 팔을 잡고 걸어가는 모양새가 웃겨서 웃으면
고개를 돌려 또 저를 쳐다본다.
"앉아봐라."
벤치에 날 앉히더니 발 쪽으로 허리를 숙인다.
구두의 끈을 풀고 내 발을 빼낸다.
"발 벌겋게 된 거 봐라. 이래가지고 어떻게 걸을라고 그라노."
거기서 그쳤으면 좋으련만 조물딱 대던 손을 멈추지 않고 계속 제 발을 주무른다.
"오빠! 안 그래도 되!"
"내가 안된다.
여자친구 아프다는데 애인이라고 있는게 아무것도 안하고 우째 가만히 있노."
-이대훈-
"누나."
"응?"
"솔직히 말해."
"뭐가?"
"다리 아프지?"
"어..어어? 어떻게 알았어? 티 많이 나?"
"당연하지. 절뚝절뚝 거리는데 내가 그걸 모르겠어?"
"에..티 안내려고 했는데..."
"아프면 그냥 아프다고 하지 왜 그래."
"누나가 되서 동생한테 징징거리면 그게 꼴불견이지..."
"에휴우...그러지 말라니까. 자꾸 동생 취급하면 진짜 화낸다?"
아무리 애인이라도 동생인데 누나가 되서
아프다고 낑낑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애써서 티 내지 않고 걸어다녔건만
눈치 하나만 더럽게 빠른 연하 남자친구 탓에 괜히 창피하다.
"동생 취급하지 말라면서 그렇게 귀여우면 어떡해."
"누나가 자꾸 날 어리게 보니까 그렇지!
아씨, 몰라. 나 혼자 갈거야!"
진짜 삐졌는지 얼굴처럼 새초롬하게 고개를 팩 돌리더니 총총총 뛰어간다.
정말이지, 남자애가 그렇게 예뻐서 어떡하니.
"어? 대훈아! 잠시만!"
불러도 대답도 안하고 혼자 계속 걸어간다.
슬며시 아려오는 발목탓에 절뚝거리며 도도도 뛰어갔다.
"아!!"
아씨! 하필이면 또 바보처럼 자빠지냐...
"누나!!"
그제서야 놀라서 저에게 뛰어온다.
진작 좀 걱정해주지.
큰 눈에 한가득 걱정을 담고 뛰어오는 모양새도 자알생겼다.
누구 남친이니 너.
"아씨..왜 또 넘어지고 그래...괜히 미안하게."
"아, 괜찮아."
또 어린애마냥 울먹울먹 거리는 아이의 머리에 턱 손을 얹자
그새 눈을 위로 올려뜨고 저를 쳐다본다.
촉촉하니 까만 눈동자에 괜시리 두근 가슴이 뛴다.
"자, 업혀."
갑자기 등을 저에게 내보이면서 업히란다.
업히긴 무슨! 비쩍 말라서 나보다 가볍게 생긴게!
"업히라니까? 빨리이!"
"길 한복판에서 창피하게 이게 뭐야! 일어나 좀."
"창피하긴 뭐가 창피해. 나도 우리 누나 좀 업어보자."
오우....국대 망상글 처음 써봐요 ㅋㅋㅋㅋ
오글거려서 죽을 것 같네요ㅠㅠㅠ
주제나! 원하시는 국대 적어주시면 감사해요!
그럼 이만 똥손은 소금이 되어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