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동갑이랑 연애해보려구요
w.1억
내 나이 스물여섯! 대학교 4학년이다. 벌써 종강을 했고 벌써 한달을 놀았다. 아니 뭐 놀았다기 보다는.. 조카 놀아주느라 한달이 금방 갔다.
그리고 이제 두달이 남았는데.. 알바나 할까 생각이나 하고 있었을까?
- 이재하 혹시 할 거 없으면 알바나 할래? 월화수목인데.
"어.. 근데 나 개강하면 못 해."
- 괜찮아. 어차피 알바생 한명이 두달 정도만 쉰다고 한 거라서.
"그래! 근데 무슨 알바?"
- 술집인데. 시끄럽고 그런 곳 아니야. 여기 음식도 짱 맛있어.
"좋아 좋아."
- 오늘부터 가능해?
"어..그래!"
알바 자리가 공짜로 생겼다. 나이스.
"참나.. 뭐야? 설마 여자친구야?"
가게 문 열기 전에 인사하러 왔는데.. 오자마자 남자 직원분이 '오올'하며 나랑 친구를 번갈아보았고, 나는 절대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같은과 친구예요.. 무슨 여자친구예요.. 친구입니다..친구."
"와.. 형.. 친구도 있어요?"
"야 인마 ^^."
직원은 내 친구 민재까지 남자 세명..그리고 여자는 나까지 세명이었다. 모두가 궁금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기에 나는 급히 입을 열었다.
"아, 저는 이재하구요! 민재랑 같은과 친구예요! 비록 두달 정도 일을 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내 말에 '굿~'하며 모두가 박수를 쳐줬고.. 괜히 뻘쭘하기도 해서 같이 따라 박수를 친다.
가게는 꽤나 넓었다. 직원이나 알바생이 다섯명이 있는 게 딱 맞을 정도로 가게가 넓었다.
"나는 서른살이고, 김성철. 편하게 말 까도 상관 없어."
"전 이나은이에요. 스물세살."
"이찬희예요. 저랑 저기 여자애는 스무살."
"뭐야.. 뭐야?? 언제왔어요? 아니 화장실 갔다왔는데 이미 왔단 말이야??"
헐 헐 언니!! 하고 처음 봤는데도 불구하고 나한테 달려들어 와락 끌어안는 여자에 나는 당황했지만서도 그래서 웃으며 여자를 봤다.
"강미나예요!! 대박 대박!!! 민재 오빠 친구라고 했죠? 키야.. 역시 듣던대로 예쁘시구만!"
"아이구..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근데.. 미나님이 더 예쁜데~~"
미나는 애교가 많아보였다. 인사가 끝난지가 오래인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팔짱을 끼고서 놔주지 않았고, 그런 미나가 그냥 귀여워보였다.
6시에 가게가 오픈이었고, 새벽 1시에는 문을 닫는다. 술집 치고는 문을 빨리 닫는 것 같기도 하고...
성철님과, 민재, 나은이는 주방에서 일을 하고 나랑 미나, 찬희는 홀을 본다.
주방 직원들은 주방 준비를 하기 바빴고, 미나가 나한테 일하는 것들을 다 알려주고나서 시간이 남자 테이블에 앉아서 내게 말한다.
"언니 솔직히 말해보요. 민재 오빠랑 막 썸 그런 거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ㅋㅋㅋㅋ.. 우린 진짜 친구.. 진짜 진짜...!"
"언니 말 놔요! 편하게 불러줘요!!"
"아, 그럴까? 그래! 말 놓지 뭐!"
"콜 콜!! 좋다 좋다!"
"근데 그.. 찬희? 저 친구랑 동갑이면 되게 친하겠다!!!"
"이찬희요? 에이... 쟤가 사람을 얼마나 짜증나게 하는데요. 맨날 뭐만하면 저보고 돼지라고 해요. 진짜 개짜증나..쟤는 그냥 마주치기만 하면 시비 거는 애예요. 맨날 돼지 돼지."
"그것도 친하고 좋으니까 장난치는 거 아닐까??"
"제가 여기 처음 들어왔을 때 엄청 뚱뚱했었는데. 뺐거든요? 그때부터 돼지라고 엄청 불렀어요. 쟨 그냥 인성이 팡팡 터졌어요."
"팡팡이랰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응? 하고 미나를 한참 보면, 미나가 주방을 한 번 힐끔 보더니 내게 말한다.
"저 이나은 언니는 완전 짜증나요."
"…왜?"
"완전 재수없어요. 알게 모르게 사람 짜증나게 하는 것도 있고."
"아..."
"막 이찬희가 저보고 돼지라고 할 때 맨날 기분나쁘게 웃고.."
"……."
"뒷담 같으니까 여기까지. 아무튼! 조심하라구요."
살짝 웃으며 고갤 끄덕이니, 미나도 웃으며 나를 보았다.
"이제 사장님 올 때가 됐는데.."
"사장님?!"
"네. 맞다! 사장님 얘기를 안 했다. 우리 사장님 되게 잘생겼어요. 언니도 보면 놀랄 걸요? 솔직히 우리 안주도 맛있지만, 사장님 보러 오는 손님들이 더 많아요."
"…아, 진짜?오.. 궁금하다..."
"어? 오셨다! 사장님!!!"
말 끝나기 무섭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에, 나는 벌떡 일어서 사장님을 보았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민재 친구라고 했죠?"
"아, 네! ㅎㅎㅎㅎㅎㅎㅎ."
"두달 동안 잘해봐요."
"네엡..!"
나이는 조금 있어보였고.. 정말 미나의 말대로 잘생겼다. 잠시 벙쪄서 사장님을 바라보다가도 미나가 '잘생겼죠'하고 팔꿈치로 내 팔을 치기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되게 잘생겼네.. 코가 대박이야 대박.. 어떻게 저렇게 높지..
그리고 또.. 저런 사람이 직원들이랑 친하고.. 사람이 착해보인다.
"야 이찬희 ㅡㅡ 왜 혼자 먹냐고오!!!"〈- 미나
"다이어트 한다며."〈- 찬희
"……."
애들 장난치면서 대화하는 걸 저렇게 스윗하게 보는 사장님이 어딨어요..
왜 손님들이 사장님 보러 여기 오는지 알겠네요..
사장님은 주방에 있다가도 밖에 힘들어보이면 도와주러 나오곤 했다. 생각보다 손님이 너무 많아서 놀랬다..
그리고 사장님이랑 같이 있으면서 느낀 건데.. 사장님은 조용하고, 조심스럽고.. 선하다.
"미나야 고마워. 그리고 찬희도 고마워. 첫날부터 친절하게 알려줘서ㅠㅠ..사실 나 홀서빙 처음해봐서 엄청 떨렸거든...."
"금방 익히던데요 뭐. 그리고 막 어려운 건 없잖아요."
"그런가?ㅎㅎㅎㅎ."
"ㅎㅎ.."
"야 뭐냐 이찬희? 언니한테 왜 이렇게 착하게 말하냐??"〈- 미나
"뭐래 내가 언제."〈- 찬희
"
첫날부터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다.그 덕분에 사장님을 제대로 못 보긴 했지만..
"고생하셨습니다~~~~"
"맞다! 언니 언니!! 재하언니!! 어디 살아요?? 제발 우리집 주변 ㅠㅠㅠ같이 가고싶은데ㅠㅠ."
"어..나 기업도시!! 좀 멀어..."
"헐?? 기업도시면 엄청 멀잖아요... 지금 버스 없을 텐데.. 택시타고 가요?? 할증까지 붙으면 돈 엄청 나올 텐데.."
"…그렇겠지? 괜찮아. 뭐.. 어쩔 수 없지."
"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응?"
"사장님! 사장님 기업도시 살지 않으세여???"
미나가 주방을 향해 소리쳤고, 주방에서 마지막으로 정리를 하고 나온 사장님이 뒤늦게 서서 미나에게 '응 왜?'한다.
"재하언니 기업도시에 산대요. 태워줘도 되지않아요? 택시타면 할증까지 해서 돈 엄청 나올 걸요?? 설마 막 같은 집 방향인데 두고가고 그러지 않겠죠? 그쵸!?"
"……."
"헐 두고갈 건가봐!!"
"아니야 ㅋㅋㅋ. 재하씨 제 차 타고가요."
그 말에 나는 '감사합니다..'하고 웃어보였고, 미나는 다행이라며 나를 꼭 안아준다.
"다행이네. 잘 가. 내일 보자."
"그래! 연락할게."
"응. 카톡할게. 조심히 가."
"너도 조심히 가!"
모두와 인사를 하고 가게 뒷편에 주차 된 사장님 차에 올라탔을까. 일단 너무 숨이 막혔다.
어색하기도 하고.. 괜히 잘생긴 사람 옆에 있어서 그런가 긴장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안전벨트를 매고선 힐끔 사장님을 보면, 사징님이 차에 시동을 걸고선 나를 본다. 눈이 마주쳤고, 어색하지않게 바로 웃어보이면 사장님이 말한다.
"민재랑은 썸타는 그런 사이에요?"
"네???아니요??????"
"되게 싫어하네..ㅎㅎ.."
"다들 그렇게 오해하시길래.. 친구예요! ㅎㅎㅎㅎ...핳.."
"그래요? 아, 어디 살아요?"
"캐슬 아파트요! 사장님은요?"
"나는 그 옆 아파트요. 완전 가깝게 사네요."
"이웃! 떡 안 돌리세요?"
"제가 돌려야 돼요?"
"ㅋㅋㅋㅋ서로 돌릴까요?"
"ㅋㅋㅋㅋ."
시작은 또 좋다. 사장님이랑 어색하지않게 얘기를 나누기는 했다만.. 집으로 가면서 정적이 좀 많이 흘렀다.
말이 많으신 분은 또 아닌 것 같다. 낯을 가리시나.. 중간쯤 왔을까. 갑자기 궁금해져서 급히 입을 열었다가 닫으면, 사장님이 말하길.
"뭐예요? 뭔 말 하려다 만 것 같은데."
"아, 네!"
"뭔데요?"
"혹시 결혼 하셨어요?"
"결혼이요? 왜요?"
"그냥.. 애인 있으실 것 같아서? 없으면 신기할 것 같아서 물어봤어요."
"그 질문 실례인데."
"아.. 죄송해요오.."
"아직 애인도 없는 사람한테 결혼 했냐고 물어보네요."
"아..? 혹시 나이가.."
"서른여덟이요."
"네???????????????????????"
내가 너무 놀랬나... 사장님이 운전중이 힐끔 나를 보고 웃는데.
"근데 사장님 진짜 잘생기셨어요. 본인도 아시죠?"
"네?.."
진짜 잘생겨서 사람 면전에 대고 대놓고 저렇게 칭찬하는 건 또 처음이다. 근데 또 이 말에 부끄러워하는 게 어찌나 귀여워보이던지.
나 설마 사장님한테 호감 가나?... 이렇게 갑자기 첫눈에 반한 건 드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