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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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만나게 돼서 기뻐요. 오늘은 왠지 짧은 것 같지, 왜? 다음 정국이 편은 길게 들고 올게요. 그리고 다음 편에는 짐니가 등장할 듯 하네요!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탄들!
주인, 메리 미
w. 오즈
5. 두 번째 날, 주인
분명히 들었다. 잠결이지만 무슨 노래를 들었다. 정말 분명히 들었는데. 멜로디가 예쁜 노래에 음색도 취향 저격이라 악몽의 기운이 단번에 날아갔었다. 고딩이었나? 오늘 내 옆에 잠들어있던 사람이 바로 고딩이니까, 고딩이 불러줬을 수도 있는데. 그러기엔 또 내 이상형이 노래를 잘 하는 남자라 -지민이가 노래를 잘 불러서 그런 건 아니고!- 그건 내 자존심이 허용하지 않는다. 고딩을 본지 며칠이나 됐다고 노래 하나에 설레.
여하튼 일어나자마자 고딩이 옆에 누워있기에 깜짝 놀랐었다. 그것도 한 이불을 덮고 있었다. 이런 발칙한 고딩! …그래도 고딩이 없었다면 내가 어제의 밤을 보내기에 매우 고역이었을 것이므로 흐물흐물 넘어가기로 한다. 나는 조용히 몸을 움직여 고딩의 목까지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나저나 오늘은 월요일인데, 고딩은 왜 학교에 가지 않는 걸까. 나는 방학이라 가지 않아도 되지만. 아, 고딩들도 방학인가. 어쨌거나 무슨 이유로 한 살 어린 애들과 학교를 다니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름 고딩만의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야지. 나는 관대한 사람이니까.
그나저나 아침에 일어나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허기지다.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라고 잠시 생각했 지만 이미 머릿속에는 토스트 생각이 떠돈다. 오늘 아침은 프렌치 토스트 먹어야지, 냠냠. 입맛을 다시며 침대를 벗어나려는데, 고딩의 손이 탁 내 팔목을 잡는다. 놀라 고딩을 바라보자, 고딩이 눈을 찡그리며 어정쩡한 자세로 기지개를 쭉 폈다. 나도 밥. 곧 몸을 부르르 떨더니 고딩은 다 갈라진 목소리로 내게 말해온다. 내가 밥 먹으려고 한 걸 어떻게 안 거지. 뜨악한 눈으로 고딩을 바라보았지만 고딩은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꼬르륵 소리 때문에 깼잖아."
"…아……."
"그러니까 밥 해줘."
새우처럼 옆으로 쪼그려 누워 있던 고딩이 내 손목을 풀어주곤 대자로 크게 누웠다. 새삼 미안해진다. 안 그래도 1인용 침댄데, 확실히 남자가 자기엔 좁았을 테다. 그게 또 미안해져서 나는 부엌으로 와 프렌치 토스트를 굽기 시작했다. 이렇게 굽고 있으니까 마치 고딩의 엄마가 된 기분이다. 토스트 위에 설탕을 뿌리고, 우유까지 컵에 부어놓고 고딩을 불렀다. 아침 먹어요! 어쩌면 우리 엄마가 이런 모습을 원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간다.
"으으으…."
이내 다시 기지개를 쭈욱 펴고 고딩이 부엌으로 나왔다. 머리가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게 새삼 귀엽다. 이게 아카미라는 건가. 기회가 된다면 엉덩이라도 토닥토닥해주고 싶다. 이러니까 정말 엄마 같지만, 그래도 잠에 덜 깬 고딩은 너무 귀여운걸. 눈을 비비며 의자에 앉기에 고딩의 토스트를 먹기 좋게 잘라주었다. 그러곤 내 토스트를 먹으려는데, 웬걸, 고딩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아까처럼 잠에 취한 얼굴도 아닌데. 또렷이 눈을 뜨고 나를 보고 있는 고딩을 유심히 살폈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다.
"먹기 싫어요?"
고딩은 고개를 저었다. 이내 내 얼굴에다 시선을 끈덕지게 박아두던 것을 멈추고, 프렌치 토스트 한 조각을 제 입 안으로 넣는다. 그 새에도 고딩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나는 토스트를 먹으면서도 자꾸 고딩을 힐끔, 힐끔 훔쳐보았다. 그치만 웬걸, 도둑 눈곁질을 할 때마다 눈이 마주쳤다. 아직도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숨이 막혀드는 기분이다. 내가 뭘 잘못했었나? 잠꼬대라도 했나? 아니면 나간다고 할 건가? 내가 욕했나? 코를 골았나? 오만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나 집중해서 본 적이 있었던가. 금세 부끄러워져서 얼굴에 열이 올랐다.
"주인."
"에, 네?"
아, 당황한 티 안 내려고 했는데 말을 더듬어버렸다. 하긴 이렇게나 훅 열기가 머무는 걸 봐선, 내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을 텐데. 내가 당황했다는 걸 모를 리가 없지. 그치만 무언가 자존심이 상하는 기분이라 입술을 삐죽였다. 고딩은 아주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 모습이었다. 도대체 저 오물거리는 입술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궁금해진다. 저렇게나 공을 든 한 마디가 무엇일지. 고딩은 마른 세수를 하더니 몽롱한 눈을 하고 말했다.
나 주인 꿈 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