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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메리 미
w. 오즈
7. 세 번째 날, 메리 미
나, 참. 고딩이라도 스무 살이라더니. 나이는 다 헛으로 먹었나보다. 어쩜 사춘기도 저런 사춘기가 있지. 밥을 해달라길래 프렌치 토스트까지 구워서 고이 바쳤더니 갑자기 뜬금없이 내 꿈을 꿨다며 토끼 눈을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질 않나. 그래도 룸메이트라고 간호해주려고 하니까 나가라고 하질 않나. 갑자기 날 피하질 않나. 분명히 이건 사춘기다. 스무 살 병이라도 걸린 걸까. 또 나를 피하려는 고딩을 붙잡아 강제로 식탁에 앉혔다. 어제 방 안에 하루종일 콕 박혀 있었으니 무지 배고플 거다. 그래서 반찬거리도 좀 만들어놓았고.
"잘 먹을게."
밥 그릇에 고개를 쳐박고 반찬을 집어 열심히 먹는 고딩을 보며 괜히 흐뭇해졌다. 흐음. 이러니까 정말 내가 엄마 같아. 어릴 적 했던 소꿉놀이가 떠오른다. 열심히 먹는 고딩을 바라보는데, 갑작스레 전화가 울렸다. 나한테 전화 올 사람도 다 있나. 엄마인가 싶어 본 전화기에는 '박지민'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에엥. 지민이가? 나는 목청을 가다듬고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지민 특유의 기분 좋게 만드는 목소리가 수화기로 가득 울려 퍼진다.
'어, 응. 지민아!'
'여주 잘 지내?'
'응, 나야 잘 지내지. 지민이 너는?'
'나도. 그냥, 좋은 소식이 있어서.'
'좋은 소식?'
'응, 나 집 구했어.'
얼마 전에 카카오톡으로 집을 어떻게 구했냐고 묻기에 부동산을 통해 구했고, 라망빌에도 남은 방이 있다 들었다고 세세하게 알려주었던 적이 있다. 갑작스러운 지민의 연락에 설렘도 잠시, 금방 연락이 끊겨서 서운해 했었는데. 지민은 누가 들어도 예쁘다 느낄 법한 말투로 '네가 도와줘서 금방 구했어. 고마워, 여주야.'하고 말해주었다. 그 말에 금방 홍조가 피어오른다. 굳이 보지 않아도 내 표정을 알 수 있다.
''헐, 너 그럼 라망빌로 이사 온다구?'
'응, 네 집 바로 윗 집이야.'
'그럼 우리 이제… 이웃사촌이네!'
기분 좋게 으응, 하고 낮은 목소리가 귀를 파고든다. 지민이가 우리 집 윗집이라니. 상상만 해도 좋다. 이제 더 요리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 집밥 박선생을 다시 정주행하고 다 받아 적어야지. 그래서 지민이 집에 매일 요리를 갖다줘야지,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해본다. 괜히 표정의 틈을 타고 미소가 피어오른다. 언제부터 입주냐는 말에 지민은 모레라고 말해주었다. 그럼 내가 도와줄게! 지민에게 최대한 예쁜 목소리로 말했더니, 다시 청아한 웃음 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내 귓속으로 흘러든다. 그래, 집 정리 다 하고 너네 집 놀러 가야겠다. 게다가 지민의 말에 나는 설렘사 직전이고.
앞의 시야에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제야 깨달았다. 나, 고딩이랑 같이 있었지. 내 이런 모습을 보여주다니. 무언가 치부를 보여준 것 같아 부끄러워진다. 괜히 헛기침을 하며 고딩이 소파에 앉았다가 다시 제 방으로 무료한 걸음을 옮기는 것을 바라보았다. 어제부터 왜 저렇게 기분이 좋지 않은 걸까. 특유의 고딩을 감싸고 있던 기운이 묘하게 가라앉은 기분이다.
*
저녁 시간이 되어서 밥을 해놓았는데, 이 놈의 고딩은 또 방에 쳐 박혀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결국 노크도 없이 고딩의 방으로 쳐들어갔는데, 노래를 틀어놓고 잠에 취해 있다. 배를 긁는 손은 보너슨가. 어찌 됐든 어제 밥을 쫄쫄 굶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엄마의 잔소리 어택이 있을 것 같아 고딩을 깨우기로 결정했다. 고딩은 '하아….' 하고 이상한 소리를 냈다. 엥, 아픈가. 그러고보니 땀을 흘리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이상해서 고딩의 얼굴을 살폈다. 어찌 되었든 깨우는 게 좋을 것 같아 고딩을 흔들어 깨웠다.
"저기, 저기요. 일어나요."
"…으응."
"밥 먹어야죠. 이제 밥 시간이에요."
"하아……."
고딩의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깨우는데, 고딩이 인상을 찌푸리며 짜증이 가득 담긴 한숨을 뱉어냈다. 이 모습은 마치, 잠꾸러기 아들래미를 깨우는 엄마의 모습이 아니던가. 내가 언제부터 고딩 엄마가 됐지.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고딩을 열심히 깨웠다. 아아, 싫어어……. 고딩은 짜증난 목소리로 잠투정을 부리더니 제 팔을 붙잡은 내 팔을 대뜸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 덕에 침대에 발이 걸려 엎어졌고. 그러니까, 고딩 위에.
"ㅈ, 저기. 저기여."
당황해서 고딩의 가슴팍을 툭툭 두드리자, 풀어주는가 싶더니 내 몸을 그대로 제 품 안에 가둔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이건, 이건 분명히 안긴 건데. 그러니까 연인들에게서나 보일 법한 행동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거다. 아들램이랑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어 품에서 빠져나가고자 했지만, 그 탄탄한 가슴팍과 팔뚝에 갇혀 나올 수가 없었다. 고딩을 나를 꼭 안고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미소를 흘렸다. 잠 좀 자자. 고딩의 목소리가 순간 갈라져 꽤 혼탁한 음성으로 내게 말해왔다. 순간 아들래미가 남자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호르몬의 반응일 거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졸라 시끄러워……."
고딩은 짜증난다는 말투로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조금의 틈도 없이 꽉 안았다. 숨이 막혀온다. 분명히 숨 쉴 틈은 있는데, 숨이 막히는 기분이다. 그리고 심장도 빨리 뛰고.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 고딩의 일정한 숨소리의 음파가 내 귀를 타고 흐른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아들래미한테 설렘을 느끼는 건가.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미성년자가 아니라고 해도 고딩인데. 이건 바로 철컹철컹이란 말이다. 정신 차리자, 하고 빠져 나가려고 한 번 더 시도했으나 무용지물이다. 고딩은 나를 안고 풀어줄 생각을 하지 않는 듯 했다. 나는 결국 숨을 푹 내쉬고 고딩이 잠들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그 때까지 나는 제멋대로 뛰는 심장에 꽤 힘들어야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