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ty/재치있는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쪼르르 달려나갔다. 부쩍 더워졌다며 하복을 챙겨입은 박찬열이 평소와 다를바 없이 우리집으로 들어오려다가
나 짐정리 하고있어, 하는 내 말에 발을 뚝 멈춘다.
"..."
"오늘안에, 다 해야돼. 나 오늘 학교안가."
"내일이야?"
"응, 내일...가네."
"왜...?"
왜냐니, 나 서울가잖아.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리는데 상황과 맞지않게 눈물이 툭 떨어진다.
아, 미치겠네. 애써 고개를 젖히고 손등으로 대충 눈을 닦아냈다.
그런 나를 멍하게 바라보던 박찬열이 내 손을 끌어잡고 꼭 안아주더니 등을 토닥여준다.
"어... 밥먹자, 찬열아."
"내가 빌면 돼?"
"...응?"
"가서 빌면은 너 서울안가?"
아니... 고개를 휘 저었다.
"나는 니가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
"지금 생각하니까 아니야, 힘들어도 그냥 보내기싫어."
왜 지금이야, 나 내일 가는데.
시간이 채 하루도 안남았는데... 왜 지금 그걸 안거야.
박찬열이 말을 또박또박 이어갔다. 여기있으면 힘들거같아서, 너도 나도 지칠거같아서 서울에 가면 더 좋을거라고 생각했었다고.
"그냥 안갔으면 좋겠어."
"..."
"보고싶을거 같아..."
찬열이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보고싶을거같아...
*
찬열이가 학교로 가자마자 급하게 전화기를 찾아들었다. 띡띡 아빠의 번호를 누르는 손놀림이 꽤나 바빴다. 말을하자, 나 보내지말라고.
몇번의 신호음이 들리고 여보세요, 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아빠, 아빠, 아빠.
"OO이야?"
"응, 아빠. 아빠 나..서울안가면 안돼?"
"하루앞두고 무슨소리야."
"아빠 사실 내가... 내가 좋아하는사람이..."
"..OO아."
"내가 좋아하는사람이 있어... 박찬열이라고 우리반 내 짝진데..."
"..."
"내가 걔를 너무좋아하는데... 고백도 내가먼저했고 내가 사귀자고했고 그랬는데... 걔가 나 서울보내기 싫다고그랬어."
"..."
"근데 내가 어떻게가... 내가 서울을 어떻게가..."
내가 박찬열 여기 놔두고 어떻게 서울을 가...
눈물이 툭툭 쏟아졌다. 말은 안해도 박찬열이 나 생각해준거잖아. 내가 편하라고... 자기 힘든거보다 나 편하라고...
그래서 생각해준거잖아.. 그래서 처음부터 나 안잡은거잖아.
처음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자기보다 나를 먼저 생각해준사람은 박찬열이 처음인데..
상황을 알지도못하는 아빠에게 펑펑 울면서 말을 뱉었다. 아빠의 한숨소리가 잠깐 들리는듯 하더니 곧, 전화는 말없이 끊겼다.
손에 힘이 풀리자 잡고있던 전화기가 떨어졌다. 내가 어떻게 가, 우리집에 있는거 하나하나 정리할때마다
박찬열이 또렷하게 생각날텐데...
"...아빠... 제발 나 보내지,마."
끅끅 울음을 내면서 눈물에 가려 잘 보이지도않는 휴대폰 자판을 눌렀다. 닦아내고 닦아내도 흐릿해지는 눈앞에 화가났다. 나는 왜 아무것도 할수가 없는거야.
대충 번호를 찍어내고 전송버튼을 눌렀다. 나 여기있고싶어, 박찬열이랑. 여기있을래.
*
수업시간. OOO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듣는적이 없다. 아침부터 우는걸봐서 그런가... 오만 걱정이 나를 덮치는 듯 했다.
멍하니 칠판만 쳐다보고있는데 바지 주머니에서 진동이 두어번 울렸다. 혹시 OO일까, 꺼내본 휴대폰에는 문자한통이 도착해있었다.
[아빠제발나조ㄴ내지마.]
...뭔소리야..?
눈을 찌푸리며 액정을 내려다보았다. 아빠..제발..나..조내지마?...보내지마?
아빠 제발 나 보내지마?
아무튼 가지가지한다 OOO. 왜 문자를 나한테보낸거야. 푹 한숨을 쉬고 답장버튼을 눌렀다.
[울지말고 한숨자.]
상처받지마, 니 걱정해도 모자른데 내 걱정하면서 울지마.
연습하는거야. 너는 슬퍼도 혼자 앓는 연습, 나는 안아줄 수 없는 연습.
*
울지말고 한숨자.
문자를 받자마자 나는 침대에 털썩 엎드려버렸다. 문자 내용과는 다르게 나는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다. 너를, 이제 내일이면 못보는데...
볼이 따끔따끔 따가워졌다. 휴지를 꺼내 쓱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었다. 짐을 넣으라며 아빠가 놔두고 간 상자들을 원망스레 바라보다가 구석진곳으로 밀어넣어버렸다.
나 아무일도 안할거야. 내일은 교복도 입을거고, 박찬열이랑 밥도 먹을거고, 그리고 짐정리도 하나도 안할거야...
가기싫은데... 정말 가기싫은데...
띵동, 초인종 소리가 따갑게 귀를 때렸다.
"OOO!"
"...으....아빠? 아빠야??"
"그래, 문열어."
현관문으로 달려나가다가 미끄러지는바람에 두세번 넘어졌지만 나에게 그런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빨개진 눈을 슥슥 비비고 도어락을 푸니
현관문을 여는 아빠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딸, 무릎."
훌쩍, 눈물을 삼키며 무릎을 내려다보자 빨갛게 피가맺혀있다.
"아무튼 다치는건 어릴때나 지금이나 똑같네."
"흐..."
"따가워?"
아빠, 나 정말 서울가? 울음섞인 내말에 아빠가 소독약을 발라주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딸,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 말은 모두에게 상처로 번져갔다. 찬열이에게도, 나에게도, 아빠에게도.
W.멜리
10 END |
슬퍼여..흡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앙대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