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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뷔 블랙킹덤 07.
BGM - Senbon Zakura Piano Ballad ver.
김남준을 만나 속을 긁어 놓았는데도 지민은 오히려 더 불편한 기분이 되었다.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느낌. 석진이 시키는 대로 어느 정도 비위만 상하게 해 놓고 본격적으로 끼어 들지 않았지만 남준이 그렇게 고분고분히 나올 줄은 몰랐었다. 하다 못해 멱살잡이까지만 갔었더라도 지민은 이해를 할 수 있었을 텐데 김남준은, 그 뒤에 숨어있는 민윤기와 홍연회는 너무 몸을 사리고 있었다. 그것은 홍연회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김태형 만큼의 전력이 빠져서 조심스러운 것 과는 무언가 다른 움직임,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이 많을 것 같다는 느낌이 지민의 온 몸을 휘감았다. 전쟁.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전초전 같은 움직임이라고 해야 할까? 무영회와 홍연회가 아직 본격적으로 부딪히지 못했을 뿐이지 그 두 조직은 이 자리에 오르기 까지 열심히 전쟁을 치러 왔다. 올라오는 길은 달랐으나 다른 조직을 부숴 놓고, 흡수하며 그렇게 무영과 홍연은 살벌히 성장 해 왔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어 올라온 길이었으나 한 고지에서 두 조직은 맞닥뜨리게 되었다. 한 정상에 두 왕은 있을 수 없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무영과 홍연은 부딪히게 될 것임을 지민은 자각했다.
"알려주신 주소대로 왔습니다. 조용히 들어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도착했다는 기사의 말에 지민은 정신을 차렸다. 내리기 전 총을 한 번 점검하고 소음기를 부착한 지민이 고급 주택 단지의 유일한 사각지대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목숨을 거둬가는 대가로 받은 천 만원 중에서 절반 이상을 썼으니 마땅히 일을 해야 했다. 걷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그림자처럼 어둠 속에 스며들어 움직이던 지민이 목표물의 집 담장을 가뿐히 타고 올랐다. 석진이 죽이라고 명령 한 정치인은 아마 지금 이 시간에 혼자 집에 들어앉아 곧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칠 지도 모르는 채 고상히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현 정치인들 중에 유일하게 청렴결백하다고 알려진 중년의 남자였다. 지민은 깨끗하게 살아도 손해를 보는 이 세상의 세태에 혀를 찼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동정심이 들지는 않았다. 그의 목숨 값은 이미 정국의 구두 한 켤레가 되어 있었다. 그런 판에 불쌍히 여겨 봤자 달라질 것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 속에서 총알이 공기를 스쳐가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심장 박동이 멈추고, 지민은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 집을 나섰다.
Black Kingdom
07
스파게티 한 그릇을 방금 비우고도 팝콘과 콜라는 꼭 먹어야겠다며 같이 먹자고 조르는 태형에게 정국이 자기는 안 먹어도 되니까 사서 형 혼자 다 먹어. 라고 하자마자 태형이 그럼 자기도 안 먹겠다고 삐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살은 안 찌는 주제에 더럽게 많이 먹을려고 하네. 혼잣말을 속으로 삼킨 정국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같이 먹어주겠다고 동의를 하고서야 태형은 웃을 수 있었다. 팝콘이랑 콜라를 한아름 들고 앞장서 가는 태형을 지켜보던 정국이 태형의 옆에 따라가서 팝콘을 들어줬다.
"아이, 나 드 수 이어!! (아니, 나 들 수 있어!!)"
"형이 다 들고 가면 먹기 불편하잖아. 내가 들게."
혼자 낑낑거리면서 한 팔로는 팝콘을 안고 한 팔로는 콜라를 들고 입으로 팝콘을 주워먹는 태형이 너무 버거워보여서 자기도 모르게 팝콘을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 김태형이 여자친구도 아니고 왜 배려를 하고 있냐는 거다. 혼자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정국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내 손으로 직접 처리해야 할 사람한테 인정이나 베풀고 있고 참 나.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정국의 입 앞으로 태형의 손이 다가와서 팝콘을 우겨 넣었다.
어둠 속에서 휴대폰 조명으로 자리를 겨우 찾아 들어온 정국과 태형은 영화가 시작되기 5분 전에서야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착석한 후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고 설레하는 태형과 다르게 정국은 웃으며 떠들 수 없었다. 이걸 보고도 태형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큰 일 이었다. 이 이상으로 무엇을 해야 한다면, 고의가 아닌 척 총을 태형 앞에 떨어뜨리거나 그 날의 기억을 재연해야 하는 수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민윤기를 보고 무언가 반응이 있다던 태형의 말을 들었을 때 아예 기억이 무감해 진 것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었다. 부디 이 영화에서 무언가 진전이 있기를 바라며 정국은 영화가 시작된 스크린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
"밖에 나가서 허튼 짓 하고 다니지 말라고 했냐 안 했냐."
"...하셨습니다"
"그런데도 말을 안 들었다는 건, 무슨 의미지?"
"죄송합니다... 정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으면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말 해 봐. 네 실수에 목숨을 내 놓을 수 있어?"
"......"
남준의 섬짓한 물음에 조직원이 쉬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 무서운 정적이 흘렀다. 남준의 지금 기분으로는 여기 무릎꿇고 앉아있는 조직원들 전체를 박살내도 시원찮을 것 같았다. 어쨌든 이들은 무영과의 부딪힐 접점을 만들었고, 박지민에게 져 줘야 할 이유를 만든 자들이었다. 그만큼 저속한 조직들처럼 양아치 짓 하고 다니지 말라고 일렀는데도 말단들이 문제를 일으켰다. 제일 아래에 있는 조직원들은 항상 문제였다. 남들에게 힘을 과시하고 싶어하고 무게없이 가볍게 행동하느라 조직 전체의 분위기를 망가트리기 일쑤였다. 그리고 이번 일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 할 수 있었다. 주제도 모르고 행동해 하마터면 조직 전체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뻔 했다. 박지민이 개 중에 하나만 건들었으니 다행이지 화가 많이 났었다면 열 몇 명 되는 인원이 모두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이다. 남준은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조직원들을 전부 처리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꾹 눌러 참았다.
"막내야, 정리 해라."
남준에게 '막내' 라고 불리어진 남자가 알겠다고 대답하자 마자 남준은 문을 열고 밖으로 향했다. 윤기가 혼자 있을 것이었다.
*****
정국은 영화를 보는 내내 옆에 앉은 태형을 의식했다. 처음 시작때만 해도 잔인한 장면에서는 으으... 하며 인상을 찌푸리던 태형을 흘끔흘끔 봤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정국이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 조용한 어둠속의 항구에서 싸우기 시작한 장면 부터였는지 언제 부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태형의 잇새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총 소리와 싸우는 소리로 가득 찬 영화관 안에서 잘 들리지는 않았으나 분명히 태형은 괴로워 하고 있었다. 총소리가 더욱 격렬해 지기 시작하자 급기야 태형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리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정국에게도 스크린에 나오는 내용은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일에 무언가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데려온 영화관이었는데 태형이 너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자 정국의 가슴 속에서 작은 죄책감이 일었다.
"형, 형... 괜찮아? 나갈까?"
"......"
"...태형이 형."
"정국아, 미안한데... 우리 나가면 안 돼? 진짜 미안해..."
고개를 파묻고 흐느끼던 태형의 어깨를 잡고 물어본 정국이 고개를 들고 대답하는 태형의 얼굴에 깜짝 놀랐다. 희미하게 비치는 불빛으로도 선명히 보이는 것은 바로 태형의 눈물이었다. 태형은 울고 있었다. 팝콘이고 콜라고 죄다 내팽개친 채 영화관 밖으로 태형을 데리고 나온 정국은 정신도 똑바로 못 차리고 두통을 호소하는 태형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몽땅 잊은 채 살다가 갑작스레 떠오른 기억들은 태형의 머릿속을 온통 헤집고 다녔다. 순서없이 뒤죽박죽 솟아나는 기억들의 향연에 태형은 눈물이 터졌다. 내가, 왜, 내가... 영화 속에 나오는 무서운 사람들과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거야... 왜, 왜 총을 잡은 촉감이 기억나는 거야.
"정국아, 나, 왜 이러는 거야...?"
"... 형, 왜 그래. 머리 많이 아픈거야? 약 사다 줄까?"
"정국아, 나 기억이 나... 막, 기억이 나는데, 이거 나 아니잖아. 그치? 내가 왜 총을 잡고 있어?"
"아니야 ...형이 아니야."
"내가... 어둠 속에서 사람을 쏴서 죽였어."
초점 없이 요동치는 태형의 동공과 사시나무 떨듯이 떨리는 온 몸에 정국은 목적을 달성했다고 기뻐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감도 오지 않았다. 기억이 돌아오는 일이 이렇게 힘겹게 될 줄은 몰랐다.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지고, 말투가 좀 더 바뀌겠거니 했던 예상과 다르게 태형은 예고없이 떠오른 자신의 모습에 어찌해야 할 줄을 몰랐다. 정국은 처음에 만났던 태형을 생각했다. 순수하고 어떻게 보면 또 순진한 아이같은 태형의 모습은 연기가 아니라 그냥 김태형이 되어 버렸던 것이었다. 혼란스러워 하는 태형을 멍하니 바라보던 정국이 조심스럽게 태형의 어깨를 끌어다 안았다. 내가... 내가... 연신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태형의 말을 듣던 정국이 찔리는 양심을 무시하며 아니라고 토닥여 주었다. 그렇게 정국의 품 안에서 요동치던 태형의 심박 수는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거의 동시에 태형의 흐느끼는 소리도 멎어 갔다.
"내가 집에 데려다 줄게, 가자. 집으로."
*****
안녕하세요 블룸입니다 ㅎㅅㅎ 일요일에 올 거라고 했는데 시간이 날 지 안 날지 정확하지가 않아서 하루종일 컴퓨터를 잡고 있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쓸 땐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는데 막상 써놓은 걸 보면 읽는 데 얼마 걸리지도 않구.. 쓰는 데 왜 이렇게 오래걸리는지 모르겠어요 ㅠㅠㅠㅠ 길지도 않으면서
일주일에 2번? 씩 오고 있는 것 같은데 내일도 시간이 혹시나 된다면 한 편 더 업데이트 할 수도 있어요!! 안 될 수도 있으니까 너무 기댄 하지 마시구... (쭈굴)
드디어 이번 화부터 기억을 잃었던 태형이가 기억을 조금씩 찾기 시작 했습니다! 아직 무슨 기억을 정확하게 어떻게 떠올렸는진 아직 나타나지 않았죠?? 그건 다음화에~
항상 블랙킹덤과 함께 달려주시는 내 독자님들 사랑해요 !! 독자님들의 댓글에 힘이 납니다 ♡
신알신 댓글 감사하구요 S2 암호닉 신청하실 분은 댓글에 [암호닉] 이렇게 넣어서 신청 해 주시면 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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