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니엘 (비투비) - I`m yours
요즘 TV만 켜면 나오는 것 중 하나가 육아 프로그램이라지.
제대한 이후 TV를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으면 거의 그런 것 같았다.
이유를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비슷했다.
귀여우니까.
아가들이 너무 이쁘니까.
보면서 힐링이 되는 기분이랄까.
그런 대답을 들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하지.
힐링따위는 개나 주라고 그래.
모태솔로 민윤기의 세쌍둥이 육아일기
02 (우리 아이가 달라질까요?)
w. 복숭아 향기
형이 미국으로 간지 나흘이 넘어가고 있었다. 고로 이 똥강아지들이 우리집에 온지도 나흘이 넘어가고 있다는 말이지.
몇 번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물론 저 지민이라는 아이와) 아이들의 이름이 김태형, 김지민, 김정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쌍둥이라고 말은 하는데 생긴 건 하나도 안닮았단 말이야. 뭐. 요즘 이란성 쌍둥이도 많으니까 그럴 수도 있나보지.
어쨌든 아이들은 나름 적응을 잘 하고 있었다.
저 정국이라는 아이 빼고. 태형이랑 지민이는 우리집에 왔다는 사실이 어느정도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아침만 되면 내 배 위로 올라와서는
"형아. 형아야. 코코 해요?"
"코코낸내 하는 거에요?"
"이러나세요."
"이러나세요."
우리 엄마도 잘 하지 않던 내 알람이 친히 되어주는 걸 보면 말이다.
아이들이 우리집에 오게 된 이후 아르바이트는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했던 알바는 야간 알바인데 새벽에 아이들만 두고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형이 보내줬다는 생활비를 보니... 이 형 제대로 작정한 것 같았다.
300만원이나 보내준 걸 보면 말이다. 이 돈을 달마다 보내준다니. 그럴 거면 그냥 탁아소 좋은 곳에 보내는 게 더 돈이 덜 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이내 바로 떨쳐버렸다. 내 앞에서 눈을 동글동글하게 뜨고 나를 올려보는 두 아이를 보면서 할 생각은 아닌 것 같았다.
"..."
정국이는 오늘도 거실 쇼파 위에 쪼그려 앉은 채로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었다.
밥도 제대로 안먹던데... 원래 입이 짧은 건가? 식사 때만 되면 밥을 챙겨서 먹으라고 숟가락까지 떠서 줬건만 정국이는 절대로 받아먹지 않았다.
그래도 많이 나아진 것이었다. 처음에는 물도 입에 안대려고 했으니까.
가끔 지민이나 태형이가 주는 과자 한두 입은 받아먹는 것 같았다. 어릴 때부터 과자 같은 거 너무 많이 먹으면 안좋다고 하던데...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부엌으로 향했다. 우선 밥부터 차려야지. 내 식사도 제대로 안챙기면서 어느새 아이들의 식사는 꾸준히 챙기게 된 나였다.
설마 형이 이런 효과를 노린 거는 아니겠지.
아직 잠이 쏟아져 부스스한 눈꺼풀을 부비적거리며 부엌에 발을 디딘 순간, 발바닥에서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느껴졌다.
이건 또 뭐야.
"..."
밀가루였다. 젠장.
누가 이런 거지? 고개를 돌려보니 바로 내 뒤에서 태형이가 나를 올려보며 환하게 웃어보이고 있었다.
어디서 찾았는지 내가 사두었던 식빵 하나를 우물거리면서.
"형아야. 누운 이쁘지요?"
안 이뻐. 새끼야.
-
진짜 아무것도 안먹어도 괜찮으려나?
솔직히 걱정되는 건 사실이었다. 아무리 형이 마음대로 맡기고 갔다지만 그래도 내가 보살피고 있는 애들이잖아.
우선 작은 주먹밥이라도 만들어 그릇에 담아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움직이는 모양을 그대로 바라보고 있던 정국이는 내가 다가오자 얼른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뒤통수가 되게 동글동글하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주먹밥이 담긴 그릇을 정국이가 있는 쪽으로 슬쩍 밀어놓았다.
고개를 돌리고 있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뒤통수가 꼼지락거리며 움직이는 것을 보아 눈동자를 굴려 테이블 쪽을 힐끔거리는 것 같았다.
"천천히 먹어. 형 안보고 있을게."
그렇게 말을 하고 자리를 떠난 잠시 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거실에 나와봤을 때 주먹밥이 들어있던 그릇은 어느새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릇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손가락 장난을 하고 있는 정국이의 입가에 김가루가 묻어있는 것이 보였다.
먹기는 먹었나보네. 처음 강아지를 입양해서 밥을 먹일 때 기분이 이런걸까. 나는 슬쩍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그릇을 싱크대 안에 담가두었다.
설거지는 귀찮으니 지금은 패스.
사실 아까 태형이가 어지른 부엌을 치우는 것만 해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밀가루는 또 어디서 찾은 거지. 지난번에 사둔 거 어디에 뒀었는지 나도 까먹어서 잊고 지냈던 건데.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부엌을 바라보고 있는데 오늘도 담요를 들고 있는 지민이가 따박따박 걸어왔다.
지민이가 걸을 때마다 바닥에는 하얀 발자국이 동그랗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지민아."
"으응. 형아."
"태태가 이거 혼자 다 한거야?"
"이거?"
"여기 눈나라 태형이가 혼자 만든거야?"
그러자 지민이는 배시시 웃어보이며 나를 올려보았다.
"눈나라 지미니가 태태랑 가치 만든거야요."
"..."
"형아야. 이쁘지요?"
어... 그래... 예뻐...
안타깝게도 나는 수줍게 웃어보이며 칭찬을 바라는 아이에게 모질게 말을 할 수 없었다.
아직 나도 이 녀석들하고 낯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누가 들으면 웃을 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실인 걸 어떡해.
아직 나는 아이들에게 이러면 안돼요 저러면 안돼요 라고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젠장. 빨리 친해지던지 해야겠군.
-
그렇게 아이들이 온지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오늘도 아침에 정신을 차려보니 배 위에 무언가 묵직한게 올라와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태형인가. 아니면 지민인가. 지민이가 이렇게 무겁지는 않았는데. 그럼 태형인건가? 나는 손을 더듬거리며 아이를 옆으로 밀어내려했다.
"태형아. 형 잠시만..."
"..."
"형 진짜 졸린데..."
"..."
안밀린다. 꿈쩍도 안해. 오늘따라 태형이가 힘을 좀 쓰는 건가? 나는 남은 한 손으로 태형이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이렇게 하면 태형이는 꺄르르 웃으며 뒤로 넘어가곤 했으니까. 그런데...
"흐야! 흐으.."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태형이의 것이 아니었다. 누구지? 나는 그제야 눈을 떠 내 배 위에 올라와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어제까지만해도 쇼파 위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정국이었다. 정국아?
"정국아?"
"..."
내가 말을 걸자 정국이는 바로 내 위에서 내려와 쪼르르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뭐지. 지금 정국이가 나 깨우러 방까지 왔던 건가. 그 쇼파에서 내려왔다고? 정국이가?
나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로 터덜터덜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거실 한가운데에는 오늘도 담요를 바닥에 펼쳐놓고 짝짜꿍을 하고 있던 태형이와 지민이가 자리잡고 있었다.
지민이는 나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발딱 일어나 두 손을 가지런히 배꼽에 모은 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형아야. 안농히 주무셔써요오."
"어, 어... 지민이도 안녕히주무셨어요."
"나도! 나도! 형아야. 안넝히 주무셔써요."
"..."
어느새 형들 옆에 앉아서 나를 가만히 올려보고 있던 정국이도 지민아와 태형이를 따라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했다.
두 형처럼 말로 인사를 한 거는 아니지만 그래도 인사를 한 게 어디냐.
누구한테 아침인사하는 법을 배웠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래도 말 한마디 안하던 애가 아침에 나를 깨우고 인사를 한 게 어디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오랜만에 기분 좋은 마음으로 부엌으로 향했다. 오늘은 프랜치 토스트나 해서 애들 줘볼까.
"..."
"지민아. 태형아."
"으응?"
"오늘도 눈나라 만든 거야?"
"아니. 아니야요."
"그럼 뭐 만든 거야?"
"꾸꾸기랑 맘마나라요!"
안타깝지만 오늘 아침은 식빵에 잼 발라서 주던지 해야겠다.
지난번에는 밀가루로 가득했던 부엌 바닥이 오늘은 생쌀로 가득 덮여있었다.
"헤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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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글 읽고난 다음에 암호닉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꼭꼭 제가 뒤에 쓰는 사담 읽어주세요ㅠㅠ
연하랑 연애하는 법은 텍파로 만들 생각이지만 육아일기는 텍파를 만들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짤이 주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아서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말씀 드립니다.
원래는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라 에피소드 형식으로만 가려고 했는데 정국이랑 윤기가 친해지는 모습을 대충 그리고 싶어서 쓴 편이에요.
사실 엄청난 교류를 한 거는 아니지만 정국이는 나름대로 쇼파 위에서 많은 생각을 했겠죠?
처음에는 주던 밥이며 까까며 아무것도 안먹다가 조금씩 먹을 것도 먹고 그러다가 형아 깨우러 침실도 가고 그렇게 조금씩 다가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역시나 잘 표현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정국이가 말이 없는건... 아직 그만큼 친해지지는 않았다는 거겠죠? 차차 정국이도 말 많이 할거랍니다.
물론 세 쌍둥이 중 가장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지민이에요. 태태는 그저 말이 많을 뿐이죠.
오늘도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암호닉은 5화까지 계속 받고 있어요. 신청해주시는 분들도 감사합니다.
남은 하루 재미있게 보내시기를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