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보관소
w.1억
"다음주엔 체육대회 있으니까. 반장은 애들 종목 뭐할 건지 물어보고 정리해서 갖고와."
시험기간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다음주에 체육대회라는 말에 모두가 또 시험은 잊고 신났는 듯했다.
"계주할 사람 없어?"
"……."
"그럼 내일 모레까지 계주할 사람은 나한테 말해줘. 없으면 제비뽑기로 한다."
계주..? 계주에 관심이 없는 나와 민시는 서로 눈을 맞추고선 고갤 저었다.
민시랑 나는 기다렸다는 듯 떡볶이가게에 왔다.
떡볶이를 다 먹고나서도 계속 공허해서 뭔가를 더 시켜서 먹으니, 민시가 나를 한참 빤히 바라보는 게 느껴지는 것이다. 신경 안 쓰고 먹으려고 해도 너무 쳐다보니 신경이 안 쓰일리가 없었다.
결국 나도 민시를 보게되었고, 민시는 금방이라도 잔소리를 할 것 같은 표정을 하고선 말했다.
"이제 중간고사도 끝났으니. 알려주지? 왜 그러는데."
"재욱이가."
"……."
"겨울방학 하면 뉴욕으로 간대."
"엥? 갑자기?"
"내가 몰래 벽뒤에 숨어서 재욱이 봤던 날.. 그때 코치님이랑 재욱이 대화하는 걸 들었는데. 이미 결정한 것 같았어.. 뉴욕에 있는 축구단에 간다고.."
"…아니 우리한테 말도 없이?"
"재욱이도 결정권이 없어보였어.."
"……."
"어떡해야 될지 모르겠어.. 너라면 어떻게 할 거야?"
민시는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말 없이 있기만 했을까.. 민시가 내 손을 덥썩 잡았고, 나는 눈물을 꾹 참고 민시를 보았다.
"그럼 이러고 있을 때냐? 그냥 확 고백해버려. 겨울방학이면 아직 두달이나 남았잖아."
"……."
"그리고! 안 갈 수도 있는 거고? 후회하기 전에 고백 해버리자고. 답답하게 이러고 있지 말자."
"……."
"그래.. 말이 쉽지. 고백이란 게 어려운 건 당연히 알지. 미안.."
민시가 미안하다며 울상을 지었고, 나는 고갤 저었다. 답답한 게 맞는 걸 네가 미안해야할 이유는 없어.
"이재욱은 뭔 생각으로 우리한테 말도 안 하냐.. 이도현한테는 했으려나.."
"도현이?"
"응."
"왜..?"
"둘이 베프잖아. 중학생 때부터 친했을 걸..?"
"진짜? 몰랐어.. 둘이 친하구나..."
"시험기간이라 이도현은 공부하고, 이재욱은 축구 경기 때문에 서로 바빴던 거였지.. 둘이 엄청 친해."
도현이랑 재욱이랑 친하다니.. 완전..
"안 어울려."
슬프다가도 민시랑 같이 빵터져버렸다.
시험이 끝난 재욱과 강, 그리고 도현은 인엽의 집에 와서 영화를 보고 있다. 영화에 크게 집중하는 사람은 없었다. 인엽은 핸드폰을 보다가 영화를 보고있는 애들을 한 번씩 훑어보다 말했다.
"다음주부터 쌀쌀해진대. 여름도 다 간 거지.. 여름 싫었는데 잘 됐다."
"넌 겨울도 싫다며."
"여름보단 겨울이 좋아. 너도 그렇지않냐? 더우면 막 짜증나잖아. 그래서 난 이재욱 보면 신기해. 여름에 축구 어떻게 하냐? 더워서 죽을 것 같지 않아?"
"나 겨울에 뉴욕 간다. 가서 안 올지도 몰라."
"……."
"……."
재욱의 뜬금없는 말에 모두가 당황을 한 듯 했다.그중에 제일 당황스러워한 건 인엽이었다. 대충 을이에게 들었던 얘기라.. 아는 척을 하면 안 되니 어색하게 분위기를 좋게 만드려고 한다.
"야 갑자기 뭔 뉴욕이야~"
"……."
재욱의 표정이 꽤나 진지하자, 장난스레 말하던 인엽도 잠시 표정을 굳혔다. 결국엔 인엽이 한숨을 내쉬더니 재욱에게 말한다.
"안 가면 안 되는 거야?"
"이미 엄마가 결정한 일이라서 내가 어떻게 못 해."
"야 네 인생인데 네가 결정 해야지! 넌 가고싶어?"
"……."
"그래도.. 너무 갑작스러운데.. 두달 뒤에 가는 건 반칙이잖아!"
재욱은 말 없이 영화에 집중을 했고, 인엽은 그런 재욱이 밉다. 에라이씨- 하며 때리는 시늉을 하다가도.. 인엽은 을을 떠올렸다. 이걸 어째야되냐.. 내가 말린다고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인엽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도현이 가방을 챙겨 일어났고, 모두가 도현을 올려다보았다.
"난 간다."
"야 뭐야. 갑자기 어딜 가? 치킨 시켰는데."
"너희끼리 먹어."
"야야..!"
도현이 나가려고 하자, 재욱이 일어서 도현에게 다가갔고, 재욱은 도현을 붙잡지는 못 하고 우두커니 서서 신발을 신는 도현을 부른다.
"야 그래도 시킨 건 먹고 가. 우리 온다해서 황인엽이 사는 건데."
"……."
"너 내가 뉴욕 가는 거 멋대로 결정해서 그러냐?"
"…어."
"야.. 이건 어쩔 수가.."
도현이 기분이 나쁜 듯 나가버렸고, 재욱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둘을 사랑싸움 하는 걸 구경하듯 보던 인엽이 강에게 말한다.
"야.. 이도현이 이런 걸로 화를 낼 줄도 아네. 무슨 난 사랑싸움인 줄 알았네.."
"친하잖아. 서운했겠지."
"야 그럼 우린 안 친하냐??"
"둘은 몇년 전부터 친했잖아."
"야.. 너도 애들 관찰할 줄도 알아? 나도 모르는 사실을 왜 알고있냐?"
"네가 관심이 없던 거였겠지."
"…야. 아니거든..!? 나 애들한테 관심 겁나 많아. 겁~~나 많아 겁~~~~나."
인엽이 겁~나 하면서 강이를 끌어안자, 강이는 귀찮은 듯 인엽을 밀기 바쁘다.
저녁에 밥을 먹고나니 인엽이에게 문자가 와있었다. 잠깐 아이스크림이나 먹자길래 집 앞 놀이터로 나오니, 인엽이가..
"……."
"와.. 뭐야....?"
"짠! 수리 맡긴 거 데리고왔다. 그 기념으로 태워주지."
"대박 대박! 좋아!!!"
"자, 받아."
봉지 안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쭈쭈바를 건네주기에 받으면, 나이스 캐치- 하며 서로 웃기 바쁘다. 놀이터 그네에 앉아서 생각없이 타고있다가 인엽이가 '야 노을'하고 나를 바라보았고, 응? 하고 바라보니 뜸을 들이다 말한다.
"아까 애들이랑 우리집에서 영화 봤거든."
"…아,그래? 뭐 봤는데? 재밌는 거 봤어?"
"옛날 무서운 영화 봤거든? 스승의 은혜라고 좀 잔인ㅎ.. 아니 이게 문제가 아니라."
"응?"
"이재욱 말이야."
"……."
"내가 가지 말라고 얘기 해보려고 했는데.. 이미 다 결정 된 것 같아서 뭐라 말을 못 하겠더라고.."
"…부모님이 결정하신 일인데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그냥.. 이렇게 보내버리게? 뭐라도 해봐야 되는 거 아니냐.. 보내고 후회할 것 같으면 고백하자 그냥. 혹시 몰라? 이재욱도 널 좋아할지."
"절대!! 절대! 아닐 걸!?"
"절대..까지냐..? 하긴... 이재욱이 누구 좋아하는 거 보기 힘들지.. 아니? 못 봤지."
"왜? 이나은이랑 사겼었다며."
"그러긴 했는데.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었거든."
"그게 뭐야... 안 좋아하는데 사귈리가 없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
"그래도.. 난 못 하..."
"……."
"한 번 일단! 얘기 해보고! 그리고 고백 해야겠다."
"뭐야 갑자기 생각을 바꿔?? 무섭게..."
"짝사랑 하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우니까! 차라리 확 고백을 해서!!"
"……."
"하...못해.."
"뭐야.. 정신 좀 차려봐.. 무서우려고 그래.."
"…응..미안.."
"사랑이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구나.. 소오름..."
"넌 이런 적 없어? 막 짝사랑을 하는데!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들이닥치고...막..."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들이닥친다..라..."
"…응!"
"늘 그런 상황이라 나도 못 해."
"헐 뭐야 너 좋아하는 사람있어????"
"……."
"설마."
"……."
"…늘 할 수 없는 상황..이..들이닥...헐!! 민시!?!?!"
"야!!! 야야야야야! 조용히해 조용!.."
내 입을 틀어막고 조용히 하라길래 너무 놀래서 큰 눈을 하고서 인엽이를 보니, 인엽이가 주변을 둘러보고선 안심하듯 나를 놔주었다. 아니.. 누가 듣는다고 그래.. 민시는 뒷쪽 동네에 살잖아..
"아니 막!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고..."
"……."
"그냥! 호감..그런 거지! 막 좋아하는 건 아니야."
"…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엽이랑 나랑 서로 마주보고 이유없이 웃기 시작했다. 이게 뭐냐 진짜 바보들끼리 이러고 있는 게 왜 이렇게 웃기지?
"민시한테 다 일러야지~~~"
"야 하지 마라 진짜. 나도 이른다!"
"미안해."
"형님이 빠졌어."
"미안하다 형님."
"건방진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통점이 있다는 이유로 서로 더 웃었던 것 같다. 공통점이라는 것이 짝사랑이라 슬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서로한테 투정도 부릴 수 있을 거니까.
"어머. 재욱이 오랜만이네?"
"네. 안녕하세요."
"그래~ 너무 반갑다. 얼마 전에 경기 했다며?^^ "
"…네."
"아, 참.. 재욱이 너는 체대 가나?"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이제 곧 고3인데 얼른 생각해야지~ 시간 빨리 간다? 도현이 방에 있어. 가봐. 공부 하고있어서 너무 오래는 있지말구~"
"네."
재욱은 도현의 방 문에 노크를 했고, 도현이 대답 없어도 문을 열고 들어선다. 도현은 재욱이 온 걸 대충 알고있었다.
재욱이 오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공부를 하고있는 도현에, 재욱이 침대에 멋대로 앉아서는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도현을 보며 뻘쭘한 듯 말한다.
"야 뭐 그런 걸로 삐지냐? 쫌생이 다 됐네 이도현."
"……."
"야.. 가는 건.. 엄마가 멋대로 정한 거라서 어떻게 내가 막을 수 없었고.. 너한테 말 하려고 했는데. 시험기간이라 신경쓰일까봐 안 한 거였어."
"그거 말하려고 집까지 찾아왔냐.. 그냥 혼자 그랬던 거야. 괜찮으니까. 가라."
"…야~ 화풀어라. 어?"
"…화 안 났어."
"에이~ 났으면서."
"…아니라니까."
"뭐..냐..이게 답이 왜 이거냐? 3이지."
"……?"
"이야.. 이도현이 문제도 틀려? 아줌마~ 이도현 저도 아는 문제 틀렸어요~~"
"야.. 엄마가 진짜 믿으면 어쩌려고.. 그리고 이게 왜 3이냐, 5지."
"3이잖아."
"미친놈.."
"미친놈이라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이도현이 틀리다니.. 솔직히 말해서 너 공부 너무 잘하는 거 재수없어. 틀려도 돼. 근데 전교 1등도 쉬운 문제를 틀리고 참.."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너도 저번 경기 때 엄청 못 했거든. 왜 욕심부리다가 골 못 넣냐? 패스 했으면 넣었을 걸."
"와.. 야! 이건 좀. 여태 숨기고 말 안 하느라 입 엄청 간지러웠겠다 너?"
"……."
"어디 더 말해봐. 또? 또?"
"……."
"또 없어? 겨우 경기때 한 번? 어유~ 찌질이."
"참나.."
"……"
"자리 바꼈으니까. 이 자리대로 앉아라."
시험이 끝나고 책상도 다시 옮겨야하니까 겸사겸사 자리를 다 옮겨버렸다고 하셨다. 재욱이랑은 멀지는 않지만, 옆분단으로 바뀌었고..
나랑 제일 가까운 건 민시가 되었다. 내 앞자리에 있는 민시 덕분에 그래도 힘은 나는데...
오늘은 학교에 와서는 재욱이한테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눈치만 보기 바빴다. 그러다 재욱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될 것만 같아서 쓸데없이 입을 열긴 했다만..
"듣고싶어서 들은 건 아닌데..."
"……."
"진짜로.. 뉴욕 가..?"
내 말에 재욱이가 바로 대답을 해주지는 않았다.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 고갤 끄덕이기에 나는 또 다시 풀이 죽었다. 그래.. 진짜 간다는데 뭐 어떡해. 계속 이렇게 우울해 할 거야?
"계주 아직 안 정해졌지? 내가 해도 되나!?"
"…어..오늘 제비뽑기 하려고 했었거든. 계주 하려고?"
"응!"
"갑자기 웬 계주?"
"음.. 그냥.. 멋있어보여서?"
"네가 하면 멋있긴 하겠다ㅎㅎ."
"그래? 그치? 멋있겠지?"
"응. 엄청."
"흠흠흠..음하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보여?"
"나 기분 좋아보여??"
"응. 보기좋다."
매점가자 노을- 민시가 나에게 어깨동무를 했고, 같이 매점 가는 길에 계주를 할 거라고 말했더니, 민시의 표정은 좋지만은 않았다.
"…굳이 사서 고생을 한다고? 1등 안 하면 폼 없잖아."
"아냐! 계주 한바탕 뛰어주고! 매력어필 해가지구 ! 따아아아아아악 고백하는 거야."
"……."
"괜찮지??? 근데 역시..1등 해야겠지?"
"네가 이렇게 고생하는 걸 이재욱은 아나~ 확! 맘같아선 이재욱한테 돌직구를 확!"
"오우 노!!"
"맘 같아선 그렇다구 ^^."
"하하하하하."
"그래서 뭐 1등이 계획이야?"
"응!"
"이재욱한테 코치 해달라고 해. 너네 둘이서만 같이 있다보면 더 가까워질 거고.."
"오? 고민시!"
"어때. 나 좀 천재?"
그래... 계획은 늘 그럴 듯 하지.. 음료수를 마시면서 옆분단에 있는 재욱이를 힐끔 보는데.. 왜 이렇게 떨리는 거야. 코치 해달라고 말하는 것도 힘든데. 또 오늘따라 더 잘생겨서 사람 골치아프게 만드네 진짜.
"저..기 재욱아."
"……."
"내가 우리반 계주 하기로 했거든...!"
"…아, 그래?"
"내가 운동과는 거리가 엄~~청 먼 사람이라서..그런데."
"……."
"오늘 저녁에 연습 하려고 하는데! 코치..해줄 수 있어? 코치..보다는! 같이 뛰어줄 수 있나..하하."
"…아."
"……."
"미안.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아."
"……."
"아냐! 뭐가 미안해! 그럴 수도 있지...괜찮아!!"
차였다.... 고백했을 때 차여도 이런 슬픔은 아닐 건데.. 왜 이렇게 슬프냐 진짜. 앞자리에 있던 민시가 손거울을 보면서 내게 말했다.
"그래도 저녁마다 너네집 앞에 산책로 좀 뛰어. 1시간 정도해도 연습 되겠다."
"그래야겠다.. 그럼..음... 한 6시쯤에 나와서!? 7시에 집 가면! 딱이다 딱!"
"그래. 내가 오늘은 시간이 안 돼서 같이 못 뛰고. 내일은 같이 할 수 있어."
"응!!"
그래도 혼자 하는 건 재미없으니까..
"인엽아 너 오늘 저녁에 ㅁ.."
"미안 브로.. 난 뛰는 건 질색이야."
"나쁜놈....그럼 강아...?"
자네... 그래... 도현이는.. 공부 때문에 안 되고.. 그래 이 자식들아.. 나 혼자 한다.. 혼자 해.
밥을 먹고선 운동할 생각에 조금 축 쳐지긴 했지만.. 그래도 1등하면 멋있을 거 생각하면! 힘을 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자 아자! 이어폰을 끼고선 노래를 흥얼거리며 산책로로 향했다. 산책로에 가려면 공원을 지나야하는데..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그래요 추워지기 전에 다들 나와서 놀아야지! 근데 난.. 혼자구나.. 한숨쉬며 고개를 돌렸을까.
"어...? 재욱아."
"넌 지금이 6시냐."
"어...아..밥을 한공기 더 먹었더니...아니 근데.. 여기서 뭐해...?"
"……."
"응? 에? 어디 가..!"
말도 없이 뒤돌아 걷는 너를 부르면.. 너는
"같이 뛰어달라며."
나를 기분좋게 하는 말을 해준다.
비하인드
학교가 끝나고_ 5:40 pm
"야 이재욱 근데 우리너무 오랜만 아니냐?? 근데 키가 왜 이렇게 많이 컸냐? 나 경기때 너 보고 엄청 놀랬잖아. 키가 무슨..."
"…뭐래. 갈 거면 빨리 가."
"넌 나 만나러 나온 게 아니라 pc방 가고싶어서 나온 거지. 야 근데 이도현은 잘 지내냐? 경기장에서 봤던 것 같은데? 너넨 여전히 잘생겼더라.. 이기적인 새끼들..."
"……."
"야 그럼 우리 pc방 가서 한 두시간 정도 때리고 오락실 갈까?아니면 노래방? 나 요즘 노래 겁나 잘불ㄹ.. 야.. 왜 안 오냐 이재욱?"
"…어."
"…뭐야 왜 멍을 때리고 그래?"
"야. 나 가봐야겠다."
"엥? 뭔 소리야 갑자기..!"
"다음에 봐."
재욱이 그냥 가버리자, 친구는 멍하니 서서 뻘쭘하게 재욱에게 손을 뻗고있다.
"미친놈이....그냥 가버린다고......? 나 노래 진짜 잘 부르는데....."
도현과 재욱의 처음_
도현은 늘 전교1등을 하고, 선생님들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아서 대충은 재욱도 도현의 존재를 알고있었다.
단, 축구 때문에 '대충' 알 수 있었지, 자세히 알기란 힘들다.
"도현아 나 영어숙제 좀...ㅎㅎㅎ."
"자."
"고마워..!"
도현에게 영어숙제를 보여달라는 학생들이 두명 정도 더 있었고, 오랜만에 교실에 들어 온 재욱은 보자마자 도현에게 숙제를 받은 학생에게 다가가 숙제를 뺏어 도현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넌 왜 숙제를 애들한테 뿌리냐? 너 이거 착한 짓 하는 것 같지. 아니야, 이거 호구짓이야. 지들 머리로 숙제 하라해. 왜 남의 걸 가져가. 너도 답답하게 거기서 왜 주고자빠졌냐. 똑똑한 줄 알았더니 멍청이네."
"……."
한 번도 대화를 섞어보지 않았던 축구부라는 유명한 친구가 갑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며 말을 걸자 당황한 듯 재욱을 올려다보던 도현은.. 곧 자신에게 다가와 과자를 건네주는 여학생을 보았다.
"…도현아! 숙제 보여줘서 고마워! 자, 과자!! 이거 좋아하지?"
버럭- 화를 내다가도 도현의 책상 위로 있는 수많은 뇌물로 보이는 과자와 음료수들에 재욱이 잠시 벙쪘다. 그럼 도현이 웃으며 재욱에게 말한다.
"딜 하는 건데. 이것도 호구짓이야?"
"……."
"ㅎㅎ."
"…미안. 몰랐어."
재욱이 뻘쭘한 듯 자리로 가서 앉아 바로 엎드렸고, 도현은 그런 재욱을 보고 피식- 웃었다.
점심시간이 되었을까.. 학교를 다닌지 꽤 됐음에도 불구하고 도현은 공부에 집중하지 못 할까봐 친구를 사귈 틈이 없어 늘 혼자 밥을 먹었다. 그리고 재욱은 축구할 때가 많아서 친구 사귈 틈이 없어 혼자다.
도현이 점심을 먹는 와중에도 문제집을 보고있었고, 도현의 바로 옆에 식판이 놓인다. 식판 놓이는 소리에 놀라 고갤 들어본 도현은 예상치도 못 한 얼굴에 당황한 듯 했다.
"넌 폼 떨어지게 왜 혼자 먹냐? 왕따냐?"
"……."
"나도 왕딴데."
"……."
"난 진짜 왕따야. 축구하느라 수업을 안 들어서. 같이 먹어도 되지?"
"이미 앉아놓고 물어보는 게 어딨냐."
"야 너 소세지 먹지 마. 머리 굴리는데엔 채소가 짱이야. 이거 먹어."
재욱이 허락도 없이 도현의 소세지 반찬을 가져가고선 야채 반찬을 도현의 식판에 올려두었고,
"알겠는데. 굳이 자리도 많은데. 바로 옆ㅇ.."
"그래도 소세지 하나 정도는 먹어도 될 걸? 자, 다시 가져가라."
도현은 막무가내인 재욱에 웃음이 터져버린다. 너같은 애는 내가 살다살다.. 처음본다.
이렇게 둘은 다음날부터 같이 다니게 되었고, 학생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다 똑같았다.
"되게.... 조합이.. 이상한데...? 갑자기 왜 둘이 같이 다녀?"
"그래도 눈호강하고 좋지."
"그건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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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하
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