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보관소
w.1억
"도현이 너 엄마한테 할 말 없니?"
"네?"
저녁을 먹으러 거실로 나온 도현은 엄마의 갑작스런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오늘 급식실에서 말이야."
"아, 그거."
"……."
"제 친구 괴롭히는 친구한테 하지 말라고 했을 뿐이에요. 제 친구가 억울하게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었어서요."
"……."
"그래도 알아들은 것 같아서 다행ㅇ.."
"다음부턴 그러지 마렴."
"……."
"친구 걱정을 왜 하니? 어차피 대학가면 흩어질 사이인데. 안 그러니?"
"……."
"문제가 될 일을 만들지를 말아. 여태 그랬듯이 그냥 그렇게 조용히 학교 다니다가 졸업만 하면 돼. 엄마가 선생님한테 전화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도현은 대답 없이 숟가락을 들었고, 도현의 엄마가 도현의 표정을 살피다가 '대답 안 하니'하고 인상을 쓴다. 그럼 도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멋쩍게 웃으며 고갤 작게 끄덕인다.
강이랑 학교가는 길에 있는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얼음이 있어서 넘어질 뻔 해 급히 강이의 팔을 잡으니, 강이가 웃는 것이다.
괜히 머쓱해서 '야 웃지 마'하면, 강이가 웃음을 참는 게 보였다.
"재욱아!"
뒤에서 들리는 재욱이 이름에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아.. 다른 사람이구나. 나도 참..
"야."
"어?"
"앞에 보고 걸어. 또 넘어지려고 그러냐."
"아, 어!!"
"…뭐해?"
"아, 아니! 뭐! 넘어지면 또 너 잡으면 되지~~ 같이 넘어지자!!!"
"뭐래.. 싫어."
"아, 왜애!"
아직 재욱이의 이름을 들어도 움찔 하는 건 있다. 혹시라도 정말 재욱이가 있을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니 있으면 뭐 어쩌려고..
학교가면 볼 텐데도 나는 왜 계속 네가 있기를 바라는 걸까.
강이랑 매점에 가서 빵을 사갖고 뜨거운 빵을 손에 쥔 채로 교실로 올라가는데 올라가다가 인엽이를 만났다.
원래 평소같았으면 내 손에 쥐어진 빵을 보면 달려들 텐데.. 너무 조용하게 '안녕'하고 먼저 올라가버리는 인엽이에 당황해서 강이를 올려다보자, 강이도 당황한 듯 했다.
뭐야 황인엽.. 왜 저러지? 장난치는 건가? 교실문을 열고있는 인엽이의 등을 팍- 치며 말했다.
"야아아아 왜 빵 달라고 안 하냐!? 먹고싶지? 먹고싶지??"
"…너 다 먹어라."
"어..? 야아!"
교실문을 열고 들어선 인엽이에 나는 벙쪄서 가만히 서있고, 내 뒤에 서있는 강이를 올려다보았다.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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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도 나처럼 당황을 한 것 같았다. 서로 마주보다가 교실로 들어섰다. 자리에 가서 앉으면서도 인엽이를 힐끔 보면, 인엽이의 기분이 너무 안 좋아보여서 걱정이 되다가도.. 진짜 장난인가 싶다가도..
민시가 언제 왔는지 엎드려서 자고있었고, 민시야- 하고 등을 꾹꾹 찌르자, 왔냐며 하품을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엔 재욱이가 있나 확인을 하게 됐다. 없네.. 오늘도 늦게 오려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혹시 재욱이가 왔을까 화들짝 놀라 앞문을 보니..
"그래. 교실이 시끄럽지도 않은 게 공부하기에 딱 좋네. 그럼 가볼테니까 공부 열심히 해. 오늘부터 도서관 말고 집에서 공부하는 걸로 해. 과외 선생님도 불러왔으니까."
"……."
도현이 어머님이신가...? 인사할 틈도 없이 그냥 가버리시기에 모두가 벙쪄서 그쪽을 보고 있었을까, 도현이는 '안녕'하고 아무렇않게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나랑 민시는 괜히 도현이에게 관심이 생겨서 뒤돌아 도현이를 본다.
가방에서 문제집을 꺼내 책상에 올려놓던 도현이가 우리를 뻘쭘하게 바라보았다. 민시가 나를 바라보다 턱짓으로 도현이를 가리켰고, 나는 도현이에게 묻는다.
"어머니셔....?"
"응."
"오.. 되게.. 동안이시다.. 그리고 너랑 완전!! 완!!전 똑같이 생기셨던데?"
"그래?"
"응!"
도현이가 우릴 보고 웃어주다가도 민시를 보니, 민시가 헛기침을 하고선 인엽이를 또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쟤는 왜 저래? 저기압이네."
"그러니까.. 장난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아.. 걱정 되네.."
"장난이겠지. 쟤가 기분 안 좋았던 적이 있냐.. 딱 봐도 장난이야. 그냥 무시해."
"…그래?"
"ㅇㅇ."
민시가 신경 끄라며 다시 엎드려서 자는 듯 했고, 나는 턱을 괸 채로 인엽이를 보게 됐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장난이 아닌 것 같다.
"너 이거 안 먹으면 나 먹는다!?"
"먹어."
평소엔 반찬 달라고 구걸하는 자식이 내가 가져간다고 하니 먹으라며 신경도 안 쓰고..
"인엽아! 매점가자! 이 누나가 쏠게! 어때!!"
"다른 애들이랑 가. 안 먹어."
"……."
"……."
내가 매점 가자고 하기 전에 먼저 가자고 난리치는 네가 저러는 게 말이 되냐고...! 학교가 끝나면 무조건.. 어디 가자고 조르던 네가 이번엔.. 그냥 가버렸고, 민시가 내 옆에 팔짱을 낀 채로 서서 말했다.
"이상하긴 하네.."
"그치..!?"
"괜히 저러지는 않을 건데 말이야."
"흐음.."
"그런 의미로 떡볶이?"
"콜!!! 강아! 같이 먹으러 가자! 응? 가자!!"
강이의 팔을 잡고 질질 끌면 강이도 어쩔 수 없는 걸 알기에 강이를 끌고 민시랑 떡볶이를 먹으러 오긴 했다만..
"인엽이가 왜 그럴까.."
"사랑 문제 아니야? 차였나?"
"에...이...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뭔데. 365일 내내 동네개처럼 꼬리나 흔들면서 다니는 애가 저러는 이유가 뭐가 있겠냐? 단순하게 생각하면 사랑인 거지."
"집안..문제..?"
"집안? 에이.."
"강아! 너는 뭐같아? 인엽이가 뭐 때문에 저기압인 것 같아???"
"그렇게 추궁하지 말고,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오~ 천잰데?"〈- 을,민시
"……?"〈- 강
"그래. 물어보자. 걔라면 기다렸다는 듯이 막 알려줄 걸?"〈- 민시
"나 붕어빵 먹고싶어."〈- 을
"먹으면 되지."〈- 민시
"콜!!!"〈- 을
"또 먹어..?"〈- 강
"야 또 먹으면 어쩔 건데! 네가 사줄 거냐? 어? 우리 돈으로 사먹겠다는데. 그치 을아~~?"
"응~~"
강이가 나를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고, 민시가 같이 고개를 젓고선 말하길.
"근데 너네 되게 웃긴 거 알지. 친해진 것도 신기하고, 송강이 이런 캐릭터인 것도 신기하다? 얘 말하는 거 되게 보기 힘들거든."
그 말에 강이를 보았다. 그럼 너는 늘 그렇 듯 날 무시하고 다른 행동을 했고,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를 떠올린다. 우리 엄청 어색했는데. 그치.
붕어빵을 손에 하나씩 들고선 서로 집으로 향하는 길에 민시는 정반대라 먼저 갔고, 강이도 할머니 집에 붕어빵을 사다줘야겠다는 말에 나도 강이를 따랐다.
"넌 왜."
"나? 그냥! 나도 집에 사가게!"
라고 말을 했지만..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다면..
"도현이 붕어빵 좋아해?"
"좋아할 걸."
"그래? 하긴! 붕어빵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어! 그리고 도현이는 싫어하는 거 없을 것 같아. 다 잘 먹지 않을까?"
"…있었던 것 같은데."
"진짜???"
"매운 거 안 좋아할 걸."
"매운 거 싫어해?"
"아마도."
"진짜??"
"응."
"아닌데...나랑 떡볶이도 먹고 그랬었는데..."
"그래?"
"어..!"
강이가 계속 나를 보았고, 한참 서로 바라보면.. 붕어빵 파는 아주머니가 소리치신다.
"그래서 몇개 시킬겨!!"
한참동안 서서 잡담을 나누는 우리에게 화를 내시다가도 우리가 황급히 2천원어치 달라고 같이 외치니, 그런 우리가 귀여운지 웃어보이셨다.
강이에게 물어봐 도현이 집 앞에 온 나는 꽤 놀랐다...
"…와."
도현이 집도 만만치않게 좋구나.. 역시..뭔가 그럴 것 같았어. 침을 꿀꺽 삼키다가도 도현이에게 조심스레 문자를 보낸다.
- 도현아! 너네집 앞인데 잠깐 나올 수 있어?
그 동시에 2층에 있는 방 창문이 열렸고, 도현이와 눈이 마주쳤다. 손을 마구 흔드니, 도현이가 곧 문을 닫고 나오는 듯 했다.
문 앞에서 심심하게 기다리고 있으니, 도현이가 대문을 열고 나와서 내게 묻는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강이한테 물어봤어! 너한테 물어보려고 했는데.. 공부하는데 방해할까봐..아, 이거! 이거 주려고 왔어. 짠! 붕어빵 좋아하지? 강이가 너 붕어빵 좋아할 거라고 해서 바로 사왔지!"
"…이걸 왜."
"너 공부만 하느라 맛있는 것도 못 먹을 거 아니야. 우리만 맛있는 거 먹기 미안해서."
"…고마워. 을아."
"고맙긴! 친구잖아! 친구!!"
"……."
"아, 그나저나 나 지금 엄청 고민 돼. 인엽이가 아침부터 오늘 학교 끝날 때까지 기분이 되~~게 안 좋아보이잖아? 우리가 뭐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거 없을까? 아니면..! 인엽이 것도 붕어빵 사서 갖다줄까? 근데 집이 좀 많이 멀기는 한데...어쩌지.. 아니면! 아니면!! 일단 문자만 남기고! 내일도 기분 안 좋고 그러면.. 물어봐야겠다. 너무 신경쓰여 미치겠어."
"……."
"…왜? 그렇게..봐...?"
"참새 같아서."
"…응??"
"짹짹."
"뭐야 ㅡㅡ 내가 새같다는 거야!?"
"칭찬인데?"
"칭찬 안 같은데!?"
"칭찬이야."
"어우 잠깐만! 너 들어가봐야 되는 거 아니야? 얼른 들어가봐. 얼른!"
도현이 등을 마구 떠미는데.. 현관문을 열고 나오신 도현이 어머님과 눈이 마주쳤고, 나는 급히 허리숙여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도현이 같은 반 친구 노을입니다아...!"
"그래. 이 시간엔 무슨 일이니?"
"도현이 공부하느라 힘들까봐 먹을 것 좀 사왔거든요..! 붕어빵인데! 어머님이랑 같이 드셔도.."
"그래. 추운데 얼른 가봐라. 고맙다."
"…네! 안녕히계세요오..! 도현아! 안녕!!... 내일 봐."
혹시라도 공부하는데 방해할까봐 도망치듯이 뛰어가버렸다. 그래도 도현이에게 따뜻한 붕어빵을 줬다는 생각에 뿌듯해져서 웃음이 나와버렸다.
두둥- 오늘도.. 인엽이 기분이 안 좋아보였다. 을이 학교에 오자마자 민시와 서로 눈치를 보았고, 을이 민시에게 조용히 말을 건다.
"가서 인엽이한테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봐."
"내가?"
"응!"
"왜ㅡㅡ 싫어."
"둘이 친하잖아..!"
"친한 거냐? 그냥 싸우는 거지."
"원래 싸우면서 친해지는 거라잖아..!"
"야..무슨..."
"…얼르은..!"
민시가 아- 귀찮은데.. 하며 일어서 인엽에게 다가갔고, 만화책을 보던 재욱과, 공부를 하던 도현은 괜히 시선이 민시와 인엽에게 간다.
민시가 인엽에게 다가가 발로 책상을 툭- 치며 무심하게 말한다.
"야 너 무슨 일 있냐?"
"…아니. 없는데."
"그래."
민시가 크흠- 목을 가다듬으며 자리에 와서 앉았고, 을이 민시에게 정색을 하고선 쳐다보자, 민시가 당황한 듯 말한다.
"왜...ㅡㅡ."
"그래가 뭐야 그래가..!"
"없다는데 어떡해 그럼."
"물어봐야지..!"
"귀찮아. 네가 해."
"안 돼!"
"왜."
을이는 '인엽이는 널 좋아하니까!' 이 말을 너무 하고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입을 틀어막고 고갤 젓는 을에 민시가 뭔데 이년아! 하면서 을이에게 헤드락을 걸었고..
재욱이 을을 한참 바라보다가 괴로워하는 을이 귀여운지 피식- 웃는다. 그러다 강과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시선을 돌린다.
"……."
계속해서 쉬는시간마다 을이는 인엽이 신경쓰이는 듯 민시와 대화를 나누다가 한숨을 쉬었고, 을이는 결국 못 참겠다는 듯 인엽에게 콰앙- 발소리를 내며 다가가 입을 연다.
"야아! 무슨 일 있는 거면 우리한테 말해! 우리가 들어줄 수 있는 거면 들어주게! 친구잖아!"
"뭐래..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게 아니긴! 어제부터 힘도 없고, 기분 안 좋아보이는데? 걱정 돼서 그러지.."
"아니라고."
"에이.. 그만 팅기시고~ 그냥 말 해주시죠~~"
"됐다고. 좀..!"
인엽이 짜증을 냈다. 놀란 건 을 뿐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놀라 인엽과 을을 보았다. 인엽이 짜증이라곤 한 번도 내본 적이 없으니 당황한 것이다.
인엽도 귀찮게 한 을이에게 화가 나면서도 미안한지 뻘쭘해서 상황을 피하려는 듯 교실에서 나갔고, 을이 벙쪄서 가만히 서있으면.. 민시가 다가와서 나간 인엽에게 들리게끔 소리친다.
"미친놈아! 걱정해줘도 지랄이야!"
"야... 너는 황인엽이 너한테 화 냈는데도 걱정이 되냐?"
"응... 오늘은 점심을 걸렀어.. 이게 말이 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진짜 무슨 일 있는 게 확실하다니까..진짜."
밥을 먹고나서 교실로 가는 길에 을이는 계속해서 우울한 듯 고개를 숙이고 다녔고, 나머지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그냥 인엽이가 먼저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답이겠지!!"
시무룩해있던 을이 갑자기 고갤 들고 아자!! 소리치자, 민시가 같이 아자!! 했고, 뒤에 따라오던 재욱과 도현은 그런 을이 신기한 듯 바라보다가도 웃는다.
그리고 강이는 픽- 웃다가도 고갤 젓는다. 저 멍청이.
근데 이게 뭐람.. 5교시 시작 1분 전.. 인엽이 갑자기 가방을 챙겨 교실에서 나가버렸고, 을이 급히 인엽을 부르지만, 이미 멀리간 듯 대답이 없다. 을이 고민도 안 하고 교실을 박차고 나가며 말한다.
"인엽이 데리고 올게!!"
"야 노을!! 학교 째겠다는 거냐? 미쳤나봐!"
"……."
"야아아!! 같이가!!!"
을이 먼저 나가버리자, 민시가 따라 나가다가도 강이에게 눈치를 줬고, 강은 천천히 일어서 민시와 을을 따라나선다.
그리고 그 다음엔.. 재욱이 따라 나가다가 뒤돌아 도현에게 말한다.
"쌤한테 잘 말해줘. "
"……."
"됐다. 그냥 쨌다고 해."
재욱이 애들에게 뛰어갔고, 도현이 한숨을 내쉬더니 곧 재욱을 따라 복도로 나왔다. 마침 교실로 들어오려던 쌤이 저 멀리 뛰어가는 애들과 도현을 보고 놀란 듯 서있다.
"……."
당황한 듯 애들을 따라가려다가도 도현을 보더니 안심한 듯 도현을 보며 저 멀리 애들을 손가락질을 하며 말한다.
"뭐야! 쟤네 어디 가?"
"아, 잠깐 그.."
"……."
"화장실 좀."
"뭐?"
"죄송합니다."
"야! 야야!!! 이도현!"
도현도 애들과 같이 뛰었고, 선생님은 뒷통수를 맞은 느낌을 받은 듯 했다. 지각도 하지 않고, 벌점도 하나도 없는 반장에 전교1등 녀석이 저러다니.
교문에 도착한 을이 저 멀리 보이는 쌤을 피해 급히 몸을 숨겼고, 그 뒤로 민시,강이 있자 당황한 듯 뒤를 보며 말한다.
"뭐..야..너네...? 왜 다 나왔어...?"
"야 어떻게 너 혼자 보내냐? 그리고 우리 애들 일인데 너 혼자 가는 게 말이 되냐?"
"……."
"ㅠ."
"……."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야 우냐?? 미친 거야..?"〈- 민시
"안 울어ㅠㅠ그냥 울먹..정도..였어.."〈- 을
그리고 재욱까지 옆에 도착하자, 이번엔 모두가 놀란 듯 재욱을 보았고, 재욱은 왜 그렇게 보냐는 듯 애들을 내려보다가도 저 앞에 쌤이 지나가자 급히 애들을 앉히며 말한다.
"저 쌤 지나가면 바로 뛰어."
"……."
을이는 재욱을 한참 바라보다가 얼굴이 붉어졌고, 급히 고갤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쌤이 가고 애들이 뛸 준비를 했을까. 뒤에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 애들이 뒤를 보고선 더 기겁을 했다.
"야.. 이도현. 너는 왜 따라나와?"
"뒤에 쌤 따라오는데."
모두가 도현의 등장에 더 놀라 벙찔 시간은 없었다. 저 뒤에서 학주가 뛰어오자 모두가 웃으며 뛰기 시작했다.
걱정이 되면서도 이런 일탈이 너무 재미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 편으론 인엽이 걱정 돼 얼른 따라잡아야겠단 생각뿐이다.
다같이 인엽을 따라잡기는 했으나.. 괜히 따라붙었다가 인엽도 기분 나빠할 수 있으니 미행을 하기 시작했다.
인엽이 문구점에 들렀다가 한참 걷다 오래된 놀이터 벤치 옆에 있는 나무들 사이에 들어가 쭈그리고 앉아있었고.. 벽 뒤에 숨은 애들이 한마디씩 건네기 시작했다.
"근데 쟤는 저기서 뭐하냐..?"〈- 민시
"그러게.. 뭐하는 건지 안 보이는데.."〈- 을
"…근데 꼭 이렇게 숨어서 지켜봐야 돼?"〈- ##도현
도현의 말에 민시가 고개를 돌렸다가 도현과 얼굴이 너무 가까워지자 얼굴이 붉어지면서 다시 앞을 보았고..
을이 먼저 '가보자..'하고 먼저 앞장서 걷는다. 인엽에게 천천히 다가가자 보이는 건..
"인엽아."
"…뭐야 너네."
인엽의 앞엔 작은 상자가 있었고.. 그 안에는..
'끄응..'
새끼 강아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엔 문구점에서 산 핫팩과, 담요.. 그리고 먹을 것들이 쌓여있었다.
"그러니까.. 이 강아지 때문에 학교를 쨌다?"
"…강아지 신경쓰여서 계속 짜증냈던 거냐?"
"너네한텐 별 거 아닐지 몰라도. 난 상심이 크거든.. 얼마나 불쌍하냐. 엊그제는 놀이터에서 초딩들이 괴롭히고 그랬어."
"……."
"야 너 울어 노을?"〈- 민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강아지 불쌍해ㅠㅠㅠㅠㅠㅠㅠㅠ인엽이 마음도 따뜻해ㅠㅠㅠ키우고싶은데ㅠㅠㅠ엄마가 못 키우게 했다잖아ㅠㅠㅠㅠㅠㅠㅠ수업시간에 집중도 안 됐을 거 아니야ㅠㅠㅠ강아지 신경 쓰여서ㅠㅠㅠ난 이해해ㅠㅠㅠ너무 너무 이해해ㅠㅠㅠㅠㅠㅠㅠㅠ."
"야.. 노을.. 넌 이해할 줄 알았어...역시..미안해 노을..아까 내가 화내서 미안해...브로ㅠㅠㅠㅠㅠㅠㅠ."
서로 끌어안고 미안하다고 울고불고하는 민시와 인엽을 보며 모두가 고갤 저었다. 그리고 나지막히 한마디씩 던진다.
"강아지 아니었어도 수업에 집중 안 하는 애한테.."
"그러게. 그래서 이 강아지는 어떡할 건데. 계속 여기에 둘 수는 없잖아. 누가 키우던가."
"진짜...? 누가 키워줄 수 있어...? 조금 클 때까지만이라도..."
인엽이 모두를 번갈아보았고, 저마다 눈을 피하기 시작했다.
"난 가게 일 보느라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 그리고 아빠가 싫어해."〈- 민시
"나도 엄마가 집에서 강아지 키우는 걸 싫어하셔서.. 미안해."〈- 도현
"나도 안 돼."〈- 강
"엄마가 강아지 알레르기가..."〈- 을
모두의 시선이 재욱에게 향했다. 그럼 민시가 대표해서 재욱의 신발을 툭툭- 발로 건드리며 말한다.
"네가 키워."
"뭐>"
"너만 이유가 없잖아."
"…나 강아지 싫어해."
"알레르기 있어?"
"아니."
"키워."
"…허."
을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재욱을 바라보자, 재욱이 헛웃음을 흘렸다. 결국엔..
"재욱아!! 넌 진짜 내가 평생 사랑할게! 복 받을 거야! 내가 맨날 맨날 맛있는 거 사줄게!!! 어!? 진짜 사랑한다..! 딱! 한달만! 한달만 키워줘! 내가 구해볼게! 응?"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재욱이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고, 저 멀리서 학주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이놈들!! 찾았다!!! 헉..헉....너네!!..어디서..학교를 째!? 간신히 찾았네..어우! 힘들어!..."
민시가 재욱에게 얼른 숨으라며 나무 뒤로 숨겼고, 재욱이 나무 뒤에 숨어서 웃어버렸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진짜.
재욱이 숨고, 모두가 학주에게 불려갔고, 학교 가면 혼날 걸 알지만 모두 행복해보였다.
"근데 도현아 쌤한텐 뭐라하고 나온 거야.."
"화장실 간다고."
"…퍽이나 믿겠다. 어떻게 여럿이서..참나.."
"퍽이나 믿겠다."
"내가 도망 안 갔으면 믿었을지도?"
"도망쳤어?"
"응."
"……."
모두가 웃느라 바쁘면 앞장서서 걷던 학주는 아직도 숨이찬지 숨을 헐떡이며 애들에게 조용하라 소리쳤다.
교무실 책상에 앉아서 모두가 반성문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도현을 볼 때마다 신기해했다. 도현은 신경을 안 쓰는 듯 했지만..
뒤늦게 교무실로 뛰쳐들어온 재욱에 학주가 물었다.
"넌 뭐냐."
"…저도 얘네랑 같이 쨌는데요."
"얼씨구..도둑이 제 발 저렸나보지? 앉아라. 너도 반성문 써."
모두가 자리에 앉아 조용히 반성문을 쓰고있다가 인엽이 재욱에게 말하길
"그냥 교실로 가지.. 왜 왔냐? 너도 참."
"참.. 그럴 걸 그랬네. 글씨 쓰는 거 제일 싫어하는데."
또 모두가 키득 키득 웃기 시작했고, 지나가던 학주가 인엽의 머리를 출석부로 살살 치며 조용히하라고 한다.
"왜 저만 때려요오.."
인엽의 말에 또 빵터져 애들이 웃음이 참는데 꽤나 힘들어보였다. 반성문을 다 쓴 다음은..
6교시 내내 교실 앞에서 의자를 들고 서있는 것이다. 쌤이 지켜보다가 알아서들 들고 있으라며 가버렸고 인엽이 애들에게 말하길
"고맙다. 내가 뭐라고 학교까지 째면서.. 진짜 나 완전 감동했잖아. 솔직히 부모님 맞벌이 하면서 집에 혼자 있는 것만 10년을 넘게 한 것 같은데. 강아지 못 키우게 하는 게 너무 화가 났었어. 그래서 너네한테 화풀이 한 거야. 미안하다. 진짜.. 학교 짼 건.. 너무 너무 너무 감동이고 미안하고..어우.. 너네 벌점 어떡하냐.."
"친구인데 이 정도쯤이야~ 그러니까. 다음부턴 찐따같이 그러고 있지 말고, 말을 해라. 어?"
"……."
"…재밌었음 됐지."
"오~~ 이도현~~"〈- 인엽
"일단은... 이거 다 하고 인엽이 좀 다같이 밟자!! 너무 무거워서 죽어버릴 것 같아아..."〈- 을
"……."
재욱이 갑자기 의자를 바닥에 내려놓았고, 을이의 손에 들린 의자를 가져가 자신의 의자에 겹쳐 두개를 들자, 을이 당황한 듯 재욱을 바라보았고.. 곧 을이 '고마워'하고 웃으며 의자를 든 척 한다.
그걸 본 인엽이 재욱을 따라해 민시 의자를 들어주려고 하자 민시가 '미친놈이!'하고 인엽의 정강이를 발로 찬다.
"쌤 오신다."〈- 도현
"야! 진짠 줄 알았잖아..아 미친..."〈- 인엽
"……."
비하인드
방에 들어 온 재욱은 바닥에서 쉴새없이 총총 거리며 뛰어다니는 강아지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한참 뛰다가 재욱의 발 옆에 멈춰서 낑낑 거리는 강아지에 재욱이 강아지에게 말을 걸었다.
"야 뭐 어떡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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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11시부터 썼는데 이게 뭐람..벌써 새벽3시...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