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보관소
w.1억
졸업식이다. 고3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다들 공부하기 바빠서 서로 챙겨줄 시간도 없었고, 추억을 쌓은 시간은 더욱 더 부족했다.
그리고 모두 재욱을 보기 정말로 많이 힘들었다. 경기는 더욱 더 많이 나가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모두 가고싶은 대학에 붙었다.
민시는 나랑 같은 대학교이지만, 과는 다르다. 민시는 미술과를 간다고 했고, 나는 고3때 겨우 정한 것이라고...유교과였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그러다보니까 적성에 맞겠다 싶었던 거지 뭐.
그리고 인엽이는 우리 학교와 가까운 학교에 붙었다. 항공서비스과를 간다고 할 땐 다들 야유를 했지만, 하고싶은 게 있는 건 좋은 거니까.
도현이는 정말 대견하게도 서울대를 가게 되었고, 재욱이는 체대를 가게 되었다. 그리고 강이는.. 여전히 꿈이 없다며 취업을 해본다고 했다.
"졸업 축하해~ 우리 딸 ^^~"
아빠는 일 때문에 오지 못 했고, 엄마만 졸업식에 오게 되었다. 꽃다발을 내 손에 쥐어준 엄마 덕분에 기분이 꽤나 좋아졌을 즈음.. 저 멀리 아무도 없이 혼자 우두커니 서있는 강이를 발견했다.
그리고 엄마와 나는 입이라도 맞춘 듯 동시에 강이를 부르기 시작했다.
"강아! 이리와~"
"……."
엄마는 다른 손엔 강이에게 줄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엄마는 약속대로 강이를 끝까지 챙겨주었다. 강이도 그걸 너무 잘 알기에 우리 엄마랑, 아빠한테 더 다가가지 못 했던 것 같았다. 말 하지 않아도 알지.
민시는 어머님이 오셨고, 인엽이는 아버님이.. 재욱이는 어머님이.. 도현이는 어머님, 아버님이 모두 오셨다. 다들 졸업식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인사하는 시간은 부족했다.
그래도 한 번쯤은 너희와 같이 붙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얘들아 우리 다같이 사진찍자..! 엄마가 찍어주신대."
내 말에 모두 한명씩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로 부모님들끼리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우리는 이 상황이 그저 즐겁다.
"야, 브로. 얼굴 작아보이려고 뒤로 간 거 아니지? 뒤로 가도 똑같으니까 앞으로 오셔. 키도 작은 게 뒤로 가면 어떡해."
"……."
"야 나 머리 안 크거든? 네가 더 크잖아 ㅡㅡ."
"……."
"……."
"……."
"자, 찍는다?"〈- 을 엄마
"어, 잠깐만요!!"〈-민시
"아, 엄마 잠깐..! 야아아 너 자꾸 뒤로 가지 말라고 황인엽!"〈- 을
"아줌마! 노을 얘 얼굴 대~따 커보이게 찍어주세요!"〈- 인엽
"그냥 찍자, 좀~"〈- 도현
"진짜 크게 찍어주셔야 돼요. 얘 예쁘게 나오면 안 돼요!"〈- 인엽
"야 황인엽 ㅡㅡ"〈- 재욱
"하나,둘.."〈- 강
"잠깐 5초만!.."〈- 인엽
"아씨.. 야!"〈- 민시,을,도현,재욱
"야씨.. 알았어. 내 마음도 좀 알아줘라. 사진은 잘 나와야 될 거 아니냐..."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흘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바쁘게 실습도 나가고, 공부도 하다보니 녀석들이 군대를 갈 나이가 되었고, 군대 제대까지 해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벌써 스물셋이 되었다.
"근데 을아, 너는 왜 연애 안 해? 남자 사귀는 걸 본 적이 없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야 하지!.."
"그때 그 남사친은?"
"남사친..? 송강?????"
"어! 걔! 엄청 잘생겼더만~"
"야아.. 걔는 진짜 그냥 남사친이야..고등학생 때부터 찐친이었다구.. "
"에이.. 남녀 사이에 친구가 어딨냐?"
"있거든요~?"
"오늘은 그 친구 안 와? 오랜만에 보고싶은데.."
"저~기 오네. 나 먼저 간다."
"잘 가 노을~ 내일 보자아~"
대학교 와서 친해진 친구들이 있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착한 녀석들임은 내가 확실하게 장담할 수 있다.
"내가 네 종이냐.. 맨날 학교 올 때마다 이것저것 사오라고 하고."
"이 누나가 말이야.. 자취를 하면서 느낀 건데.. 편의점 음식이랑, 배달음식만큼 맛있는 게 없더라구..나 오늘 시험 치는 거 너무 긴장 돼서 밥도 안 먹었단 말이야.."
"잘~하는 짓이다. 그래서 잘 봤냐?"
"아니.."
"그건 나도야."
"민시야.. 애들이 요즘따라 나보고 왜 3년 넘게 연애 안 하냐고 물어보는데.. 초라하더라."
"그래. 너도 좀 연애 해라. 설마 아직도 이재욱.."
"헐 야아!!"
급히 민시의 입을 틀어막고 강이의 눈치를 봤더니, 강이는 우리 대화에 별 신경 안 쓰는 듯 다른 곳을 보았고, 민시가 내 손을 잡아 내리며 말한다.
"야 얘 눈치 백단이야. 몰랐겠냐? 당연히 알지."
"…진짜?"
내 물음에 강이가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좌절했다. 숨긴다고 최대한 숨긴 건데..
"언제부터 알았는데? 내가 막 티냈어? 아니 어떻게?"
"…그냥 맨날 같이 지내니까 모를 수가 있나.."
"…하."
"……."
"그래서?"
"…뭐."
"잘 지낸다냐.."
"그렇겠지."
"…모르는 척 하지 마. 너네 연락 하잖아.."
"이도현이나 이재욱은 군대 제대하고나서 한 번 본 이후로 바빠서 연락도 잘 안 돼."
"하긴.. 서울대와 체대.. 바쁘신 몸들이잖아요.. 예..예... 군대 제대한지가 언제인데..치.. 그래도.. 스무살 때는 가끔 봤는데. 스물한살 때부터는 거의 못 봤지..보고싶다.. 애들.."
안다. 유독 내 고등학교 친구들이 엄청 잘생긴 거. 그래서 우리 학교에 강이가 올 때마다 사람들은 강이를 대놓고 쳐다보기 바빴다.
그래서 늘 강의실에 있으면, 선배들이나 친구들이 소개 좀 시켜달라고 하는데. 강이가 맨날 싫다고 하니까.. 어떻게 소개를 시켜줘.
오랜만에 강이랑 집에 오게 되었다. 아빠는 출장을 가서 없다고 했고, 엄마가 급히 요리를 하자 강이가 엄마를 도와주고.. 나는 내 방에 잠깐 들렀다.
졸업식 때 찍었던 사진을 늘 자취방에 갖고간다는 걸 깜빡했지 뭐야...ㅡ_ㅡ...
이건 집에 와서 볼 때마다 새롭다. 3년 전 우리는 지금과 별 다를 것 없을 것 같은데. 아마 도현이랑 재욱이는 좀 변해있겠지? 2년을 못 봤으니까 말이야.
"자취는 할만해~?"
"엄마 내가 집에 올 때마다 그거 묻는 거 알지."
"걱정 되니까 그러지 ㅎㅎ. 강이도 할만하지~? 같이 살 때도 늘 강이는 방이 깨끗했는데. 을이 방만 더러웠었거든? 을이 자취방 가보면 청소도 안 해놨을 거야."
"아니거든 ㅡㅡ!"
"엄청 더럽던데요."
"거보 더럽다잖어~ 너 강이한테 청소 부탁하고 그럼 엄마한테 죽어?"
"……."
"그나저나 강이는.."
"네?"
"부모님한테는.. 아직도 연락 안 오니?"
"……."
엄마는 조심스럽게 강이에게 물었다. 강이는 엄마가 미안해 하는 게 싫은지 곧장 웃으며 엄마에게 대답을 해주었다.
"네. 그래도.. 제 통장으로 가끔씩 돈 보내주세요."
"그래? 그렇담 다행이네."
"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으이구.. 감사하긴..? 당연한 건데. 너 내 아들이잖어!"
"…ㅎㅎ."
"우리 아들 딸~ 강아지들 많이 먹어용~ ^^"
"야아 이거 내 젓가락이야."〈- 을
"젓가락이 다 똑같지 그냥 먹어."〈- 강
"다르거든 ? 내놔."
"…어휴."
밥을 먹으면서 투닥투닥 싸우는 둘을 보며 을이의 엄마는 미소를 지었다. 한참 시끄럽게 있던 을과 강이 가버리자 집은 조용해졌고, 을이의 엄마는 쓸쓸하게 집을 청소한다.
그리고 식탁 위에는 흰 봉투가 있다. 이게 뭔지 대충 알겠다는 듯 멋쩍게 웃음을 흘린 을이의 엄마는 봉투 안에 있는 편지를 꺼내어 읽어본다. 큰 편지지에 적은 글씨들.
[이번달엔 월급을 조금 더 많이 받았어요. 아저씨랑 같이 맛있는 거 드시러가세요. 늘 감사합니다.]
봉투 안에는 50만원이 있었다. 올 때마다 돈봉투를 두고 가는 강이에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은지 을이 엄마는 눈물을 꾹 참으려다가도 곧 울음이 터져버린다.
"나 잘 거니까 말 걸지 마라."
"…맨날 네가 말 걸잖아."
"여봐 또 말 걸잖아."
"……."
"내 말 무시해?"
"뭐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거야."
"민시는 썸남이랑 데이트 잘 하고 있겠지...?"
"……."
"야 대답해애."
"뭐.."
사실은 소풍 갔던 날 민시가 고백해서 후기를 들려준다고 했던 건.. 아직도 듣지 못 했다. 민시가 누굴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좋은 결과가 아니니깐 말을 못 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민시에게 더이상 묻지 못 했었다. 불편해한다면.. 묻지 않는 게 맞으니까. 하지만. 요즘 더.. 많이 신경 쓰이는 게 있자면..
"강아."
"……."
"나 요즘 고민이 있는데."
"……."
"너라면.. 친구가 큰 아픈 비밀이 있는데 말을 못 하고 있다면 어쩔 거야..?"
"……."
"치.. 자냐? 잘 자라."
민시가 늘 상처를 몸에 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다가 아빠와 통화하는 걸 들었을 때는.. 험악한 말들이 너무 들려서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렸고, 강이랑 나랑 같은 동네에 살아서 같이 동네로 걸어가고 있었을까. 강이가 갑자기 멈춰서 나를 내려다보았고, 나는 '뭐어'하고 강이를 올려다본다.
"말해줄 때까지 기다려 그럼."
"…뭔 소리야??"
"친구 큰비밀."
"뭐야."
"……."
"자는 척 했냐? 나 아까 진짜 엄청 용기내서 물어 본 거였는데."
"너무 졸려서 내려서 말하려고 한 거였는데."
"됐거든 ㅡㅡ 비켜."
"야 노을."
"……."
"같이 가."
"너 혼자 가!"
"집 방향도 같은데 왜 따로 가."
"야!"
"…뭐."
갑자기 우뚝 멈춰서는 을에 강이 놀란 듯 같이 멈추지만, 그렇게 티가 나지는 않는다.
"생각해보니까 너무 억울해."
"뭐가."
"나는 이재욱 좋아했다고 쳐. 그럼 넌? 넌 누구 좋아한 적 없어?"
"……."
"없다고 하기만 해라! 진짜 나만 들킨 거 억울해 죽겠으니까."
"있어."
"뭐? 진짜??"
"응."
"누군데?"
"안 알려줄 건데."
"아 왜애!! 알려줘!! 치사해! 너만 알고!"
"넌 들킨 거고, 난 알려준 거잖아."
"야 베프끼리!! 진짜! 너 요즘 완전 얄미운 거 알지!"
시험이 끝났다. 시험이 끝나고나서 과 애들이랑 같이 밥도 먹고, 카페도 오게 되었다.
매일 보는데도 할 말이 뭐이렇게 많은지 우리는 모두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다 친구 한명이 남사친 얘기를 하게 되면서 우리는 흥미진진한지 귀를 기울였다.
"내 고등학생 때 친했던 남사친이 맨날 내 머리를 막 막 쓰다듬었다? 처음엔 얘가 왜 이러나 싶었거든. 근데 갑자기 날 좋아한다했었어. 아직까지도 나한테 좋아한다고 그런다?"
"야 머리 쓰다듬는 게 괜히 그러는 거냐? 좋아하니까 쓰다듬지."
머리를 쓰다듬어? 갑자기 도현이가 떠올랐다. 고등학교 다닐 때 도현이가 머리 많이 쓰다듬어줬었는데.. 근데 도현이는 정말 아닌 것 같았는데.
모두에게 다정했으니까..
"야 노을 너는 고등학교 때 재밌는 얘기 없냐?"
"응? 뭐..딱히..음.."
"아니 민시랑 강?강이? 그 잘생긴 친구도 고등학생 때 친구 아니야?"
"맞아. 아, 다른 애들도 있었어!"
"그래 그래 얘기 좀 해보거라."
"내가 고2 여름에 전학왔거든. 민시가 먼저 다가와줘서 친구 됐고.. 민시랑 같이 다니던 애들중에 강이도 있었고, 다른 남자인 친구들 세명 더 있었어.
근데 진짜 신기한 게. 애들이 다 키가 180넘고, 잘생겼다? 애들이 다 조용한데. 그중에 황인엽이라고 제일 심심한 걸 싫어하는 애가 있어. 맨날 뭐만하면 놀리고, 개구쟁이 스타일이지.. 근데 애들은 다 인엽이랑 놀아주지않아서 늘 외로워했던 애였어. 나도 노는 걸 좋아하니까 인엽이랑 같이 놀고, 문자도 자주 했던 것 같아. 그래서 그런지 인엽이도 나한테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도 알려주고 그랬다니까? 그 다음으로는 송강! 얘는 말이 너~~무 없어서 애들이 그냥 말을 안 걸었어. 사실 말 걸어도 대답 안 하는 싸가지 이미지거든. 근데 생각보다 착한 애였어. 누군가 다가와주면 마음을 여는.. 그런? 그리고 속도 깊고, 엄청 착해. 그때는 말 한마디 거는 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얘도 나 놀리고 그런다? 그리고.. 이도현이라고 3년 내내 전교1등인 친구가 있는데. 늘 다정하고, 잘 챙겨주고.. 아, 맞아! 이 친구가 내 머리를 자주 쓰다듬어줬거든? 근데 확실하게 이 친구는 좋아해서가 아니야. 이건 장담해! 공부 때문에 같이 노는 시간은 많이 없었지만, 내가 부탁하면 들어주기도 했고.. 공부 때문에 바쁠 텐데도 매점 같이 가자고 해도 가주고! 그 정도로 엄청 엄청 친해졌었지..흐음.. 그리고.."
"……."
다음은 이재욱 차례였는데. 왜 이렇게 뜸을 들이게 되는 걸까. 가만히 커피잔을 손에 쥔 채로 있으면, 친구가 턱을 괸 채로 날 보고 웃으며 말한다.
"뭐냐. 또 있어? 완전 흥미진진한데?"
"…다음에!"
"엥?"
"이 친구는 다음에 알려줄게."
"뭔데.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ㅎㅎ."
"일단 정확한 건."
"응."
"이도현이 너 좋아한다."
"에??"
맞아맞아- 친구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고갤 저었다.
"에이.. 아니야. 절대 아니야! 지금은 뭐하고 지내는지도 몰라.. 서로 대학 가고 연락 안 했는데."
"어디 대학? 우리 대학은 아니지?"
"서울대 붙었어! 대박이지."
"와."
"ㅎㅎㅎ 나도 내 친구지만 대단하다 생각한다..음하하."
"야 근데 난 맞는 것 같은데... 너 좋아하는 것 같아."
"에이~ 아니야. 절대 아니야."
자꾸만 몇십분 내내 날 좋아하는 거라며 웃는 친구들에 나는 계속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도현이는 항상 모두에게 친절했는 걸..
집에 가서는 침대에 누워서 계속 친구들과 한 얘기를 떠올렸다. 도현이가 날 좋아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오전 강의만 있어서 막 학교가 끝나서 친구들과 건물에서 나오려고 했을까.. 강이에게 전화가 와있길래 급히 다시 전화를 걸며 건물에서 나왔다.
근데...
"도현아..!"
"……."
강이랑 도현이가 같이 서있었고, 옆에 있던 친구들이 모두 놀라기 시작했다.
"잘 지냈어 을아?"
"응! 잘 지냈지..! 근데 어떻게.. 온 거야? 강이랑 따로 만난 거야?"
"응. 오늘 공강이라서 강이한테 연락했거든. 너랑 같이 밥 먹자고. 미안해. 실습 때문에 너무 바빠서 너 못 왔어."
"아냐! 미안하긴.."
"오늘 친구들이랑 약속 있는 거면 다음에 만나도 상관없어. 얼굴 본 것만으로 만족해."
"아, 아냐! 집에 가려고 했었어..! 얘넨 내 친구들이야. 민지, 원이, 연정이."
애들이 모두 어색하게 인사를 했고, 어색해 하는 게 너무 웃겨서 푸흡- 웃어버렸다.
"일단.. 너 시간 된다고 하니까. 일 하러 가야될 것 같아. 둘이 같이 있어봐. 일 끝나고 시간 되면 연락 줄게."
이제 가야 되는데.. 내 친구들이 계속 강이랑 도현이를 뚫어져라 보았고, 내가 먼저 어색하게 '가볼게! 내일보자!'하고 도현이와 강이의 손목을 잡고 끌고간다.
도현이랑은 시간이 많아서 영화를 보고, 그 다음엔 도서관에 오게 되었다.
항상 독서실,도서관에 오면 공부만 했던 우리가 오늘은 소설책을 보게 되었다.
책 읽는 걸 좋아하다보니 같이 앉아서 책 두권씩 읽다가 벌써 저녁시간대가 되었다. 강이는 일이 늦게 끝날 것 같다고 했고, 우리는 둘이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닭발 좋아해? 닭발..! 아, 매운 거 안 좋아한다고 했었지.. 그럼.."
"아니야. 먹어. 먹어도 돼."
"응?"
"먹자. 닭발 좋아해, 나."
"그래? 그래! 콜!"
술집에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참이슬 한병도 주세욧..."
술을 시키니, 도현이가 날 보고 웃는다. 어느새 우리가 성인이 돼서 술까지 시키고.. 신기하네.
"우리 술 처음 마신다 그치."
"그러게. 술 잘 마셔?"
"아니이.. 그냥 뭐..보통? 너는 잘 마셔?"
"나도 보통."
"그래애..? 아, 참..! 너 앞으로 계속 연락 해야 된다아.. 내 친구 중에서 의사 있다~ 자랑하게."
"ㅎㅎ 그래. 앞으로 연락 잘 할게."
"응! 아, 그러엄..음..그.. 재욱이랑은? 연락 해?"
"가끔 해."
"잘 지내?"
"잘 지내지. 바빠서 서로 못 만나긴 하는데.."
더 묻고싶었지만.. 더 알기 싫었다. 내 마음도 참 이상하지.. 그냥 물어보면 그만인 것을 여태까지 꿍해있다니.
"짠!!"
도현이랑 술을 마시면서 우리는 고등학생 때 얘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네가 엄청 고생했잖아."
"나? 아닌데에.."
"덕분에 고등학교 생활도 재밌었어."
"응?"
"너 때문에 재밌었다고. 한 번도 안 해봤던 짓도 해보고."
"그래? 공부 방해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전교1등이셨으니까요."
"ㅎㅎ."
"근데 도현아! 매운 거..싫어한다던데.. 내가 떡볶이 먹자고 했을때.. 왜 싫다고 안 했어?"
"네가 좋아하니까."
"응? 엥?"
"그래서 나도 좋아해보려고 먹었지."
"치.. 그래서 좋아졌어?"
"짜장 떡볶이?"
"야쒸..ㅋㅋㅋㅋㅋ"
"그냥. 떡볶이 볼 떄마다 너 생각나지. 우리 과 여자애들이 떡볶이 좋아하거든. 맨날 떡볶이 얘기만 해."
"안 좋아하는 사람 드물지! 다음에 만나면 또 떡볶이 먹으러 가야겠다 ㅡ.ㅡ"
"그래. 난 좋아."
"진짜?"
"네가 좋아하면 나도 좋다니까."
"치..바보."
도현이는 여전히 착하고, 다정했다. 그렇게 한병 두병 마시다보면 우리 둘은 서로 얼굴이 붉어져있다.
"벌써 여덟시네에.. 가봐야되는 거 아니야? 내일 학교 가지.."
"응. 가야지."
"가자! 데려다줄게! 강이는 오늘 늦을 것 같다네."
"응."
도현이랑 같이 계산을 하러 가는데. 내가 내려고 했더니만, 내 두손은 한손으로 잡고선 자기 카드를 들이밀길래 입술을 쭉 내밀게 되었다.
삐진 상태로 같이 버스를 타러 가는데..
"다음에 사주면 되잖아. 바보야."
"오늘 진짜 내가 사고싶었단 말이야.'
"알았어. 그럼 네가 산 걸로 하자."
"야아 ㅡㅡ"
"ㅎㅎㅎ."
도현이는 취했다. 고등학생 때 봤던 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남자가 된 것 같았고.. 지금은 취해서 더욱 더 다른사람 같았다.
얼굴까지 빨개져서 말 없이 걷던 도현이는 내가 계속 입술을 내밀고 있으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문득 떠올랐다. 갑자기 멈춰서 도현이를 바라보니, 도현이도 멈춰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내 친구들이 아무리 남사친이라도 이렇게 머리 쓰다듬는 건 좋아하는 행동이래. 그러니까."
"……."
"오해할만한 행동 하지 마시죠. 막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러면 큰일난다? 나니까 그냥 넘어가지."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응?"
"내가 네 머리 쓰다듬는 거."
"그냥.. 음... 딸같은 마음..으로...? 글쎄.. 생각은 안 해봤는데.. 네가 날 좋아할리가 없ㅈ.."
"넌 네가 눈치 엄청 빠른 것 같지."
"…없지는 않은 것 같은데."
"완전 눈치 없어 너."
"…응?"
"내가 고등학생 때 다른 여자애 머리 쓰다듬는 거 봤냐."
"……."
"좋아했어. 아주 많이."
"……."
"공부도 다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로."
"…과거형이네..ㅎ하..하.."
"현재형인데."
"…어?"
"과거에 많이 좋아했고, 지금은 여전히 좋아해."
"……."
"늘 따뜻한 게 부러웠고, 닮고싶었고..늘 보고싶었어."
"……."
"나 주제에 너한테 고백하는 게 용기가 안 나서 뭔 일이 생겨도 뒤에서 응원만 하게 되더라."
"……."
"지금도 똑같아. 늘 널 부러워하고 닮고싶어. 그리고 보고싶어할게."
"…어?"
"그러니까 도망치지 마. 어디까지 뒤로 갈래? 바보야."
도현이가 가까운 것 같아서 뒷걸음질을 치다보니 벽까지 와버렸고.. 도현이가 내 머리를 쓰다듬고선 먼저 앞장서서 걸으며 내게 말한다.
"안 가십니까~?"
"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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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끝이 보이고있어..ㅈㅈㅐ욱이는 담편에 나와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