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양아치 감당할 수 있겠어요? (프롤로그)
w.어린작가
"애기야,"
"...네?"
"누나 삼만원만."
어느 고등학교 뒷골목, 하교시간. 예쁘장하게 생긴 여학생 한명이 손가락 세개를 펴보이며 자기 앞에 서있는 남학생에게 말한다. 남자는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 벌벌 떨기만 한다. 그녀는 그런 그를 한번 매섭게 노려보면서 입술을 축이더니 이내 얼굴을 싹 바꿔, 능글맞게 웃으며 말한다.
"누나가 떡볶이가 먹고싶은데에"
"....."
"돈이 없어서그래. 응?"
"...없어요.."
"아, 갚는다니까? 삼만원 없어?"
"...진짜 없어요..."
".....시발,"
고개를 푹 숙이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그는 거의 우는 것 같다. 여자는 그런 그가 상당히 마음에 안든다는듯 조용히 욕을 읊조리고서는 얼굴을 잔뜩 찡그린채 고개를 좌우로 두어번정도 까딱거린다. 뒤에 서있던, 일행으로 보이는 여자 한명과 남학생 두명도 벽에 기대 그를 향해 비웃는다. 그 후, 뒤에 서있던 남자들 중 밝은 주황색 머리를 가진 남학생이 앞에 서있던 여자에게 장난스럽게 웃으며 묻는다.
"이름아, 뒤져볼까?"
"됐어, 유치하게 뒤지긴 뭘 뒤져. 그냥 가자."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학생을 위아래로 훑으면서 말한 그녀의 살기어린 말에, 남자는 아쉬운듯 입술을 쭉 내밀어 보인다. 이름이는 이런 그가 익숙하다는 듯이 머리를 몇번 쓰다듬어 주고는 환하게 웃으며 가자, 하더니 먼저 골목을 나선다. 이에 금새 기분이 풀린듯한 남자는 눈이 휘어져라 웃으며 따라나가고, 뒤에 있던 남녀도 못말린다는듯 웃으며 걸어나간다.
골목을 나와 나란히 거리를 걷는다. 분명히 네명 다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데, 그들 중 책가방은 맨 자는 단 한명도 없으며, 머리는 알록달록하다.
"태영아, 저 새끼 몇반이야?"
"4반인거 같은데? 근데, 쟤네 아빠 사업해서 돈 많은 걸로 아는데."
"...시발, 그러면서 나한테 만원짜리 세장도 안줬단 말이냐."
"언니가 너무 착하게 말해서 그래."
여학생보다 어린 것 같은, 귀엽게 생긴 여학생이 말한다. 그 태영이 라는 아이는 머리를 위로 올려 묶었는데, 묶는 머리 안쪽으로는 초록색 머리가 보인다. 그녀는 그렇게 빙구웃음을 지으며 대답하고는 폰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러자 여자는 걸음을 돌려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남학생들 옆에 붙어 걷기 시작한다.
"박지민. 김태영이 그러는데 저 새끼 존나 부자래."
"아이구, 그래서 우리 이름 화나쩌요?"
"아닌데, 그 말투 빨리 고쳐 새끼야."
저 주황색 머리 남학생이 박지민 인것 같다. 그에게 다가와 삐진듯 입꼬리를 내린채 말을 거는 그녀가 귀엽다는듯 양쪽 볼을 꼬집는 그였지만 바로 제지당하고 만다. 박지민옆에 서서 걷던 그녀가 그를 피해 옆 남학생에게 간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옆으로 온지 모르는지, 눈길 하나 주지않더니 자연스럽게 교복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야, 담배 끊었다면서."
"아, 깜짝아. 누나 귀신이에요?"
"알빠 아니고. 끊었다며."
"...아니 끊을라고 했는데에.."
전정국. 그도 그녀보다 나이가 적은 듯 하다. 햇빛이 비칠때마다 머리에는 푸른빛이 돈다. 그 예쁜 얼굴을 잔뜩 구기며 째려보는 그녀에게 능글맞게 웃어보이는 정국이지만 그래도 그녀를 이길 수는 없다.
"정국아, 누나가 끊으라고 말 했어 안했어."
"...했어요."
"그러게 좋은 말 할때 끊지,"
그의 손에 들려있던 담배를 뺏어 자신의 입에 문다. 그러고는 치마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능숙하게 불을 붙힌다.
"누나도 피면서 나한테만 맨날 그래.."
"정국아, 나는 너가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알지?"
"치, 누나는요?"
"난 별로,"
골목에서 박지민에게 보여줬던, 그 예쁜 웃음을 보이며 말하는 이름이에게 전정국은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그냥 웃는다. 그녀는 만족한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시 김태영에게 뛰어 간다.
"태영아, 정국이 담배 안끊었네."
"...네? 끊었다고 그랬다면서."
"몰라 개뻥이었는지, 끊을라다가 실패했는지."
"...전정국 진짜,"
"너가 한번 말해봐. 끊으라고 말해본 적 있어?"
"아니.."
"여자친구 말은 듣겠지. 가봐, 지민이는 내가 데리고 올테니까."
태영이는 말이 끝나자 마자 쳐다보고 있던 휴대폰을 주머니에 신경질적으로 쑤셔 넣고는 전정국에게 다가가고, 이름이는 지민이의 손목을 끌고 앞으로 데려온다.
"왜, 나랑 그렇게 같이 있고 싶어?"
"야, 시발. 말투 고치라니까."
"...그래서 나 싫어?"
"....아니."
풀이죽어 소심하게 물어보는 박지민에게 그녀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고 그녀의 말을 듣고 다시 헤, 하고 웃어보이는 박지민이 괘씸한듯 다리를 발로 한대 세게 차버린다. 그리고 뒤돌아보니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는 여자의 볼에 짧게 입맞추는 남자와 부끄러운듯 웃고있는 여자가 보인다.
"...지랄을 해라, 아주."
"언니 정국이 담배 끊기로 했어요!"
"잘도 끊겠다,"
"나 담배생각 날 때마다 뽀뽀할라구요. 누나, 이정도면 다 끊은거 아니에요?"
"시발, 애정행각 피우려면 꺼져."
까칠한 말을 내뱉으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간 그녀는 그런 그 둘이 참 보기좋다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계속 장난치면서 길을 걷는데,
"아, 시발. 누구야."
이름이의 어깨가 누군가와 부딛힌다. 욕을 내뱉으며 짜증난다는듯 인상을 구기고는 고개를 들어 쳐다보는데,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이다.
"초면에 욕은 쫌 아니라고 보는데,"
"....민윤기?"
민윤기. 요즘들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듀서다. 한번도 방송에 출연한 적은 없지만, 같은 동네에 살아서인지 학교에서는 이미 얼굴도 꽤 알려져있다. 그래도 음악쪽엔 관심이 하나도 없고, 벌써 여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녀는 그를 아는 척 하고 싶지는 절대 않았다. 하지만, 밝은 민트색으로 염색한 머리는 그를 알아보기엔 충분했고, 이미 입에선 그의 이름이 튀어 나와버렸다.
"나 알아요?"
"...그 머리보고 몰라보면 병신아닌가. 근데 비키시죠?"
"초면에 욕한거, 사과는 하고 가시라고."
민윤기는 그녀의 앞을 떡하니 막아섰고, 사과를 할때까지는 절대 비켜주지 않을 눈치다. 덕분에 그의 팬들, 여학생들은 더 몰려들기 시작했고 주위가 어수선해진다.
"야, 구경났냐."
폰만 쳐다보고있던 정국이 어수선해진 주변 상황에 고개를 들고 차갑게 말하자, 주위에 몰려있던 학생들은 그들을 알아 보는듯 했고, 하나 둘씩 그 자리를 피해 돌아가기 바빴다.
"...시발. 연예인인거 알겠는데, 난 아저씨 별로 안좋아하니까, 그냥 비키라니까요."
"사과받으려고 이러는건데."
"미안해요. 됐죠? 아, 좆같아 진짜."
계속해서 욕을 내뱉던 그녀는 대충 미안하단 말을 뱉고 민윤기의 어깨를 밀어 내 그를 지나쳐온다.
"저 사람이 뭐래요 언니?"
"몰라 시발. 사과하라잖아, 초면에 욕했다고. 좆같게."
"이상한 아저씨네."
"....태영아 늦겠다, 가자."
여학생은 손목시계를 잠깐 보더니 급한듯 태영이의 손을 붙잡고 한 호프집으로 뛰어들어가고, 그 뒤로 남학생 두명도 뛰어 들어간다.
아직 그자리에 서있던 민윤기는 술집으로 들어가는 그들을 바라본다. 그러다 한숨을 작게 쉬더니 조용히 중얼거린다.
"....저러면 커서 후회할텐데."
어린작가
안녕하세요 어린작가입니다!
그냥 갑자기 윤기글이 너무 쓰고싶어서 이렇게 프롤로그로 왔어요
이번판은 스토리보다는 약간 등장인물이랑 성격? 묘사를 위로 한거에요!
성격쪽으로 궁금한거 있는 분들 댓주시면 답해드릴께요 ㅎㅎㅎㅎ
이 다음편부터 아마 스토리가 나갈듯 싶네요!
아니 호도기 글부터 올 수도 있구요 ..ㅎㅎ...다 내맘..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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