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버렸다. 아니, 버렸다고 하니 지나치게 어감이 나쁘게 들리네.
버린건 아니고, 자고있는 틈새를 타 원룸앞 화단에 놔두고 왔다.
귀여운건 귀여운거고 키우는건 별개의 문제다.
일단 정국은 귀찮은게 세상에서 제일 싫다.
그게 정국이 여자친구를 잘 만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정국은 태평한 마음으로 레포트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10분.
어디선가 환청이 들리는것 같았다. 죄책감의 일종일까.
아니면 아까 하도 요란을 떨어서 그런걸까.
'꾸기야'
'꾸기능...'
'꾸기야, 짐니 이로케 안아주몬 안대? 짐니 요기가 막 추따'
....아, 신경 안 쓰인다. 하나도. 하나도...
그러길 또 10분.
'꾸기는 짐니 안 보구시퍼써?'
'꾸가, 짐니는 꾸기 막 이케이케 이마앙큼 보구시퍼써!'
'꾸가, 오디가쏘오...히잉'
...............하이고, 씨발. 간다, 가. 신경 안 쓰이긴 뭐가.
신경쓰이는 벌레다. 벌레 주제에.
말은 이렇게 퉁명스레 내뱉으면서도 정국은 운동화 뒤축도 구겨신고 급하게 튀어나갔다.
진짜 울면 어쩌지. 벌레, 차라리 계속 자고 있었으면.
그리고 그 시각 즈음 우리의 벌레 지민은 일어났다.
분명 아깐 따뜻했는데 제법 한기가 도는 바람에 지민은 저도 모르게
새싹을 쫑긋 세우고선 잠이 덕지덕지 붙은 눈을 양 손으로 꾸물꾸물 비벼댔다.
"꾸기야아...짐니 추따...안아죠오..안아죠라.....응?"
추운것도 서러운데 잠들기전만 해도 보이던 정국이
눈앞에서 보이지 않자 지민의 눈에 눈물방울이 크게 맺혔다.
"꾸..기야아아... 꾸가..짐니 요기따...요기써...짐니 차자주쎄여...짐니 요기 잉는데....꾸기야....."
뿌에엥 소리를 내며 우는 지민이 새싹을 풀썩 내리고선 크게 울기 시작했다.
"벌레."
그리고 우는 중에도 위에서 들리는 정국의 목소리에 눈물방울을 덕지덕지 달고선 위를 올려보았다.
그곳엔 기다리던 정국이 있었다.
지민은 정국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정국이 머쓱한듯 벌레 우냐?하며 오른손을 내밀자
지민은 통통통하고 달려와 정국의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정국의 손바닥에 올라타자마자 지민은 고사리같은 손으로
정국의 엄지손가락을 꽉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