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11
w. 예하
깐깐한 정일훈 때문에 요즘 너무 힘들다.
갑자기 밤낮 바꾸려니까 적응하기도 힘들고
'일'이라는게 이런건가 싶다.
그래도 나는 이런 저런 얘기라도 하지,
가만히 옆에서 보기만 하는 현식오빠는 얼마나 괴롭겠어.
오빠한테 내일부턴 나 혼자 가겠다고 해도
오빠는 끝까지 그런 남자있는데 혼자 못 보낸다며 굳이 날 따라간다.
"이름씨는 좋아하는 사람 없어?"
"네?"
"애인같은거. 없냐고. 원래 좋은 발상은 좋은 뮤즈로부터 나오거든."
"저 사실 현식오빠랑 저랑 만난지 좀 됐어요. 모르셨어요?"
"너랑 얘랑?"
나와 현식오빠를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정일훈은 눈빛이 날카롭다.
현식오빠는 물끄러미 나를 쳐다본다.
"네... 나름 티낸거같은데.. 미리 말 못해드려서 죄송해요."
"아니 뭐 죄송할거 까진 없고. 그럼 뭐 서로 음악적 영감이 되어주고, 그런거야?"
"아무래도 그렇...겠죠?"
"흠...그래? 나 눈치 빠른 편인데, 둘은 상상도 못했네."
"그런가요?"
현식오빠는 나의 뮤즈인가.
나는 현식오빠의 뮤즈인가.
내가 오빠를 생각하며 가사를 써내려간적이 있었나.
오빠를 생각하며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있었지만 늘 엎어버리기 일쑤였는데.
내 뮤즈는 임현식, 일까.
"뭐, 뮤즈라는게 있으면 좋은거고 없으면 그냥 조금 아쉬운거거든. 있으니까 다행이네. 감정이라는게 말이야, 만들어내기 쉬운게 아니거든. 직접 느끼고 경험해봐야 아 이게 이런 감정이구나...하고 아는거야. 내말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네!"
"그리고 이거 너한테 들려주려고 했었는데..."
모니터로 시선을 돌려 파일을 찾는 정일훈을 보다가 문득 궁금했다.
이 사람도 뮤즈가 있을까.
정말 감정 없어보이고 바늘로 쿡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않을 것 같은 정일훈이 그런 감성적인 곡들을 써내려간다는게 참 신기한거다.
정일훈의 뮤즈는 누굴까.
매일 찾아오는 그 여자?
"저기..."
"너 언제까지 나를 그냥 '저기'로 부를꺼야?"
"네? 아 그게..."
"정쌤이라 그래 편하게."
"네네. 정쌤, 쌤은요. 뮤즈인 사람 있어요?"
"있지. 있는데 애인은 아니야. 보통 뮤즈가 애인으로 발전 한다고들 하는데 난 싫어. 걘 나 안달나게 하거든. 난 착한애가 좋아."
"혹시 그분이에요? 그 매번 오시는 분 있던데."
"걔 아니야. 다른 애 있어. 다음에 소개시켜줄게."
"네 좋아요!"
"이거나 들어봐. 이때까지 나온 것들 중에 난 얘가 제일 괜찮은거 같은데."
정일훈도 뮤즈가 있다.
애인은 아니라는 그 사람이 궁금했다.
어떤 사람일까.
정일훈을 안달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름아 목마르지 않니?"
"조금요."
"뭐 하나 마시자. 음료수 없나?"
"음... 없는거 같은데요? 가서 사올까요?"
"쟤 시키면 되겠네. 현..현.."
"현식오빠요!"
"그래 현식씨가 우리 음료수 좀 사다줘. 난 탄산 안마시니까 탄산음료는 피하고."
현식오빠가 편의점에 음료를 사러 나가고
작업실엔 정일훈과 나만 남아있었다.
"임현식이랬나. 며칠 있다가 그만둘 줄 알았는데. 꽤 끈기있네."
"아무래도 저 혼자 보내는게 불안한가봐요."
"남자친구라고 챙겨주나보네?"
"뭐 그런거 같아요."
"현식씨가 이름씨 엄청 좋아하나보네. 나였으면 며칠 오다 안올거 같은데. 이런 새벽시간에 몇 시간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
"그죠. 그래서 항상 고마워요."
"근데 이름씨."
"네."
"내가 눈치가 되게 빨라. 그리고 이름씨가 쓴 가사도 수없이 읽어봤고."
"네...왜요?"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이름씨 가사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이 썼다고 생각하기가 좀 어렵네?"
"아 제가 아직 서툴어서..."
"아냐아냐. 나 지금 사랑하는 중이에요 하는 그런 애틋함. 그런게 없었거든. 이름씨 현식씨 사랑하는거, 맞아?"
"...아 그게"
"왜 머뭇거려. 사실 난 현식씨가 과연 이름씨의 발상에 영향을 미칠만큼 이름씨한테 중요한 존재인지 잘 모르겠어. 과연 현식씨가 이름씨의 뮤즈냐 이 말이야. 내가 이제껏 느껴온 이름씨의 감성과 감정에는 현식씨가 녹아있지 않아."
임현식은 나한테 그다지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던가.
우리는 지난 4년간 열렬했는데.
겨우 한 달째 나와 임현식을 본 정일훈이 어떻게 4년씩이나 된 커플의 사이를 정의할 수 있을까.
신경쓰지 말자.
우리 사이는 우리가 제일 잘 알아.
"이름씨. 나한텐 솔직하게 말해봐. 이름씨한테 현식씨는, 어떤 존재야? 사랑해?"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고민하던 차에
현식오빠가 음료를 사서 돌아왔다.
정일훈도 임현식 눈치가 보이는지 슬쩍 다른 얘기로 넘어간다.
"아 참, 이름씨, 다음주부터 한 2주정도 같이 작업할 사람이 오거든."
"정말요? 저도 같이 하는거죠?"
"그럼 당연하지. 근데 자기도 누군지 알껄? 이창섭이라고. 그 사람 가순데 자기 곡에 되게 신경쓴다고 하더라."
"이창섭요?"
이창섭의 이름을 되물은건 내가 아니라 현식오빠였다.
같이 쇼케이스 다녀온 뒤로, 오빠는 이창섭에 대해 좀 예민해졌다.
쇼케이스 다다음날 술에 취한 오빠가 나한테 그랬다.
'창섭이 그 친구가 유난히 우리 쪽을 보면서 노래하더라고, 우리가 중간에 앉은 것도 아니었는데. 그래서 너한테 말해주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니 눈 속에 이창섭이 가득 차있더라. 이창섭은 너를 보고 넌 이창섭을 보고. 마치 그 공연장 안에 둘 뿐이라는 것 처럼. 내가 너랑 연애하는 4년동안 한번도 본적 없는 표정으로 이창섭을 바라보는데.... 그냥 잠시 추억한거지? 그렇다고 해줘.'
그리곤 나한테 말했다.
'지금, 지금 이 순간에 내가 너를 사랑하고, 니가 날 사랑하니까 괜찮아. 나 취했나보다 헛소리도 막 하고."
애써 웃어보이는 오빠의 표정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오빠에게 더이상 상처 주고싶지 않아서 이창섭과의 연락도 자제하고, 오빠랑 있을땐 이창섭 얘기도 안하고 노래도 듣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만날 줄이야.
"응 이창섭. 알지? 이번에 데뷔한 솔로가수. 그 친구 감이 되게 좋더라고. 내가 좋아하는 촌스러운 감성이야."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이창섭.
고개를 돌려 오빠를 보니 멍하니 바닥만 쳐다보고 있다.
"그거 알아? 이창섭 감성이 이름씨랑 참 닮았다?"
"그래요..? 다음주 부터라구요? 저희 그대로 나오면 되는거죠?"
"응. 평소 오던 것 처럼."
"네. 근데 저희 지금 어디 잠깐 가봐야해서. 오늘은 빨리 갈게요."
"뭐 그러던지. 현식씨 피곤해보인다."
"요즘 몸이 좀 안좋아서..하하.. 오빠 가자. 내일 뵈요."
어색하게 떨어져 걷는 우리 사이에 아주 긴 강이 들어선 기분이었다.
"오빠. 이창섭때문에 그러지? 내가 지금 사랑하는건 오빤데 왜 불안해해."
"나 불안한 적 없어. 다음주 부턴, 너 혼자 가라."
"어? 오빠 나 걱정된다며."
"한 달 정도 지켜보니까 정일훈 그 사람 믿어도 괜찮은거 같아서. 불편해서 피한다거나 그런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고."
"오빠..."
"진짜야. 오빠 너무 신경쓰지마. 넌 언제나 내 뮤즈고, 나도 너의 뮤즈일꺼라 믿어."
"오빠 미안해."
"미안하다 그런 말 하는거 아니야. 평소보다 일찍 끝나서 좀 더 잘 수 있겠다. 너 집앞까지만 데려다 줄게. 가자."
누군가의 뮤즈가 되어준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감정을 좌지우지 할 만큼의 매력이 필요하다.
지난 4년간, 나는 받는 사랑에 좀 더 익숙했다.
사랑을 준다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현식오빠의 포근함이 더 익숙하니까.
나는 어쩌면 나 스스로 생각하는 것 보다 현식오빠에게 매력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현식오빠는, 나에게 얼마나 매력적인걸까.
내가 사랑을 주고싶은 만큼?
*
안녕하세요 예하에요!
요즘 바빠서 자주 못 오고 있어요 ㅠㅠ
이번주까지는 되게 바쁘고 주말쯤부터는 다시 한가해질것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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