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14
w. 예하
어색함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까지 약 2주의 시간이 필요했다.
창섭이와의 관계를 단지 '친구'라고 정의하기엔 정리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
현식오빠는 나를 못 보는 대신에 작업이 끝나는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고
내가 작업이 끝나고 집에 도착했을때쯤 전화를 걸었다.
어차피 안 잘꺼면 데리러 오라고 해도 그건 나중에. 라며 회피한다.
정쌤은 나한테 물었다.
"현식씨는 안 와?"
"네... 학원 일이 바쁜가봐요."
"그래..? 안부 묻는다고 전해줘."
그리곤 나에게 틈틈이 현식오빠의 근황을 묻는다.
오라고 할까요? 라고 물으면
새침하게 아니 작업실도 좁은데 걔 자리까지 만들어주긴 힘들어라고 답한다.
현식오빠가 나에게 전화를 걸때마다
집인 척 하기 위해 힘들었던 적도 있다.
그때는 주로 창섭이와 술 한잔 하러 왔다거나, 창섭이의 집일 때였고
나는 갈수록 뻔뻔해졌다.
현식오빠가 싫다? 창섭이가 좋다? 그런 이유는 아니다.
난 그저 현식오빠가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그럴려고 거짓말을 한 것 뿐이다.
몸에 열이 펄펄 끓고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는 오늘 작업실이고 뭐고 아무데도 못 가겠다 싶어
정쌤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소리 이후...'
아 지금 자고있겠구나.
고민없이 창섭이에게 카톡을 보냈다.
[야]
[나 아파]
[오늘 못갈거같아]
[정쌤한테 말해줘 알았지?]
머리가 지끈지끈거려 침대에 누웠다.
몸에 힘이 없어 핸드폰 조차 들기 버거워 머리맡에 내려두고
몸이 매트리스 속으로 푹 꺼져가는 느낌에 취해있다가
곧 잠이 들었다.
지이이잉
머리 맡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눈을 떴다.
희미한 초점을 바로잡으려 눈을 찡그리고 핸드폰을 보니
현식오빠의 전화였다.
지금은 오후 3시, 왜 전화 했을까.
"여보세요?"
"어 설아. 목소리가 엉망이네. 어디 아파?"
"몸이 좀 안좋아서... 오빠 근데 왜 전화했어?"
"그냥 목소리도 좀 듣고싶고 해서. 근데 많이 아픈가보네. 오늘도 작업실 가?"
"아니아니 오늘 못 갈거 같아."
"그럼 오빠가 너네집으로 갈게. 약은 먹었어?"
"아니.. 그냥 좀 잤어."
"으이구. 약을 먹어야 낫지. 가만히 집에 있어. 오빠가 다 챙겨서 갈게."
"응."
"쉬고있어. 근처 가면 연락할게."
"응. 빨리와."
매일 출석체크하듯 작업실을 드나들다가 오랜만에 휴일을 만끽하고 있다.
지금쯤이면 이런 저런 데모테입들 들어보고있겠지?
소파에 누워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복면가왕 재방송을 틀었다.
매번 시간이 맞지않아 본방사수 못 했는데, 이번엔 누가나오려나.
"자 이번 순서는요. 2라운드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3라운드까지 올라온 분이죠. 잘터져요 와이파이!"
어... 걸음걸이가 익숙한데...
잘터져요 와이파이의 선곡은 윤종신의 오르막길.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창섭이네.
내가 창섭이 목소리 들은게 몇 년인데.
분명 이창섭이다.
흠 역시 노래 하나는 진짜 잘하네.
이창섭은 3라운드에서도 승리해 가왕결정전을 앞두고 있었다.
제발...제발...
"제 17대 복면가왕, 그 주인공은 바로!"
재방송인데 왜이렇게 두근거리지
제발!
"잘터져요 와이파이입니다!"
헐 이창섭 가왕이야.
축하문자라도 보내야지...했는데
핸드폰은 침대 위, 나는 지금 소파 위에 있다.
너무 귀찮은데..
아까전에 이창섭한테 카톡도 보냈는데, 확인 했나?
아 몰라. 나중에 확인하지 뭐.
현관문 도어락 소리가 들리고 현식오빠가 왔다.
"오빠 왔어?"
"응. 설아 몸은 좀 어때? 열은 안나?"
내 이마와 자기 이마에 손을 짚어보며 열을 잰다.
"오빠 열도 잴 줄 알아?"
"아니. 근데 이렇게 하면 뭔가 알거 같아서."
"뭐야~"
"너 빨리 가서 누워있어. 오빠가 죽 사왔으니까 그거 데워서 줄게. 죽 먹고 약 먹고 푹 자."
"오 꽤 섬세하다?"
"빨리 누워있어."
"응."
오빠한테 저런 면이 있었나.
다정한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섬세할 때가 있구나.
"뜨거우니까 천천히 먹어."
오빠는 나에게 죽그릇을 담은 쟁반을 가져다주고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내가 먹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왜 자꾸 쳐다봐. 부끄러워."
대답없이 그저 씩 웃는다.
"내가 밥 다먹으면 그때 봐."
"싫어."
"오빠가 자꾸 그렇게 보니까 못 먹겠어."
"이뻐서 보는건데?"
"나 지금 부어서 못생겼어. 안예뻐."
"아냐. 예뻐."
"나 다 못 먹겠어. 그만 먹고 약 먹고 잘래."
"그래 억지로 먹지마. 물 갖다줄게 잠시만."
그나저나 이창섭이 카톡 확인했나?
[많이 아프냐]
[너네 집 갈게]
[오늘 스케줄도 늦게 끝났는데, 나도 오늘 그냥 작업실 안가야겠다]
우리 집 온다고?
카톡 보낸 시간이...4시 25분.
지금은 4시 40분.
아직 도착 안했겠지?
[오늘 집에 엄마 오기로 했어]
[안 와도 돼!]
[귀찮은데 오지마]
벌써 다와가면 어떡하지...
손톱을 물어 뜯었다.
"설아 약 먹자."
"응."
"손톱 물어뜯지마. 난 손 예쁜 사람이 좋아."
"안 할게."
"이제 누워서 좀 자. 약이 독해서 금방 잠들꺼야. 오빠 거실에 있을테니까 필요한거 있으면 얘기해."
"응."
"불 끌게."
오빠는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있는 것 같다.
이창섭 왜 카톡 확인을 안 해. 불안해 죽겠네.
낮에 너무 잠을 자서 그런가.
잠도 잘 오지 않는다.
이불을 몸에 둘러감고 거실로 나왔다.
"설아 왜 나왔어."
"나 잠이 안와."
"잠이 안와? 오빠 옆으로 와."
이불을 질질 끌고 옆으로 가 앉았다.
오빠가 내 머리를 어깨에 기대게 했다.
"설아. 우리 이러고 있는거 오랜만이다."
"그러네."
"요즘도 많이 바쁘지? 어떻게 진행은 잘 되가?"
"그냥 그래. 사실 아직 진행이 얼마 안되서. 오빠 나 보고싶었지?"
"그럼. 엄청 보고싶었지."
내 머릿결을 살살 쓰다듬는 기분이 좋았다.
"오빠. 나 노래 불러줘."
"노래?"
"응. 빨리."
오빠는 나를 살짝 안아 소파에 눕히고, 오빠는 내 머리맡에 앉아 다리를 베게했다.
"무슨 노래 불러줄까."
"음... 나한테 불러주고 싶은 노래?"
그대는 Darling
밤 하늘 별빛보다 아름다워요
내 맘속 깊은 곳에서 반짝거리는
나 만의 사랑 빛
그대를 사랑해요 Darling
언제나 내 곁에서 빛을 내줘요
매일밤 바라보고
바라봐도 아름다워요
그댄 나의 사랑 빛
"오빠 진짜 노래 잘한다."
"그래?"
"응. 진짜 잘 해."
"고마워."
고마워 라며 나를 번쩍 들었다.
그리곤 침대로 향하는 오빠.
"어.. 오빠 나 지금은 좀..."
"왜?"
"아니 그게..."
"설아. 이상한 상상하고 그런거 아니지?"
"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오빠는 나를 침대위에 눕히고 그 옆에 팔베게를 하고 누웠다.
서로를 바라보며 누워있는 지금은
너무 평화롭고 기분 좋다.
"오빠는 너 소중해서 함부로 안 다뤄."
그리곤 내 이마에 짧게 뽀뽀한다.
"오빠가 자장가 불러줄게."
예쁘네 오늘도 어제만큼
아니 오늘은 더 예뻐졌네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너는
못 들은 척 늘 딴 얘기를 해
어젠 너무 좋은 꿈을 꿨어
지금 말해주긴 간지러워서
말하기 싫어
그리고 이런 건 말하면 안 된대
dream 다신 꾸지 못하는
너무 기분 좋은 꿈
나는 니가 꼭 그런 거 같은데
dream 종일 아른거리는
너무 기분 좋은 꿈
그게 바로 너
오빠에게 반쯤 안긴채로
약기운 때문인지, 노래에 취해서인지 또다시 깊게 잠이 들었다.
*
안녕하세요! 예하입니당ㅎㅎ
오늘은 창섭이 생일이네요!!!!!!
창스바 생일추카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넌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단다
창섭이 생일인데 창섭이 분량 없다 생각하지 마시구 ㅎㅎ
바로 창섭이 시점으로 쓰러가니까요! ㅎㅎ
좀이따 또 뵈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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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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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제 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댓 달아주시는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