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입
; 아이스 아메리카노 샷 추가, 맞죠?
w. 예하
완벽한 금요일이야
환상적인 수강신청으로 금요일 공강에다가
12시까지 늘어지게 늦잠 자다가 내방 깊숙이 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뜨고
샤워를 하고 화장은 조금만 한 다음에 뿔테 안경을 끼고
반바지에 쪼리신고 노트북까지 데리고 카페에서 마시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샷 추가
크 이러려고 손가락 빠지게 클릭했지
사실 여기 되게 오랜만이다?
내 과거 연애 역사의 40퍼센트는 이 카페에서 이뤄졌거든
그래서 이제 안 오려고 했는데
다른 카페 가려면 더 걸어야 한단 말이야
그리고 1달 넘게 지난 과거사에 힘들어하긴 너무 찌질한 거 같기도 하고
게다가 여기 알바가 생각보다 귀엽거든
처음엔 음료 쏟는 것도 자주 봤었지
허둥지둥하면서 급하게 치우는게 조금 귀여웠는데
가끔 계산 실수도 하고 주문 잘못 받을때도 있고
구멍이 많은 사람인거 같은데
전 남친은 정말 구멍 하나 없는 사람이었거든
철저하고 예리하고 논리적인 사람
아아 이젠 허술한 사람 만나고 싶다
철저한건 피곤해져
그리고 오늘 알바가 나한테 말 걸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샷 추가 맞냐고
알바 시작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리고 어떤 여자를 알게 된지도 1년 쯔음 되었을까
그리고 든 생각은,
역시 아메리카노 샷 추가 마시는 사람들은 남다르구나
저 여자 오늘은 다른 지갑을 가져왔네
그 지갑도 전 남친이 선물해준건가
어쨌든 되게 오랜만이다
벌써 1년째 단골손님이다
키도 쪼꼬맣고 얼굴도 귀염상인데 하는 행동은 털털 그 자체다
그때 그 남친 헤드락도 거는 대단한 사람
좀 무섭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래도 가끔 애교부리고 그럴 땐 귀엽더라
둘이서 늘 오후 7시에 와서 카페 문 닫기 직전까지 앉아있다가 갔었는데
이젠 혼자네
그 남자 저 여자랑만 온건 아니었거든
처음엔 말해줘야하나 싶었는데 너무 오지랖인거같기도 해서 참았지
근데 가면 갈수록 너무하더라고
저렇게 괜찮은 여자가 왜 저런 쓰레기같은 놈을 만나야 할까 싶기도 했고
차라리 나랑 만나는게 낫겠다 싶을때도 있었어
아니, 차라리 나랑 만났으면, 이제 나랑 만나면 좋겠어
똥머리를 좋아하고
분홍색 스티치 필통을 갖고 다니고
가을엔 가디건 봄엔 셔츠를 잘 입는다
가끔 들고 다니는 전공서적을 보아하니
영어영문학과 학생인 것 같고
네일아트를 좋아하는지 매니큐어 색이 자주 바뀐다
화장도 하고 예쁘게 차려입었을 땐 내 눈을 보고 주문하면서
집에서 금방 나온 차림일땐 시선을 아래로 깔고 주문한다
근데 난 집에서 금방 나온 그 사람 모습이 좋아
아, 이름도 모르는구나
아이스 아메리카노 샷 추가를 마시는 그 사람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샷 추가, 맞죠?”
다음엔 이름이랑 전화번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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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엔 응강이입니다 ㅎㅎ 오늘은 조금 분량이 짧네요 ㅠㅠ
전 약간 이런 소소한?인연의 시작같은 소재가 좋더라구옇ㅎ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피드백은 언제나 감사하구요 ㅎ
제 글이 맘에 드셨으면
신알신 & 댓글
부탁드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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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