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여전히 나는 무료하게 카운터에 앉아있다. 손님이 없는 오전타임에는 사장인 지원도 서빙 담당 윤형도 출근을 하지 않는다. 맨날 나를 캔디라고 부르면서 칸바떼~ 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는 형들이긴 하지만 아침만 되면 둘다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다, 부들부들. 음.. 나는 동동구리의 마스코트이자 막내다(사실은 그냥 심부름꾼). 마스코트라는 말은.. 윤형이 형이 지어준거다. 내가 성인이 되자 마자 친형인 지원이형이 이 곳에 나를 바리스타로 데려왔다. 게으른 두 형들 덕에 오전타임에는 항상 내가 카페를 지키고 있다. 하아암. 감기는 눈을 부릅 뜨며 형들을 기다리는건 이제 익숙해졌다. 하지만 가난한 청춘을 받아줄 곳이 이 곳 말고 또 어디있으랴... "딸랑"
" 어서오세요 카페 동동구리입니다.. "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을 보며 생각했다. 아.. 무서운 사람이다.. 그게 그의 첫인상이었다. 검은색 머리에 검은색 눈동자와 피어싱, 검은색 코트에 검은색 바지와 신발. 옷차림과 걸맞게 그는 성큼성큼 카운터로 다가왔다.
" ... 딸기 요거트스무디 하나요 "
" 사천오백원 입니다 "
생김새와 다르게 딸기요거트를 시키는 그가 조금은 우스우면서 귀엽다고 생각했다. 음료를 만들며 아무 생각 없이 뒤돌아 카운터를 보니 그가 계속 카운터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게뭐람?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재빨리 먼 곳을 보던 척하며 잠시나마 그를 귀엽다고 생각한 나를 질책했다. 그는 그렇게 음료를 완성할때까지 나를 노려보았다. 부담 가득한 손짓으로 그에게 딸기요거트스무디를 쥐어주었다.
" 감사합니다, 안녕히가세요.. "
" ..."
그는 대답 대신 자조적인 미소와 함께 카페를 나갔다. 그가 나가자 카운터 의자에 털썩 늘어지듯 앉았다. 최소 20분은 지났을 것이라 예상했건만 아직 5분도 채 지나지 않음을 알자 절망스러워졌다. 다시는 그가 이 곳을 들리지 않았으면...
하지만 나의 바램은 완벽히 빗겨나갔다. 그는 출석체크라도 하듯이 오전 8시쯤만되면 불현 듯 나타나 딸기 요거트스무디를 사갔다. 나는 그의 뜨거운 시선에 정말이지 노이로제라도 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동동구리를 찾는 단골 손님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는 차원이 다른 느낌을 가진 손님이었다. 조언을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든 것은 그가 찾아오기 시작한지 5일정도 쯤되는 날이었다, 나는 신세 한탄을 하듯이 윤형이형에게 그의 만행에 대해 설명했다. 형은 아마 그가 너에게 관심이 있는 것일 거라며 나의 팔을 퍽퍽 쳐댔지만 난 단지 윤형이 바이이기 때문에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이상하게 내가 핑크핑크 해진 것 같다는건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고민하는 것은 두가지였다. 첫째, 그가 정말로 나에게 관심이 있는가. 둘째, 김칫국이면 어쩌지? 고민하는 동안 시곗 바늘은 또 8시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딸랑"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니까 다리가 덜덜 떨렸다. 어서오세요.. 카페 동동구리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성큼성큼 카운터로 걸어들어오는 그였다. 윤형이 형의 말을 들어서 그런지 그의 발소리가 더 무섭고 크게만 느껴졌다.
" 딸기 요거트스무디랑 "
" 사천ㅇ.."
" .. 바닐라 라떼 주세요 "
" ..왜요??? "
" ..네? "
" 아, 아니에요 만원입니다.. "
아 김동혁 미친새끼 후..벌개지는 얼굴을 숨기느냐 애썼다. 오늘은 또 왜 바닐라 라떼를 같이 시키는지 속으로 그를 백번 원망했다. 또 나를 노려보고 있을 그와 눈이 마주치지 않기위해 담담한 척을 했지만 버벅이는 손은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스무디와 바닐라 라떼를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저.." 그 한마디에 온몸의 신경이 서는 듯함을 느꼈다.
" 네? "
" 이거.. 드세요 "
" 저요?? "
" 밖에서 보니까 피곤해보이시길래 "
" ㄱ.감사합니다... "
안녕히 가세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다시 카페를 나섰다. 손에 쥐어진 바닐라 라떼를 빤히 바라보았다. 다시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대혼란이었지만 그가 나한테 도대체 왜! 바닐라 라떼를 주었을까에 대한 시나리오를 열심히 짰다. 첫번째, 사실 나는 바닐라 라떼를 만들며 그에게 이 라떼를 전해줄 애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라떼는 지금 내 손에 쥐어져있다. 그럼 애인=나? 고개를 저으며 두번째 시나리오를 생각했다. 두번째, 그의 말대로 정말 피곤해보여서? 뭐 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가 오기전 시계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고있었으니까.. 마지막 세번째, 그가 나를 좋아해서. 윽. 볼이 화끈해짐을 느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부끄러워 하는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 머릿속을 비우고 마른세수를하며 카운터에 엎어졌다.
" 동혁아 어디니! 동혁아 자니? 내 목소리 들리니? "
" 어흐.. 형 "
윤형이형이 온것이 조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이스 타이밍! 형에게 그에 대해 말해봤자 더 복잡해질 것을 알면서도 나는 형을 몇번이나 힐끔였다. 그래도 눈 딱감고 마지막으로 윤형에게 조언을 구해보기로 했다. 정말 마지막이길... "형.."
" 어 왜? "
" 그 저번에 말한 사람있잖아요.. 이것봐 그 사람이 오늘 나한테 바닐라 라떼 줬어.. "
" 동혁아 너 그 사람 신경쓰여? "
" 어? "
" 내가 봤을땐 동혁이 너가 그 사람 좋아하는거 같애 "
" 네? 내가요? "
음.. 현실로 당황했다. 한번도 내가 그를 좋아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아니 뭐지? 저런 소리를 들어도 딱히 반박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 더욱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머릿속에서 그의 얼굴 100개가 둥둥 떠다녔다. 인정하기 싫지만 문득 그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니 범죄자가 서있었다. 괴로움에 몸서리치며 밤을 샌 덕분이다. 평소보다 100배는 피곤한 얼굴로 출근을 했다. 몇번이나 나를 부정했지만 그의 이름 정도는 알고 싶은게 확실했다. 하지만 도저히 이름을 물어볼 자신감이 생기지않았다. 혹여나 오늘은 그가 카드 결제라도 할까 하며, 처음으로 8시가 조금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딸랑 "
" 딸기 요거트스무디랑 바닐라라떼 주세요 "
" 만원입니다.. "
" 아, 그리고 그 쪽 번호도 주세요. "
미친 존나 말도 안돼. 몸이 굳은채 그를 올려다 보았다.
" 사실 그 쪽 보고 싶어서 맨날 왔던건데, 알고 있었죠? "
"ㄴ..네? "
" 김동혁 맞나. 이름."
" 아 네...네.... "
" 구준회에요 내 이름 "
아 그게.. 사실...사실은... 아 ... 이 미친놈의 심장이 점점 빨리 뛰기 시작했다. 도무지 제대로된 문장을 말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뛴 적도 없을것이다. 이게 뭐람!
" 괜찮아요 동혁씨도 나한테 관심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맞나? "
" 아.. 그게... 네..아니... 조금.. "
그는.. 아니 준회씨는 나에게 핸드폰을 건냈다. 와 정말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전화번호를 치는 손가락이 6개로 보일 지경이었다.
" 여기요.. 번호... "
" 고마워요 끝나고 시간있어요? 저녁 먹으러 가자. "
" 네..네... 있어요 많아요.. "
" 6시 퇴근 맞죠? 기다릴게요 여기서 "
준회씨는 말을 마치고 카운터 앞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의자에 앉아 나를 쳐다보는 준회씨를 보며 부담스러워 하지않고 오히려 예쁜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속으로 원망.. 아니 조금은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준회씨를 좋아하는 것이 맞구나,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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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드디어 제가 설레는 리얼물을!!! ~옷~ 이건 몇 편까지 쓰게 될까요... 걱정스럽지만 우리 준혁이들 한 시 빨리 사귀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