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ㄴ,누구세요?! "
" 어, 너 내가 보여? "
" ... 네? "
" 잘 찾아왔구나. "
11
김한빈이 보이질 않는다.
" 김한빈 "
내게 바로 모습을 보이진 않았지만 소리 없이 내 등 뒤에 서 있고는 했는데,
" 한빈아. "
김한빈이 없다.
12
네가 없는 자리는 공허함으로 가득했다.
" 어제 나한테 전화를 다 했다니까? "
" 쓰레기네, 걔는 왜 이제와서 그런데. "
친구들을 만나 술 자리를 가졌다. 일부러 여자 애들만 모이게 한 자리였다.
" 사귈 때는 문자 하나 안 하더니 "
" 그것도 취해서 전화 한거였어 "
미,친 놈이네. 여러 욕설과 웃음소리가 섞였다.
여러 향이 섞여 냄새가 알싸했다.
" 야, 넌 오랜만에 왔는데 왜 말이 없어. 무슨 일 있냐? "
" 어? 어, 아니야. "
" 그러게. 저번에 볼 때랑은 완전 다른데, 그냥 얘기 해 봐 "
" 그런 거 없다니까.. "
아무 일이 없는거라면좋겠다.
" 있을 땐 몰라, 얼마나 소중한건지 "
찌질한 전 남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라고 화제를 이끌어 갈 때 즈음
나 처럼 묵묵히 술 잔만 비우던 친구가 입을 열었다.
" 당연할 줄 알아 그게 다. 그래서 함부로 하고 서운하게 만들어
걔는 이제야 안 거야 옆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특별한건지. "
한빈아
" 조금만 더 일찍 알았으면 어땠을까? "
미안해
" .. 나 먼저 가 볼게 "
술에 취해 얼굴이 붉어진 친구들이 어디가냐며 벌떡 일어나 큰 소리를 냈다.
넘어질뻔 한 몸을 간신히 버티고 급하게 계단을 내려와 택시를 잡았다.
13
거친 숨을 바로잡고 집에 도착했을 때 나를 반겨준 것은 신발장 위의 불빛이였다.
방 안에 들어와 겉 옷을 벗고 가방을 정리 할 때면 아무렇지 않게 날 보고 있을 김한빈이 없다.
한빈아 미안해, 한빈아 어딨어.
네게 들려주고픈 소리를 입 밖으로 토해내지 못 한채 집 안 곳곳을 돌아다녔다.
어디에도 없었다. 오늘 아침 집 밖을 나가기 전, 곧 돌아오겠지 라고 생각하던게 우스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르고있었다.
너가 오고 부터 다 망했어. 눈을 맞추고 건넨 마지막 말이였다.
너는 무슨 기분이 들었어, 무슨 생각이 들었어
어젯밤의 기억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너는 나한테 무슨 존재였길래 이런 감정들이 나를 덮치게 만드는지 궁금했다.
단순하게 귀신이라고 표현하기에 너는 너무 특별했고
난 그걸 지금 알았으니까.
14
눈을 떴을 때 내 앞에 있었고
잘 찾아왔다며 제 입꼬리를 자랑하듯 올려보였다.
모습을 숨겼다가도 어느새 내 옆에 있었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듯 신기한 장면들을 보여주고는 했다.
처음 본 사이 같지 않게 우린 금방 서로에게 편해졌다.
네 얼굴이 익숙했고 네 행동이 익숙했고 네 목소리가 익숙했으니까.
질투심이 많은 성격까지 난 쉽게 받아드릴 수 있었다.
생각하는 것도 취향도 느끼는 것도
네 존재 까지도
내게는 당연했으니까.
15
힘이 풀려 곧 바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거실 바닥에 주저앉은채로 한참을 생각했다.
모든 시간과 공간을 너와 나로 채웠다.
답이 없음에도 끊임없이 의미없는 물음표를 띄웠고 그것을 멋대로 점 찍어 내렸다.
얼마나 지났는 지 모를 시간동안 느낀거라곤 고작 이거였다.
넌 소중하고 특별하다.
그리고 난 지금 네가 보고싶은 것 같아.
이해하기 힘든 내 상태에 흐리던 초점이 다시 돌아왔다.
난 지금 네가 보고싶은 것 같아
울컥하고 몸에서 무언가가 차올랐다.
그것은 뜨거웠고 동시에 차가웠으며 밖으로 넘친 듯 하면서도 속에선 끓었다.
" 울지 마. "
집 안이 추워졌고 그보다 더 찬것이 내 눈가를 쓸었다.
" 네가 우는게 싫어. "
김한빈이 내 옆에있다.
와 아직 열두시 안지났다!!
약속 못 지킬까봐 조마조마해서 내용이 어떻게 되는 지 잘.. 모르.. 겠지만..
소재 준 콘 복 받아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