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우리
w.1억
"연락해요. 열린씨."
"네! 조심히 가요. 감사했어요..!"
선호가 열린이의 손을 놓아주었고, 열린이 웃으며 대문을 열려다가도 뒤를 돌아보자, 아직 가지않은 선호가 응? 하고 열린을 본다.
"꽃 진짜 고마워요."
"……."
열린이 그대로 들어가버리면, 아무렇지않은 척 했던 선호가 웃음이 터져버린다.
"아니 왜 저렇게 귀여운 거야. 진짜."
제 7화_
또 다른 사랑법
"갑자기 왜 이렇게 신이나셨나? 미친 사람처럼."
"나."
"너?"
"선호씨랑 사귀는 것 같아."
"사귀는 것 같아는 뭐야?"
"오늘 계속 손잡고 걸었거든? 차에서도 손잡고있고."
"진짜? 거봐!!"
마침 그에게서 오는 카톡에 웃으며 언니에게 보여줬더니, 언니 표정이 꽤나 흥미로워보인다.
"내가 딱 봤는데. 엄청 괜찮아보이더라. 남주혁 그 새끼보다 훨씬 나아. 비교도 안 되지."
"잘생겼지? 그치?"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럼 너 뭐야.. 아버님 보러갔다가 그 사람이 마중 나온 거야?"
"응!"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걸 보니.. 진즉에 남주혁 그 자식과 끝낼 걸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언니는 연애 안 해? 원래는 막 한달에 한 번씩은 남자 바뀌고 그랬잖아."
"그땐 그랬지.. 너무 옛날이다. 얘.. 하여튼.. 진짜 잘해봐. 좋은사람인 거 내가 장담한다."
"일은 할만해?"
"네.. 근데 포스기가 조금 어려워서 ㅎㅎ..."
"하다보면 익숙해질 거야.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어."
"네.. 근데요오.."
"응."
"어제 놀러왔던 분.. 여자친구 맞죠?"
"아, 응."
어제 놀러왔던 분..이라면 성경을 말하는 거였다.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곧 알바생은 머쓱한 듯 웃으며 말했다.
"저랑 친구는 또.. 그 전에 같이 일하던 언니가 여자친구인 줄 알았거든요. 너무 잘 어울렸어서 항상 올 때마다 그 얘기를 했었거든요."
길열린이랑 내가?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져서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남들은 저런 생각을 하고있었구나. 대충 고개를 저으면, 곧 손님이 들어왔고. 알바생이 급히 손님에게 인사를 한다. 두달동안 잊고있었던 이름이었는데. 오랜만에 생각하니까, 네가 마냥 밉게 느껴지지는 않네.
"내일 동창회네?"
"그러네. 잊고있었어."
"여자들 많아? 예쁜 여자들?"
"예쁜 애들 하나도 없지. 누나가 제일 예쁘지."
"그래도.. 갑자기 예뻐진 사람도 있을 거고.."
"별 걱정을 다 하시네요. 다 그냥 친구야. 서로 이성으로 보지도않아."
"근데 나 궁금한 거 있는데."
"응?"
"전여자친구 말이야."
"……."
"예뻐?"
주혁은 웃으며 성경을 바라보다가 성경의 질문에 잠시 표정이 알게모르게 굳는 것 같았다. 됐어- 하며 주혁이 말을 돌리자, 성경이 주혁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그럼 얼마나 사귀었는데?"
"얼마 안 만났어."
"그러니까 얼마나?"
"조금."
"그러니까 얼마..!"
"1,2년 정도."
"뭐야 짧지도.. 길지도않네. 그래도 뭐! 짧은편에 속하는구만."
주혁은 고갤 끄덕이며 커피 한모금 마셨고, 성경은 괜히 뾰루퉁해져서는 '그냥 말해주면 되지 왜 질질끌어?'한다.
성경은 런닝을 뛰며 아직 여유로운 듯 주혁에게 말을 걸었다. 주혁은 운동을 다 끝내고선 성경의 옆에 서서 말한다.
"쉬어가면서 해. 너무 무리한다."
"운동 쉬었다가 하니까 더 힘든 거 알지?"
"물 마셔."
"운동하면서 물 마시면 안 좋아. 됐어."
성경은 다른 운동을 한다며 멀어졌고, 주혁은 생수병을 들고있는 상태로 잠시 멈춰있다. 헬스 가기싫다고 며칠을 버티던 열린이는 늘 물을 달고있었는데. 그게 익숙해진 나머지 물을 챙겨 온 게 너무 웃겼다. 습관이 참 무섭지.
"……."
길열린 너는 도대체 언제 내 습관 속에서 사라질래.
"막상 갔다가 마주치면 어떡해?"
"야 대표가 한가하냐. 원래 대표는 위에서 앉아서 일하기 바빠."
"그래도.. 마주칠까봐. 조금 부담되네.."
"마주치면 할인 해달라해야지."
"어..?"
언니를 따라 백화점에 오기는 했다만.. 뭔가 마주치면 뻘쭘할 것 같아서 언니 뒤에 숨어서 걸어다니고 있다. 구두는 집에도 많은데 언니는 구두를 사겠다고 백화점에 오자고했다. 아주 이 언니는 돈을 구두 사려고 버는 것 같다니까.
"근데 집에 그렇게 쌓인 구두들은 어쩌고?"
"원래 구두는 신으려고 사는 것보단 간직하려고 사는 게 더 많아."
"나한텐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너도 구두 하나 사. 맨날 운동화만 신고.. 츄리닝에.. 그 남자한테 잘 보여야지!"
"그것도 그렇지.. 근데! 집에 있기는 한데.. 익숙해져서 안 입었을 뿐이야."
남주혁이랑 연애하면서 1년에 몇 번 화려한 걸 입을까 말까 했으니까. 언니랑 같이 걷는데 언니가 갑자기 저 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나도 그쪽을 보았다.
"저 자식."
"저 자식?"
"있어. 재수없는 자식."
저 멀리 백화점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를 뚫어져라 보기에 음흉하게 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야 썸탔다가 깨졌나?"
"내가? 저 사람이랑?미쳤다고?"
"미칠 정도야..?"
"클럽 죽돌이처럼 생겼어. 별로야."
"언니도 클럽 죽순이었잖아."
"그건 5년 전이잖아. 열린아. 어?"
"오케이 오케이..! 어우 화내니까 무섭네."
언니랑 백화점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시간이 되었다. 겨우 집앞에 와서는 피곤해서 하품을 했을까. 괜히 새로나온 영화 한 편 정도는 보고싶어서 방향을 돌렸다. 아, 참.. 언니는 저녁약속 있다고 다른 곳으로 갔다!.. 그러다 선호씨 집 앞에 차가 있길래 그쪽으로 다가갔다. 어라.. 시동도 안 꺼놨어? 차 안에 있나? 안에서 핸드폰을 보고있는 그를 보고선 급히 창문에 대고 '와악!'소리를 질렀더니, 그가 차에서 내려서는 진짜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뭐하는 거예요???"
"선호씨도 저 놀래키고 그러니까. 복수한 거죠 뭐.. 근데 차 안에서 뭐해요?"
"메일 보낼 게 있어서요. 내리기 귀찮아서."
"별게 다 귀찮네요. 열린씨는요? 뭐하다가 지금 집 들어가요?"
"같이사는 언니랑 쇼핑도 하고...구경도 하고 ! 갑자기 영화 보고싶어서 빠꾸 하던 중이었어요."
"어.. 그럼 같이 보러가요."
"그래도 돼요? 안 피곤해요?"
"네. 저는 열린씨랑 데이트하고싶은데요."
영화 시간을 기다리며, 그 건물에 있는 오락실에도 가보았다. 그는 게임에 소질이 없었다. 모든지 나한테 지는 모습을 보는데 그게 어찌나 귀엽던지.. 근데 또 져도 화를 내기보다는 나보고 왜 이렇게 잘하냐고 묻는데. 남주혁의 모습이 떠올랐다. 왜 항상 선호씨랑 남주혁이랑 비교를 하게될까. 늘 승부욕에 불타올라 나에게 지면 화를 내며 이기려고 하던 너보다는 선호씨가 훨씬 나았다.
"와.. 열린씨는 못하는 게 없네요. 앞으로 자주와서 열린씨한테 배워야겠다."
그리고 영화를 보러왔을까.. 생각보다 영화가 너무 재밌어서 계속 웃음이 나왔던 것 같다. 그도 웃고있을까 싶어서 고갤 돌려보면, 그는 웃고있는 나를 보다가 손을 잡았다. 얼굴이 붉어지는 걸 들키기싫어서 급히 다른 곳을 보긴했다만.. 영화를 계속 보다가 그를 힐끔 보았을 땐. 그가 자고있었다. 분명 졸다가 잠에 든 것 같은데...
"……."
많이 피곤했을텐데.. 나 혼자 영화보러 간다는 게 좀 신경쓰여서 같이 보자고 한 건가. 괜히 미안해지네..
"오늘 완전 재밌었어요! 선호씨 덕분에 오랜만에 오락실도 가고..! 그리고 다음엔 진짜 밥은 제가 살게요.."
"음. 생각해볼게요."
"치.."
그와 차에서 내려 손을 잡고선 우리집 앞에까지 왔는데. 들어갈 생각도 없었고, 들여보낼 생각도 없어보였다. 서로 마주보다가 결국 내가 먼저 웃으며 입을 열었ㄷ.
"오늘 언니랑 백화점 갔었거든요."
"말하고 오지.. 다 할인해주게."
"제가 선호씨 그 말 할까봐. 그냥 간 거예요."
"그냥 1층에서 대기를 타야겠다. 언제 올지 모르니까."
"어우.. 뭐예요. 완전 싫어요."
"너무 싫어하시는데???"
"아..! 근데.. 선호씨는.. 자기관리 안 하는 여자 별로죠....?"
"열린씨가 그러면 상관없어요. 열린씨 자체를 좋아하는 거라서.. 며칠 안 씻고 나와도 너무 좋을 것 같은데."
"어우.."
"오글거린다."
"그걸 아는데도.. 하시는 것도 대단해요."
"열린씨."
"네?"
"저 정말 열린씨 많이 좋아해요. 첫눈에 반했다가.. 성격에 두 번 반하고, 행동에 세 번 반하고.. 그냥 다 좋아졌어요. 한 달 동안 열린씨 어디 갔을 때도요. 그때 저 완전 죽은듯이 살았다니까요. 오죽했으면 주변 사람들이 저보고 다이어트하냐고,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고 막."
"……."
"생각보다 제가 열린씨를 너무 좋아해서."
"……."
"괜히 섣불리 연락했다가.. 안 그래도 없는 마음 다 떨어져나갈까봐. 마음 졸였던 것 같아요."
갑자기 왜 눈물이 날 것 같지. 금방이라도 흐를 것 같은 눈물에 급히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예쁜 말 듣는 것도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리웠던 걸까. 그럼 그는 내 행동에 당황하는 듯 하면서도 금방 나를 안아주었다.
그가 집에 들어갈 때 깜빡한 게 있다며 차에가서 웬 선물박스를 갖고왔고, 집에와서 열어보니..
"뭐야.. 대박.. 겁나 예쁘다."
"야 이 남자 너한테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왜...?"
"이거 백화점에 딱 하나있는 거야. 신상! 새로 생긴 명품 브랜드에서 처음으로 나온 가방이거든?"
"에? 이거 얼마 안 한다고 했는데..."
"700만원."
"뭐?? 가방 하나에 700만원??????????"
솔직히 말해서.. 명품 가방을 들고 갈 자신이 없었다.
[열린씨! 동창회 어디서 해요? 데려다줄게요.]
선호씨한테 온 카톡을 보니, 뭔가 안 들고 나오면 서운해할 것 같고.. 그래서 결국엔 가방을 챙겨 나오게 되었다.
"길열린 부럽다. 나도 가방 선물 받고싶다.."
"나도 내가 부럽다.. 참. 아직도 안 믿겨.. 내가 뭐라고.."
"참나.. 너 예쁘니까 죽어가는 소리 금나하지? 근데 너 옷 그렇게 입고 가게?"
"…너무 심플한가?"
"어. 내 옷 입고 가. 이거 어때."
"그건 좀.. 무슨 연말 시상식 가 ^^?"
"이건."
"별로야.. 튀어."
"아니! 그 가방이랑 잘 어울리잖아. 그냥 입어."
"아니! 나는 그런 옷을 입은 적이 없어요...!"
"입어. 입어! 그 사람이 데려다준다며. 가서! 애들한테 잘 산다고 티내고 오라고!"
결국엔 언니가 옷을 강제로 내 품에 안겨주고나서야 나는 입을 닫을 수 있었다.
"진짜 내가 너무 복받았죠. 너무 예쁜데요?"
그는 오늘도 멋졌다. 차에 기대어 기다리던 그는 내가 나오자마자 예쁜 말을 해주었다.
"아무래도.. 옷이 좀 어색하기도 한데.. 별로죠?"
"아니요? 열린씨가 별로인 날이 있나요. 늘 예쁜데요? 난 열린씨가 내복 입어도 예쁠 것 같은데."
"…치.. 말은.. 그리고.. 가방이요."
"……."
"정말 고마워요. 너무 예뻐요. 근데.. 얼마 안 한다고 했으면서.."
"…에?"
"언니가 명품 광이거든요. 바로 눈치 채던데요.. 언니 아니었으면 몰랐을 거예요. 아니 무슨 가방 하나에 700만원이에요..? 그리고 그걸 왜 저한테..!"
"걱정 마요! 저 백화점 대표잖아요. 할인 빡세게 들어갔어요. 진짜 얼마 안 했어요."
"얼마요."
"10만원?"
"저기요."
"얼른 갑시다. 늦겠다."
참나- 웃음이 나왔다. 내가 뭐라고 비싼 돈 들여서 선물도 주고.. 참.
"여기서 마셔요?"
"네! 엄청 좀.. 그렇죠? 다들 돈 아끼자~ 하고 여기서 모이기로 한 거라.."
"에이.. 저도 친구랑 술 마실 때 이런곳에서 마셔요. 그리고 열린씨가 저 가게 들어가면 빛날 건데요."
"어우..."
"집갈때 연락해요. 데리러올게요."
"에? 아니에요! 진짜 괜찮아요."
"제가 심심해서 그래요. 그리고 열린씨 취하면 너무 귀여워져서 무조건 제가 데리러옵니다."
"치..그래요 그럼..!"
"너무 예쁘네."
"쉣."
너무 예쁘다며 선호가 열린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가, 못 참겠는지 열린을 끌어안았다.
"진짜 진짜 너무 보고싶을 거예요."
"잠깐 못보는 건데요?"
"그게 더 힘들어요. 진짜 술 조금 마셔요. 취하면 안 돼요!"
"알겠어요오.. 숨막히는데."
"아, 미안해요.."
선호가 열린을 놓아주자, 열린이 웃어버린다. 진짜 선호씨 때문에 매일이 즐겁네 아주 그냥..
"저..거... 열린이 아니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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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호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