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라... 사실 그런 말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어.
존재한다면 적어도 세상에 나쁜 인간들이나 억울한 인간들은 나오지 말아야지. 안그래?
나 지금 여기 아니면 깜방 가 있을 거야.
뭘 그렇게 놀라? 그런 곳에는 생전 안가봤을 거 같지? 나도 알아. 나 잘생긴 거.
그나저나 왜냐고? 글쎄... 내가 좀 성질이 더럽거든.
처음 경찰 되었을 때는 진짜 날아다니는 줄 알았어.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다 이룰 수 있을 줄 알았거든.
갑자기 조폭을 탕진한다던가 그런 거는 너무 드라마틱하고. 적어도 내가 관할하는 구역 내에서는 완벽하게 일처리를 하고 싶다 이정도?
소소하지? 소소하다면 소소하지만 원대하다면 원대한 그런 꿈이었어.
왜냐고? 나이는 처먹었지만 내가 너무 늦게 깨달았거든. 세상이 좆같다는 걸.
강력반에 들어온 다음 처음으로 맡은 사건이었어. 일개 경장인 내가 해봤자 뭘 하겠냐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했거든.
거의 다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진짜 대박이다 싶었지. 그 사건만 해결하면 내가 꿈꿨던 것 중 일부가 해결될 거 같았거든.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나 스스로 목을 조이는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말이야.
왜 목을 조이는 거냐고? 일개 경장인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사건이었달까. 연루되어있는 사람도 보통이 아니었어.
말해봤자 안믿을 거잖아. 너는 모를 거 같기도 하고. 어리다고 무시하는 거 아니니까 화내지 마라. 안그래도 밖에서 무시라는 무시는 다 당해봤던 사람이다. 내가.
증거라는 것도 다 모으고 송치했는데 무소식인거야. 아무런 소식이 없어.
공소 기각 결정이라는 말만 돌아오더라. 왜 그렇게 됐냐고 물어보니까 혐의가 없다네. 검사 편의 주의라는게 원망스럽더라.
누가봐도 증거도 확실하고 범인도 확실한데 아무도 믿어주지 않더라고. 심지어는 다른 형사들 말도 듣지 않는 거 있지.
너무나도 화가났어. 그렇게 화가난 건 또 처음일 거야. 연쇄 살인마잖아. 10명이 넘는 사람을 죽인 살인마라고.
그런 살인마에게 사주를 해서 사람을 죽인 사람이 무혐의라는게 말이 되냐? 말도 안되지. 근데 여기서는 말이 돼. 돈이라는 것만 있으면 못할게 없는 나라거든.
재벌가 소재의 드라마가 왜 유행인지 알아? 자극적이니까? 사람들이 많이 보니까?
땡. 실제로 있는 일이니까.
실제로 있는 일 모티브로 만든 건데 그걸 사람들은 허구라고 믿으니까 재미있어 보이는 거야.
병신이지. 그걸 알면서도 여기에 갇혀버린 나도 병신이고.
처음에는 경찰서에서 시작이었어. 있는 자료고 뭐고 다 없애버리고 싶었어.
라이터 들고 지랄 떨었는데 사람들은 다 내 팔다리 잡고 말리기만 하더라. 내가 걱정돼서 그런건지 본인들 목숨이 달렸다고 생각해서 그런건지...
나도 모르지. 경찰서에서 지랄하니까 그런 거 일 수도 있고.
그 다음은 검찰청이었어. 그 검사라는 작자의 얼굴도 보고 싶었고 솔직한 마음에서 목도 따고 싶었어.
피해자랑 나랑 아는 사이도 아닌데 정말 그 때는 내 연인이라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니까.
그 정도로 그 검사가 미웠어. 밉다 못해 혐오스러웠지. 세상에 존재하면 안되는 사람 같았어.
그 결과 돌아온 건 여기 병원에 입원신세였지만 말이야.
정신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구치소로 들어가지 않거든. 아마 지금쯤이면 난 구치소에 있었겠지.
괘씸죄라는 것도 덧붙여서 꽤나 오래 있지 않았을까? 웃기지? 죄가 있는 사람은 기소 자체가 되지 않았는데 말이야.
상사가 그러더라. 그냥 쥐죽은듯이 지내다가 조용히 나오라고. 여기서 나가면... 글쎄... 다시 경찰 할 수 있을까? 못할 거 같아.
이렇게 말하고 또 그 더러운 소굴에 들어갈 수도 있겠지.
어떻게 생각해? 너도 내가 미친 사람 같아?
솔직히 말하면 제가 미친 사람 같아서
아저씨도 미친 사람 같아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