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열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上 |
"헤어지자." 꽤나 늦은 밤이라 한적한 공원에 성열과 있던 명수는 귓가를 때리는 성열의 말에 잠시 몸이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성열은 이미 명수의 옆이 아닌 명수의 뒤에 가만히 서서 명수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잘 움직여지지않는 몸을 움직여 돌아본 성열의 표정은 지금까지 명수가 알고 있던 성열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싸늘했다. 지금 명수의 눈에 보이는 성열은 언제나 다정하고 친절하고 포근한 김명수의 애인 이성열이 아니었다. "..무슨소리야 그게." 한참만에 명수의 입이 떨어졌고 성열은 답답하다는 듯 명수를 짜증스러운 눈길로 보았다. 그 눈길에 명수는 심장이 내려앉는 듯 하다. 한번도 그런 감정을 담은 적이 없는 눈동자가 지금은 짜증과 답답함, 귀찮음을 잔뜩 뒤섞은 채 명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헤어지자고, 너 질려." 성열의 말에 명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문득 예전에 성열과 함께 밤을 지샌 날, 명수가 성열에게 했던 질문이 떠올라서였다. 성열아, 넌 내가 질리면 어떻게 할거야? 그 황당한 물음에도 성열은 평소의 그 다정한 웃음을 지으며 절대 그럴 일 없으니 걱정말라고, 만약에 질려도 절대 널 버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그랬던 성열이었다. 그게 불과 두, 세달 전이었고 명수는 아직도 그 기억이 뚜렷해 쉽사리 방금 성열의 입에서 나온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알아들었으면 나 간다. 연락하지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아무 말없이 서 있는 명수를 흘깃보더니 그대로 성열은 공원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성열이 떠나가고 한참을 그 자리에 못 박힌듯 서있던 명수는 어느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는 지 공원바닥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명수 자신은 큰 충격에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성열이 간 시점부터 명수의 얼굴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무슨 정신으로 집까지 들어온건지 모르겠지만 명수는 자취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또 눈물만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않았다. 단지 명수의 머릿속에 끊임없이 맴돌고있는 것은 공원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성열의 차가운 눈과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행동들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있을 때 자취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 뒤를 따라 들려오는 목소리는 우현이었다. 김명수! 뭐하냐? 하고 평소처럼 쾌활한 목소리로 명수에게 말을 걸던 우현이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쏟고있는 명수를 보자마자 얼굴을 굳히곤 명수의 앞에 앉아 왜 그러냐고 물어왔다. 명수는 눈물을 멈추고 싶었지만 그게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친한 친구인 우현에게는 이런 모습 보여주기 싫었는데 눈물은 하염없이 흐른다. "이성열때문이냐?" 이런데서 눈치가 빠른 우현이 인사를 할때보다 한 톤 다운된 목소리로 명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고 두 손으로 눈물을 훔치느라 정신없는 명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뿐이었다. 명수에게서 긍정의 대답을 들은 우현은 벌떡 일어나더니 자취방을 나섰고 명수는 화나면 앞뒤 안가리는 우현을 알기에 눈물을 훔치던 손을 멈추곤 급하게 우현의 뒤를 따라가며 우느라 쉰 목소리로 우현을 불렀다. 성열의 자취방에서 겨우 우현을 따라잡아 우현의 팔을 잡아챈 명수가 그러지 말라며 우현을 말렸지만 우현은 요지부동이었다. 그 새끼 너랑 사귀면서 분명 눈물 안나게 할거라고, 그러니까 남자끼리여도 이해해달라고 그랬어. 근데 이게 눈물 안나게 하는거냐? 하고 화를 꾹꾹 눌러담은 목소리로 말하는 우현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성열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는 명수는 그냥 가자고, 술이나 마시자고 하며 우현의 팔을 잡아 끌었다. - "이성열이 헤어지자고했어? 그것도 니가 질려서?" 미친새끼. 평소 잘 하지 않던 욕을 중얼거린 우현이 앞에 놓여있는 소주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명수는 우현과 술을 마시고있어도 떠오르는 성열의 얼음장같던 모습들을 지우려 술을 마구 들이켰다. "그냥 잡아. 다시 사귀자고. 한번쯤은 매달려봐야되지않겠냐?" 소주 2병을 마시더니 생각나는 대로 말을 뱉는 우현을 보며 명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정말 다시 사귀자고 잡으면 성열이 사귀어 줄까? 시도도 안해보고 포기하는 건 후회만 남겠지? 이런 생각들을 하며 명수는 결심한듯 자리에서 일어나 우현을 부축하고 가게를 나섰다. 가게를 나서며 명수는 우현을 부축하고 있음에도 왠지 가볍게 느껴지는 발걸음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 "너는 머리가 어떻게 됐냐? 니가 싫다고. 하, 진짜 미치겠네" 성열의 폭언이 날아와 명수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성열을 찾아가서 다시 사귀면 안되냐고 아직 니가 좋다고 하면 성열도 다시 전처럼 웃으며 그러자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명수는 우현을 자신의 자취방에 데려다놓고 바로 성열의 집까지 뛰어왔다. 평소에 그렇게 신경쓰던 머리가 바람에 날려 마구잡이로 흐트러지는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단지 성열을 만날 생각만 하며 명수는 그렇게 달렸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성열의 집 초인종을 눌렀고 이내 성열이 문을 열고 나왔다. 비록 헤어진 상태였지만 성열의 모습을 보니 명수의 심장이 쿵쾅쿵쾅하며 큰 소리를 내며 뛰었다. 아직 명수의 심장은 성열에게 강렬하게 반응하고있었다. 그런데 성열은 그게 아니었다보다. 문을 열고 명수를 보자마자 표정을 확 굳히더니 뭔데? 하고 한마디했다. 그래도 명수는 꿋꿋하게 성열에게 말했다. 나 아직 너 좋아해. 우리 다시 사귀면 안될까? 하고 예전 성열이 자신에게 고백했던 그 날을 떠올리면서. 그 말을 들은 성열의 표정은 굳어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일그러져버렸다. 그리고 내뱉은 말이 그것이었다. "성열아, 그래도.." 성열을 보고있던 명수는 아무래도 성열의 짜증섞인 눈빛을 견디기 힘들어 고개를 푹 숙였다. 우현의 말을 듣고 왜인지 모르게 희망이 생긴 것같아 한걸음에 달려왓는데 현실은 정말 시궁창이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발끝만 바라보고 있는 명수에게 성열이 한마디를 툭하고 내뱉더니 그대로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그와 동시에 명수는 몸을 돌려 급하게 자신의 자취방으로 뛰어가다 도저히 견디기 힘들어 골목으로 들어가 벽에 기대앉아 또 다시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멍청하냐? 나 여자생겼다고. 너같은 남자새끼말고 이쁜여자." 명수의 귓가에는 이제 그 말만이 맴돌았다. 울면서 요동을 쳐도 그 말을 귓가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마치 성열을 향한 자신의 끝없는 사랑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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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 아니면 상중하로 나뉠것같아요
이 내용을 다른 커플링버전으로 쓸 가능성도 꽤 있어요
내용은 아주 조금 다르게해서..
아무도 원하지않으시려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