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ㄴ,누구세요?! "
" 어, 너 내가 보여? "
" ... 네? "
" 잘 찾아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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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빈 물 좀 "
응. 돌아오는 대답도 컵이 미끄러져 내 앞에 오게 하는 행동도 하나 변함 없었지만
내가 너를, 그리고 네가 나를 대하는 태도 만큼은 많이 달라져있었다.
" ..고마워 "
" 언제까지 그렇게 나올건데 "
" 어? "
" 언제까지 호구처럼 말 할거냐고. "
미,친 김한빈. 네가 나를 대하는 태도? 그거는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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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게 아직 남았다.
그 날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 않은 너에 그냥 웃어넘기려 해도
예민함 때문이라고 포장 된 너에게 했던 말과
네가 내 눈 앞에 없을 때의 나의 행동들은 내 모든 하루를 지배했다.
미안해. 세 글자면, 한 마디면 되니까
닫혀있던 방 문을 열었다 그게 속이 편할 것 같아.
" 김한,빈 "
시원하게 내뱉고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고싶었는데
티비를 보다 내게로 고개를 돌리는 네 모습에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뭐지? 뭘까, 간지러운데 어디가 가려운거지? 아려와 어디가 아리는거지?
네게 전해야 했던 말인 '미안해' 를 중심에 둔 채로
잠깐 스쳐지나갔던 방금의 감정에 대해 생각끼리 전쟁을 벌였다.
" 왜. "
방금 그건 뭐였을까? 병이 생겨 버린걸까?
" 왜 부르냐고 "
나에게 묻는 계속되는 질문에 눈을 감았다 뜨자 티비 앞 쇼파에 기대었던 너는 어느새 내 바로 앞에 자리잡았다.
" 뭐야. "
가까운 거리에서 네 눈이 보이자 어질러져있던 잡다한 것들이 다 도망가 버리고
중심을 지키던 세 글자가 부풀어올랐다.
미안해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이 네 앞에서 오르지않았다.
" ..어, 그러니까 "
" 미안하다고? "
" 아니.. 저, "
" 그거라면 됬어 괜찮아. "
다시 눈을 감았다 떴을 땐 너는 다시 쇼파위에 있었다.
네가 나를 읽을 수 있다는 걸 잠시 잊고있었나보다
방에 들어가 침대에 몸을 던져 누웠다.
아까의 감정이 이불 대신 나를 덮었다 숨 쉬기도 힘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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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나가자 "
" 뭐? "
" 밖에 나가자고. "
꿈도 꾸지 않을 정도로 깊게 잠을 잤다.
방 문을 열자마자 김한빈은 뜬금없는 말을 건넸다.
시계를 보니 이미 하루가 지나갔는데
" 왜 말이없어, 싫어? "
일어나자마자 나가자니 잠도 다 깨지 못한 채로 시계와 네 눈만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그제서야 작게 소리가 들려 소리의 시작을 찾아 눈을 굴리니
티비에서 새벽의 길 거리와 손을 맞잡은 남녀의 모습이 비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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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나온거 오랜만이네 "
" 그러게. "
김한빈이 밖에 나가자고 제안한 적은딱 두 번 뿐이였다.
하나는 오늘, 또 하나는 이름만 알던 친구가 죽었을 때.
같은 학교에 같은 학년에 그저 이름만 간신히 알던 여자애였는데
어느 날 부터 보이질 않더니 투병 생활 끝에 죽었다고했다.
슬프다 라는 감정보다는 사람은 이렇게 쉽게 죽는구나, 하며 알 수 없는 감정에 답답하고 어딘가가 아팠다.
집 안에서 밥도 먹지 못하고 앉아만있자 그걸 가만히 보던 김한빈이 처음으로 밖에 나가자고 말을 했다.
그게 벌써 몇 달 전이네, 생각에 잠기자 자주 보던 장소가 보였다.
" 저번에 같이 여기온 날 기억나? "
" 아, 어. 너 친구 죽었을 때 "
" 우리 여기서 그네타다 사람들이 계속 쳐다봤잖아 "
" 난 그때 내가 귀신이란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어 "
나는 주황색 김한빈은 초록색 그네에 앉아있었고
내 두서 없는 말들을 묵묵히 들어주고만 있었다.
김한빈은 귀신, 보여지려는 제 의지가 없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다.
고로 그네를 타고 있는 김한빈은 보이지 않으니까
지나가는 사람이 본 모습은 혼자 중얼거리는 이상한 여자와 혼자 움직이는 귀신 들린 그네로만 보였을것이다.
" 여기 있어. 편의점 좀 다녀올게 "
" 혼자 어딜 가 "
" 바로 앞인데, 구경 계속 하세요. "
오랜만에 나온 바깥인지 천천히 훑는 김한빈에 혼자서 길을 나섰다
할 거 없을 때는 밖에도 나오고 그러지 가끔 멍청한 면도 있는 거 같아 혼자 웃음을 띄며 골목길에 들어섰는데
" 애기야, 왜 혼자다녀? "
누군가 내 목덜미를 잡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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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좀 알려주지? , 저도 모른다니깐요?
똑같은 내용의 말만 오갔다.
" 왜 자꾸 그러실까, 눈치껏 행동해주면 안 돼? "
" .. 이러지 마세요 "
" 조금있으면 여기 오빠 친구들도 오는데, "
소름돋게 웃었다. 검은 옷 차림에 검은 피부를 가진 남자였지만 그 입꼬리 만큼은 눈에 띄였다.
지나치려 해도 욕설을 내뱉으며 내 앞을 막는 모습에 무서워 몸이 스스로 떨렸다.
진동이 울리는 제 핸드폰을 바라보더니 내 손목을 거칠게 잡았다.
" 친구들이 힘들다네 우리가 가야겠다. "
차오르는 눈물에 시야가 뿌얘져 닦으려고해도 강한 힘으로 잡힌 손목은 움직일 수 없었다.
한빈아
수 백번을 외쳤다. 안간힘을 썼다.
투둑, 소리가 나더니 유일하게 이 길을 밝히던 전봇대의 불이 나갔다.
전봇대의 긴 형체가 가까워지며 내 앞의 남자를 덮치려들었다
손목을 뿌리치고 골목 밖으로 뛰었다.
" 그러게 왜 혼자가서, "
김한빈이였다 너가 도와줬구나.
" 이런 일이 너한테는 없을 것 같았어? "
무서워서 혼자 있는게 너무 무서워서
이제 다 끝났으니까 널 보면 안기고 싶었는데
너는 날 내려다보며 낮게 소리를 냈다. 네 목소리가 밑에서 들끓었다.
그게 또 서러워서 주저앉아 소리내 울었다.
추워. 눕고싶어. 아까 처럼 잠들고 싶어
차가운 게 나를 감싸안는데 내 전체를 덮는것이 따뜻하게만 느껴졌다.
" 나는 완전하지가 못해서 "
따뜻하다
" 평범한 것들과 같지 않아서 "
눕고싶어
" 너를 지키기가 어려워. "
잠들고 싶어.
내가 무슨 소리를 쓴 건지 기억이 안난다
안 본 눈 삽니다... 망쳐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소재 준 콘 사랑해♡ 항상 봐주시는 독자 분들 사랑행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