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야 나 좀 봐봐 ”
내가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본의 아니게 바빠진 바람에 꽤나 오랜만에 만난 내 여자친구 빙산이는, 못 본 사이 평소 보다 더 귀여워 진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내가 그렇게 뜯어 말려서, 다이어트는 포기 한 모양인지 볼에 살이 오른게 당장이라도 이불로 꽁꽁 싸매 우리집으로 데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그 귀여워. 뭘 먹고 이렇게 더 귀여워졌어? 턱을 괴곤, 그 흔히들 말한다는 꿀이 떨어질 듯한 눈빛으로 빙산이를 보며 낯간지러운 말을 내뱉으니, 핸드폰에서 결코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집중하느라 바쁜 빙산이가 웅얼 웅얼 거리며 대답했다. 몬라. 으 미친 귀여워!
“ …빛돌이인가 뭔가 걔네 그만 보고 이제 나 봐주면 안돼? ”
“ 넌 맨날 보잖아 ”
“ 야 우리 무려 2주만에 만났어 2주! ”
“ …빛돌이들은 못 만난지 벌써 2달이나 됬거든? ”
널 이기려 한, 내 잘못이지 아주그냥. 입에 물려진 빨대를 괜히 잘근잘근 씹으며 한숨을 내 쉬었다. 그렇다. 내 여자친구는, 2008년에 누난너무예뻐서 내가 미쳐 버리겠다는 연하남의 집착을 보여주며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샤방샤방 보이그룹의 정석! 이름하여 그 이름도 찬란한 빛돌이라는 5인조 에스엠 남자 그룹의 열렬한 팬이다. 아니, 팬이 아니라 덕후지. 덕후. 사실, 가끔 나보다 그 빛돌이들을 더 좋아하는 것 처럼 보이는 이빙산의 행동이나 말을 듣다보면, 질투가 안날래야 안날 수가 없는 노릇이였다. 그래서, 진지하게 화도 내보고, 나도 너처럼 몸매 좋고 얼굴 예쁜 걸그룹 좋아한다며 별 말도 안되는 거짓말도 해봤고, 극단의 조치로 헤어지자는 충격적인 발언도 해봤다. …그렇지만, 이빙산은 절대 변하지 않았으며, 난 항상 이빙산에게 지곤 하였다. 헤어지자고 했다가, 이빙산이 우는 바람에 너무 놀라서 내가 잘못했다며 바로 사과 한건…비밀이다. 존나 비밀.
그러고 보니 언젠가, 내 가장 친한 친구인 김종인이 지나가는 말로 내뱉었던 말이 생각났다. ' 야, 이빙산이 빛돌이 덕질을 그만 두는건, 니가 이빙산 좋아하는 걸 그만 두는 거랑 똑같은거야 ' 아, 존나 어려운거구나.
“ 헐 태민이 메들리 떴어! ”
” 어? 나? 내가 무슨 메들리? ”
” 너 말고, 빛돌이 태민 ”
“ …이런 미친 ”
내가 그 빛돌인가 뭔가 하는 애들이 더 거슬리는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그건 바로, 내 여자친구가 환장하는 빛돌이의 한 멤버가 나와 이름이 똑같다는 것. 마침, 그 멤버가 오랜만에 솔로로 컴백을 하는것인지, 저번부터 정신을 못차리던 이빙산이, 무슨 메들리라는 영상이 떴다며 나에게 핸드폰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솔직히 궁금하긴 하지만, 보기 싫어. 나도 자존심이 있지! 절대 보지 않겠다며, 표정을 찌푸리는 날 발견한 이빙산이 갑자기 말 없이 날 흘겨 보았다. 그냥 좀 봐, 하는 눈빛으로. 알았어, 볼게. 누구 명령인데? 주인한테 혼난 나머지, 두 귀가 축 늘어진 강아지 처럼, 나는 시무룩 한 채로 가만히 영상을 보았다. 아니 근데 잠시만…이녀석?
춤 존나 잘 춰? 게다가 좀 나랑 닮은 것 같잖아?
4분 정도 되는 짧은 메들리 영상이 순식간에 끝나고 말았다. 영상이 끝나자 마자, 마치 세상을 얻은 사람처럼 황홀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빙산이가 핸드폰을 꼭 끌어 안고 있었다. 저 새끼 핸드폰이 아닐 수 있어. 이젠 빙산이의 품에 안겨져있는 핸드폰에게도 질투가 나, 살짝 기분나쁜 듯한 눈빛으로 핸드폰을 흘겨 보니, 너 지금 어딜 보는 거냐며 날 응징하는 빙산이였다. 저 핸드폰도 경계 상대야.
“ 태민이 멋있지? ”
“ 나? ”
“ 아니. 빛돌이 태민. ”
왜 그렇게 단호 한건데. 살짝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발장난을 하니, 빙산이가 내 팔을 툭툭치며 어서 대답하라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날 올려다 보았다. 아 미친…이건 반칙이지. 존나 귀엽다.
“ 응, 좀 멋있네. 좋아할 만 하다 ”
“ 진짜 태민이는 뭘 먹고 이렇게 멋있지? ”
“ 니 옆에 있는 태민이는, 니 사랑 먹고 이렇게 멋있어 ”
“ … ”
“ …거, 빛돌이 태민이랑 나랑 좀 닮은 것 같지 않아? ”
“ … ”
“ … ”
“ 잘못했지 ”
“ 응 ”
졌다 또 졌어! 이빙산한테 또 졌어! 거기서 곧이 곧대로 응이라고 대답하면 어떡하니? 남자 답지 못하게? 어?! …아무리 이렇게 속으로 후회 해 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였다. 그래,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원래 져주는 거랬어. 우리 엄마가 그랬으니까, 그게 맞아. 그래도 가시지 않는, 섭섭하고 서운 한 마음에 겨울이라 살짝 터버린 입술을 나도 모르게 습관 처럼 물어 뜯으니, 이빙산이 미간을 좁히며 주머니에서 내가 저번에 사준 체리 립밤을 꺼내,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와 내 입술에 천천히 발라주었다.
아니 잠시만, 존나 심쿵.
“ 내가 립밤 바르고 다니랬잖아 ”
“ …ㄴ, 니가 빛돌이 태민이 한테만 신경 써줘서 그래 ”
“ 알았어, 내가 미안해 ”
“ 으응? ”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 내렸다. 나 이렇게 쉬운 남자 아닌데…아닌데…, 맞는데. 맞아. 난 존나 쉬운 남자야 빙산아. 니 한정.
“ 야, 좋으면 그냥 웃어 뭘 또 입꼬리를 내리고 난리야 ”
“ …티 났어? ”
“ 어, 엄청. 그리고 생각 해 보니까, 너랑 우리 빛돌이 태민이랑 좀 닮은 것 같아 ”
“ …그치? ”
“ 그래서 내가 널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
립밤을 다 발라 준건지, 저 말을 끝으로 씨익 웃은 빙산이 덕분에 아파트를 뽑아 버리고 싶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서야 알 것 같았다. 종인아, 난 성공한 사람이야. 이런게 바로 행복일까? 응? 단 한번도 느껴 보지 못한 이런 설렘이라면, 나 평생 이빙산에게 지고 살아도 상관 없을 것 같아. 예상치 못한 훅 들어옴에, 정신을 못차린 나머지 멍하게 이빙산의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으니, 립밤 뚜껑을 닫으며 이빙산이 말했다. 아, 맞아 이거 립밤, 내가 방금 바른거다? 아니 그냥 그렇다고.
…얼굴이 아까보다 더 새빨개지는 기분이였다. 빙산아, 그러니까 나는
“ 헝, 너무 좋아 ”
“ 내가? ”
“ 어. 넌 계속 빛돌이 덕질 해 ”
“ 진짜? ”
“ 나는 평생 니 덕질 할게…. ”
오늘도 져버렸다. 이빙산한테.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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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민이 컴백에 감동받아 찐 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태민아 사랑해..
태민아..사랑해..태민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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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소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소미야 데뷔하자ㅠㅠㅠㅠㅠ2등축하해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 인생에 덕질이란 샤이니랑 소미가 ㅈㅓㄴ부야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