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꼭 들어줘라 줘!
아까보다 더 어두워진 창 밖이였다. 방금 일어난 터라, 잘 떠지지 않는 눈에 억지로 힘을 주었다. 갈 곳을 잃은 것 마냥 이곳 저곳을 더듬거리는 손길로, 알고보니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었던 핸드폰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손에 들려진 핸드폰의 홀드키를 누르곤 시간을 확인하니, 화면 윗쪽에는 숫자 10과 0 두개가 크게 놓여져 있었다. 이제 막, 밤 10시가 되었다는 의미였다. 분명 내가, 자기 직전에 보았던 시간이 오후 6시였던 것 같은데…. 새삼, 헛웃음이 나왔다. 총 4시간동안, 단 한번도 깨지 않은 채 깊은 숙면에 곤히 빠졌다는 것은, 꼭 지난 일주일이 꽤나 힘들고 숨막히듯 바빠왔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였다.
“ … ”
핸드폰 홀드키를 다시 한번 누르니, 곧 검은색 화면이 깔리면서 내 눈을 아프게 했던 하얀 빛이 사라졌다. 아무렇게나 핸드폰을 던져 두곤, 문득 고개를 돌리니, 누군가가 이불로 돌돌 몸을 감싸 어딘가로 데려가도 모를 만큼, 깊은 잠에 빠진 채 제 품에 안겨 있는 빙산이가 보였다. 저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차마 내릴 수 없었다. 날 무기력하고 우울하게만 만들었던, 지난 일주일 동안의 갑갑한 피로들과 스트레스들이 하나 둘 자연스레 한 순간 사르르 녹아내려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숨 가쁘게 흘러가는 일상에 서로가 많이 지쳐 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홈데이트로 만족 해야하는 상황을 당연히 섭섭해 하고 서운해 할 법도 한데, 그 한번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마냥 평소보다 더 큰 제스처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뿜어져 나오는 사랑스러운 모습들이 참 귀여워, 입에서 미소가 떠나지 못한 주말 낮이였다.
여전히 빙산이를 제 품에 껴 안은 채, 살짝 자세를 고쳐 누웠다. 아까보다 더 가까워진 얼굴 사이가 괜히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심쿵. 정말 오랜만에 만난 사촌동생이 내게 영감탱이라고 핀잔을 주며 알려주었던 인터넷 언어였다. 말 그대로, 무언가에 의해 설레거나 놀라서 심장이 쿵하고 떨어 질 때 쓰는 단어라던데. 문득, 이런 야릇하고 낯간지러운 상황에 아주 적합한 단어 인것 같아, 지금 내 자신의 심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 하면, 나는 주저없이 저 심쿵이라는 단어를 쓸것 같았다. 심쿵. 꼭 지금 상황이 아니더라도, 곁에 빙산이가 있다면 난 앞으로도 매일, 꾸준히 심쿵 당할 예정이였다. 그것도 좀 스케일 큰 걸로.
꼭 감겨 져 있는 두 눈에, 짧은 입맞춤을 남겼다.
짧았으나 꽤나 찐한 입맞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동 하나 없이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있는 빙산이가 괘씸해, 결국 참지 못하고 얼굴 이곳 저곳에 입을 맞추었다. 참 유치하고 어린아이 같은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 자는 모습이 마치 잠 자는 숲 속의 공주 처럼 황홀하도록 어여뻤던 터라, 그냥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채 마냥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참으로 내겐 어려운 일과 마찬가지였다. 저의 끊임없는 입 맞춤 덕분에, 이제서야 슬슬 잠에서 깨기 시작한건지, 그 작은 손으로 눈을 비비며 주변을 둘러 보는 빙산이 때문에 또 한번 웃음이 꽃 피워졌다. 이유는, 그냥 그게 너무 귀여워서.
“ 막 그렇게 뽀뽀하면 어떡해… ”
“ 자고 있는 널 앞에 두고, 가만히 있는게 더 힘들어 ”
“ …요즘따라 왜이렇게 능글능글 해? ”
능구렁이. 능글거리지 말라며 내 가슴팍을 아프지 않게 때리는 빙산이의 작은 손을 그대로 맞 잡고는, 깍지를 꼈다. 나 너한테만 이러 잖아. 그래도 싫어? 마치 조그마한 유치원생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듯한 말투와 표정으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니, 내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던 빙산이가 곧 뭔가 수줍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면서, 그럼 괜찮다며 베시시한 미소를 흘리고는 내 품에 더욱 파고들어 안겼다. 아, 미치겠다. 가끔 이렇게 훅 들어 올때 마다, 나는 꽉 잡고 있던 나의 자제력을 순간적으로 잃을 까, 마음속으로 조마조마하며 말라만 가는 입술을 연신 축이곤 한다. …지금도, 꽤나 위험한 상황이였다.
아마 이런 내 속을 넌 평생 모를거다. 날 올려다 보고있는 빙산이의 두 눈을 계속해서 바라보다, 마지 못해 한 손으로 가리고는, 다른 한손으로는 천천히 등을 토닥여 주며 말했다.
“ 자고 갈거지? ”
“ …집 간다 해도, 니가 막을 거잖아 ”
“ 그럼 코 자자 ”
“ 나 졸린건 맞는데…, 왜 재울려고 해? ”
아까, 일어나게 하려고 그렇게 얼굴 여기 저기에 열심히 입을 맞추던 사람이, 갑자기 다시 재우려고 안간 힘을 쓰는 모습을 보고있자면, 참으로 이상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였다. 킬미힐미인줄. 제대로 잠에 깨지 못해, 자꾸만 뭉게지는 발음으로 말은 해야겠다며 웅얼거리는 빙산이를 가만히 내려 보다가, 응큼하게도 오늘따라 더욱 더 제 눈에 쏙 들어 오는 하얗고 곧게 뻗은 빙산이의 목선을 따라 저도 모르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을 맞추었다. 쪽하고 입술이 떼지는 소리가, 꽤나 야하게 방안에 울려 퍼졌다.
“ 계속 이렇게 보고있으면 ”
“ … ”
“ 더 세게 안고 싶잖아 ”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내가 입 밖으로 내 뱉고도 내 두 귀를 의심할 만큼 매우 낯 간지럽고 야릇하기만 한 문장이였다. 가까스로 제 이성의 끈을 붙 잡은 채, 조금이라도 더 빙산이를 아껴주고 싶은 마음이 급급했나 보다. 아까보다 더 후끈 해진 공기 탓에, 식은땀이 흐르는 손을 움켜줬다 폈다 하면서 자꾸만 마주치는 빙산이의 시선을 피하려 두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렸다. 눈 감고 이제 자자 응? 내 말을 들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저를 올려다 보는 빙산이 때문에 입술이 바싹 바싹 타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결국, 아까처럼 빙산이의 두 눈을 제 손으로 가리려고 하니 말이다.
갑자기 그런 내 행동을 제지하는 듯, 제 손을 스르륵 감싸며 잡아 오는 빙산이의 행동 때문에 나는 순간 돌 처럼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 안아도 되는데 ”
“ 어? ”
다시 한번, 제 두 귀를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 세게 안아도 ”
“ … ”
“ 된…다고 ”
뚝. 어렵게 붙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고작 해도 된다는 빙산이의 말 한마디 때문에 핀트가 완전히 나간 상태가 되버렸다. 방금 전 보다 훨씬 더 야릇하고 오묘한 기류가 우리 둘 사이를 가득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붉게 달아오른 빙산이의 두 볼 부터 시작해서, 아까 전 부터 내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어 온 하얀 목선, 그리고 무엇보다 체리 만큼이나, 선명한 붉음을 자랑하는 입술까지. 어느 것하나 야하지 않은 요소가 없다고 생각했다.
빙산이의 말이 끝나자 마자, 금세 몸 위로 올라 타, 한동안 말 없이 빙산이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창 밖으로 비춰오는, 달빛의 영롱함을 배경 삼아 그 보다 더 아름 다움을 뽐 내는 빙산이의 모습에 넋이 나가는 듯 했다.
“ 키스 ”
“ … ”
“ 해도 돼? ”
긍정의 끄덕임을 확인하자 마자, 서로의 입술이 촉촉히 맞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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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 일주일을 고생했을 독자님들을 위해 빙산이가 아주그냥 거대한 사랑을 받는 글을 가져왔습니다. 허허. 내 손은 똥손이얌..
아, 저거 이름 치환하세요! 좀 더 현실적인 빙의를 위해..! 적용했습니다. 하핫!
다음에는 남자가 다섯 : 최민호 편으로 봐요 우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밀린 글 넘나 많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