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남은 조폭!?
w.1억
어제 너무 지쳤었나. 바로 잠들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났을 땐 아저씨가 없었다.
나 오늘 일하러 가야되는데.. 무슨 일 생기면 어디로 연락해야되지? 말도없이 그냥 가버리는 게 어디있어..-_-...
혼자 멀뚱히 소파에 앉아서 거실을 둘러보았다. 항상 느끼지만.. 참.. 집도 아저씨같네..
어제 일은 너무 꿈처럼 느껴지면서도.. 바닥에 쓰러져 죽어있던 사람들을 떠올리니 소름이 끼쳤고, 괴로웠다. 계속 생각나 미치겠네.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문쪽을 보았다. 아저씨 집이라 안심이 되면서도 혹시라도 그 사람들일까봐 숨을 죽였다.
다행이도.. 문이 열리면, 아저씨가 종이가방을 들고선 들어오는데..
"……!"
"뭘 그렇게 놀래."
"…아니요. 그냥.."
아저씨가 테이블 위로 종이가방을 올려놓더니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고선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게 뭐예요...????"
"며칠동안 그렇게 입고있을래?"
"아..."
종이가방 안에는 많은 것들이 담아져있었다. 칫솔, 폼클렌징, 나름 괜찮은 옷들과 속옷까지. 엥? 속옷????
너무 의외라서 놀란 것도 있지만..
"사이즈 어떻게 딱 맞게 사오셨어요....?"
사이즈가 딱 맞네...?
"만져보면 알지."
"…네??"
갑자기 저렇게 훅 들어오는 아저씨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엄청 붉어졌다는 것... ^^ 하긴.. 아저씨는 다른 사람들이랑 많이 해봤을 거니까..그래서 아는 거겠지.
"주말까지는 여기 있어. 그 새끼들 지금 숨어지내서 어디있는지도 찾기 힘들어."
"…네에. 근데.."
"……."
"근데.."
"말해."
"저 일 가야되는데요.."
"며칠만 가지 마."
"안 가면 안 되는데..."
"안 하면 죽어?"
"그런 게 아니라.. 대타가 있으면 몰라도, 대타도 없구요.. 저 돈 벌어야돼요."
"돈 주면 되잖아."
"어우! 안 돼요...! 제가 쓸 돈은 제가.."
"……."
"한 번... 사장님한테 전화는 해볼게요. 근데 주말 알바는 무조건 해야 돼요..."
"주말에도 일하니."
"…네에."
"뭔 애가 돈이 그렇게 필요하다고."
아저씨가 인상을 쓴 채로 말을 하다가도 말을 멈췄다. 뭐야.. 되게 방금.. 잔소리같았는데.
"이름이 뭐. 평화?"
"아, 네! 윤평화요..!"
"몇살이야."
"스물여섯살이요.. 저 아저씨 이름은 알아요!"
"……."
"주지훈이죠? 그 나쁜사람들이 말하는 거 들었거든요. 아저씨는 이름도 되게 멋있네요.!"
"……."
"하하하...."
아저씨는 여전히 나에게 말이없다. 말없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더니만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나가지 말고, 시켜먹어. 나갈 일 있으면 문열고 앞에 서있는 놈들한테 시키고."
"…네에."
"걱정 마. 1층에도 현관에도 애들 붙여놨어."
"…네!"
"그리고."
"네?"
아저씨가 한참동안 말없이 나를 보았고, 나는 그런 아저씨를 물끄러미 바라보고있다. 왜 아무말도 안 하시지..
"어제 일 때문에 힘들면 말해. 담당 의사 붙여줄 테니까."
"……."
"알겠어?"
"…네! 알겠어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
"아저씨가 무사하니까! 전 그걸로 만족해요..! 저는 걱정 마세요."
나를 걱정해주는 것 같은 아저씨 덕분에 웃음이 나왔다. 근데 그것도 잠시...
아저씨 집 구경하는 것도 진짜 또 잠시일 뿐이다.. 아저씨가 뭐하러 갔는지도 모르는 채로 가만히 혼자 집에 있기에는... 너무 심심하다.
뭔가 시켜먹기에도 좀.. 그렇고.. 그냥 아저씨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저녁이나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
한 8시쯤 됐나? 주차하는 소리가 들리고, 1층에 서있던 사람들이 아저씨에게 인사하는 소리가 들려서 나도 모르게 너무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었다.
그리고선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아저씨에게 대뜸
"아저씨!"
하고 웃으면서 보면.. 아저씨는 아무렇지도않게 나를 올려다보았고, 문 옆으로 서있던 남자가 인상을 쓴 채로 내게 말했다.
"형님한테 버릇없이 누가 아저씨라고 해."
그리고 또 옆에 있던 남자가 내게 다가오며 말하길
"우리 형님이 어떤 분인 줄 알고 함부로 대해?
아저씨가 2층에 올라오자, 남자 두명이 급히 허리숙여 형님- 하고선 경직이 되었다가도 허릴 세워 아저씨와 눈을 맞춘다. 그럼 아저씨는 그 둘에게 시선따위 주지않았고, 오롯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냅둬."
"예?"
"상관없으니 냅두라고."
"아.., 옙!.."
"내일 아침에 보자. 고생했다."
"네! 형님!"
"그리고."
"예!"
"애한테 말 까지 마라."
"…ㅇ..옙!!!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형님!"
아저씨가 말은 안 하지만 비키라는 듯 내게 다가왔고, 나는 멋쩍게 웃으며 길을 내주었다. 근데..
"아저씨 술 마셨어요? 또 술 마시고 운전하셨나보네요..."
"……."
"아저씨 저녁은 뭐 시켜먹을까요?"
"너 알아서 시켜먹어."
"네?"
"먹고왔어."
"허얼...."
"……."
"헐....."
"왜."
"전... 한끼도 안 먹었거든요. 아저씨 오면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하."
아저씨가 한숨을 쉬었다. 쫄아버려서 침을 꼴깍- 삼키자, 아저씨가 내게 무심하게 말한다.
"혼자 먹어."
"…혼자 먹으면 좀 그런데.."
"……."
"외롭고 그런데...재미도 없고.."
아저씨가 '뭐 어쩌라는 거야'하는 표정을 하고선 곧 다른 방으로 들어갔고, 열리면서 안을 살짝 봐버렸다. 뭐야.. 다른방에도 침대가 있긴하네...
치.. 기다렸는데 혼자 먹으라니.. 결국엔 햄버거를 시켜서는 핸드폰으로 옛날에나 보던 만화를 틀어놓고 있는데.
씻고 나왔는지 편한 옷을 입고, 머리도 차분해진 아저씨가 나와서는 소파에 앉아서 귀찮은 듯 나를 내려다본다.
헉 진짜 너무 잘생겼어.
"…드실래요?"
"너나 먹어."
피곤한 듯 팔짱을 낀 채로 앉아서 무심하게 나를 내려다보는데.. 그렇게 보는데 어떻게 먹어요.. 싶다가도
의식하면서 어떻게 먹고있기는 하다.. 틀어놓은 만화 마저도 집중이 안 돼서.. 이 어색함을 깨고자.. 하고 아저씨에게 만화에 대해서 묻기로 다짐한다.
"아저씨 짱구가 싫어요 훈이가 싫어요?"
"그게 뭔데."
짱구도 모르는 사람한테 뭘 물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럼요.. 음.. 마트나 그런 곳 가고싶을 때도 저분들한테 부탁해도 돼요?"
"어."
"네에."
"……."
"아저씨 번호 저장해도 되죠??"
"……."
"할게요!.. 귀찮게 연락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필요할 때만 할게요.."
아저씨는 여전히 대답이 없다. 나 혼자만 주구장창 떠들다가 햄버거를 다 먹으니, 아저씨가 소리도 없이 일어서 방으로 그냥 들어가버린다. 뭐야..
"나 먹는 거 기다려준 거야....?"
다음 날에도 아저씨 얼굴 보기는 글렀다. 점심에야 일어난 나는 거실에서 TV를 본다. 와 이러니까 와이프같아..
어제 츤츤 거리면서 나 햄버거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준 게 생각나서 계속 웃음이 나와버렸다..헿..
또 진짜 변태처럼 아저씨 침대에 누워서 이불에서 나는 아저씨 냄새에 킁킁 거리면서 냄새나 맡다가.. 그때의 밤이 떠올랐다가...
속옷 사이즈 얘기했던 걸 떠올리는데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 이불을 쾅쾅 주먹으로 내리치며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또 잠이 들었고, 눈을 뜨면 저녁시간이 다 되어간다. 저녁에 뭐라도 만들어볼까 싶어서 문을 빼꼼히 열면, 남자 두명이 나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아니..무섭게 생겨서 그런 걸까.
"저어기.."
"예."
"마트 가고싶은데.. 태워주실 수 있나요.."
"뭐라구요?"
"아저씨가 부탁하려면 하랬는데요.."
"형님이 그러셨다고요?"
"네!..."
"……."
못 믿는 눈치기는 했지만, 무섭게 생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데.. 무섭기는 해도.. 계속 보다보니.. 마동석 같이... 귀여움도 살짝 느껴지기도 한..데... 온몸에 떡칠이 되어있는 문신들에 바로 생각을 접었다.
아니네.. 무섭네. 세상.... 온몸에 흉터는 왜 저렇게 많아.
그리고.. 장을 보는동안 자꾸만 옆에 따라붙는 남자들에 솔직히 부담은 됐다. 사람들까지 나를 이상하게 보았으니 말이다.
자꾸만 빨리 장을 보라는 듯 쳐다보는 것 같아서 허겁지겁 사고나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진짜 무서워 죽는 줄 알았네 ㅠ..ㅠㅠㅠ생각해보면..
아저씨는 엄청 잘생겼는데 무서운 거 보면 신기하다니까...
"이거 드세요오.."
김밥이나 다른 음식들을 2층에 있는 사람들과, 1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었다. 모두 내가 음식을 주자 당황한 듯 했지만.. 모두 거절은 하지 않았다.
2층에 있던 남자는 여전히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잘먹겠습니다."
"…아, 말..편하게 하셔도 되는데요.."
"아닙니다."
"제가 불편한데..요..."
"형님께서 원하지않으십니다."
"제가 괜찮은데.. 괜찮지않을까요."
"절대 안 됩니다."
"…네...아, 참!! 다른 것도 또 갖다줄게요! 드시고 계세요!!"
평화가 웃으며 집으로 쏙- 들어가자 2층에 있던 남자 두명은 괜히 서로 눈치를 보았다.
이거 먹어도 되는 거냐.. 형님한테 죽는 거 아니야? 싶다가도 형님 없을 때 후딱 먹자는 생각으로 김밥을 먹고선 눈이 휘둥그레진다.
"누님 김밥 잘 마네."
누님이라는 말에 급히 손을 뻗어 뒷통수를 후린다.
"뭔 누님이야?"
"형님이랑 잘 되면 누님이지."
"그건 맞지. 근데 그런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런가? 이야.. 맛있지않냐."
"어. 시발.. 배고파 뒤지는 줄 알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훈의 차가 들어왔고, 1층과 2층에 있던 사람들이 급히 도시락을 몸 뒤로 숨기지만, 입에 가득 담긴 음식은 내뱉지를 못한다.
급히 꿀꺽 삼킨 사람도 있고, 입에 아무것도 없는 척 하는 사람도 있다. 지훈이 차에서 내려 1층에 있는 사람들을 보더니 곧 무심하게 지나쳤고..
2층에 올라온 지훈이 남자 둘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2층에 있는 남자 한명은 겨우 삼키고선 허리를 숙였고, 다른 한명은 허리를 숙여 음식을 입에 담은 채로 인사를 한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좆됐다..
"다들 뭘 그렇게 쳐드시나."
"안에 있는 아가씨가 음,음식을 해주셔서요!.. 죄송합니다..!!"
"…음식?"
"예!!"
지훈이 둘을 지나쳐 문을 열고 들어섰을까, 한눈에 보이는 주방에서 분주하게 음식을 하던 평화가 지훈을 보더니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아저씨! 오늘은 밥 안 먹고 오셨죠!!"
"……."
"김밥이랑 월남쌈 좋아해요? 좋아해야 돼요! 무조건!! 진짜!!!"
"……."
진짜 쟨 뭐하는 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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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