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
태환은 수영수업이 끝나고 잠깐 시간이 남아서 한산한 대학교 안을 산책할겸 천천히 걷고 있었다. CC라고 불리는 커플들이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걸으며 저마다 웃고 있었다. 벤치에 홀로 앉아서 독서를 즐기거나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도 보였다. 태환에게는 지금 이 대학 안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부러움의 대상이였다. 시선을 도로록 굴리던 태환은 점점 고개를 푸욱 숙였다. 그리고 그런 태환을 지켜보던 단 한사람이 있었다. “ 어‥ ” “ [왜 그래?] ” “ [나 먼저 가볼게.] ” “ [어디를?] ” “ [급한 일이 생겼어.] ” 고개를 숙이고 걷는 태환의 뒤에 빨간 체크색 남방을 검은 진 허리춤에 밀어넣어 입은 말끔한 차림의 쑨양이 따라걸었다. 강의가 끝나고 시간이 남아서 중국친구와 이야기 중이던 쑨양은 축 쳐져서 걸어가는 태환을 단번에 알아봤다. 긴 팔을 뻗어 그 어깨를 잡을 듯 하다가 다시 손을 내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얌전히 뒤를 따라걸었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태환의 머리에서 어렴풋이 수영장에서나는 그 특유의 향이 느껴졌다. 쑨양은 한참이나 태환의 뒤를 따라걸었지만, 그는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본다거나 멈추지않았다. 오히려 누군가 자신을 따라온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하는거 같았다. 그렇게 교정을 쭉 한바퀴 산책한 태환은 그대로 정문으로 나가버렸다. 쑨양은 잠시 정문에 멈춰서서 가방끈을 꾹 움켜쥐고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 [정말 눈치가 없구나.] ” 중국어로 중얼거린 쑨양은 아쉬운 듯 입술을 쩝‥하고는 고개를 절레이며 다시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 바~다의 왕~자~ 마린~보이~ ” 흥얼거리며 바닥을 닦고 있던 태환은 순간 밀대 끝에 뭔가 툭하고 걸려서 넘어질뻔했다. 아, 뭐야. 라며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드는데 그가 서있었다. 엄마야, 씨발 깜짝이야! 라며 태환은 뒷걸음질 쳤고, 그러는 와중에 밀대를 놓쳤다. 쑨양은 그런 태환을 고개를 기우리고 보다가 상체를 숙여 밀대를 주웠다. “ 노래 못부르네요. ” “ 예? ” “ 여기. ” 쑨양은 밀대를 내밀어서 태환의 손에 다시 쥐어주고 돌아서 진열된 먹을 것들을 살폈다. 태환은 벙쪄서 그를 보다가 미간을 찌푸리고는 밀대를 벽에 기대어놓고 카운터로 돌아왔다. 어김없이 라면과 음료수를 가져온 쑨양은 만원을 내밀었다. 잔돈을 세고 있던 태환은 문득 카운터 옆에 고이 놓아두었던 스포츠센터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 저기. ” “ ? ” 평소와 달리 먼저 자신을 부르자 쑨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태환을 바라보았다. 태환은 순간 말이 헛나와서 눈이 졸라 크‥까지 말했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쑨양은 뭡니까? 라며 다시 물었고, 헛기침을 하며 안내문을 그에게 내밀었다. “ ‥안내문? ” “ 수영에 관심있는거 같던데, 하고싶으면 언제든지 등록해요! 초급반 선생님도 아주 좋으니까. ” “ 수영말입니까? ” “ 체격조건 보니까 운동하기 딱 좋은 몸인거 같은데, 한번 해봐요. ” “ 박태환씨는 어느 강의합니까? ” 태환은 문득 강의- 라는 말에 뭔가 헤헷. 하면서 부끄러워졌다. 왠지는 자신도 몰라서 어리둥절 했지만 뒷목을 긁적거리며 음‥ 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쑨양은 시선을 내려 안내문을 훑어보다가 고급반 입니까? 라고 다시 물어왔다. “ 아, 그렇죠. 고급반! 운동 잘한다고 해도 처음부터 무리하면 힘들지도 모르니까‥ ” “ 수영, 해본적 있습니다. ” “ 오‥ ” 문득 태환은 그 인터넷에서 유명한 올~ 이라고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고 고개를 절레이며 큼, 하고 헛기침을 했다. 쑨양은 잘 읽어보겠다며 안내문을 살짝 흔들어보였다가 계산이 끝난 물건들을 가지고 편의점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태환은 닫히는 문을 보다가 왠지 자신이 좋아하는 수영을 누군가에게 전도했다는 생각에 끝없이 뿌듯해져서 허리에 손을 척 올리고 허허허. 하면서 웃었다. “ 좋았어! 난 역시 좀 짱이야! ” 소리를 크게 내서 웃던 태환은 언제 손님이 들어왔는지 저멀리서 자신을 보다가 슬금슬금 도망치듯 나가는 것을 발견하고 무안함과 쪽팔림에 퇴근할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몸을 베베꼬고 있었다. 물론 집에가서 이불에 하이킥하는 것도 잊지않았다. 그 후, 쑨양이 등록을 했는지 안했는지 소식은 없었다. 편의점에 와서도 매일 그랬듯, 라면 하나, 탄산음료 하나를 계산하고 간간히 박태환씨- 하고 이름을 부른거 외에는 별 말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태환은 수업을 끝내고 기지개를 쭈욱 켜며 로비에 출석부를 반납하고 돌아섰다. 자신의 강의를 듣는 열성 아줌마 학생들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서 다가왔다. 태환은 평소에 이런 상황 때문에 수업이 끝나면 도망치듯 항상 스포츠센터를 급하게 나섰다. 하지만 너무 여유를 부린건지, 이 아줌마들이 작정을 한건지 건물을 나가려는 태환을 붙잡고 저마다 하나씩 떠들기 시작했다. “ 젊은선생님, 요~기 앞에 삼계탕집 하나 생겼던데 우리랑 같이 밥 한끼 하고 가~ ” “ 그래그래, 우리가 계산 할테니 걱정말고 같이 가요! ” “ 좋잖아? 밥도 먹고, 우리랑 이야기도 좀하고 응? ” 물론 밥을 사준다면 태환의 입장에서는 땡큐였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무섭고 당황스러운 이유는 그렇게 말하며 태환의 손을 잡는 척 하더니 은근슬쩍 손이 점점 손목으로 팔뚝으로 어깨로 더듬으며 올라왔기 때문이였다. 태환은 아니, 저기 그게요. 아니‥ 어‥. 라며 아무말도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전공책에 시선을 묻은채 센터밖을 유유히 지나가는 쑨양이 보였다. “ 어! 헤, 헤이! 쑨양! ” 태환은 아줌마들의 팔을 뿌리치고 쑨양을 향해 돌진했다. 쑨양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아줌마들은 어딜가냐며 태환을 따라 우르르 뛰쳐나왔다. 또 팔이 잡힐세라 태환은 빠르게 쑨양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척!하고 둘렀다. 태환보다 키가 큰 쑨양은 어깨에 팔이 둘러지자 상체가 앞으로 조금 굽혀졌다. 이건 뭔가 싶어서 놀란 눈을 하고 태환과 아줌마를 번갈아봤다. “ 아하하하! 친구랑 약속 있는걸 잊었네! 어쩌죠? ” “ 어머, 선생님 친구야? ” “ 잘생겼네! ” “ 친구도 같이 밥 먹으러 가면 되지! ” “ 아, 아니요! 저희는 어, 음‥ 가, 같이 할 이야기가 좀 있어서요! 하하하! 그, 그렇지 쑨양? ” 쑨양은 아무말도 안하고 태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아줌마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그 둘을 흘겨봤고 뜨끔한 태환은 황급히 쑨양의 목을 더 내려누르며 눈으로 SOS 신호를 격하게 보냈다. 쑨양은 그런 태환을 보다가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갑자기 중국어를 대뜸 내뱉었다. “ 어, 어머. 외국인인가봐. ” “ 어‥ 아하하하, 그, 그래요! 밥은 다음에 먹지, 뭐! ” “ 그래그래! 하핫, 친구분이랑 즐겁게 이야기해요~ ” 그렇게 아줌마들은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멍하니 그녀들의 뒷모습을 보던 태환은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외국어를 두려워하는건 자신만이 아니라는걸. “ 박태환씨. ” “ 하‥ ” “ 좀 놔주시겠습니까? ” “ 뭘요? ” “ 허리가 좀 아픕니다만‥ ” 왜 허리가 아파? 라는 생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어깨동무를 하고 있던 탓에 너무 가까이에 보이는 그의 얼굴에 태환은 우왁! 하고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을 치다가 바닥에 꽝! 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쑨양은 숙이고 있던 상체를 펴고 눈썹을 꿈틀이며 넘어진 태환을 바라봤다. “ 아야야야‥ ” 허리를 붙잡고 알싸하게 올라오는 통증에 태환은 입술을 꽉 깨물며 애써 눈물을 꾹 눌러 참았다. 그런 그를 보던 쑨양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팔을 뻗었다. 태환은 시선을 올려 그를 보다가 순순히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리고 밀려오는 무안함에 고개를 돌린채 어흠, 흠흠. 하며 딴청을 피웠다. “ 좀 당황스럽네요. ” “ 에? ” “ 알바생씨. ” 쑨양은 그렇게 말하며 아까 갑자기 태환이 어깨를 잡아서 떨어뜨렸던 전공책을 주웠다. 태환은 알바생씨. 에 기분이 나빴다가 흐트러진 그의 책을 보며 미안해서 또 고개를 숙여 입술만 삐죽거렸다. 죄인은 말이 없는 법이였다. “ 친구입니까. ” “ 예 ? ” “ 친구라고 하지않았습니까. ” “ 아, 그건‥ 사정이 좀 있어서‥ 어‥ 실례했습니다, 죄송합니다! ” 태환은 고개를 푹 숙이며 쑨양에게 사과를 하고 휙 돌아서더니 아이씨. 라고 중얼거리며 눈을 꼬옥 감았다 뜨더니 가방을 고쳐 잡고 뒤도 안돌아보고 후다닥 달려갔다. 쑨양은 그런 태환을 붙잡을 세도없이 멍하니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려 바닥에 떨어진 태환의 수영복을 발견했다. 시선을 조금 더 옮기니 수모도 보이고, 계속해서 수경, 지갑 등 많지않은 물건들이 일자로 주르륵 늘어져있었다. “ 가방이 열렸다고 말해주려 했는데. ” 이미 태환은 어깨가 가벼워진줄도 모르고 입을 쩌억 벌린 가방을 등에 짊어진채 에이씨.를 외치며 달려간 뒤였다. 쑨양은 떨어진 그의 물건을 하나하나 주워서 털어 자신의 가방에 곱게 넣어두고 괜시리 피실피실 웃음이 새어나와서 그가 달려간 방향을 보며 입꼬리를 올려 작게 웃었다. “ 칠칠치못하네요, 박태환씨. ” |
팊.
안녕하세요~ 그간 너무 바빠서 2화가 늦어버렸네요T_T
죄송합미다 ㅇ<-< .......... 저질러놓은 일들이 너무 많아서 탈이네요ㅋㅋ
밀린 댓글도 얼른 리댓글 달고, 암호닉 목록 올릴게요 ㅠㅜㅜ
이번편도 재밌게 읽어주시길 빌며! 3화에서 뵈요~ 제발...☞☜.....
(암호닉은 리댓글 다 달고나면 추가됩니다! 언제든 환영이니 암호닉 걸어주세요!)
륜(히륜), 옥메와까, 탱귤, 빈츠, 우구리, 아롱, 잼, 박쑨양, 포도주스, 마린페어리, 태환찡, 초코퍼지, 매치드, 쌀떡이, 행쇼S2, 비둘기, @히히, 박태쁘, 고구미, 앙팡, 촹렐루야, 감튀, 코난, 샤몰이, 태쁘, 음마, 아와레, 양갱, 대후니요정, 광대승천, 농민밭일꾼, 오동통, 렌, 유스포프후작, 뺑, 피클로, 햇반보이, 앙팡, 상우, 빌보드, 하늬, 너구리, 카리스, T, 부레옥잠, 소어, 콩가루암호닉S2 -1화분 암호닉입니다, 계속 추가되요!-